로저 드뷔 라 모네가스크 리뷰
'모나코 Monaco'
지중해 연안 코트다쥐르 휴양지대의 중심에 위치한 모나코는 바티칸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국가지만 우리에겐 그 이름이 너무나 익숙한 이름입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007 카지노 로얄의 무대가 되었던 곳으로 기억할 것이며, 그레이스 켈리가 왕비로 살았던 '바로 그 곳'이기도 합니다. 물론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매년 열리는 F1 모나코 그랑프리 대회로,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박주영이 한때 몸다맜던 FC 모나코로 기억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모나코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휴양지로 해변을 따라 부자들의 별장과 호텔의 카지노가 불야성을 이루며, 인생의 한방 역전을 꿈꾸게 하는 겜블의 메카입니다. 인간의 욕망을 분출하는 쾌락의 도시. 모험과 신비가 가득한 나라. 그래서 모나코는 많은 이들에게 평생에 단 며칠 만이라도 '라 돌체 비타(달콤한 인생)'를 꿈꾸며 살아 보고픈 지상 천국의 현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모나코의 이미지를 로저드뷔는 자신들의 새로운 컬렉션 라인 '라 모네가스크(La Monegasque)' 로 투영시켜 놓았습니다. 모네가스크(Monegasque)는 모나코의 프랑스식 표현이기에 모나코의 화려하고 이국적인 이미지는 로저드뷔의 그것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느낌입니다.
브랜드의 인수합병 후 내홍을 격으며 정체된 시기를 보낸 로저드뷔는 지난해 IWC 출신의 조지 컨이 수장 자리에 오르며 재도약의 첫번째 시발점이 된 것이 라 모네가스크 컬렉션의 출범이었습니다. 기존의 라인을 정비하고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굳건히 다지기 위해 뭔가 새로운 것을 보여주어야만 했던 로저드뷔에게 라 모네가스크 컬렉션은 절묘한 신의 한 수로 평가합니다. 그리고 올해 2012 SIHH를 통해 완벽하게 정리된 라인업을 선보이게 됩니다. Warrior, Player, Venturer, Diva 라는 4개의 테마를 중심으로 Warrior 컨셉에는 기존의 엑스칼리버 컬렉션을, Player 컨셉에는 라 모네가스크 컬렉션을, Venturer 컨셉에는 새로운 Pulsion 컬렉션을, Diva 컨셉에는 여성을 위한 VELVET 컬렉션을 배치했습니다.
LA MONEGASQUE COLLECTION
더불어 지난해 첫선을 보인 라 모네가스크 컬렉션은 오토매틱 심플워치와 크로노그래프 모델, 퍼페추얼 캘린더 모델에 이어 올해 2012 SIHH를 통해 플라잉 투르비용 모델을 선보임으로써 완성되었습니다.
<라 모네가스크 오토매틱 스틸, 핑크골드 모델>
<라 모네가스크 크로노그래프 스틸, 핑크골드 모델, 라 모네가스크 크로노그래프 빅넘버>
<라 모네가스크 투르비옹 플래티늄, 핑크골드 모델, 퍼페추얼 캘린더 모델>
라 모네가스크의 디자인은 카지노에서의 플레이어를 테마로 하고 있지만 이런 설명이 없더라도 시계가 어떤 컨셉으로 만들어졌는지를 이해하는데 별다른 어려움은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디자인은 한눈에 카지노의 룰렛을 연상시킵니다. 다른 워치 메치커에서 선보인 적 없는 대범함과 독창적인 우아함이 있음은 분명합니다.
당연히 '행운'의 부적 같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으며 라 모네가스크 라는 브랜드명 역시 이런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합니다.
몇몇 시계 브랜드에서 카지노를 테마로 기계식 매커니즘을 이용해 카드놀이를 구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라 모네가스크는 디자인 컨셉일 뿐 여기에 여타 하이엔드 시계처럼 심플 워치를 기본으로 투르비용이나 크로노그래프 기능에 충실한 시계 본연의 임부를 부여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페이스를 보는 것만으로 카지노의 환상을 즐기기엔 충분합니다.
그리고 오늘 리뷰할 모델은 심플워치인 오토매틱 핑크골드 모델입니다. 로저드뷔의 넓은 아량(?)으로 저렴한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 모델까지 출시되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핑크골드 모델이 더 아름답습니다.
Roger Dubuis La Monegasque Automatic
제가 아는 로저드뷔는 너무나 화려한 시계였습니다. 그래서 라 모네가스크를 보는 첫 인상은 많이 중후해지면서 세련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로저드뷔는 역시 로저드뷔입니다. 다른 브랜드와 비교하면 여전히 튀는 디자인임은 분명합니다.
Case
시계케이스 크기는 42mm 입니다. 요즘 드레스 워치도 42mm 사이즈에서 많은 모델들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로저드뷔의 분위기나 성격을 생각하면 이보다 더 작게 만들기는 힘들 것입니다. (라 모네가스크 크로노그래프나 투르비용 모델은 44mm 입니다.) 두께는 9.5mm 로 수동 시계처럼 얇은 느낌을 줍니다. 5 bar(50m)의 방수 성능을 갖고 있습니다.
쿠션 케이스와 사각 케이스의 어느 경계 쯤 있을 법한 독특한 케이스 형태가 이채롭습니다. 이제는 사라진 심패티(Sympathie) 컬렉션의 케이스를 좀 더 모던한 형태로 진화시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케이스 측면의 우아한 곡선미를 직선 느낌으로 단순화했지만 베젤 윤곽을 슬림하고 부드럽운 곡선으로 표현하여 역시 로저드뷔다운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형태의 케이스를 탄생시켰습니다.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래스는 무반사 코팅 처리되어 있습니다.
케이스 때문에 생기는 러그 중간의 각진 부분은 스트랩을 묘하게 꺽이게 만들게 합니다만 크게 어색하지는 않습니다. 짧은 러그는 케이스와 스트랩의 일체감을 높여줍니다. 로저드뷔만의 독특한 센터 러그가 적용되지 않아 정말 다행(?)입니다.
스틸 모델에는 없는 핑크골드 모델의 장점은 블랙 DLC(Diamond Like Carbon) 코팅 처리된 베젤(아래 사진 화살표 참조)입니다. Diamond Like Carbon은 다이아몬드와 유사한 높은 경도와 내마모성, 윤활성, 전기적 절연성, 화학적 안정성, 광투하성 등의 무리화학적 특성을 보유한 탄소의 화합물입니다. 유광 블랙이 주는 광택은 골드 케이스와 절묘하게 어울려 화려함과 함께 강인한 느낌을 줍니다. 역시 로저드뷔는 밋밋한 건 용서하지 못하는 듯 합니다. ^^
측면에서 보여지는 케이스의 모습은 단순하면서도 수동시계처럼 얇은 느낌을 줍니다. 슬림한 베젤과 케이스백이 크지 않은 크라운을 도드라지게 보이게 합니다.
크라운에는 로저드뷔의 로고가 양각되어 있으며 톱니는 부드럽게 가공되어 있습니다.
Movement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라스의 씨스루백 케이스를 통해 보이는 무브먼트는 제네바 홀마크를 획득한 RD821 오토매틱 무브먼트 탑재하고 있습니다.
로저드뷔는 너무나 도드라진 외양 때문에 시계의 본질적인 무브먼트 제조 부분에서 많이 부각되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안타까운 부분인데 로저드뷔는 매뉴팩처로서 하이 컴플리케이션 무브먼트 같은 무브먼트 제조 분양에서 뛰어난 전문성을 갖고 있는 제조사입니다.
그 중 RD821은 로저드뷔의 가장 기본적인 무브먼트입니다.
Reference : RD821
Self-winding mechanical movement, 11½’’’, 33 jewels, finely adjusted in five positions, rhodium-plated, “Côtes de Genève” decoration. COSC certification.
Functions: Hours, minutes, small seconds at 6 o’clock
Parts : 168 pieces
Thickness : 3.43 mm
Diameter : 11 1/2''' (25.94 mm)
Frequency : 4.0 Hz (28,800 vph)
Power : 48.0 hr
Jewels : 33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래스에 COSC 인증했다는 글귀가 보입니다. 그리고 그 아래로 보이는 로터에는 매뉴팩처 로저드뷔 로고와 제네바 홀마크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제네바 홀마크를 3개 찾을 수 있습니다.
RD821 무브먼트는 25.94 mm로 아주 작은 무브먼트입니다. 그래서 로저드뷔의 대부분의 심플워치(여성용을 비롯한)에 사용되는 무브먼트입니다. 42mm 케이스는 당연히 많은 공간이 남을 것이고 아래 다이얼을 보면 6시 방향의 영구초침이 상당히 중앙쪽으로 붙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로터는 단방향 감기 기능을 갖고 있으며 수동감기에 약간의 소음이 들입니다. 시간 조정 시 바늘 튕김 현상은 보이지 않고, 0단에 수동감기를 1단에 핵기능이 있는 시간 조정 기능을 합니다. 리뷰용 시계의 실제 측정한 오차는 하루 -1초 정도 됩니다.
시계를 구입하면 이렇게 COSC, 제네바 홀마크 인증서가 동봉됩니다.
Dial, Index, Hands
로듐 도금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실버 다이얼에 중앙의 핑크골드 링과 서브 다이얼의 핑크골드 링이 같은 핑크골드 인덱스와 어우러져 극강의 화려함을 연출합니다.
중앙 골드 링을 경계로 중심부는 썬레이 문양을 주변부는 동심원의 새틴 문양을 하고 있습니다. 다이얼은 중심부, 주변부, 가장자리(레일로드 마킹)로 점점 높은 각도를 만들며 진짜 룰렛판 처럼 돌아갈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독특하게 로저드뷔 로고 밑에 12시 아워 인덱스가 위치합니다. 12시 아워 인덱스를 제외하면 아워인덱스는 검정색 사각 패치 위에 놓여 있는데, 블랙 DLC 코팅 처리된 베젤과 같은 재질로 보입니다. 아워 인덱스로 부터 중심을 향한 두 줄의 인덱스는 다이얼의 심심함을 줄여주면서 시침, 분침의 정확한 위치를 보여주는 기능미가 있습니다. 로저드뷔의 옛 컬렉션들에 많이 적용되었지만 지금은 엑스칼리버 컬렉션에만 존재하는 썬레이(Sunray) 로만 인덱스의 잔영이 남아 있는 듯 합니다.
중심부가 6각형 모양으로 변형된 도핀 핸즈는 엑스칼리버, 풀숑 라인에도 적용되는 로저드뷔 만의 스타일입니다.
케이스에서도 느껴진 부분이지만 다이얼은 최상의 피니싱을 보여줍니다.
Strap & Buckle
블랙 앨리게이터 가죽 스트랩은 사이즈 25/19mm 입니다. 정말 독특한 사이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케이스 측면에서 러그를 따라 스트랩으로 이어지는 라인이 일품입니다. 스트랩은 손등 쪽이 두꺼워 시계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며 손목 쪽이 가늘어 착용감을 증대시킵니다.
핑크골드 재질의 핀버클은 우아하고 멋진 모양새를 하고 있습니다. 남자의 넓은 어깨를 연상시키는 피쉬테일 스타일에 강인해 보이는 너트 형태의 핀 홀 부분은 케이스의 형태와 일체감을 주면서 강인한 남성미를 느끼게 합니다.
착용샷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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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모네가스크는 시, 분, 초 밖에 없는 심플워치이지만 케이스와 다이얼에 다이아몬드를 박지 않는 이상 이보다 화려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고상하고 단아한 모습이 주류를 이루는 전통적인 드레스 워치와 비교하면 분명 튀는 모습입니다.
모험을 테마로 하지만 실제의 모험을 위한 툴워치라 할 수도 없습니다. 그저 '가상의 쾌락'을 추구할 뿐입니다. 그래서 테마파크의 그것과 닮았습니다. 극강의 쾌감을 추구하지만 실제 모험에서 따를 수 있는 죽음이나 부상의 리스크를 감당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광고를 보면 그 시계가 소비자에게 주려 하는 이익(Benefit)이 무엇인가를 알 수 있다.
파텍이나 바쉐론이 전통과 계승을 말한다면 로저드뷔는 바로 이런 신화적인 판타지를 소비자에게 어필한다.>
누군가 로저드뷔에 끌린다면 로저드뷔는 뛰어난 매뉴펙처인 동시에 이런 감각의 제국을 시계 위에 구현하려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따분함과 뻔히 보이는 무난한 미래의 모습이 허무해 질 때 007 영화라도 보며 느껴보려 했던 스릴과 로망을 로저드뷔에서 찾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모험이 끝난 후의 찾아 올 공허함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이성보다 감성이 지배하는 인간의 사고체계에서 동경(憧憬)의 대리 체험을 좀 느껴보겠다는 것을 불합리하다고 정의해 버리는 것도 냉혹한 일입니다.
물론 비용은 많이 듭니다.
이 모델의 가격은 3,500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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