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로바 아큐트론 커키우드 스켈레톤 워치 리뷰
부로바 아큐트론 커키우드 스켈레톤 워치 리뷰
(Bulova Accutron Kirkiwood skeleton watch ref.63A000)
간만에 다시 키보드 위에 손을 얹었습니다. 생업(?)에 매진하다보니 잠시동안 인터넷을 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어쨌든, 짬짬이 시간을 내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집에서 해야 할 숙제가 산더미 같이 쌓였는데도, 집으로 뛰어와 '메이플 스토리' 아이콘을 연신 눌러대는 우리네 아이들과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어쨌든 누가 뭐래도 저는 시계 마니아인게 좋습니다. 이 모 회장님처럼 갖고싶다고 해서 다 가질 수 있는것도 아니지고, '열받으면 이 회사 내가 사버린다?'같은 객기를 부릴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이렇게 조용히 자리에 앉아 한 가지 대상에 열중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저는 충분히 행복을 느끼니까요. 이런 소고의 손 위로 ‘부로바’가 올랐습니다.
이제 소고는 칼을 빼어듭니다.
‘요리사도 요리사지만, 재료가 싱싱해야 요리가 맛있는데…’라는 말을 중얼거리면서 말이죠.
부로바 최초의 광고사진. 출처 - 부로바 홈페이지
브랜드 역사
저는 미국을 참 좋아합니다. 힘으로 밀어부치는 머슬카, 미국인의 감성, 페이스북 같은 것들 말이지요. 그들에게는 뭐라 설명할 수 없는 ‘힘’이 존재합니다. 실상을 까뒤집어보면 그렇게 밖에 못 만들어서 열심히 언론플레이 하면서 변명하는 건데도, 미국이 우기면 뭔가 말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들 손을 거친 조악스런 연비의 차량도, 머슬카라 그렇네, 힘이 좋네 어쩌면서 제법 잘 팔립니다. 한국에서 ‘페이스북’나왔으면 ‘아이러브스쿨2’ 나왔다고 인터넷 뉴스에 한 이틀 떠오르다가 사라질법한데, 미국 최고의 수재가 미국 특유의 ‘쿨함’으로 떡 하니 자리를 지키니 어느새 회원 수가 9억 명이 넘는, 지상 최고의 사교클럽이 되었습니다. 영화를 볼 때도, 똑같은 금발인데 억양이 영국이나 호주식이면 감정이 잘 전달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는 어차피 자막만 보고 있는데 말이죠.) 똑같이 떼쓰고, 안되는거 보여주면서 박박 우기는 것 같은데, 왜 미국 녀석들은 밉지 않은가 모르겠습니다. 이쯤에서 눈치 채셨겠지요. 부로바는 미국 브랜드입니다.
부로바는 세계 최초로 라디오 방송으로 시간을 알려준 브랜드입니다.
이 회사의 창업자인 조셉 부로바는 체코 이민자 출신입니다. 그는 1870년에 미국 맨헤튼으로 건너와 보석사업을 시작합니다. (당시 상호는 J. Bulova였습니다. 우리로 치면 ‘영수네 보석상’정도가 되겠군요.) 돈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사업이 다 미국에서 흥하던 시절인 1900년대 초. 부로바는 점점 늘어나는 미국 시계시장의 수요를 기회라고 판단. 1902년 가공안한 쇳덩이부터 시작해서 완성품까지 시계를 한번에 제작할 수 있는 공장을 스위스의 비엔느에 짓습니다.
그당시 운송비가 저렴하지도 않았을텐데, 부로바는 첫 공장을 스위스에다가 지었습니다. 1900년대 유럽인들의 인건비가 필리핀이나 중국 수준도 아님은 자명한데, 우리의 사장님은 뭐가 그리 자신 있었는지, 자신의 첫 공장을 스위스에다가 지어놓습니다. (사견이지만 저는 미국 성님들의 이런 무식함에 알 수 없이 끌립니다.) 이후 1920년 부로바는 고층건물에 작동하는 시계와 더불어 라디오 방송까지 시도 하는 과감함을 보입니다. 기타 부로바의 역사 중 시계 외적 행보로 가장 눈에 띄는 점이 있다면, 세계 최초로 TV와 라디오에서 시계 광고를 했다는 점 일겁니다. 그 당시 광고료는 단돈 $9 였다고 하는군요.
TV광고를 처음으로 했던 브랜드임은 물론이구요.
'시간'과 관련된 모든 것들에 발빠르게 행동하는 브랜드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갑자기 '미국 브랜드들은 다 뿌리 없는 패션브랜드다.'라고 하는 악플러분들의 키보드 뼈마디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한데, 미국인들은 억지는 잘 부려도 틀린 말은 잘 하지 않습니다. 이 두 가지를 구분하는게 참 미묘한 것이긴 합니다만. 부로바가 '미국'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스위스 시계 협회 일원이라는 점은 그들의 끈기와 오기, 그리고 나름의 역사성을 가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흔히 많은 마니아분들이 생각하시는 것 처럼, 부로바가 그렇게 만만한 브랜드는 아닙니다.
너무 완벽하면 고기가 살고 싶지 않기에 역사성을 가지고 한 번 먼지를 털어보자면, 부로바라는 회사는 다양한 곳에 발을 뻗었습니다. 흔히 알고 있는 오해인'일본산 시계'라는 것이 대표적일텐데요. 가감없이 팩트만 가지고 이야기를 하자면, 부로바는1960년대까지는 스위스에서 시계를 제작했고, 70년대에는 일본에서OEM으로 부품을 납품 받았습니다. 그리고 부로바에 부품을 납품하던 회사인 시티즌이 부로바에게 기술을 이전받으면서 발전의 기틀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한편의 아름다운 기술거래 이야기인 것만 같아 보이는 위 이야기는 애석하게도 현재 부로바가 왜 시티즌, 세이코 중급라인과 같은 대우를 받는지 잘 이야기해줍니다. 일본 시계에 대한 이야기는 '알라롱'님께서 최근에 한 번 풀어주셨으니(클릭) 이후에 떨어지는 먼지의 실체에 대한 논의는 포럼분들께 방과 후 과제로 남겨드릴까 합니다.
아큐트론(Accutron)
아큐트론은 140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부로바의 대표 컬렉션으로, 디자인은 유럽, 제작은 스위스에서 이루어집니다.
'Acute'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중, 고등학교 필수 영단어에도 보이지 않는 이 단어가. 최근 토플 책에서 툭 등장했습니다. Acute의 뜻은 '날카로운, 예민한'정도로 해석 할 수 있습니다. 이 Acute 라는 단어가 -tron(장치, 기구, 소립자 라는 뜻)의 접미사와 만나 Accutron 이라는 단어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이는 홈페이지나 온, 오프라인 자료 어디에도 나와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추측이긴 한데, 아큐트론의 디자인이 전반적으로 남성미가 넘치는 것을 미루어 볼 때, 마냥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 물론 이 역시도 어디까지나 제 상상 속 이야기일 뿐 입니다.
이제 에피타이저는 다 드셨습니다.
메인요리 나갑니다. 다들 사진찍고 포스팅할 준비하셔야죠?
1. 디자인
리뷰가 인간적이기 위해선 발로 찍은사진도 가끔 필요합니다.
제가 맨 처음 시계를 알기 시작했을 때, 저는 스켈레톤 워치에 대한 로망 때문에 시계를 탐닉하기 시작했습니다. 스켈레톤은 많은 분들께서 시계에 관심을 갖게 시작하는 게기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스켈레톤은 워치는 많은 마니아 분들께서 가장 빨리 그 환상을 깨 버리는 시계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기계식 시계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무브먼트를 얼마나 신경썼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이죠. 당장 라이트 유저들을 현혹하기 위해 그냥 구멍만 숭숭 뚫어놨다간 적나라한 모습 때문에 미처 시스루 백을 감상하기도 전에 분위기를 망치기 십상입니다.
때문에 여느 잡지 이미지를 보더라도 스켈레톤 워치를 전면 광고로 내세우는 경우는 브랜드가 유저에게 그만한 신뢰를 줄 수 있거나, 검증받은 모델이 아니면 쉽게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스켈레톤 모델을 가지고 라인을 구축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Frederick Constant의 '하트비트'처럼, 일부를 뚫어놓고 일관성있게 개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는 더더욱 힘든 일이겠지요. 하지만 부로바는 둘 다 현재 진행형입니다. 광고는 물론이고, '커키우드'라는 라인을 따로 두어 다이얼에 무브먼트가 드러나는 시계들을 디자인 하고 있습니다.
전면부는 전부 유광입니다. 소드핸즈와 각진 베젤은 빛을 각을 잡은 듯 반사하기 때문에 상당히 깔끔한 느낌을 줍니다. 이는 부족한 무브먼트의 가공에 대해 면밀히 관찰하려는 뭇 마니아들의 시선을 가볍게 와해시켜버립니다. (디오르님께서 들으시면 노발대발 할 말입니다만)수트는 남성들의 전투복이라고 했던가요.딱딱 떨어지는 소드 핸즈와 케이스의 매치는 전장으로 나가려는 현대인의 손목에서 가장 빛을 발할 것 같습니다.
딱딱 떨어지는 케이스 라인과 시원시원한 러그의 움직임이 나쁘지 않아보입니다.
케이스의 모서리는 부드럽습니다. 케이스백은 하프 시스루(Half-see-through)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전반적으로 흠을 잡을 곳은 없지만, 스켈레톤 워치에 걸맞지 않게 두꺼운 케이스와 다이버 시계를 연상시키는 크라운가드에서는 이를 '미국식 실용'이라고 긍정적으로 해석해봐야 할 지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스트랩은 케이스의 모양에 따라 러그 부분에 맞춰 고정되도록 제작되었으며, 너무 하드하지도, 소프트하지도 않아 착용시 이물감을 최소화했습니다.
2. 무브먼트
무브먼트는 셀리타의 SW200 무브먼트를 사용하였습니다. 부로바는 스와치 그룹이 에보슈 무브먼트 공급 중단을 발표하기 전부터 종종 서드파티 무브먼트를 사용하곤 했었습니다. ETA사 무브먼트나 JLC, 발그랑쥬 무브먼트가 아니면 고개를 살살 저으시는 마니아분들이 아직도 많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그 도리도리가 아주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비슷한 카피 무브먼트를 만들어도 무브먼트는 그 구조만큼이나 소재가 중요하지요. 보통은 로터, 플레이트, 밸런스 휠, 배럴 스프링, 기어트레인이 다른 소재를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브랜드가 무브먼트까지 IHM하는 브랜드는 각 파트별로 제작되는 부품의 배합과 비율이 상세하게 분류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철저한 영업 비밀로 여겨집니다. 배합비율이 강성과 내구성, 그리고 여러 시계브랜드들이 내세우는 지속성을 극대화 시키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소금물을 증발시켜 소금과 물을 분리했던 실험과는 달리, 합금의 세계는 꽤나 진지하고 복잡합니다.
주제와 조금 멀리 나간듯한 감이 있습니다만, 위 시계에 사용된 셀리타의 SW200은 ETA사의 2824-2와 그 구조가 같으면서도 가장 오래 검증된 서드파티 무브먼트 입니다. 이와 맥락을 같이 하는 타사 무브먼트는 중국 씨-걸 사의 ST21과 중국의 항저우 6000이라는 무브먼트 뿐 입니다. 한마디로 위 리뷰에서 사용한 셀리타의 무브먼트는 ETA가 모태인 무브먼트 중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최상의 선택임을 알 수 있습니다. (쉽게 다시 한 번 써보겠습니다. 중국꺼 쓰실래요? 스위스꺼 쓰실래요?)
서두에 끊었던 '미국인 이야기'를 잠깐 이어나가자면, 위의 모델이 부로바의 최신 모델이라는 사실과 달리, 이에 탑재된 SW200은 셀리타의 최신 무브먼트가 아닙니다. 새로운 무브먼트가 적용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것 아니냐. 라는 말을 하기에도 SW200의 개선형인 SW200-1의 무브먼트는 2010년 4월부터 양산에 들어갔기 때문에 새로운 무브먼트를 적용하기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부로바는 최신형 무브먼트를 자신의 최신 시계에 달지 않고 기존에 있는 녀석을 이어서 사용하는 것일까요? 당연히 기존에 대량구매 해 놓았던 무브먼트가 아직 창고에 쌓여있어서겠죠, 라는 말을 내뱉고도 싶었습니다만, 저는 뭔가 그럴듯한 이유가 찾고 싶었습니다. 미국인들의 감성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이쯤에서 SW200에서 200-1이기까지의 개선점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리뷰를 맡게되고 무브먼트 정보에 대해 궁금해 하던 중에 셀리타 본사에 미리 문의를 해놓았고, 다음과 같은 답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셀리타사의 SW200-1의 무브먼트 모습입니다.
리뷰에 실려있는 케이스백 사진을 보시면서 어디가 바뀌었는지 찾아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We improve our SW200 movement performance by minimize wear and tear of the wheels in the automatic chain. These are specific improvements. Change of tooth profile at following components: - 32.031 : Axis of reduction wheel (1481) - 32.033 : Axis and wheel of ratchet wheel driving wheel (1482) - 31.020 : Ratchet wheel (415) |
그런데 그들이 제 메일에서 부족한 영어 실력을 직감했는지,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며, 친절하게 사진을 추가로 첨부해 주었습니다. 아마도 문의 메일이 다시 올 것 같아서 그랬으려나요?
왼쪽이 기존 SW200 무브먼트의 기어트레인이고
오른쪽이 개선된 SW200-1의 기어트레인 입니다.
뭉특한게 꼭 안좋은건 아닙니다. 남성분들?
어쨌든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무브먼트 개선점이 하나라는 것 입니다. 기어트레인의 모양을 변형시켜 안정성을 높였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 개선점이란게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어 보입니다. 사실 큰거 아닌 것 같은데 개선하고 또 만들고 하는 것이 스위스 감성이라면, 미국인의 감성은 이를 쿨하게 받아 넘겨 버리는 것이지요. 독일의 명 엔진을 미국의 유수 브랜드들의 플래그십 자동차에 사용하지 않는것 처럼 말이죠. (물론 최상급 모델에선 빠지지 않고 들어갑니다.)
게다가 뭉툭해진 기어트레인은 'Acute'(날렵한)라는 디자인에 어울리지 않아 보입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논의가 거의 끝난 부분입니다만, 2824 무브먼트를 가진 시계와 SW200 구형 무브먼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무브먼트가 더 정확하고 안정적이냐 는 질문에 모든 사람들(6명)이 SW200이 시간이 더 잘 맞고, 고장이 안난다. 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니 굳이 200-1을 사용하지 않아도, SW200은 이미 충분한 안정성 보증수표가 되어주고 있다는 이야기지요.
이쯤되니 제 뒤통수 쪽으로 껄껄거리며 웃고 있는 한 미국 신사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 합니다. 상상력이 지나쳤다는거, 저도 압니다... 역시 재고의 문제겠지요.
이렇게 무브먼트 변화에 둔감하다고 해서, 부로바라는 브랜드가 에보슈 무브먼트를 그대로 사용할만큼 성의없는 브랜드는 아닙니다. 아래 사진에서 확인하실 수 있으시겠지만, 부로바는 무브먼트의 2차 가공을 통해 스켈레톤화 하기 위한 기본적인 플레이트의 가공을 완성하였고, 쥬얼들의 배치나, 기어트레인들의 색 조합 역시도 시계 제작에 있어 미학적으로 충분히 고민했음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조작감
조작은 오로지 1단으로만 이루어집니다. 용두를 1단으로 뽑고 돌리면, 핵 기능이 작동하며, 시간을 조정할 수 있게 됩니다. 시간을 조정할 때 토크는 약간 무거운 편이었습니다. 때문에 의도하지 않게 정밀 분침 조정시 바늘이 조금씩 밀리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밀림 현상은 시간을 조정하고 1-0단으로 밀어넣는 과정에서는 단 한번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용두를 0단으로 고정 해놓았을때는 자동감기 기능으로 용두를 통해 배럴 스프링을 감을 수 있었습니다. 감기를 시작했을 때, 자동무브먼트 특유의 사과 베는 소리(서걱서걱)가 들렸으며, 풀와인딩까지 수동감기를 시도했을 시 토크가 점점 커지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무브먼트 자체에 기어트레인간 토크 전달(힘의 전달)이 다른 무브먼트보다 두드러진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같은 진동수라 할 지라도 무브먼트 토크가 크면 클수록 그 무브먼트는 안정적일 확률이 높습니다. 힘이 전달되기 위해 이동하는 시간에 외부 요소들에 의해 방해될 확률이 적어지기 때문이죠. 쉽게 설명하자면, 채를 들고 같은 힘으로 공을 때린다고 가정했을 때, 베드민턴 공이 바람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아 멀리 못나가는 것과 테니스공이 때려주는 대로 쭉쭉 뻗어나가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즉, SW200은 원래 힘이 좋은 무브먼트라는 것 입니다. 따라서 일상생활같이 충격이 불규칙적으로 발생하는 환경에서 시간이라는 항상성을 유지하기 좋은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다만, 공을 전달하는 파워가 세면 셀 수록 상대가 공을 받아내기도 힘이 들기에 내구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입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셀리타는SW200을 200-1로 개선하였으리라 추측됩니다만, SW200이 등장한 기간이 상당하고, 인빅타, 몬데인, 알피나(Alpina), 오리스 등의 무브먼트로 사용된 전례를 미루어 볼 때, 장기간의 시계 사용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착용감
처음에는 스트랩이 케이스의 러그 곡선에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착용시에 불폄함을 겪지 않을까 걱정했었습니다. 리뷰어 본인의 손목 둘레가 16cm 이기 때문에 이런 고정형 스트랩의 경우 자칫하면 손목 위에서 시계가 훌라후프를 도는 현상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부로바의 시계는 의외로 손목에 착 감기는 맛이 있었습니다. 가죽 스트랩의 적당한 경도 역시 쾌적한 착용감에 한 몫 했습니다. 너무 딱딱해서 살을 쓸어버리는 듯한 불쾌감을 주지도 않고, 또 너무 소프트해서 고무장갑처럼 딱 달라붙어 땀을 발생시키지도 않았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목 둘레 17.5cm인 다른 남성을 불러와 착용시켜 보았는데, 시계는 역시 부드럽게 달라붙었습니다. 추측건데 손목둘레16 ~ 18.5cm정도의 사이즈까지는 쾌적하게 시계를 착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버클은 3단 디플로이언트 버클을 사용하고 있으며, 버튼을 푸쉬하면 고정된 윙이 펼쳐지는 방식입니다. 버클 부분에서 아쉬운 점이 한 가지 있다면, 버클 사이즈를 조정하는 부분이 너무나 딱딱하여, 조정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디플로이언트 버클의 특성상, 가장 사용을 드물게 하는 부분이긴 하나 버클의 조정부분은 개선의 여지가 느껴집니다.
총평
이번에 리뷰하게 된 모델 부로바의 시계는 디자인과 착용감이 주는 만족감이 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소드핸즈의 절제미와 드레스워치라는 코드의 조화가 와닿았습니다. 다만, 드레스코드에 어울리지 않게 살짝 두꺼운 듯한 케이스의 패티와 크라운가드의 존재는 드레스워치라는 코드와는 살짝 부자연스럽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한 것도 사실입니다.
마지막으로 비슷한 가격대에 올라와 있는 스켈레톤 시계들과 경쟁상대가 되겠는가? 라는 질문을 빼놓을 수 없는데, 프레드릭 콘스탄트의 하트비트와 오리스 아뜰리에 스켈레톤, 마지막으로 부로바 아큐트론 커키 스켈레톤까지 모두 사용해본 경험으로 미루어, 저는 '어느게 더 낫다'의 문제이기보다는 '개인의 취향'에 그 답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라는 그런 진부한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각자의 개성과 코드에 따라 그 가중치가 달라질 수 있을만한 시계라는 결론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 말인즉, 부로바의 이번 시계는 프레드릭 콘스탄트와 오리스와 함께 어깨를 견줄만한 모델이 되었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입니다. 또 한번 진부한 말을 하는 듯 해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만, 선택은 소비자의 몫입니다. 다만, 이런 경우는 너무 기분 나빠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고민해야 할 스켈레톤 시계가 하나 늘었다는 건, 본인의 취향에 쏙 맞는 시계를 찾을 확률이 조금 더 올랐다는 뜻일테니 말이죠.
시계정보
모델명: 63A000
케이스 직경/두께: 40mm/10.8mm
방수: 10 ATM
글라스: 사파이어 글라스
가격: 2,350,000 (KRW)
촬영:
2nd Round Studio.
Photographer 김두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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