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텍 필립의 컴플리케이션은 대략 월드타임/크로노그래프/애뉴얼캘린더/타임존 정도로 나누어집니다.
이후 퍼페추얼 캘린더부터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으로 부르고, 그 위로는 앞에 나눈 기능들을 하나씩 합칩니다.
그중에서 가장 실용적(?)인 컴플리케이션은 월드타임일 것 같습니다.
사실 크로노그래프는 크게 쓸 일이 없긴 하지요 (무브먼트의 아름다움이나 기계적인 복잡성은 차치하고..)
루이 코티에가 처음 월드타임의 개념을 정립했고, 이를 바탕으로 1937년 최초의 월드타임인 515 HU 가 제작되었습니다.
추후 5130/5131 모델의 돋보기 핸드가 여기서 가져왔네요. HU는 "Heure Universelle"의 약자입니다.
이후 월드타임 라인업은 96HU, 542HU 로 이어졌습니다. (1937년)
96HU 는 한 때 Jean-Claude Biver 가 소유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주문 후 제작되었던 모델들로, 대략 30개 정도씩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39년, 처음으로 양산형 월드타임인 1415 HU YG 가 제작되었습니다.
대략 낮은 세자리수 정도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양산형 YG와, 1946년에 제작된 주문 제작형 PT 의 핸즈가 다르네요.
1954년, 다음 모델로 2523 HU 가 제작되었습니다. 최근 경매에 자주 출현하는 에나멜 지도 다이얼 시계들이 이 모델입니다.
현행 5230 과 비슷한 핸즈이지만, 약간 모양이 다르네요. 추후 이 핸즈도 복각될 것 같습니다.
시티 링에 지금보다 도시의 수가 훨씬 많은 것이 재미있네요.
이후 파텍에서는 오랫동안 월드타임의 출시가 없다가, 2000년 처음으로 5110 이 출시됩니다.
여기서부터는 무브먼트도 유명한 240 HU 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며, 지금도 많은 분들이 즐기는 시계이죠.
2006년에는 좀 더 커진 5130 이 출시되었구요.
2013년에는 드디어 에나멜 지도 다이얼이 추가된 5131 이 출시됩니다.
5131J : 2013년 출시, 옐로우골드, 미국-대서양-유럽
5131G : 2013년 출시, 화이트골드, 유럽-아시아
5131R : 2015년 출시, 로즈골드, 아시아-태평양-미국
5131/1P : 2017년 출시, 북극
각 모델별로 대략 150-300개 정도로 제작되었다는 추측이 있습니다.
이렇게 다 모으신 분도 계시네요....
그 중에 5131R은 출시 년도에 따라 아래와 같이 바뀌었습니다.
001은 2015-2016년, 010은 2016-2017년, 011은 2017-2018년으로 각각 1년씩만 생산되었습니다.
5131R-001
London 이 바깥쪽 시티 링에 있으며, 세 모델 중에 도시 이름 사이 간격이 중에 가장 넓습니다.
5131R-010
London 이 안쪽 링에 있으며, Syndey 옆에 Brisbane 이 추가되었고, Midway 가 삭제되었습니다.
Riyadh->Dubai, Noumea->Marshall, Rio->Buenos aries, S.georgia->Sao paulo 로 변경되었습니다.
세 모델 중에 도시 이름 사이 간격이 가장 좁습니다.
또한 001과 010은 도시 링의 두께도 약간 다릅니다. 이미 해외 포럼에는 이걸 비교한 분들도 계시네요.
010 모델이 가장 도시 수가 많으면서, 링의 두께도 얇아 좀 더 복잡한 느낌이 있습니다.
5131R-011
London 이 안쪽 링에 있으며, Brisbane 이 삭제되었고, Midway 가 다시 추가되었습니다.
Marshall->Noumea, Buenos aries->B. aries, Sao paulo->S.georgia 로 변경되었습니다.
001과 010의 비교입니다.
011 입니다. 010 에서 도시가 몇 개 더 바뀌었네요.
에나멜 다이얼들은 모두 에나멜러들이 직접 만들다보니, 모델별로 디자인이 약간씩 다릅니다.
아래와 같은 순서로 만들어집니다. 요즘은 전자식 현미경으로 보면서 제작하는 것 같네요.
자세히 보시면 다이얼들의 색상 조합이 아주 약간씩 다릅니다.
먼저 5131J 의 다양한 다이얼 입니다.
5131G 의 다양한 다이얼 입니다.
5131P 의 다양한 다이얼 입니다.
5131R 의 다양한 다이얼 입니다. 5131R 이 특히 다이얼 차이가 큰데, 북극에 흰색이 들어있는 것 여부로 선호도가 갈리기도 합니다.
J/G/R/P 을 모두 모아서 비교하면 이렇습니다.
이후 2019년 파텍은 다시 5231을 출시합니다.
케이스 크기가 1mm 작아졌고, 전반적으로 직선을 사용한 케이스 디자인으로 바뀌었습니다.
크라운 가드도 제거되었구요. 예전 2523 모델과 비슷한 디자인이네요.
5131J 과 5231J의 비교입니다.
다이얼의 디테일은 좀 더 좋아진 것 같습니다. 실제로 5131 에서도 5131의 첫 번째 에나멜 모델인 J 모델의 지도 다이얼 디테일/해상도가 가장 낮습니다. 물론 디자인적인 요소이니, J의 그림 같은 지도를 좋아하는 팬도 있습니다.
5231G 와 5131G의 비교입니다.
5231G와 5131R의 비교입니다.
5231J의 확대 사진입니다.
사실 파텍 필립의 여러 시계들 중에서, 제게 월드타임은 일종의 애증(?)과 같은 시계였습니다.
1) 초침이 없고, 2) 미닛 인덱스도 없어 정확히 몇 분인지 알 수 없으며, 3) 시계 크기 대비 러그 투 러그가 길어서 약간 헤비한 느낌이 있어서
한 눈에 반해서 들였다가도, 다시 내보냈던 그런 시계였습니다.
그래서 이 시계도 내가 잘 착용할 수 있을까..정말 오랫동안 고민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한 번 마음에 들어온 시계는 꿈에도 나오더니..결국 들이게 되어있더군요.
일반적인 느낌은 이렇습니다. 지도의 크기가 크진 않지만, 디테일이 괜찮습니다.
제가 R을 선택한 이유 중에 하나는, J에는 아예 극동아시아가 없으며, G에는 한반도가 표시되어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래 돋보기 핸즈 안에 작게 한반도가 보이네요.
처음 착용하면서 느낀 점은, 지도 하나로 인하여 분위기가 예전의 월드타임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특히 다이얼 가운데 지도에 다양한 컬러가 사용되어, 줄질에 매우 자유로웠습니다.
덕분에 베이지/누벅/탄 컬러부터 블루, 딥그린 스트랩까지 대부분의 스트랩이 시계와 어울립니다.
(인터넷에서 가져온 사진입니다)
실내로 들어오면 에나멜의 금선 테두리가 좀 더 눈에 들어와서, 다른 분위기가 됩니다.
빛을 직접 받으면 지도의 전반적인 색감이 모두 화사하게 살아나서, 따뜻한 느낌도 있습니다.
어두운 곳에서는 바다의 깊은 푸른색이 좀 더 강조됩니다.
시간을 보기 위한 시계가 아니라 작품을 감상하는 시계라는 느낌으로..잘 착용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