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타임포럼 3분기 모임에 갔을때...
정확하게 2분에게 같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시계를 고를때 어떤 기준으로 고르냐는...
당시 펠리칸 케이스에 18구 + 제 손목에 하나 해서 19개의 시계를 가지고 갔었는데요,
브랜드도, 싸이즈도, 생김새도, 쓰임새도 다른 시계들이 중구난방 섞여있는것 처럼 보여도 제 나름의 구입 기준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시계가 어떤, 얼마만큼의 '스토리' 를 품고 있느냐...입니다.
물론 사연과 스토리가 없는 시계가 없겠지만은...
얼마나 많은 스토리와 정보가 하나의 시계에 얽혀 있는가가 제 시계 선택의 기준입니다.
보통 제가 시계 하나를 득템하게 되면 바로 지루하기 짝이 없는 장문의 리뷰가 뒤따르곤 하는데...
만약에 한국어나 영어, 일본어처럼 '시계어時計語' 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시계어의 단어 하나하나는 각각의 시계들이 될 것이고,
각각의 시계들은 거기에 얽혀있는 개인적인, 또는 시계사적인, 시계 공학적인 스토리를 단 하나의 시계로 소유자에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제가 올리는 시계 리뷰가 얼마나 양이 많던간에 그 정보들은 모두 그 리뷰하는 시계 단 하나로 압축할 수 있다는 것이고,
그리고 그 압축된 사전 정보를 서로 숙지하고 있다면, 이걸 단 하나의 시계로 전달할때 느껴지는 감성은 단순히 리뷰글을 읽는 것 이상의 그 어떤것이 되어버립니다...
(아...아헤가오?)
마치 우리가 시 한편을 감상할 때, 시인이 세심하고 주의깊게 선택하는 시어詩語 하나에 국어책 몇페이지를 할애해서 풀어내야 할 시인의 사상과 시대상, 감성을 비유와 은유, 상징을 통해 담아내듯...
만약에 시계에 대한 충분한 배경 지식과 경험이 있다면, 우리는 단 하나의 시계를 보여주거나 손목에 얹어 봄으로서 많은 지식과 감성, 경험을 순식간에 공유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이런 '시계어時計語' 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시계를 사용하는 사용자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지고, 가장 흥미로우며, 가장 비밀스러운 스토리가 얽혀져 있는 시계가 가장 함축적이고 상징적이며 은유적인 '시어詩語' 가 될 것입니다.
마침 한글날이기도 하고, 늦게 시작된 만큼 너무나도 기다렸던 가을정취에, 술은 아니라도 보이차 석잔을 때려마시고 갬성에 젖어 한번 제가 선택하는 시계의 기준에 대해 찌끄려 봤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예거동에 제가 선택한 예거의 '시계어時計語' 하나를 올려봅니다.
이곳이 시계어時計語를 사용하는 타임포럼이라는 유니버스이고,
그중에서도 Jaeger-LeCoultre 라는 시계어時計語를 사용하는 곳이 이곳 예거동이라면...
이 몇장의 시계 사진들로 마치 좋은 시를 감상하시듯 예거의 감성을 마음껏 전달받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