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or VIII 38mm 오토매틱 리뷰
'단순함과 화려함은 공존할 수 있다'는 증거
Dior VIII
지극히 여성스럽고 섬세한 감성을 가진(^^? ;) 피쿠스 케이는 디올 윗 프레젠테이션을 다녀 온 후 그날 본 시계들이 눈에 밟혀 리뷰를 할 수 있냐고 문의를 했습니다.
시계가 주로 남자들의 관심사다 보니 타임포럼 역시 남자 시계에 관한 포스팅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의 반은 여자라는 사실을 생각 해 보면 여성들을 위한 리뷰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평소 해 왔습니다. 마침 디올에서 여성들을 위한 디올 윗 컬렉션 출시를 계기로 타임포럼에 리뷰를 쓰게 되었습니다. 절대 소수인 타임포럼 여성회원들이나 혹, 아내와 여자친구가 시계에 관심이 많은 회원들에게 좋은 정보가 되었으면 합니다.
2011년 바젤 페어를 통해 새롭게 선보인 디올의 윗 컬렉션은 디올의 시계 라인의 재정비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보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인지도 높은 럭셔리 브랜드 중의 하나임에도 시계 분야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한 디올은 샤넬의 약진에 크게 자극받은 듯 합니다. (샤넬은 J12를 통해 럭셔리 패션 워치 분야에서 크게 성공을 거뒀습니다.) 프랑스 태생이며 여성 패션에서 시작해 토탈 럭셔리 브랜드로 성장했다는 등 많은 공통점을 지닌 디올과 샤넬은 상대방의 성공을 그냥 보고 지나칠 수 없는 라이벌이기 때문입니다.
< 리뷰할 디올 윗 38mm 오토메틱 모델과 샤넬의 J12 >
대부분의 사람들이 디올 윗을 봤을 때 샤넬 J12를 떠올리는 건 당연합니다. 세라믹 소재의 사용과 회전 베젤의 채용 등은 J12를 의식한 모습이 역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샤넬 보다는 좀 더 괜찮은 결과물이 나온 듯 합니다. 후발 주자이니 만큼 상대방의 제품에 대한 연구가 많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다이버 시계를 연상시키는 샤넬 J12의 페이스에 비해 디올 윗은 스타일리쉬하면서 유니크함을 갖췄고, 로터를 앞으로 배치해 독특한 컨셉을 완성시킨 '그랑 발 (Grant Bal)' 시리즈는 디올의 오트 쿠튀르적 감성과 기계식 시계의 메커니즘을 잘 융화시켜 높은 완성도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Dior 그리고 8
디올 윗(VIII)은 '8'이라는 뜻입니다. 8은 디올에게 있어서는 의미가 큰 숫자입니다. 크리스챤 디올 쿠튀르 하우스의 창립일이 1946년 10월 8일이며, 디올 하우스의 위치가 파리 8구입니다. 특히 디올의 시계, 주얼리를 전시하는 부티크의 위치가 방동광장 8번지 입니다. 디올의 역사에서 8이라는 숫자는 행운의 상징이기에 이번 윗(VIII) 컬렉션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큰가를 알 것 같습니다.
SPECIFICATIONS
Reference : CD1245E0C001
Movement : SELLITA(SW 200)
Functions : Hours, minutes, Centre seconds
Case : 38 mm
첨단 블랙 세라믹과 스테인리스스틸
블랙 세라믹 피라미드로 장식된 회전 바젤
블랙 세라믹 손잡이가 달린 크라운
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백
Water-resistance at 5 bar (50m)
Dial : 블랙 래커
8시는 VIII로 표시
야광돗트인덱스로 장식된 블랙 플렌지(테두리)
야광 기능의 시침과 분침
Strap : 첨단 블랙 세라믹 소재의 3연 브레이슬릿
피라미드 형태의 연결고리
스테인리스 스틸 디플로이먼트 버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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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올 윗은 여성을 위한 시계입니다. 33mm, 38mm 사이즈에 블랙 세라믹과 스테인레스 스틸 소재를 믹스한 기본형에서 다이얼과 베젤에 다이아몬드를 셋팅한 고가 모델로 구성되어 있지만 쿼츠와 기본적인 오토매틱 무브먼트만을 채용한 점은 다분히 여성 취향적입니다. 즉 고가로 갈수록 크로노그라프 같은 기능이 많아지고 메커니즘이 복잡해지는 남자 시계의 그것과는 다르다는 말입니다.
디올 자체에서도 패션회사로서 시계에 대한 전통성이 약하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습니다. 비록 남성들을 위한 시계가 존재하지만 아직 패션 시계로서의 이미지가 강해 남성 시계 시장에서 전통적인 시계 브랜드와 경쟁하기에는 버거워 보입니다. 하지만 디올 윗을 통해 여성들의 마음을 먼저 사로잡을 수 있다면 추후 샤넬이나 루이비통 처럼 남성용 시계로의 진출을 강화해 나갈 수 있으리라 봅니다.
디올 윗은 크게 데이, 이브닝, 칵테일 이라는 세가지 컨셉을 갖습니다. 리뷰할 시계는 디올 윗 컬렉션의 데이 라인 중 가장 엔트리급 모델인 CD1245E0C001 입니다. 엔트리급이지만 리테일 가격은 7,020,000원입니다.
Case
이 시계의 최대 강점은 바로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모습에 있습니다. 디올이 시계의 역사는 짧지만 패션 분야에서는 큰 족적을 남겨 온 회사입니다. 독창적인 컨셉과 과감한 디자인 같은 패션회사이기에 가능한 시도가 이 시계의 부분 부분에 녹아 들어 있습니다.
제목에서도 말했듯 이 모델은 단순한 느낌과 화려한 느낌을 함께 갖고 있습니다. 블랙과 실버 두 색상만으로 구성된 컬러, 로고를 제외하고는 철저히 배제된 폰트는 '심플하다'라는 표현에 어울린다면, 보이는 모든 부분이 광택 처리되어 있고 입체적인 세라믹 조각과 인덱스에서 다양한 형태로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은 '화려하다' 할 것입니다.
블랙은 디올이 좋아하는 색상입니다. "여성의 옷장에는 반드시 블랙 미니 드레스가 필요하다."라고 말한 크리스챤 디올의 표현에서 볼 수 있듯이 블랙은 어느 의상이나 장소에도 어울리는 색상이며, 여성을 더 없이 우아하게 만드는 색상이기도 합니다.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비비안 리가 입었던 블랙 드레스. 모든 컬러들을 압도하는 위엄이 있다. >
시계에 사용되는 세라믹은 경도가 8 이상으로 높아 스크래치에 강하며, 피부친화적이고 다양한 모양으로 변형이 가능해 최근에 전통 매뉴펙쳐나 독립시계제조자들 조차도 채택하는 빈도가 늘어나고 있는 소재입니다. 금속 소재의 광택 케이스는 처음 살때는 좋지만 스크래치에 약하다는 단점이 있는데 세라믹 소재는 오히려 이런 면에서 강점이 있습니다. 또한 특유의 부드러우면서 고급스러운 광택이 기존의 금속 소재의 차가움과는 다른 따스한 감정을 전달합니다.
디올은 세라믹의 특성을 잘 살려내기 위해 사각 피라미드 모양의 조각을 주소재로 삼았습니다. 둥글둥글하게 연결된 4조각의 삼각형은 각도에 따라 제각각의 반사광으로 냅니다. 베젤과 브레이슬릿에 일관된 형태로 연결된 피라미드는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반사광 만으로 입체감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각지면서도 부드러운 곡면을 연출하는 세라믹 특유의 질감은 각도만 잘 잡으면 석유처럼 기름진(?) 유들유들한 반사광을 볼 수 있습니다.
가장 과감한 시도는 베젤에서 보입니다. 베젤은 피라미드 모양의 작은 세라믹 조각이 12개 있고 그 사이를 평면 형태의 세라믹으로 메웠습니다. 마치 중세의 모자이크화처럼 조각 조각을 붙여 하나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냈습니다. 다이아몬드 같은 보석을 쓰지 않고 단순한 세라믹 조각만으로 충분히 고급스럽고 우아한 모습을 만들어 냈습니다. 또한 베젤은 상하좌우 비대칭의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 회전하는 움직임을 표현하는 듯한 모습이 패션회사 다운 아이디어입니다. 사실 비대칭 소용돌이 모양의 베젤은 디올의 이전 컬렉션인 크리스탈 라인에서 부터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디올 윗은 더 완성도 높게 구현해 냈습니다.
베젤의 측면 스틸 부분 역시 사각 피라미드 모양인데 컨셉의 통일성과 함께 베젤의 작동에 유리한 구조로 작용합니다.
보통 베젤에는 시, 분을 표시하는 것이 보통인데 여성들을 위한 럭셔리 패션 아이템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런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점은 좋습니다. 이 모델의 상위버전을 보면 평면 세라믹 자리에 다이아몬드가 세팅 되어 있는데, 조각으로 나눠 붙인 형태는 이런 변형 모델의 다양성을 만들어 가는 것에도 유리하겠습니다.
베젤은 다이버 시계에서 볼 수 있는 단방향 회전 베젤입니다. 왜 회전 베젤을 채용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샤넬 J12는 다이버 시계의 모습을 하고 있어 이해하겠는데 디올 윗은 특별한 기능을 알 수 없어 왜 회전베젤을 채용했는지 잘 이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38mm 케이스 사이즈 임에도 크게 작아 보인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러그 사이즈가 17mm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케이스가 더 커 보입니다. 롤렉스 서브마리너(40mm)와 비교해도 별로 작아보이지 않습니다.
제 손목에 착용한 모습입니다. 38mm면 사실 남자들이 착용하기에도 충분한 사이즈입니다. IWC나 롤렉스 등 많은 시계 회사에서도 38mm 내외의 남성용 모델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측면 라인은 세라믹 케이스의 장점을 잘 살려 부드러운 라인을 보여 줍니다.
크라운은 가운데 8면으로 잘 가공된 세라믹 조각이 붙은 모습이 흑요석처럼 반짝입니다. 케이스 가운데에 위치하며 크기는 작은 편입니다. 크기가 작아 수동으로 태엽을 감는데 약간의 불편함이 있습니다.
Dial & Hands
양면 무반사 코팅 처리된 사파이어 글라스 안으로 보이는 다이얼의 모습은 쉬크하면서 밸런스가 잘 맞습니다.
블랙 래커 도료로 마무리된 다이얼은 케이스의 세라믹 소재와 잘 매치되어 색상과 광택의 통일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이얼 가운데 원형 무늬는 베젤의 스테인리스 스틸 부분과 맞물려 부드럽게 퍼져 나가는 동심원을 만듭니다.
다이아몬드 모양의 인덱스는 역시 케이스의 피라미드 처럼 4면에서 다양한 반사광을 만들어 입체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케이스 가장자리로는 볼록한 야광 돗트 인덱스가 있어 엣지있어 보입니다.
다이얼을 단순화 시키면서 분 단위 인덱스 조차 없습니다. 시간을 분 단위로 조정할 때 약간 불편함은 있지만 1분 간격으로 표시된 인덱스는 다이얼을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으니 장단점이 있겠습니다.
윗이라는 이름이 8을 의미하므로 다이얼의 8시 방향에 인덱스 대신 윗 로고를 박아 넣은 것인 이 시계의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만들어 냅니다.
도핀(Dauphine) 스타일의 시침 분침은 1/2 정도의 야광처리로 실용성을 더했습니다. 일반적인 도핀 스타일의 핸즈가 칼처럼 날카로운 것과 비교하면 끝 부분에 약간의 무딘 각을 만들어 좀 더 부드러운 느낌이라 하겠습니다.
전체적으로 블랙 다이얼과 실버 인덱스가 탁월한 시인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야광 기능까지 있으니 시간을 확인하는데는 크게 불편한 점은 없습니다.
Case Back & Movement
스테인리스 스틸에 사파이어 글라스로 된 케이스 백은 4개의 나사로 조립됩니다. 흔히 씨스루백의 경우 스틸 부분에 각종 정보들을 인그레이빙하고 사파이어 글라스는 무브먼트의 작동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냥 투명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이 시계의 경우 정보들이 사파이어 글라스 안면에 페인팅되어 있다는 것이 특이합니다. 가운데 동심원과 디올 윗 로고가 있고 가장자리로 50m 방수 표기와 스위스메이드, 방동광장 8번지라는 주소가 있습니다. 사파이어 글라스 안쪽으로 무브먼트의 반을 가리고 있는 로터가 보입니다. 특이하게 올 블랙으로 처리된 로터는 케이스와 색상의 동일성을 주기 위함입니다.
사실 이런 모습이 미약한 무브먼트의 모습을 살짝 가려주고 장점이 있습니다. 셀리타의 SW200 무브먼트는 거의 에보슈 상태로 장착되었습니다. 표면의 코스메틱 피니싱조차 전무합니다. 아무래도 디올 윗이 패션을 주력으로 하는 디올에서 출시한 시계이며 무브먼트에 관심도가 떨어지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하더라도 장착된 무브먼트의 상태는 확실히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디올의 네임밸류를 생각해 보거나 럭셔리 패션 워치를 지향한다면 눈에 보이는 부분에 코스메틱 정도의 피니싱은 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Strap & Buckle
부드러운 촉감의 세라믹 브레이슬릿은 손목 위에서 참 편안한 착용감을 줍니다. 매끄러운 표면은 피부나 옷에 손상을 줄 염려가 전혀 없습니다.
두 브레이슬릿을 자연스런 모양으로 연결시켜 주는 양방향 디플로이먼트 버클은 살짝 양쪽을 누르면 부드럽게 열립니다. 버클의 작동 부분도 베젤의 측면처럼 피라미드 모양으로 조각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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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게 기계식 시계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요?
많은 시계 브랜드들이 여성용 시계를 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성용 시계의 디자인을 기본으로 약간의 디자인 변경을 하고 사이즈를 축소하고 보석 몇개를 박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는 지나치게 주얼리화 시켜서 팔찌에 코딱지 만 한 시계를 달아 놓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스타일의 시계를 싫어하는 여성들도 꽤 많더군요. 여성이 여성용 시계를 싫어한다면 참 아이러니 한 일입니다.
확실히 기존의 시계 제조사들은 여성의 취향을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샤넬 J12의 약진 역시 이런 여성의 수요를 잘 간파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요즘 길거리에서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밀리터리 워치나 파네라이 같은 다이버 시계를 착용한 여성들을 길거리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여성들의 이런 시계들을 예쁘고 멋스럽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몇십년을 여성들을 대상으로 제품을 만들어 온 디올은 여성의 감성과 기호를 담아 여성들을 위한 아이덴티티를 가진 시계를 출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겠습니다. 여성의 관점에서 착용할 만 한 시계가 하나 더 늘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며, 남자의 입장에서도 시계 시장에 더 많은 제조사들이 서로 경쟁한다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비록 디올이 패션으로 부터 출발한 회사일 지라도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무기가 있습니다. 패션에서 출발한 우월한 감각과 심미안이 바로 그것입니다.
기계식 시계의 부활 이후 시계의 가치 판단에 무브먼트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시계를 구매할 때 시계의 외형적 디자인은 시계를 선택하는 사람에게 구매를 결정하는 중요 포인트가 됩니다. 이런 점에서 디올 같은 뛰어난 패션 감각을 지닌 회사들이 시계 시장에 참여하는 것은 기존의 시계 매뉴펙쳐들에게 큰 자극이 될 것입니다.
남성과 여성이 시계를 대하는 태도는 확연히 다르다 하더라도 '아름다운 시계'에 대한 동경은 같은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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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리뷰를 쓰면서 최대한 여성의 관점에서 시계를 보려고 했는데, 잘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리뷰가 타임포럼 10만 여성회원 양성을 위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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