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쉐론 콘스탄틴 메티에 다르 시리즈 4편- 젬세팅
바쉐론 콘스탄틴(Vacheron Constantin)의 공예, 예술성을 재발견하는 메티에 다르(Metiers d’art) 시리즈. 1편 에나멜링(Enameling), 2편 인그레이빙(Engraving), 3편 기요셰(Guilloché)에 이어 마지막으로 진귀한 스톤의 세계로 안내할 4편은 젬세팅(Gem Setting)입니다.
지구가 형성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판게아 아래에서 강력한 힘이 작용해 커다란 땅이 갈라지고 움직이던 때 말입니다. 너무도 과거의 일이라 지금의 우리는 상상도 하기 힘든 큰 변화지만 말이죠. 발에 차이는 게 돌이라고 우리 주변에 흔하디 흔한 게 돌입니다. 무수한 돌 중에서는 억겁의 시간을 보낸 것들이 있습니다. 어쩌면 지구 형성기를 경험한 돌도 있을지 모르겠군요. 엄청난 압력과 열을 받은 돌 중에서는 우리가 보석이라고 부르는 선택 받은 돌이 있습니다.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보석은 무척이나 찬란하게 아름다움을 발합니다. 아름다움을 향한 인간의 욕망은 본능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보석을 손에 넣고 싶어하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선택된 돌, 보석은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희귀한 보석을 가지기 위한 인간의 욕망은 인류의 역사를 바꿔놓을 만큼 거대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보석은 시계와 떼어놓을 수 없기도 합니다. 둘 사이에는 아름다움이라는 본질이 얽혀있기 때문입니다.
시계 브랜드는 시계 기술을 개발하고 발전시켜온 만큼이나 보석을 다루는 기술에도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 역사로 따지자면 보석 다루는 기술이 훨씬 오래되었고, 우리가 역사책이나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먼 옛날의 장식품에는 이미 화려한 보석 세공기술이 녹아 들어 있습니다. 하이엔드 브랜드라면 보석 다루는 기술에 더욱 공을 들입니다. 시계의 아름다움을 한 차원 더 끌어올릴 뿐 아니라, 젬세팅으로 부르는 기법만으로도 아름다움을 선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빛의 장인으로 일컫는 마스터 젬세터를 보유합니다. 이들은 단순히 젬세팅에만 몰두하는 게 아니라 바쉐론 콘스탄틴 고유의 공예적 가치, 예술성과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메티에 다르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에나멜링, 인그레이빙, 기요셰 장인들과 협업해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냅니다.
마스터 젬세터가 역량을 발휘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좋은 재료입니다. 훌륭한 요리를 내놓는 쉐프에게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은 좋은 재료이듯, 마스터 젬세터에게도 재료인 보석이 무척 중요합니다. 다이아몬드,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 펄, 오닉스, 가넷 등의 아름다운 보석은 바쉐론 콘스탄틴이 선별해 준비합니다. 각각의 보석은 흠집이 없어야 하고, 결정 속에 이물질이 없어야 합니다. 다이아몬드라면 투명하고 깨끗해야 하며, 유색 보석이라면 뚜렷하고 선명한 색상을 지녀야 합니다. 그러면서 크기가 크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보석은 자연적으로 생성된 물질이므로 매우 미세한 차이를 드러내기도 합니다. 또 희귀하기도 하죠. 원하는 색상, 톤의 보석을 얻기 위해서는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기도 하며, 기다림의 과정을 거쳐 마스터 젬세터의 재료를 준비하면 이제부터는 그들이 역량을 펼쳐볼 때입니다.
조각용 끌, 조각도, 푸셔 같은 마스터 젬세터의 도구는 기술을 발휘하기 위한 필수적인 수단이다
마스터 젬세터는 빛의 장인답게 손끝으로 환상적인 빛의 세계를 만들어 냅니다. 젬세팅이라 하면 보석을 시계의 어떤 위치에 끼우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리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보석이 머금은 본연의 빛을 펼쳐내기 위해 적합한 세팅 기술을 선택해야 하며, 자유롭게 구사하기까지 기술의 연마가 필요합니다. 기술과 도구, 완벽한 재료를 갖춘 마스터 젬세터는 바쉐론 콘스탄틴에 쌓인 아카이브, 본인의 독창성과 손재주를 이용해 형형색색의 보석을 빛에 물들입니다. 우리 눈에는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을지 모르지만 마스터 젬세터의 세계에서는 지문과도 같은 개성이 녹아 들어 있습니다. 메티에 다르의 다른 한 축을 받드는 인그레이빙 장인들이 어떤 인그레이빙을 보고 단번에 누구의 작품인 것을 알 수 있듯, 마스터 젬세터의 세계에서도 개성과 고유한 스타일을 발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젬세팅이 선사하는 빛의 세계는 그 기법을 알고 보면 더욱 아름답게 보이며 또한 흥미롭습니다. 젬세팅에는 무브먼트의 피니싱 기술처럼 통용되는 기술이 있으며, 시계는 물론 주얼리에서 더욱 널리 통용됩니다. 젬세팅은 접착제나 용접을 이용해 보석을 부착하지 않습니다. 보통 시계의 케이스나 브레이슬릿에 홈을 내 자리를 만들고 이를 보석에 맞춰 조정합니다. 세팅할 보석은 균일한 사이즈를 선별하지만 아주 미세한 오차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 때문에 가장 적합한 사이즈를 찾아 맞춰보는 반복적인 작업이 필요합니다. 가장 적합한 보석을 찾아 홈에 끼워 넣을 때 적절한 힘을 사용해야 하며, 이웃하는 보석과의 높이, 간격과 각도도 고려해야 합니다. 보석의 자리를 결정한 후에는 완벽한 세팅을 위해 다시 미세하게 파내고 맞춰보는 반복적인 작업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도 마스터 젬세터가 원하는 아름다움을 위해 다양한 젬세팅 기법을 적절하게 선택하고 활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 주요 젬세팅 기법
보석을 안전하게 고정하고 아름다움을 발산하기 위한 다양한 젬세팅이 확립되어 있습니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시계에 활용한 젬세팅 기법을 통해 아름다움의 세계를 소개합니다.
- Ref. 10353
- Ref. 11446
프롱(Prong) 세팅
얇고 기다란 금속 막대를 이용해 보석을 고정하는 기법입니다. 시계의 케이스 소재에 따라 프롱의 소재도 달라지며, 마치 집게와 같은 형태로 프롱을 구부려 고정합니다. 커다란 다이아몬드를 프롱으로 고정한 결혼반지의 예시와 같이 쉽게 볼 수 있는 젬세팅 기법입니다. 프롱은 보석의 형태, 크기에 따라 사용하는 개수가 달라집니다. 1948년에 완성한 Ref. 10353을 보면 프롱 기법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나뭇잎 모양으로 가공한 보석을 세 개의 프롱으로 고정해 생동감을 드러냅니다. 1964년에 완성한 Ref. 11446은 다이얼 주변을 장식한 다이아몬드를 네 개의 프롱으로 잡아 줍니다. 얇고 가는 프롱은 보석의 면을 최대한 가리지 않고 확보함으로써 광채를 더욱 빛나게 합니다.
- 캐비노티에 미닛 리피터 투르비용 스카이 차트 레오 주얼리
베젤(Bezel) 세팅
베젤 세팅은 마치 시계의 베젤과 비슷하게 보입니다. 보석을 감싸듯 고정하며 젬 세팅 기법 중에서는 가장 오래되었고 견고하며 안전합니다. 또한 비정형적인 형태의 보석을 세팅하기에도 유리합니다. 카보숑이나 돔 형태의 보석과 조합이 기본이며 기법의 특성상 보석을 가리는 부분이 생기지만 베젤 자체를 디자인으로 활용하기도 하고, 보석의 테두리(Girdle)를 노출하는 변형을 통해 안정적으로 보석을 세팅하면서도 적절히 노출하기 위한 타협점을 찾기도 합니다. 베젤 세팅의 예는 캐비노티에 미닛 리피터 투르비용 스카이 차트 레오 주얼리의 베젤과 크라운 부분입니다. 사자의 위엄과 남성성을 푸른색 사파이어의 베젤 세팅으로 표현했습니다.
- 트래디셔널 투르비용 주얼리 워치
레일(Rail) 세팅
흔히 채널(Channel) 세팅이라고 부르는 기법으로 시계의 다이얼에서 눈에 띄곤 합니다. 금속 소재의 레일 사이에 보석을 줄지어 세팅하는 기법입니다. 스톤 커팅에 있어 라운드, 타원형, 사각형, 바게트 컷 같이 형태에 따른 제약이 적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트래디셔널 투르비용 주얼리 워치를 보면 다이얼에서 세 개의 레일을 이용해 형태가 다른 다이아몬드를 세팅해 변화를 주고자 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킹 칼라 (1990년)
파베(Pave) 세팅
레일 세팅에서 살펴본 트레디셔녈 투르비용 주얼리 워치는 레일 세팅 외에도 파베 세팅을 병행했습니다. 베젤과 러그, 다이얼 중앙부의 다아이몬드는 파베 세팅으로 고정했습니다. 같은 사이즈의 보석을 세팅하기에 적합한 기법입니다. 마스터 젬세터는 베이스가 되는 금속에 홈을 내고 보석을 고정한 후, 금속 비즈로 고정합니다. 혹은 베이스 금속의 면적이 작을 때는 홈을 내면서 비즈 역할의 부분까지 미리 가공하기도 합니다. 파베 세팅의 좋은 예로는 192개의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킹 칼라(King Kalla)의 베젤을 들 수 있습니다.
- 트래디셔널 문페이즈
스노우(Snow) 세팅
8시와 9시 방향 사이에 배치한 문 페이즈와 10시와 11시 방향에 걸친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를 지닌 트래디셔널 문페이즈는 스노우 세팅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다이얼을 드러냅니다. 다이아몬드의 지름이 0.7~1.5mm 사이, 열 종의 각기 다른 지름의 다이아몬드를 세팅하기 위해서는 스노우 세팅이 가장 적합합니다. 스노우 세팅은 마이크론(백 만분의 1미터) 단위까지 다뤄야 할 만큼 극도로 미세한 차이를 인지하고 보석을 선별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장 까다로운 젬세팅 기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말테 레귤레이터 투르비용 하이 주얼리 워치
인비저블(Invisible) 세팅
1930년대 두 개의 특허를 획득한 세팅 기법으로 보석 외에는 고정하는 프롱이나 비즈가 드러나지 않아 미스테리(Mystery) 세팅이라고도 부르는 기법입니다. 레일 세팅과 다소 유사하나 레일 테두리 하단의 측면에 보석을 끼울 수 있도록 가공을 합니다. 이것은 소수의 젬세터만이 구현할 수 있으며, 고정부위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신비로움을 연출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표면에서는 보석만 드러나기 때문에 매끄러운 흐름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말테 레귤레이터 투르비용 하이 주얼리 워치의 케이스를 보면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가 마치 케이스의 일부인 듯 매끄럽게 이어지는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 주요 워치 셀렉션
바쉐론 콘스탄틴의 역사, 시계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은 젬세팅 워치를 소개 합니다.
- 1812년 제작된 여성용 쿼터 리피터 포켓 워치
바쉐론 콘스탄틴의 프라이빗 컬렉션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모델입니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이 시기에 시계 기술과 동등한 수준의 젬세팅 워치를 제작하고자 했습니다. 케이스를 두르고 있는 진주의 세팅이 돋보이는 모델로 백색의 진주가 옐로 골드 케이스와 대비를 이뤄 인상적입니다. 진주 세팅은 다이얼의 기요셰 장식, 케이스 백의 인그레이빙과 어우러집니다.
- 1979년 제작된 칼리스타
그리스어로 ‘최상의 아름다움’을 뜻하는 칼리스타(Kallista). 칼리스타 손목시계는 프랑스의 추상화가 레이몬드 모레티(Raymond Moretti)와의 프로젝트로 선보인 모델입니다. 골드 잉곳을 조각해 총 130캐럿, 118개의 에메랄드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작품입니다. 당시 가장 비싼 가격표를 달았던 모델로 알려집니다. 칼리스타를 의뢰한 커플은 파베 세팅한 케이스 백에 아플리케로 재현되어 있기도 합니다.
- 2010년 레이디 칼라 플레임
2009년 칼리스타 출시 30주년을 기념해 총 170캐럿, 186개의 다이아몬드를 세팅해 세계 신기록을 세운 칼리나(Kallinia) 워치를 선보였으며, 이듬해 새로운 다이아몬드 커팅 기법인 플레임 컷을 도입한 레이디 칼라 플레임(Lady Kalla Flame)를 선보입니다. 당시 바쉐론 콘스탄틴만이 구현할 수 있던 플레임 컷은 20년 동안 새로운 커팅 기법을 승인하지 않았던 미국 보석감정 연구소(Gemological Institute of America, GIA)의 공식 승인을 받으며 하나의 커팅 기법으로 통용되기에 이릅니다. 촛불의 불꽃이 타오르는 듯한 역동감을 드러내는 플레임 컷 다이아몬드는 레이디 칼라 플레임을 통해 시계 젬세팅 워치에서는 드문 동적인 감각을 전달합니다.
- 2022년 제작된 캐비노티에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바쿠스
캐비노티에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바쿠스의 케이스 측면은 정교하게 인그레이빙한 나뭇잎과 루비로 피어난 포도송이가 어우러집니다. 인그레이빙 장인과 마스터 젬세터의 협업으로 완성한 이 케이스는 바쉐론 콘스탄인의 메티에 다르 세계를 확인할 수 있는 훌륭한 예시입니다. 두 분야의 장인이 교대 작업으로 완성된 이것은 마치 이인삼각과도 같은 완벽한 호흡을 통해 시계 케이스에 탐스러운 포도 넝쿨을 피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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