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가 크로노메트리 발전사
- 스피드마스터 수퍼 레이싱
타임포럼은 오메가(Omega)의 신작 스피드마스터 수퍼 레이싱(Speedmaster Super Racing) 기사를 통해 스파이럿(Spirate™) 시스템을 소개해 드린 바 있습니다(기사 보러 가기). 오메가가 개발한 미세 조정 메커니즘인 스파이럿 시스템은 기존의 통념을 뒤집는 완전히 새로운 접근법을 보여줬습니다. 오메가는 압도적인 정확성과 내자성능에 스파이럿 시스템까지 더해 고급 시계의 기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습니다. 무엇보다 크로노메트리(Chronometry, 시간 측정)의 영역에서 쟁쟁한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저만치 앞서나갔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정확한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시대에 오메가는 여전히 시계 본연의 가치인 크로노메트리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과거에나 유효했던 철 지난 화법을 21세기에도 구사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역설에 대해 오메가 CEO 레이날드 애슐리만은 “크로노메트리에 대한 열정은 브랜드의 비전이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기계식 시계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을 향해 쉼 없이 달려온 오메가는 스파이럿 시스템을 통해 그들의 도전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것을 알렸습니다.
- 최초의 컨스텔레이션 Ref. 2852. 케이스백의 메달리온은 제네바 천문대 크로노미터와 8번의 우승 및 신기록을 상징하는 별로 장식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오메가가 걸어온 그간의 길고도 험난했던 크로노메트리 여정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그래야만 스피드마스터 수퍼 레이싱과 스파이럿 시스템의 탄생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크로노메트리를 향한 오메가의 집념은 이미 브랜드 설립과 함께 발아했으나 그것이 화려하게 개화한 것은 20세기 중반입니다. 당시 오메가는 천문대 크로노미터 경연대회를 휩쓸며 가장 정확한 시계를 만드는 브랜드로 명성을 떨쳤습니다. 놀라운 점은 오메가가 스위스의 제네바와 뉴샤텔을 비롯해 영국의 큐-테딩턴(Kew-Teddington) 천문대 크로노미터 모두를 석권했다는 것입니다(주 : 1919년부터 1971년까지 제네바, 뉴사텔, 큐-테딩턴 천문대 크로노미터에서 93번의 우승과 72번의 신기록을 달성). 경연 대회에 참가한 대부분이 주로 어느 한쪽에서만 활약한 반면 오메가는 세 지역을 넘나들며 맹위를 떨친 거의 유일한 브랜드였습니다. 당시 오메가가 제작한 30mm 칼리버(파인 튜닝한 고급형에 한정)는 지금도 애호가들 사이에서 수집 대상으로 꼽힙니다.
- (오른쪽)1세대 코-액시얼 이스케이프먼트와 (왼쪽)스위스 레버 이스케이프먼트
- 2세대 코-액시얼 이스케이프먼트
- 최신 코-액시얼 이스케이프먼트
밀레니엄을 1년 앞둔 1999년 오메가 크로노메트리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사건이 일어납니다. 독립 시계 제작자들의 우상으로 여겨지는 조지 다니엘스(George Daniels)로부터 비기를 전수받은 겁니다. 바로 오늘날 오메가 무브먼트의 심장을 책임지고 있는 코-액시얼 이스케이프먼트(Co-axial Escapement)입니다. 코-액시얼 이스케이프먼트는 1755년 토마스 머지(Thomas Mudge)가 개발한 이래 지금까지 대부분의 기계식 시계가 채용하고 있는 레버 이스케이프먼트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메커니즘입니다. 팰릿 포크와 이스케이프 휠의 접촉면을 줄여 마찰과 마모의 문제를 해결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경화하여 시계의 정확성에 악영향을 끼치는 윤활유의 사용을 제한해 등시성을 향상시키는 것이 코-액시얼 이스케이프먼트가 지향하는 목표였습니다. 이를 위해 팰릿 포크와 롤러에 주얼을 하나씩 더 설치하는 한편 이스케이프먼트 부품의 디자인을 변경했습니다.
- 최초의 코-액시얼 칼리버 2500을 탑재한 드 빌 코-액시얼 이스케이프먼트 리미티드 에디션
ETA2892를 개량한 최초의 코-액시얼 칼리버 2500(1세대 코-액시얼 이스케이프먼트)은 출시 이후 몇몇 기술적 결함이 발견되는 등 부침을 겪었습니다. 스위스 레버 이스케이프먼트의 헤게모니에 도전한 대가였습니다. 이런 역경에도 불구하고 오메가는 코-액시얼 이스케이프먼트를 지속적으로 개량하여 마침내 2007년 코-액시얼 이스케이프먼트를 사용한 최초의 인하우스 무브먼트 칼리버 8500(2세대 코-액시얼 이스케이프먼트)을 출시했습니다. 현재 모든 오메가의 기계식 시계에 코-액시얼 무브먼트가 탑재될 만큼 코-액시얼 이스케이프먼트는 오메가 워치메이킹에서 없어서는 안될 핵심 기술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리고 오메가는 코-액시얼 이스케이프먼트를 발판으로 삼아 크로노메트리 연구에 박차를 가합니다.
- 실리콘 웨이퍼 한 장에 담긴 대량의 Si14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
코-액시얼 이스케이프먼트 다음으로 오메가가 눈을 돌린 것은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입니다. 오메가의 모기업인 스와치 그룹은 2000년대초부터 CSEM(Centre Suisse d’Electronique et de Microtechnique)과 공동으로 실리콘 부품 연구에 투신했고, 그 결과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 사용에 대한 권리를 획득했습니다. 그리고 오메가는 자연스럽게 신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수혜를 입었습니다. 2008년 오메가는 Si14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 소개하며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습니다. DRIE(Deep Reactive Ion Etching) 공법을 이용해 실리콘 웨이퍼로 제작하는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은 금속 합금으로 만든 니바록스 밸런스 스프링이 가진 치명적 단점을 극복했습니다. 예를 들면,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은 온도 변화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강력한 내자성능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각도에서도 거의 일정하게 수축과 이완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형태를 가공하여 우수한 등시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금속제 밸런스 스프링이 가지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워치메이커들은 예로부터 투르비용, 바이 메탈 밸런스 휠, 오버 코일 밸런스 스프링 등을 개발했으나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은 이런 장치나 해법을 사실상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릴 만큼 우월한 성능을 갖췄습니다. 오메가는 애뉴얼 캘린더와 여성용 모델에 시험적으로 Si14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점차 그 범위를 넓혀갔습니다. Si14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의 등장은 이어질 오메가 크로노메트리 발전을 논하는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됩니다.
-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 > 15,000 가우스
- 자기장의 영향을 받지 않는 코-액시얼 이스케이프먼트의 임펄스 휠
2013년 1월 제네바에서 신작 발표회를 개최한 오메가는 이 자리에서 15,000 가우스의 자기장에도 끄떡없는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 > 15,000 가우스(Seamaster Aqua Terra > 15,000 Gauss)를 공개해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이 시계에 들어간 코-액시얼 칼리버 8508(3세대 코-액시얼 이스케이프먼트)의 내자성능을 한계까지 몰아붙이기 위해 오메가는 몇 가지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우선, 비정질의 리퀴드 메탈로 쇼크 업소버 니바쇼크(Nivachoc)를 제작했고, 밸런스 휠을 비롯해 밸런스 휠의 피봇과 스태프의 소재를 자체 개발한 니바가우스™(Nivagauss™)로 대체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코-액시얼 이스케이프먼트의 임펄스 휠(Impulse Wheel)의 소재를 스틸에서 내자성 물질로 변경했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표면에 니켈-인(nickel phosphorus, NiP) 코팅과 골드 도금을 병행하여 자성이 침투할 수 있는 여지를 원천 봉쇄했습니다. 끝으로 오메가는 기하학적인 형태의 미세 부품을 가공할 수 있으며, 소재 활용 측면에서 보다 자유로운 LIGA 공법을 도입해 코-액시얼 이스케이프먼트를 제작하기에 이릅니다. 오메가는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 > 15,000 가우스로 기계식 시계의 가장 위협적인 적 가운데 하나인 자성을 완전히 극복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수백 년 동안 이어진 지난한 싸움에서 완벽한 승리를 쟁취한 겁니다.
최적화된 코-액시얼 이스케이프먼트와 Si14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을 비롯한 내자성 부품에 최신 가공 기술까지 확보한 오메가의 다음 목표는 크로노메트리를 객관적인 수치로 정량화한 제도를 마련하는 일이었습니다. 스위스에는 COSC라고 하는 공식 크로노미터 인증 제도가 있습니다. 하지만 무브먼트만을 대상으로 하는 COSC는 완제품의 성능은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계가 뚜렷합니다. 시계를 구입한 사용자가 실생활에서 경험하는 오차 및 성능과는 괴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COSC는 정확성만을 따질 뿐 내자성능이나 파워리저브 같은 요소는 배제하기 때문에 시계의 종합적인 성능을 가늠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합니다. 앞서 언급한 여러 기술적 성취들로 말미암아 자신감을 얻은 오메가는 2014년 마스터 크로노미터(Master Chronometer)라는 새로운 시계 품질 인증 제도 도입을 추진합니다.
- 최초로 마스터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은 글로브마스터
스위스 계측학 연방학회(METAS)가 주관하는 마스터 크로노미터는 다양한 항목에서 시계를 검사합니다. 마스터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총 283개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먼저, 조립이 끝난 무브먼트를 COSC 검사소로 보내 COSC 인증을 받습니다. COSC 인증을 획득한 무브먼트는 다시 오메가 매뉴팩처(주 : 마스터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으려는 브랜드는 자사 시설 내에 METAS 연구원이 시계를 테스트할 수 있는 공간을 별도로 설치해야 함)로 돌아온 뒤 10일 동안 8가지의 엄격한 검사에 돌입합니다. 정확성(하루 오차 0~+5초. 무브먼트 크기에 따라 차등 적용), 내자성능(15,000 가우스의 자기장에 노출), 파워리저브, 등시성, 방수 등 다양한 항목에서 정해진 기준을 통과한 시계에게는 마스터 크로노미터 인증이 부여되고, 5년의 품질 보증 기간이 주어집니다. 마스터 크로노미터 인증을 통해 크로노메트리 연구의 가시적 성과를 보여준 오메가는 인증 대상 범위를 전 제품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그 계획은 불과 7년만에 현실이 됩니다.
마스터 크로노미터로 피날레를 장식한 줄 알았던 오메가의 도전은 2023년 1월 스파이럿(Spirate™) 시스템의 등장으로 재점화됩니다. 미세 조정 메커니즘인 스파이럿 시스템은 단순히 새로운 Si14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을 의미하는 것도, 오차 조정 방식의 변화만을 뜻하는 것도 아닙니다. 스파이럿 시스템은 통합된 구조의 레귤레이팅 기관 전체를 지칭하며 오메가 크로노메트리 역사의 분기점이 될 중요한 발명입니다. 오메가 프로덕트 부사장 그레고리 키슬링(Gregory Kissling)은 스파이럿 시스템 연구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새로운 미세 조정 방식에 대해 처음 논의한 건 10년 전이며, 스파이럿 시스템 개발에만 3년이 걸렸다. 긴 시간 동안 오메가는 정확성과 안정성 등을 고려해 다방면으로 방법을 강구했으며, 스파이럿 시스템은 수많은 아이디어 중에서 도출한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이었다. 가장 큰 과제는 진동수, 밸런스 스프링의 탄성, 밸런스 휠의 관성 모멘트간의 함수 관계를 정립하는 것이었다. Si14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을 만드는 것도 난제였다. 우리는 오랜 연구 끝에 최적의 기하학적 디자인을 찾아냈다.”
- 완전히 분해한 스파이럿 시스템
시계의 오차를 조정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레귤레이터 방식입니다. 밸런스 콕 혹은 브리지 위에 놓인 인덱스를 움직여 밸런스 스프링의 유효 길이를 조절합니다. 에타크론이나 스완넥 레귤레이터가 대표적입니다. 레귤레이터 방식은 보기에는 좋지만 충격에 약하고, 오차 조정의 범위가 넓어 미세 조정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높은 진동수와는 잘 맞지 않으며, 등시성 측면에서도 최고의 결과를 얻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밸런스 스프링의 움직임을 제한하기 때문에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과는 궁합이 좋지 않습니다. 다른 하나는 프리스프렁 방식입니다. 밸런스 스프링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보장하는 프리스프렁 방식은 밸런스 휠에 설치한 웨이트나 나사를 돌려가며 오차를 조정합니다(주 : 오메가는 웨이트 대신 14K 골드 스크루를 사용). 나사를 밸런스 휠 바깥쪽으로 향하도록 조이면 밸런스 휠의 관성 모멘트가 늘어나 시간이 느리게 가고, 반대로 나사를 밸런스 휠 안쪽으로 오도록 풀면 밸런스 휠의 관성 모멘트가 줄어 시간이 빠르게 갑니다. 프리스프렁 방식은 인덱스가 없기 때문에 외부 충격에 덜 민감하고 밸런스 스프링의 움직임에 주는 영향이 적습니다. 덕분에 등시성 측면에서도 레귤레이터 방식보다 우월합니다. 이런 이유로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과 연계해 사용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물론 프리스프렁에도 단점은 존재합니다. 조정을 위해서는 밸런스 휠을 건드려야 하는데 이때 간혹 밸런스 휠의 불균형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숙련된 기술자와 특수한 공구가 필요하며, 오차 조정에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 새로운 Si14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
이에 오메가는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의 탄성을 조절하는 획기적인 스파이럿 시스템을 고안했습니다.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과 나사가 박힌 밸런스 휠을 사용하는 점에서 프리스프렁과 유사하지만 밸런스 스프링의 움직임을 직접 제한하는 점과 일종의 인덱스(그래듀에이티드 튜너)를 사용한다는 점에서는 레귤레이터 방식과 비슷합니다. 다시 말해, 스파이럿 시스템은 레귤레이터 방식과 프리스프렁 방식의 장점은 취하되 단점은 제거한 절충안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을 건드리면 자칫 파손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오메가는 Si14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을 새롭게 디자인해야 했습니다. 기하학적 형태를 지닌 Si14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의 특허권은 스와치 그룹의 자회사인 니바록스(Nivarox-FAR)가 가지고 있습니다. 개발은 니바록스와 자매회사인 아수랩(ASULAB)이 공동으로 맡았습니다. 생산은 뉴샤텔의 니바록스 공장에서 이루어집니다. Si14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은 실리콘 웨이퍼 공정에 쓰이는 DRIE 공법으로 제작됩니다. DRIE 공법을 이용하면 복잡한 구조의 부품도 간단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 오차 조정을 담당하는 그래듀에이티드 튜너(Graduated Tuner)
- 스파이럿 시스템 모형
- 스네일 레귤레이터로 오차를 조정하는 DDR 등급의 회중 시계용 무브먼트
새로운 Si14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은 끝이 두 갈래로 나뉘어 있습니다. 한쪽은 밸런스 브리지의 스터드와, 다른 한쪽은 오차 조정을 위한 그래듀에이티드 튜너(Graduated Tuner)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듀에이티드 튜너는 오메가의 회중 시계용 무브먼트에 쓰인 스네일 레귤레이터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달팽이처럼 생긴 스네일 레귤레이터는 오메가의 회중 시계용 무브먼트 중에서도 DDR 등급을 받은 최상위 무브먼트에만 한정적으로 사용됐습니다. 오차를 조정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끝 부분이 별처럼 생긴 전용 도구를 그래듀에이티드 튜너에 끼운 뒤 돌립니다. 그래듀에이티드 튜너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리면 스터드도 (+)방향으로 이동합니다. 이때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의 탄성은 강해지고 오차를 빠르게 조정할 수 있습니다. 그래듀에이티드 튜너를 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스터드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의 탄성은 줄어들어 오차를 느리게 조정할 수 있습니다.
스파이럿 시스템의 오차 조정 범위는 -5~+5초로 총 10초입니다. 코-액시얼 무브먼트의 뛰어난 정확성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수준입니다. 그래듀에이티드 튜너에는 총 100개의 눈금이 새겨져 있습니다. 눈금 하나당 하루 오차를 0.1초씩 미세하게 조정할 수 있습니다. 보통의 프리스프렁 방식과 비교하면 스파이럿 시스템은 오차 조정 범위도 좁고 보다 정교하게 오차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 밸런스 휠 좌우 회전 운동의 차이를 의미하는 비트 에러(Beat Error) 조정도 색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래듀에이티드 튜너 맞은편에 위치한 나사를 푼 뒤 스파이럿 시스템을 통째로 회전시켜 비트 에러를 조정하고 다시 나사를 잠그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스파이럿 시스템의 장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는 스파이럿 시스템과 밸런스 휠을 모두 사용해 역동적인 조정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눈금이 있어서 조정을 정확하게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세 번째는 미세한 조정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네 번째는 구조가 복잡하지 않다는 겁니다. 다섯 번째는 누구나 전용 도구만 있으면 쉽게 조정할 수 있다는 겁니다(주 : 오메가에 의하면 부티크에서도 간단한 조정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여섯 번째는 밸런스 휠의 웨이트나 나사를 건드리면서 발생할 수 있는 불균형(Imbalance) 문제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일곱 번째는 밸런스 휠이나 관련 부품을 건드리지 않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겁니다.
- 코-액시얼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9920
스파이럿 시스템을 장착한 코-액시얼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9920의 하루 오차는 마스터 크로노미터의 기준인 하루 오차 0~+5초를 훨씬 상회하는 0~+2초입니다. 놀라운 사실은 이게 무브먼트를 케이스에 조립했을 때의 오차라는 겁니다. 순수하게 칼리버 9920만을 테스트할 경우 하루 오차는 불과 0~+1초입니다.
긴 세월 동안 오메가는 크로노메트리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웠습니다. 최고의 정확성을 겨루는 천문대 크로노미터 경연대회를 휩쓸었고, 코-액시얼 이스케이프먼트를 받아들여 갈고 닦았습니다.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으로 기계식 시계의 성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더니 급기야는 스파이럿 시스템으로 크로노메트리의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시대가 바뀌고 추구하는 가치도 달라졌지만 오메가는 언제나 시계의 본질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던져왔습니다. 스파이럿 시스템은 그 물음에 대한 답입니다. 여기에는 크로노메트리를 향한 오메가의 진심 어린 열정과 그 동안의 역사가 녹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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