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SS BRAND
2012년 독립시계제작자
쥬른(F.P. Journe)은
그들의 스포츠 라인을 출시하면서
‘럭셔리 스포츠 워치’를 정의했는데
그는 ‘럭셔리 스포츠 워치’를 ‘wearable’한
시계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럭셔리 스포츠 워치'는
크고 튼튼하며 존재감 있는 시계가 아니라
‘얇고 가벼워 착용하기 좋은 시계’가
럭셔리 스포츠 워치라는 말입니다.
어쩌면 불가리는 쥬른의 이 정의를
매우 잘 적용하고 있는 브랜드일지 모릅니다.
옥토 피니씨모 라인으로 얇고 가벼워 착용하기
좋은 '럭셔리 스포츠 워치'를 만들어 냈기 때문입니다.
< 출처 : ACM >
위 모델은 쥬른의 첫 번째 스포츠 모델인
옥타 스포츠입니다.
옥타 스포츠는 여러 가지 면에서
업계의 큰 주목을 받았는데
그중 가장 놀라운 것은 브레이슬릿 포함의
무게가 53g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 모델의 케이스 재질이
'알루미늄' 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알루미늄 케이스를 본격적으로
스포츠 워치에 선보인 것은
바로 불가리입니다.
그것도 20세기 말인 1998년에 말이죠.
옥토 피니씨모 라인이
쥬른이 생각하는 럭셔리 스포츠 워치의
정의에 맞는 모델이라고 한다면
어쩌면 쥬른은 불가리의 알루미늄 워치를 보며
스포츠 워치의 본질에 대해
힌트를 얻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굳이 쥬른의 정의를 가져오지 않더라도
많은 시계들을 경험하고 있는 저도
스포츠 워치는 가볍고 웨어러블한 시계일 때
그 진가가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알루미늄 워치가 럭셔리함은 조금 부족할지 몰라도
알루미늄이라는 조금 독특한 소재의 이 시계는
옥토 피니씨모 라인과 함께
스포츠 워치의 본질에 좀 더 가까이 접근한 시계입니다.
그럼 알루미늄 워치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ㅎㅎ
" 개선된 점 "
1998년 처음 출시된 알루미늄 워치는
2020년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습니다.
사실 외형은 거의 바뀌지 않아
어떤 부분이 개선되었고
어떤 부분이 강조되었는지 바로 와닿지 않지만
실제로 불가리는 디테일한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마침 구형 알루미늄 워치(크로노)를
갖고 있는 지인이 있어
신형 제품 리뷰를 할 때 함께 빌려
신구형의 차이점을 찾아보았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이즈입니다.
위 사진에서 가운데 구형 알루미늄 워치는
38mm의 사이즈를 갖고 있습니다.
새로 나온 신형들은 모두 40mm입니다.
다이얼, 베젤, 케이스 모두
아주 미세하게 커졌습니다.
미세한 차이지만 38mm는 스포츠 워치로
약간 작은 듯한 느낌이 들지만
40mm는 현대적인 감각으로 크지 않고
작지 않은 밸런스 좋은 크기로 느껴집니다.
16.5cm 손목 둘레의 제 손목에
러그 투 러그가 약간 남을 정도의
사이즈를 가진 스포츠 워치가 되었습니다.
두 번째로 개선된 부분은
소재에 대한 부분입니다.
알루미늄과 러버가 개선되었습니다!
사실 알루미늄이라는 소재가 장점이 많지만
스틸에 비해 내구성이 약한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쥬른의 옥타 스포츠도
2년 만에 티타늄으로 소재를 바뀌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불가리는 이 두 번째 세대의 알루미늄 워치에서
소재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소재를 강화하는 방법을 선택합니다.
소재를 잘 다루는 불가리 다운 선택이죠!
그들은 새로운 알루미늄 워치에
애노다이징(anodizing)처리한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하여
표면 내구성을 크게 개선하였습니다!
스틸과 동일한 내구성을 지녔다고 할 순 없지만,
기존 알루미늄 워치에 비해
일상생활에서의 스크래치 및 외부 충격에 대한 강도가
3배 정도 강화되었다고 하네요.
러버 또한 개선이 되었습니다.
알루미늄 워치의 경우
오직 러버 밴드만 사용이 가능하기에
러버 밴드가 매우 중요한데
러버의 경우 과거에는 HNBR 러버 타입을 사용했는데
이를 FKM 러버로 변경했다고 하네요.
보다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내구성 좋은 화학적 요소를 겸비한
러버로 업그레이드하였습니다.
1세대 워치에 사용한 HNBR 러버는
시간이 지날수록 매트한 느낌이 덜 해지는데
2세대에 적용한 FKM 러버는
그 느낌도 훨씬 덜 하다고 하네요.
사실 오랜 기간에 걸쳐 확인을 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제가 구형과 신형을 비교해보니
구형은 러버의 느낌은 그대로이지만
약간 경화된 느낌과 함께 매트한 느낌이 사라졌습니다.
이런 부분을 알고 개선하려고 노력한
불가리에 박수를 보냅니다.
세 번째 개선 사항은 방수입니다.
구형 알루미늄이 기본 방수 정도가 가능했다면
신형은 100미터(10 ATM) 방수가 가능한
수준으로 개선되었습니다.
스크루 다운 방식이 아닌 푸시 타입이긴 하지만
적어도 물에 안심하고 들어갈 정도로
개선을 시킨 것이죠.
다른 용도의 시계는 몰라도
스포츠 워치의 미덕은 방수입니다.
현대인이 얼마나 깊은 물속에 들어가겠냐마는
심리적으로 방수 100미터는
스포츠 워치를 선택할 때 유저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고
실제로도 물놀이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요소입니다.
" 가볍고 편한 시계 "
이렇게 개선된 알루미늄 워치의 진가는
스포츠 워치의 본질에 가까운
가볍고 편한 시계라는데에 있습니다.
실제로 착용해보면 무게감이 적당히 느껴지는
가벼운 시계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데이트 기본 모델의 경우 71g,
크로노그래프의 경우 77.7g입니다.
이는 부담 없이 손목에 올려
편하게 착용하기 딱 좋은 무게이고
너무 가볍지도 않아
장난감스러운 느낌도 배제하였습니다.
(옥토 피니씨모 티타늄이나
쥬른 옥타 스포츠 알루미늄은
너무 가벼워 장난감 같은 느낌이 살짝 납니다.)
저도 여러 시계를 차 보았지만
스포츠 시계로 편한 스트랩은
러버 스트랩입니다.
브레이슬릿보다 가볍고 탄성 있는 재질이
손목을 잘 감싸줍니다.
또한 스크래치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으며
물을 접할 때에도 전혀 문제가 없죠.
이는 러버 스트랩만의 큰 매력이고
그래서 스포츠 워치에 러버는
이상적인 조합입니다.
그런데 불가리 알루미늄은 여기서
한 걸음을 더 나아갑니다.
바로 아이코닉 한 관절 부분이죠!
마치 생물체 같죠? ㅎㅎ
러그 부분의 큰 관절과
러버 스트랩에 작은 관절들이 있어서
필요한 대로 각도를 주면 꺾입니다.
위에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러그의 관절 부분도 개선이 되어
구형 모델보다 미세하게 더 꺾여
관절 가동 범위가 커졌습니다.
이러한 알루미늄 워치 고유의 러버 스트랩은
아이덴티티를 부여함과 동시에
착용하는 유저들에게 매우 편안함을 줍니다.
다른 하나의 부가적인 효과는
러그와 러버의 관절로 인해
손목이 두꺼운 사람이든, 얇은 사람이든
이 시계를 핏하게 착용할 수 있고
적당한 크기로 보이게 한다는 점입니다.
이건 말로 표현이 좀 애매한데
40mm의 사이즈이지만
더 다양한 손목 사이즈에
어울리는 시계로의 변신이 가능합니다.
알루미늄 워치는
착용감의 주요한 요소인 두께도 잡았습니다.
데이트 모델은 9.4mm,
크로노는 11.1mm로 상당히 준수합니다.
이는 불가리에서 에타 2892를 베이스로 한
무브먼트를 수정하여 사용하였기 때문인데
저는 매우 적절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 좋은 가성비 "
시계 가격을 이야기할 때
가성비라는 말은 늘 민망하긴 하지만
최종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언제나 가성비입니다.
알루미늄 워치는 기본 모델, 크로노그래프 모델이
300만 원대에서 500만 원대에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는 불가리 워치로서는 매우 공격적인 전략이라 생각합니다.
이 정도 스펙과 기능,
그리고 불가리라는 브랜드 밸류와
시계 자체의 아이덴티티라면
훨씬 더 높은 가격대 책정도 가능하지만
불가리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마치 옥토 피니씨모 라인이 럭셔리 스포츠 워치 중
매우 합리적인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요.
저도 이 가격대에
괜찮은 스포츠 워치 모델들을
한참 떠올려 보았으나
딱 떠오르는 모델이 없었습니다.
롤렉스 스포츠 워치들을 매장에서
구경도 하기 힘든 현 상황에서
독특하고 전천후로 사용할 수 있는
가볍고 편한
가성비 좋은 시계가
불가리 알루미늄입니다.
" 단점 "
그렇다고 단점이 없는 시계는 아닙니다.
뭐 그런 시계는 없겠죠 ㅎㅎ
우선 구형과의 외형적 차이가 없다는 점은
아이덴티티를 지킬 수는 있지만
차별적 요소가 없어 신형 유저들에겐
마이너스이기도 합니다.
뭔가 새로운 시계라는 느낌이 덜하죠.
또한 러버 베젤과 러버 스트랩은
태생적으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저해합니다.
이는 컨셉과 가격대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한데
그래도 캐주얼하면서 고급스러움을 원하는
젊은 세대에 약간은 아쉬운 요소입니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아쉬움인데
애호가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줄질이 불가하다는 점은 단점입니다.
브레이슬릿 모델들도 탈거하고
스트랩을 채우면 다른 시계로 변하고
가죽 스트랩도 재질과 색상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데
불가리 알루미늄은 그런 재미는 누릴 수 없습니다.
지난 10월 즈음 감사히도 불가리 코리아에서
일주일을 편하게 차고 다닐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셔서 최대한 실착을 많이 했습니다.
제가 리뷰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죠.
(아 물론 제 리뷰는 원고료 등
댓가 없이 제가 좋아서 작성한 것임을 밝힙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가볍고 편한 시계라는 말이
정말 맞습니다.
착용을 해보니 다양한 복장에 두루 어울리고
어떤 상황이든 경쾌하게 시계를 착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시계가 노틸러스와 로얄오크와 같은
럭셔리 스포츠 워치가 주는 감성을 준다고
이야기하지는 못하겠지만...(우선 체급차가 심하죠!)
알루미늄 워치 특유의 아이덴티티가
그대로 살아있고
적당한 스펙과 성능을 갖추고 있어
외적으로 내적으로 모두 평균 이상의 만족감을 줍니다.
불가리가 럭셔리 스포츠 워치에서는
옥토 피니씨모 라인을
스포츠 워치에서는
알루미늄을 잘 배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동영상 좋아하시는 분들은
타임포럼의 좋은 동영상 리뷰도
참고하시면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
- 페니 드림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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