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와치그룹 산하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시계 브랜드 외에도 여러 자회사들이 있습니다. 원천 기술과 전문성을 확보한 이들은 밸런스 스프링, 케이스, 브레이슬릿, 다이얼, 사파이어 크리스털 같은 개별 부품부터 에보슈 무브먼트에 이르기까지 시계를 만드는데 필요한 모든 재료를 공급합니다. 사실상 수직 통합 시스템을 갖춘 거나 마찬가지인데요. 기술력은 물론이고, 대량 생산을 통한 비용 절감으로 가격 경쟁력에서도 우위를 점했습니다. 이처럼 스와치그룹은 깊은 해자를 두르고 성벽을 높이 쌓은 것 마냥 경쟁자들의 도전을 허락하지 않으며 시계 제국의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수혜는 상대적으로 그룹 내 상위 브랜드보다는 중저가 브랜드들이 톡톡히 누리고 있습니다. 애호가는 물론이고 기계식 시계에 입문하는 고객까지 모두 아우르는 이들은 최근 수년간 매력적인 제품을 연이어 출시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오랫동안 고착된 이미지를 단숨에 뒤바꿔버릴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긴 시계도 있습니다. 미도(Mido)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는 오션 스타(Ocean Star)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오션 스타는 지중해와 대서양을 연결하는 지브롤터의 유로파 포인트 등대에서 영감을 얻은 다이버 워치 컬렉션입니다. 멀티포트와 커맨더가 스포티한 성격이 내재된 캐주얼한 워치에 가깝다면 오션 스타는 보다 순수하게 스포츠 워치를 지향합니다. 오션 스타라는 이름을 내건 모든 제품이 200m 이상의 방수 능력을 갖췄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레트로 디자인으로 흥행에 성공한 오션 스타 트리뷰트와 컬렉션의 기초를 다잡아 주는 오션 스타 200은 다이버 워치이면서도 중립적이고 단정한 외모를 지녔는데요. 올해에는 오션 스타 GMT(Ocean Star GMT)처럼 자유분방하고 스포티한 성격을 강화한 신작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오션 스타 GMT는 오션 스타 200에서 파생된 디자인이지만 훨씬 더 남성적이고 강인한 인상을 풍깁니다. 탄탄하고 다부진 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의 지름은 44mm, 두께는 13.28mm입니다. 눈에 보이는 면은 새틴 피니싱으로 은은한 결을 살렸고, 케이스와 러그를 비롯한 모서리는 살짝 경사를 주고 매끄럽게 폴리시드 처리해 단조롭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신경을 썼습니다.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는 양면에 무반사 코팅 처리했습니다. 방수는 200m로 실생활에서 착용하기에 차고 넘치는 수준이며, 물놀이나 수상 스포츠를 즐기는 데에도 무리가 없습니다. 브랜드 이름을 새긴 스크루 다운 방식의 크라운은 크라운 가드가 보호합니다. 크라운은 큼지막한 케이스에 어울릴 정도로 크기를 키웠습니다. 게다가 홈까지 새겨 다루기 수월합니다.
단방향 회전 베젤에 삽입한 인서트의 소재는 블루 세라믹입니다. 세라믹은 더 이상 특정 브랜드와 고급 시계의 전유물이 아닐만큼 익숙하지만 미도와 같은 미드로우 레인지 브랜드가 세라믹을 채택한 것은 분명 강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베젤 인서트에는 잠수 시간을 확인할 수 있도록 20분까지는 분 단위로, 그 이상은 5분 단위로 표기했습니다. 베젤은 120 클릭으로 1분에 두 칸씩 움직입니다. 조작할 때 미끄러지지 않도록 측면에 홈을 새기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좌우 유격이 약간 있지만 허용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제법 볼록하게 솟은 12시 방향의 원형 인덱스에는 슈퍼루미노바를 칠했습니다.
폴리시드 처리한 스크루 다운 케이스백에는 각종 정보와 함께 월드타임 인디케이터가 자리합니다. GMT라는 주제를 표현하는데 있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요소입니다. 다만, 타임존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시계를 푼 상태에서 로컬 타임을 기준으로 직접 시간을 계산해야 하므로 월드타이머와 동등한 직관성과 편의성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왼쪽)리뷰 모델과 (오른쪽)브레이슬릿 모델 비교. 야광 컬러에서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이얼 색은 매트한 블랙입니다. 베젤과 플랜지가 불러 일으키는 착시 때문인지 순간적으로 진한 군청색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파란색 다이얼로 단순하게 접근했다면 색의 대비와 입체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침과 분침은 동 컬렉션 내 대부분의 모델이 공유하는 디자인과 똑같습니다. 두꺼운 바늘의 절반은 절개했고, 나머지 절반에는 슈퍼루미노바를 도포했습니다. GMT 핸드와 초침은 파란색으로 강조했습니다. 사각형의 시 인덱스에도 슈퍼루미노바를 넉넉히 채워 넣었습니다. 초록색 슈퍼루미노바를 쓴 브레이슬릿 또는 콤비 모델과 달리 리뷰 모델은 바늘과 베젤 12시 방향 인덱스에는 초록색, 시 인덱스에는 파란색으로 발광하는 슈퍼루미노바를 분리해서 사용했습니다. 오직 어둠 속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이 모델만의 비밀입니다.
GMT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짝수 숫자를 새긴 두터운 플랜지는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와 다이얼 사이의 공간을 효과적으로 메우는 동시에 입체감을 선사합니다.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파란색으로, 오후 6시부터 오전 6시까지는 검은색으로 칠해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을 구분했습니다.
무브먼트는 ETA C07.661을 베이스로 한 셀프와인딩 미도 칼리버 80입니다. 시간과 날짜에 GMT 기능을 추가해 여행과 이동이 활발한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호응합니다. 3일을 훌쩍 상회하는 80시간으로 파워리저브를 늘리기 위해 시간당 진동수를 21,600vph(3Hz)로 감소시켰습니다. 스크루 다운 크라운을 푼 상태에서 돌리면 수동으로 와인딩을 할 수 있습니다. 크라운을 한 칸 뺀 상태에서는 시침을 한 시간씩 앞 뒤로 조작할 수 있습니다. 날짜만 따로 조작할 수 없기 때문에 시침을 움직여 바꾸는 수밖에 없습니다. 대신 날짜가 앞뒤로 넘어가기 때문에 크게 불편하지 않습니다. 날짜는 퀵 체인지 방식이 아닙니다. 오후 11시 20분 즈음부터 디스크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고, 자정을 넘어 새벽 1시 무렵에 완전히 넘어갑니다. 크라운 포지션 2에서는 바늘을 돌려 시간을 조작할 수 있습니다. GMT 핸드를 원하는 시간대(혹은 홈타임)에 먼저 위치시킨 뒤 크라운을 다시 포지션 1로 옮기고 시침을 조작해 로컬 타임을 설정하면 됩니다. GMT 핸드는 24시간을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에 시침과 달리 하루에 한 바퀴 회전합니다. 전체적인 조작감은 헐거운 느낌 없이 대체로 묵직합니다.
흰색 스티칭으로 장식한 파란색 패브릭 스트랩은 브레이슬릿보다 무게가 가벼워 손목에 덜 무리가 가고 물도 두렵지 않습니다. 파란색이라는 테마에도 부합하니 활동성과 스타일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촉감이 살짝 까슬까슬한 것을 고려해 안쪽에는 가죽을 얇게 잘라 덧댔는데 덕분에 부드러운 착용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버클은 넓적한 핀으로 고정하는 단순한 방식입니다. 핀을 끼우기 위해 패브릭 스트랩 하단 중앙에는 구멍을 내고 가죽을 덧대어 고급스럽게 마감했습니다.
오션 스타 GMT의 가격은 155만원으로, 브레이슬릿(162만원)이나 콤비(180만원)보다 약간 저렴합니다.
시계 선택의 기준은 다양합니다. 디자인일수도, 성능일수도, 가격일수도, 대중적 인지도일수도 있습니다. 든든한 모기업을 등에 업은 미도의 오션 스타 GMT는 어느 하나 뒤지지 않는 듯 합니다. 다이버와 GMT 시계의 덕목을 빠짐없이 갖췄고, 성능은 더 바랄 게 없습니다. 하지만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나다는 틀에 박힌 수식어만으로 이 시계를 정의하기는 건 다소 버거워 보입니다. 미도 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던 멀티포트와 커맨더의 이미지를 흐릿하게 만드는 존재감이야말로 이 시계가 가진 진정한 힘이 아닐까 합니다.
제품 촬영 :
권상훈 포토그래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