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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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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I-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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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도의 1920년대 모터리스트 워치 광고

1918년에 문을 연 미도(MIDO)는 당시 우후죽순처럼 등장한 자동차의 라디에이터를 본떠 만든 시계(Motorist’s watch)와 화려하고 앙증맞은 시계(fancy watch)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유럽과 아시아를 넘어 남미까지 판매망을 넓힌 이들은 한 달에 5000개가 넘는 시계와 무브먼트를 생산할 수 있을 만큼 몸집을 키웠습니다. 하지만 1929년 전세계를 집어 삼킨 대공황이 발발하면서 상황은 급격히 악화됩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 등 주요 시장의 매출이 곤두박질쳤습니다. 궁지에 몰린 미도는 1932년 바젤 시계 박람회(현 바젤월드)에 참가하는 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전세를 뒤집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1933년 미도는 귄스베르크(Günsberg), 졸로투른(Solothurn), 비엘(Biel)에 흩어져 있던 회사를 통합했습니다. 비엘을 중심으로 중앙화 시스템을 확립하는 동시에 체질을 개선하려는 의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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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도는 화려하고 값비싼 시계 대신 실용적이고 유행을 타지 않는 시계로 전략을 수정했습니다. 그리고 1934년 멀티포트(Multifort)를 출시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립니다. 코르크(cork) 개스킷을 크라운에 설치한 멀티포트는 뛰어난 방수 성능 외에도 충격과 자성에도 강한 면모를 보여줬습니다. 셀프와인딩,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를 탑재한 멀티포트가 연달아 히트하면서 미도는 1930년대 후반 재정적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멀티포트는 미도를 수렁에서 건져낸 영웅 같은 존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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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미도는 시계 제작에 필요한 영감의 원천을 건축물에서 얻고 있습니다.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이 독특한 콘셉트는 미도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입니다. 멀티포트는 호주 시드니의 명물 하버 브리지(Sydney Harbour Bridge)를 모티프로 삼았습니다. 여담이지만 1932년에 개통된 하버 브리지 덕분에 당시 건설 노동자로 고용된 많은 사람들이 대공황의 고통으로부터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미도에게 한 줄기 희망을 제시했던 멀티포트와 묘하게 오버랩 되는 부분입니다. 미도는 어쩌면 하버 브리지에서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게 해준 멀티포트의 모습을 발견했는지도 모릅니다. 리뷰를 통해 만난 멀티포트 패트리모니(Multifort Patrimony)는 이런 드라마틱한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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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포트 패트리모니는 기존의 멀티포트와 소속만 같을 뿐 완전히 다른 스타일을 추구합니다. 멀티포트 특유의 강인한 이미지와 은은한 스포티함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폴리시드와 브러시드 마감을 교차한 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의 지름은 40mm입니다. 레트로 워치를 표방하는 대부분의 시계가 그렇듯이 크기를 줄여 과거와 현재의 간극을 좁혔습니다. 외관에서 유독 두드러지는 부분은 러그입니다. 바깥쪽을 움푹하게 깎은 뒤 폴리시드 처리했고, 스트랩과 가까운 안쪽은 광을 없애 반전을 노렸습니다. 브랜드 창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를 담아 선보였던 멀티포트 다토미터(Multifort Datometer)에서 활용한 양식으로, 레트로 워치의 풍미를 돋구는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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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두께는 11.95mm로, 얇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케이스 자체는 두껍지 않으나 레트로 워치에서 웬만해선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두툼한 박스형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가 시계를 두껍게 만들었습니다. 유리의 곡면 때문에 다이얼 가장자리 부분이 일그러지듯 왜곡되는데, 거슬리기 보다는 복고적 감성을 자극하는 소소한 재미로 다가옵니다. 방수는 50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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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레이 새틴 마감한 짙푸른 다이얼을 통해 낡은 감성은 점점 고조됩니다. 과거에 사용한 필기체 로고와 멀티포트가 적힌 얼굴은 섹터 다이얼과 유사합니다. 아라비아 숫자와 바 인덱스를 혼용했고, 안쪽 원에 분이나 초를 확인할 수 있도록 인덱스를 촘촘하게 깔았습니다. 뾰족한 분침 끝이 인덱스를 정확하게 가리키지 않아서 시간을 재빨리 확인하는 게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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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얼 외곽은 펄소미터 스케일이 빙 둘러싸고 있습니다. 펄소미터는 크로노그래프와 짝을 이루는 게 일반적이지만 아닌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과거에 의사가 환자의 분당 심장 박동수를 확인할 때는 유용하게 쓰였으나 현재는 딱히 쓸모가 없습니다. 이것 역시 시계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장치에 해당합니다. 사용법은 간단합니다. 맥박을 느낄 수 있는 목 옆 또는 손목에 손을 댄 뒤 초침이 0을 지나갈 때 측정을 시작합니다. 심장이 서른 번째 뛰는 순간 초침이 가리키는 곳에 있는 숫자가 분당 심장 박동수를 의미합니다. 크로노그래프가 아니어서 초침이 원점에 도달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약간의 인내심을 요구하지만 오히려 이쪽이 아날로그 감성에 더 가깝게 느껴집니다. 시침 및 분침과 인덱스에는 슈퍼루미노바를 칠했습니다. 강한 빛을 뿜어내는 건 아니지만 어두운 환경에서도 무리 없이 시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이얼의 균형을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날짜 창은 6시 방향에 설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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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라스백을 통해 드러나는 기계는 ETA로부터 공급받은 미도 칼리버 80(ETA C07.621)입니다. 제네바 스트라이프를 넣은 로터를 제외하면 장식은 전무합니다. 날 것에 가까워 재미는 덜하지만 성능은 훌륭합니다. 로터는 회전 방향에 관계없이 메인스프링을 감아줍니다. 시간당 진동수를 21,600vph(3Hz)로 낮추면서 파워리저브를 80시간까지 늘렸습니다. 레귤레이터 방식의 에타크론 대신 두 개의 추를 이용해 오차를 미세하게 조정하는 프리스프렁 밸런스를 적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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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먼트 등급은 엘라보레(Elaboré)로, 세 가지 자세에서 조정을 진행합니다. 칼리버 80의 뿌리는 날짜와 요일 기능을 모두 갖춘 ETA 2836-2로, 요일은 없애고 날짜만 남겨 놓았습니다. 날짜 디스크가 서서히 움직이는 ETA 2824-2 계열의 무브먼트와 달리 자정에 빠르게 넘어갑니다. 크라운을 뽑지 않은 상태에서는 메인스프링을 감을 수 있습니다. 한 칸 뽑으면 날짜를, 두 칸 뽑으면 시간을 조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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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칭이 없는 연갈색 소가죽 스트랩은 다이얼과 궁합이 좋을 뿐만 아니라 빈티지한 분위기에도 잘 어울립니다. 폴리시드 처리한 핀 버클은 모난 곳 없이 무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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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포트 패트리모니는 무연탄색 다이얼, 골드 PVD 코팅한 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의 검은색 다이얼까지 총 세 가지 버전으로 출시됩니다. 가격은 스테인리스스틸 모델이 105만원, PVD 코팅 스테인리스스틸 모델이 119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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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열풍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레트로 워치는 원작을 충실히 재현하는 데에 집중합니다. 멀티포트 패트리모니는 대상을 특정하지는 않습니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1934년부터 지금까지 브랜드를 이끌어온 자랑스러운 유산 그 자체에 바치는 오마주에 가깝습니다. 의미나 역사적 배경은 차치하더라도 놀라운 가격 대비 성능과 넘치지 않는 레트로 디자인을 갖춘 이 시계는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제품 촬영:
권상훈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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