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포럼은 지난 5월 30일부터 6월 2일까지 일본 오사카 지라이언 자동차 박물관에서 열린 '매드 벗 스위스(Mad but Swiss)' 이벤트에서 로저드뷔(Roger Dubuis)의 CEO 니콜라 안드레아타(Nicola Andreatta)를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지난해 말 로저드뷔의 새로운 수장으로 부임하고 가진 첫 공식 인터뷰인 만큼 그에 대해 궁금해할 분들에게 이번 인터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니콜라 안드레아타(Nicola Andreatta) 약력 :
1973년 이탈리아인 아버지와 스위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니콜라 안드레아타는 삼대에 걸쳐 시계 제조업에 종사한 부계의 영향을 받아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시계에 매료되었다. 대학 졸업 후 아버지가 운영하는 시계 부품 제조 회사(Timeo SA)에서 몇 년간 일한 후 그는 홍콩으로 건너가 5년간 다양한 직무를 통해 재무 관리 기술 전반을 익혔다. 당시 이미 그는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영어, 스페인어, 광동어 등 다양한 언어를 구사할 줄 아는 비지니스맨으로 성장했고, 2003년 다시 유럽으로 복귀해 시계 업계에서 기업가로서의 뜻을 펼치기 위해 자신의 브랜드인 N.O.A(None of the Above를 뜻함)를 설립했다. 하지만 2013년 N.O.A를 미국의 투자자에게 매각한 후 그는 미국을 대표하는 파인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Tiffany & Co.)로 이직, 티파니의 부사장이자 시계 부문 수장으로서 티파니 CT60 워치 컬렉션을 런칭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이후 2018년 12월, 장-마르크 퐁트루에(Jean-Marc Pontroué, 현 파네라이 CEO)의 뒤를 이어 로저드뷔의 CEO로 부임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Mad but Swiss'라는 독특한 행사명이 눈길을 끈다. 이런 제목을 붙이게 된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물론이다. 이는 로저드뷔가 가진 브랜드의 양면성을 뜻한다. '미쳤다(Mad)'는 표현은 우리가 추구하는 창조성, 변화무쌍함, 그리고 타 브랜드와 차별화하고자 하는 정신을 반영하고 있다면, '스위스(Swiss)'는 오롯이 정확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나는 이러한 양면성이 우리 브랜드의 정체성이라고 본다. 우리는 전통적인 하이엔드 워치메이킹을 존중하면서도 이를 파격적이고 때론 미친 듯한 방식으로 변주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Mad but Swiss' 이벤트에서 런칭하는 신제품에 거는 기대를 듣고 싶다. 새로운 제품들이 가진 강점과 매력은 무엇인가?
앞서 행사장에서 밝혔듯이 나는 우리 브랜드를 가리켜 '시리얼 이노베이터(Serial Innovator, 직역하면 연쇄 혁신자?!)'로 부를 수 있음에 뿌듯함을 느낀다. 다시 말해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며, 오뜨 오롤로제리(Haute Horlogerie, 고급 시계 제조)의 세계를 탐험하길 즐긴다는 것이다.
새롭게 선보이는 두 종류의 제품들에도 우리가 추구하는 혁신성을 투영하고 있는데, 첫 번째는 풀 카본 시계(엑스칼리버 스파이더 카본 3)로 2017년 첫 선을 보인 카본 소재 무브먼트를 기반으로 푸와송 드 제네브(Poinçon de Genève, 제네바 씰)를 받았다. 세계 어느 브랜드도 풀 카본 무브먼트로 제네바 인증을 받은 예가 없기에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또 다른 종류의 신제품(엑스칼리버 블랙라이트 시리즈)은 기존 엑스칼리버의 아이코닉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새로운 표현 방식을 실험한 것이다. 이 시계의 아름다움은 전체 스켈레톤 가공한 무브먼트 그 자체에 있으면서도, 기존의 스켈레톤 무브먼트에서는 볼 수 없는, 누구도 사용한 적이 없는 이질적인 요소들을 결합함으로써 예상치 못한 제품으로 거듭났다. 3가지 버전 각각 다른 컬러를 적용하면서 UV 라이트를 이용하면 어둠 속에서 갑자기 또 다른 컬러로 발광하도록 함으로써 뭔가 더 새롭고 젊은 감각에 호소하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 올 초 SIHH 2019 현장에서 세계적인 프로 복서이자 로저드뷔 브랜드 홍보대사인 카넬로 알바레즈(Canelo Alvarez)와 포즈를 취한 CEO 니콜라 안드레아타
로저드뷔 CEO로 부임한 이래 처음으로 갖는 공식 인터뷰다. 로저드뷔 행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이었는가?
글쎄… 당신에게 몇 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다면 풀 스토리를 들려줄 수 있을 것 같다. (웃음) 나는 일평생 워치메이킹 산업에 종사해왔다. 4살때부터 아버지가 운영하는 부품 공장에 출입했고, 이 분야에서 커리어 역시 매우 어린 나이에 시작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 하나를 밝히자면, 약 25년 전 로저드뷔의 첫 시계 케이스를 제조한 공장도 바로 우리 아버지 회사였다. 그렇기에 나는 젊은 시절부터 Mr. 로저드뷔를 비롯해 그의 브랜드와 깊게 연결돼 있음을 느꼈고, 로저드뷔가 항상 자신만의 방식으로 근사하게 현대 워치메이킹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음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지난날 나는 바깥에서 로저드뷔의 눈부신 성장을 지켜보며 응원해왔고, 어쩌면 내 경력에 해당하는 25년간의 세월 역시 지금의 로저드뷔 CEO가 되기 위한 일종의 수련 과정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리고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는데, 내 개인적인 라이프스타일과도 연관이 깊다. 나는 매우 거칠고 남들이 미쳤다고 할 만한 것들을 좋아하는 편인데, 수 년간 스카이다이빙을 비롯해, 레이싱카를 운전하길 즐겼고, 파일럿이면서 동시에 에어로바틱(곡예비행)하는 것도 좋아한다.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이러한 내 성격적인 부분 역시 로저드뷔와 매우 잘 들어맞는다. 고로 내가 로저드뷔에 합류하여 훌륭한 팀을 이끌어나가는 포지션을 맞게 된 것도 어쩌면 예견된 것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시계 업계 경력이 다소 독특하다. 특히 2003년 노아(N.O.A) 워치를 설립한 경력은 뜻밖이다. 자신의 브랜드를 운영할 때와 글로벌 그룹 소속 브랜드를 이끌 때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과거를 언급하는걸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간단히 언급하자면,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뜻(None Of the Above)을 지닌 노아(N.O.A) 역시 지금의 로저드뷔와 일정 부분 닮아있다. 노아를 설립할 당시 그 이니셜에 담긴 뜻처럼 남들과 다른 시도를 하고자 희망했던 정신과 로저드뷔가 추구하는 브랜드의 정신이 일맥 상통하는 면이 있는 것이다. 물론 노아는 로저드뷔에 비하면 훨씬 규모가 작은 브랜드고 기대만큼 잘 풀리지 않아 결국 내가 떠날 수 밖에 없었지만, 내 브랜드를 이끈 일련의 시행착오가 로저드뷔 CEO인 지금의 나를 있게 한 디딤돌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로저드뷔처럼 하이엔드 매뉴팩처 브랜드를 이끄는 건 처음이다. 로저드뷔에 합류하기 전 당신은 로저드뷔를 어떻게 생각했으며, CEO가 된 지금은 또 어떻게 바라보는가?
앞서 말했지만, 나는 밖에서도 언제나 로저드뷔를 감탄하며 바라봤고, 로저드뷔에 합류한 지금은 더더욱 브랜드의 면면에 놀라고 있다. 특히 로저드뷔를 이끄는 환상적인 팀에 경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로저드뷔를 이끈 동력은 브랜드 자체에 있기 보다는 브랜드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이들의 열정으로 똘똘 뭉친 피플 파워에 있다고 본다. 우리의 놀라운 팀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매 순간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정신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를 헤아릴 수 있다. 우리 팀원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뛰어난 전문가들이면서 워치메이킹 전반에 관한 풍부한 지식과 노하우를 갖고 있고, 동시에 자신의 일에 미친 듯이 매진할 줄 안다.
- 2018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오픈한 로저드뷔의 한국 네 번째 부티크
로저드뷔는 한국, 일본, 홍콩 등 아시아 시장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과거 아시아에서 비지니스를 한 경험을 떠올렸을 때, 로저드뷔가 아시아 시장에서 더 큰 성장을 하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매우 좋은 질문이다. 로저드뷔는 지난 몇 년간 아시아에서 드라마틱한 성장을 보여줬다. 특별히 한국 팀에 감사를 표한다. 한국 시장은 수년 만에 놀라우리만치 크게 비약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시계를 얼마나 팔고 부티크가 몇 개인지의 차원이 아니라 고객들과 진정으로 소통하는 우리 팀원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시계에 관해 너무나 박식한 애호가들이 많기 때문에 우리에겐 매우 중요한 시장이며, 이들의 적극적인 피드백이 브랜드 발전에 도움이 된다. 개인적으로도 아시아 시장에서의 가시적인 성장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지금까지도 잘해왔지만 앞으로 더 큰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격려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하이엔드 세그먼트 제품뿐만 아니라 향후 엔트리 레벨 라인업을 보강할 계획은 없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브랜드를 더욱 높은 단계로 끌어올릴 계획을 갖고 있다! 관련해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 지금 우리의 제품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우 복잡한 제조 과정과 오랜 제품 개발 과정이 요구되기 때문에 현 비지니스 모델을 갑자기 변경하기란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둘째, 우리의 시계는 모두를 위한 제품이 아니다. 우리는 대중적인 브랜드가 될 필요가 없고, 유니크하고 독점적인 제품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그러한 삶의 방식을 견지하는 소수의 사람들만을 위해 시계를 공급한다. 우리가 갑자기 너무 많이 오픈하기 시작하면 결국 길을 잃고 헤매게 될 것이다. 고로 나는 엔트리 레벨 제품에는 관심이 없고, 앞으로도 만들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고객들은 남들과 같길 원하지 않고 더 튀고 싶어하며 유니크한 것을 추구하기 때문에 미래에도 우리는 더욱 독점적이고 한정적인 수량의 하이엔드 제품만을 선보일 것이다.
- 2019년 신제품, 엑스칼리버 우라칸 제품 영상
로저드뷔는 지난 몇 년간 람보르기니 스콰드라 코르세(Lamborghini Squadra Corse)와 피렐리 (Pirelli)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모터스포츠 협업 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파트너십을 통해 궁극적으로 기대하는 성과는 무엇인가?
이러한 파트너십은 다른 브랜드들처럼 단순히 마케팅 게임을 위한 것이 아니다. 람보르기니와 로저드뷔는 많은 부분에서 동일한 가치를 공유한다. 람보르기니의 유니크한 슈퍼카가 모두를 위한 것이 아니듯 로저드뷔의 시계 역시 모두를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또한 협업을 즐긴다. 엑스칼리버 아벤타도르 S(Excalibur Aventador S), 엑스칼리버 우라칸(Excalibur Huracan)과 같은 일련의 람보르기니 에디션은 람보르기니 스콰드라 코르세 팀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디자인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노력한 결실이다. 슈퍼카 디자인을 단순히 차용하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슈퍼카에 사용하는 소재까지 도입함으로써 우리는 타 브랜드의 협업과는 차별화된 노선을 걷고 있다. 이렇게 얻어진 일련의 성과물들은 항상 새로운 것을 만들고자 하는,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우리의 묵묵한 노력이 낳은 결실인 것이다.
로저드뷔를 좋아하는 한국의 시계애호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언제든 로저드뷔의 세계로 오라! 서울에 위치한 우리의 부티크를 통해, 우리의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우리 제품을 발견하고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길 바란다. 앞서도 강조했듯 로저드뷔는 모두를 위한 브랜드가 아니라 우리의 가치를 이해하는 특별한 소수를 위해 존재한다. 우리의 충실한 고객이라 할 만한 사람들은 살면서 이미 많은 것을 갖고 누려본 사람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부유한 자들은 공통의 관심사가 있는 자신들만의 집단을 형성하길 좋아한다. 로저드뷔는 이러한 소수의 친밀한 집단과 어울리길 좋아하며, 이들에게 우리의 가치를 공유하길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