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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I-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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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다림 끝에 지난해 국내 시장에 진출한 튜더는 단독 매장을 연이어 열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거칠 것 없는 튜더의 질주가 잘나가는 자매 브랜드의 후광 때문이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습니다. 뚜렷한 개성, 준수한 마감 등 가격 대비 우수한 가치와 성능이야말로 인기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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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Bay Bronze

블랙 베이 브론즈


브랜드의 DNA를 응집한 블랙 베이와 예측할 수 없는 변신을 거듭하는 브론즈 케이스가 막강한 시너지를 발산합니다. 초콜릿 브라운과 블루(부쉐러 블루 에디션)에 이어 이번에는 오묘한 슬레이트 그레이 컬러를 선택했습니다. 처음 봤을 때 어떤 색인지 정확히 특정할 수가 없어 여러 각도로 돌려가며 보던 기억이 납니다. 바늘이 꽂힌 중앙에서 외곽으로 갈수록 점차 짙어지는 슬레이트 그레이 다이얼의 디자인은 브랜드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다이버 워치에서 비롯했습니다. 12시 방향의 길쭉한 삼각형과 세 개의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로 구성된 다이얼은 블랙 베이 브론즈 시리즈의 특징입니다. 슈퍼루미노바를 충분히 머금은 두툼한 스노우 플레이크 시침은 분침, 시침과 함께 어둠 속에서도 빠르게 시간을 읽을 수 있게 해줍니다. 세 가지 디자인을 섞어 지루할 틈이 없는 시 인덱스에도 슈퍼루미노바를 칠했습니다. 베젤 위로 살짝 솟은 돔 형태의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가 예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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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틴 마감한 지름 43mm의 브론즈 케이스는 내부식성과 내마모성이 뛰어난 알루미늄 브론즈로 제작했습니다. 알루미늄 브론즈는 바닷물에 강한 특성을 지니고 있어 프로펠러 같은 선박 부품의 소재로 널리 쓰입니다. 브론즈 케이스는 사용할수록 표면에 녹(파티나)이 생깁니다. 마치 입을수록 워싱이 생기는 로우 데님 같습니다. 파티나가 번진 케이스는 오래된 물건처럼 보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파티나가 무르익을수록 사용자와 시계 사이에 생기는 교감도 깊어만 갑니다. 브론즈 케이스는 나만의 시계를 가질 수 있다는 욕망을 부추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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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을 살린 케이스의 마감은 훌륭합니다. 다이얼과 같은 색의 알루미늄 인서트에는 다이버가 잠수 시간을 확인할 수 있도록 분을 표시했습니다. 단방향 회전 베젤은 편리한 조작을 위해 측면에 홈을 팠습니다. 베젤 12시 방향의 돌출된 삼각형 표식에도 슈퍼루미노바를 채워 넣었습니다. 스크루 다운 크라운은 튜더를 상징하는 장미로 꾸몄습니다. 피부와 맞닿는 케이스백은 브론즈 색으로 PVD 코팅한 스테인리스스틸로 제작했습니다. 방수는 200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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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팩처 칼리버 MT5601은 양방향 와인딩을 지원합니다. COSC 인증을 받아 정확성과 안정성은 의심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새틴 브러시드와 기계적 흔적을 지우는 수준의 챔퍼링 등 무브먼트의 마감에 관해서는 딱히 논할 게 없습니다. 글라스백을 통해 무브먼트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 마감이 성능에 영향을 끼치지 않으므로 튜더 입장에서는 딱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겁니다. 무브먼트의 육중한 크기(지름 33.8mm, 두께 6.5mm)에서 견고함과 안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았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네 개의 나사로 오차를 조정하는 프리스프렁 밸런스 휠은 밸런스 브리지로 견고하게 고정했습니다. 자성의 영향을 받지 않는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을 사용했습니다. 시간당 진동수는 28,800vph(4Hz), 파워리저브는 70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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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색 줄이 가로지르는 자카드 직물 스트랩은 과거 프랑스 해군이 비상탈출용 낙하산으로 제작한 스트랩에서 유래했습니다. 좀 더 빈티지한 느낌을 주고 싶다면 검은색 누벅 스트랩이 제격입니다. 버클은 케이스와 같은 알루미늄 브론즈로 제작했습니다. 가격은 508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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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Bay P01

블랙 베이 P01


범상치 않은 외모 속에 흥미로운 역사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1959년에 첫 선을 보인 Ref. 7928은 크라운 가드를 갖춘 최초의 오이스터 프린스 서브마리너였습니다. 크라운 가드는 정사각형에서 뾰족한 형태로 점차 바뀌었습니다. 수심 200m 방수 능력을 갖춘 이 시계는 미 해군에 납품할 만큼 뛰어난 성능을 자랑했습니다. 1967년 튜더는 Ref. 7928을 뛰어넘는 군수용 다이버 워치 개발에 시동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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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명은 특수부대라는 뜻의 코만도(Commando)였습니다. 미국 정부가 제시한 일련의 요구 사항을 충족시키는 동시에 진일보한 워치메이킹 기술을 구현한 시계가 목표였습니다. 아쉽게도 프로젝트는 결실을 맺지 못한 채 폐기됐습니다. 미 해군이 Ref. 7928의 대체자로 평범한 Ref. 7016을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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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01이라는 이름은 프로토타입 1(Protoype 1)을 의미합니다. 튜더 다이버 워치의 상징인 스노우 플레이크 핸즈를 비롯해 3시 방향의 날짜 창, 빨간색 글씨로 적은 방수 성능이 돔형 블랙 다이얼을 채우고 있습니다. 바랜 듯한 색의 슈퍼루미노바와 돔형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가 빈티지한 분위기에 깊이를 더합니다. 지름 42mm 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는 전체를 새틴 마감했습니다. 방패 문장을 새긴 스크루 다운 크라운은 조작의 용이함을 위해 4시 방향으로 이동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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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계의 백미는 베젤입니다. 다이버 워치의 법칙에서 다소 벗어난 베젤에는 분이 아닌 시간 단위 인덱스를 새겼습니다. 또한, 한쪽이 아니라 양쪽 방향으로 돌릴 수 있습니다. 베젤은 경첩이 달린 엔드 링크를 이용해 열고 잠글 수 있는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베젤을 돌리기 위해서는 표식을 심어 놓은 상단 경첩을 들어 올려야 합니다. 원하는 위치로 베젤을 옮긴 뒤에 경첩을 닫으면 베젤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실용성과 디자인을 모두 고려한 스트랩은 고무에 갈색 가죽을 덧대고 흰색 스티칭으로 멋을 부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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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C 인증을 받은 셀프와인딩 칼리버 MT5612는 70시간 파워리저브를 지원합니다. 시간당 진동수는 28,800vph(4Hz)입니다. 로터는 회전 방향에 관계없이 메인스프링을 감습니다. 가격은 495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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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Bay Chrono S&G

블랙 베이 크로노 S&G


복고적 감성이 충만한 제품으로, S&G는 스테인리스스틸과 골드를 의미합니다. 지름이 41mm인 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의 측면은 폴리시드, 전면은 새틴 처리했습니다. 스크루 다운 방식의 크로노그래프 푸시 버튼과 장미가 핀 크라운은 옐로골드로 만들었습니다. 베젤에는 타키미터 스케일을 적은 알루미늄 인서트를 부착했습니다. 방수는 200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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돔형 매트 블랙 다이얼 양쪽으로 샴페인 컬러의 카운터 다이얼이 자리합니다. 한쪽은 크로노그래프 분을, 나머지 한쪽은 스몰 세컨드를 담당합니다. 화살표 모양으로 가공한 크로노그래프 초침 끝을 빨간색으로 칠했습니다. 인덱스와 바늘에는 슈퍼루미노바를 채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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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더는 이 제품으로 범용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의 굴레를 벗어 던지고 매뉴팩처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브라이틀링의 칼리버 B01을 입맛에 맞게 수정한 칼리버 MT5813은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으로 뛰어난 항자성을 확보했으며, COSC 인증을 받아 정확성 측면에서도 흠잡을 게 없습니다. 프리스프렁 밸런스 휠로 교체한 것도 브라이틀링 B01과의 차이점입니다. 고전적인 칼럼 휠과 현대적인 수직 클러치가 공존하는 무브먼트는 메인스프링을 완전히 감을 경우 70시간 동안 구동합니다. 시간당 진동수는 28,800vph(4Hz)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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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베이 크로노 S&G는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 남동부 생테티엔에 있는 150년 전통의 공방에서 제조한 자카드 직물 스트랩, 측면을 리벳 처리한 콤비 브레이슬릿, 레이싱 스포츠를 연상시키는 갈색 분트 스트랩 중에서 고를 수 있습니다. 가격은 브레이슬릿 모델이 858만원, 자카드 직물과 분트 스트랩 모델은 706만원으로 동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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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Bay 41 / 36 / 32 S&G

블랙 베이 41 / 36 / 32 S&G


골드를 활용해 고급스럽고 따뜻한 분위기를 강조한 블랙 베이의 베리에이션입니다. 새틴 마감한 베젤과 장미가 그려진 크라운은 옐로골드로 제작했습니다. 골드의 화려함이 퇴색되지 않도록 래커 블랙 다이얼과 선레이 새틴 마감한 샴페인 다이얼을 도입했습니다. 전면에는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를 설치했습니다. 방수는 150m입니다. 손목이 작은 남성이나 큰 시계를 선호하는 여성이라면 36mm 모델을 선택해도 괜찮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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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 회사의 주빌리 브레이슬릿과 유사한 5열 브레이슬릿이 눈에 띕니다. 바깥쪽의 스테인리스스틸 링크는 새틴, 중앙의 스테인리스스틸 링크는 폴리시드 마감했습니다. 스테인리스스틸 링크 사이로 옐로골드 링크가 들어갑니다. 셀프와인딩 칼리버 2824를 장착했으며, 파워리저브는 38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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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는 많지 않으나 제품 하나하나의 개성은 강했습니다. 롤렉스와 마찬가지로 정해진 틀 안에서 몇몇 요소를 약간씩 수정해 재미를 보는 전략을 유지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블랙 베이 P01은 이번 바젤월드를 통틀어 상당히 흥미로운 제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