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넘어 세계적인 시계 브랜드로 거듭난 시티즌(CITIZEN)이 올해로 벌써 창립 100주년을 맞았습니다. 앞서 바젤월드 2018 리포트를 통해 소개해 드린 바와 같이 시티즌은 올해 그 어느 해보다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해 브랜드의 위상을 과시했는데요. 이에 타임포럼은 시티즌 10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로 2018년 하반기 국내에 출시된 시티즌의 주력 신제품 중 3종을 선정해 스페셜 리뷰를 통해 자세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시티즌은 올해 주요 라인별로 총 9종에 달하는 100주년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을 발표했습니다. 이 제품들의 한 가지 눈에 띠는 공통점이 있다면, 블랙 코팅 마감한 스틸 혹은 티타늄 케이스에 부분적으로 로즈 골드 컬러를 포인트로 가미해 나름의 개성을 어필하려 한 것입니다. 국내에는 프로마스터 랜드(Promaster Land) 라인에 속하는 에코 드라이브 크로노그래프와 프로마스터 마린(Promaster Marine) 라인에 속하는 에코 드라이브 다이버 크로노그래프, 그리고 비교적 클래식한 디자인의 에코 드라이브 크로노그래프 총 3종의 신제품이 입고된 상태이고, 수입사 우림 FMG가 운영하는 갤러리어클락(Gallery O'Clock) 매장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프로마스터 에코 드라이브 크로노그래프 “100주년 기념 모델” (Ref. AV0077-82E)
우선 100주년 기념 모델 중 하나인 프로마스터 에코 드라이브 크로노그래프 모델(Ref. AV0077-82E)부터 함께 보시겠습니다. 크라운과 푸셔의 위치가 첫 눈에 시선을 사로잡는 이 제품은 크로노그래프 애호가 및 컬렉터들 사이에서 그 형태가 흡사 황소의 머리를 연상시킨다 해서 '불헤드(Bullhead)'로 불리는 개성적인 디자인을 특징으로 하고 있습니다.
- 1970년대 빈티지 자동 크로노그래프 모델 (뮤지엄 피스, 시티즌 뮤지엄 소장품)
혹자는 시티즌에서 어쩐 일로 불헤드 타입의 크로노그래프 시계를 내놓았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시티즌은 모터레이싱 컨셉이 시계 업계에서 본격적으로 유행한 1970년대부터 이미 이러한 형태의 크로노그래프 시계를 제조해왔습니다. ‘챌린지 타이머(Challenge Timer)’라는 별칭으로 더 유명한 빈티지 불헤드 크로노그래프 제품은 참고로 올 초 4월경 방문한 도쿄 본사 시티즌 뮤지엄(Citizen Museum)에서도 실물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프로마스터 에코 드라이브 크로노그래프 “100주년 기념 모델(Ref. AV0077-82E)”의 케이스 직경은 44.5mm, 두께는 박스 형태로 불룩 솟은 돔형의 사파이어 크리스탈을 포함해 14.95mm로 다소 두꺼운 편이지만 수긍할 만한 사이즈입니다. 케이스는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 바탕에 블랙 IP(Ion Plating, 이온 도금) 코팅을 입혔는데, 베젤 및 크라운과 푸셔 테두리, 미들 케이스 하단부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을 매트하게 브러시드 마감함으로써 전체적으로 ‘툴 워치(Tool Watch)’의 인상을 강하게 풍깁니다.
블랙 컬러 자체가 주는 시크함과 해당 모델 특유의 유니크하면서도 남성적인 디자인이 어우러져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버블 형태의 글라스와 다이얼의 클래식한 배열에서는 또 특유의 빈티지 코드도 엿볼 수 있어 이색적입니다. 시간 외 날짜, 크로노그래프, 알람 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일상 생활에서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용도로 해당 기능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도 어필할 만합니다.
다이얼 12시와 6시 방향에 각각 분과 시 카운터를 배치하고, 3시 방향에는 스몰 세컨드(초)를, 9시 방향에는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를 배치해 전체적으로 꽉 찬 느낌과 조화로운 배열을 보여줍니다. 날짜창의 위치가 1시에서 2시 방향 사이에 있는 것도 일반적이지는 않습니다. 매우 볼록한 버블 형태의 글라스 덕분에 정면에서 봤을 때 시각적으로 왜곡되어 더욱 또렷하게 보이는 챕터링에는 타키미터(Tachymeter) 눈금을 새겨 특정 구간의 평균속도를 계측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그리고 4시~5시 방향 사이에 알람 인디케이터가 위치해 있는데, 케이스 하단(5시 방향)에 위치한 크라운 겸 푸셔를 누르면 알람 사운드의 온(On)/오프(Off) 설정이 가능합니다. 또한 해당 크라운을 잡아당겨 회전하면 다이얼 중앙에 화살촉 모양의 야광 처리된 핸드가 따라 움직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 핸드를 이용해 알람 시간대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알람 소리는 ‘띠리리~~ 뚜르르~~’ 낮고 높은 음역대의 전자 사운드가 번갈아 울리는데 이러한 류의 시계치고는 제법 선명한 편입니다.
해당 기능들은 시티즌이 자체 개발 제작한 에코 드라이브 칼리버 E210로 구동합니다. 시티즌은 1976년 세계 최초로 빛으로 구동하는 아날로그 쿼츠 시계인 크라이스트론 솔라 셀(Crystron Solar Cell)을 출시하고, 독자적인 광원 충전 기술인 에코 드라이브(Eco-Drive)를 심화시켜 상용화에 성공함으로써 이 분야의 선두주자로 우뚝 서게 됩니다. 현행 대부분의 컬렉션에 에코 드라이브 기술을 적용할 만큼 시티즌의 자부심은 대단한데요. 다이얼 하단부(혹은 테두리)에 태양광은 물론 실내등(형광등) 빛까지 흡수해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는 솔라 셀 패널을 배치하고, 광원을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는 파워 셀과 기어트레인에 동력을 제공하는 모터에도 재생 가능한 소재를 사용함으로써 1996년 시계 브랜드로는 최초로 일본환경협회(Japan Environment Association, JEA)가 공인하는 ‘에코 마크’를 획득할 만큼 일찍이 환경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모색해왔습니다.
- 시티즌 에코 드라이브 기술 관련해선 공식 영상도 함께 확인해보세요.
프로마스터 에코 드라이브 크로노그래프 “100주년 기념 모델(Ref. AV0077-82E)”에 탑재된 에코 드라이브 칼리버 E210는 완충시 약 8개월간 별도의 조정이 필요 없이 알아서 작동하며(이는 다시 말해 퍼페추얼 캘린더 기능을 지원함을 의미함), 자체적인 파워 세이빙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매월 기준으로 ±15초 정도의 허용 오차 범위를 유지합니다. 또한 오버차지 프로텍션(Overcharge protection) 기술을 적용해 과충전을 방지하는 기능도 내재하고 있습니다. 다른 에코 드라이브 시계들과 마찬가지로 배터리 교체가 필요 없으며, 약간의 광원만으로도 언제든 정확한 시간과 날짜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에코 드라이브 시계의 편리성을 한번이라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그 가치를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크라운과 푸셔에 스크류 다운 형태를 적용하지 않았음에도 다이버 워치에 준하는 200m 방수 사양을 지원하는 점도 활동적인 젊은 고객들이 반색할 만합니다.
- 타임포럼이 직접 촬영, 편집한 영상으로도 제품을 확인해보세요.
프로마스터 에코 드라이브 크로노그래프 “100주년 기념 모델(Ref. AV0077-82E)”은 총 3,000피스 한정 제작된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국내 출시 가격은 1,538,000원으로 책정되었습니다.
프로마스터 에코 드라이브 다이버 크로노그래프 “100주년 기념 모델” (Ref. CA0716-19E)
다음으로 함께 볼 신제품 역시 100주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으로, 이름에서 예상할 수 있듯 다이버 워치 특유의 견고한 설계가 돋보입니다. 앞서 보신 100주년 신제품과 마찬가지로 스틸 케이스 바탕에 건식 도금 방식인 블랙 IP 코팅을 입혀 특유의 남성적인 디자인을 강조하고, 동시에 표면 경도 강화로 어느 정도의 스크래치 방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시티즌의 시계 제조 역사를 돌이켰을 때 다이버 워치는 꽤 상징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1985년 당시 세계 최초로 전자식 수심계를 갖춘 아날로그 쿼츠 다이버 시계 아쿠아랜드 뎁스미터를 발표하고, 1998년 빛으로 에너지를 얻는 자사의 핵심 기술 에코 드라이브를 적용한 세계 최초의 다이버 모델, 프로마스터 아쿠아랜드 에코 드라이브 아날로그 뎁스마스터를 출시하는 등 다이버 워치 제조에 남다른 열정을 자랑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100주년 기념 에디션 컬렉션에 다이버 워치 제품을 빼놓을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단지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말이지요.
에코 드라이브 다이버 크로노그래프 “100주년 기념 모델(Ref. CA0716-19E)”의 케이스 직경은 44.5mm, 두께는 13.75mm이며, 120 클릭을 갖춘 단방향 회전 베젤을 추가해 다이버 워치 본연의 캐릭터에 충실합니다. 돔형으로 깎은 베젤 테두리는 두툼하게 요철 가공해 회전시 도움을 주며, 스틸 바탕에 매트하게 로즈 골드 도금을 입혀 알루미늄 인서트의 블랙 컬러와도 은은한 대비를 이룹니다. 골드 컬러는 브랜드 100주년을 상징적으로 기념하는 컬러이면서 케이스의 블랙 컬러와도 고급스럽게 조화를 이루기 때문에 디자인적으로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크라운과 푸셔는 모두 스크류 다운 설계를 적용했는데, 스크류를 푼 상태에서 2시 방향의 푸셔를 조작할 때는 다소 주의가 요구됩니다. 왜냐면 살짝 눌러도 스타트와 스탑이 되기 때문에 기능적으로 분절되는 느낌이 들지 않는 측면이 있습니다. 크로노그래프 조작시에는 다이얼을 더욱 유심히 들여다보고 푸셔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반드시 스크류를 잘 잠가야만 오작동을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크로노그래프 기능 관련해 다이얼에는 12시 방향에 분 카운터만 표시하고 있으며, 6시 방향에는 스몰 세컨드(초), 9시 방향에는 24시 디스플레이를 표시해 낮/밤 시간대를 간편하게 헤아릴 수 있습니다. 각각의 카운터(서브 다이얼)는 눈에 띄게 움푹 파이게 제작해 다이얼을 측면에서 봤을 때 요철이 더욱 도드라져 보이며, 바탕을 또 메탈릭한 브라운 혹은 다크 퍼플에 가까운 컬러를 사용하고 동심원 형태로 스네일 마감해 미묘하지만 입체감을 더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선을 사로잡는 디테일은 은은하게 미색이 도는 로마 숫자 인덱스인데요. 다이버 워치 컬렉션에는 주로 바통이나 도트 형태의 인덱스를 선호하는데 반해 클래식한 로만 인덱스는 다소 의아스러운 조합이 아닐 수 없습니다. 100주년 기념 모델인 만큼 나름대로 차별화된 느낌을 주고 싶었던 걸까요? 언뜻 보면 까르띠에의 칼리브 드 까르띠에 다이버 워치도 연상시키는 측면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매트한 블랙 다이얼 바탕에 화이트 페인티드 로마 숫자 인덱스의 채택은 선명한 가독성에 기여하면서 자칫 너무 무난해지기 쉬운 다이버 워치 디자인에 고전적이면서도 색다른 활력을 더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한편 로즈 골드 도금 처리한 검 모양의 핸즈와 각 카운터 핸드, 그리고 로만 인덱스 바깥 테두리에는 각각 화이트 컬러 야광도료를 코팅해 전천후 툴 워치를 표방하는 스포츠/다이버 워치의 기본에 충실합니다.
프로마스터 에코 드라이브 다이버 크로노그래프 “100주년 기념 모델(Ref. CA0716-19E)”은 인하우스 제조 무브먼트인 에코 드라이브 칼리버 B612를 탑재했으며, 월 허용 오차 범위는 ±15초대를 유지합니다. 완충시 약 7개월간에 걸쳐 작동하며, 광원이 부족하면 알람을 통해 알리는 기능도 갖추고 있습니다. 브러시드 가공한 스크류 타입의 스틸 케이스백에는 시티즌 에코 드라이브 테크놀로지를 상징하는 엠블럼과 함께 100주년 기념 모델임을 알 수 있는 레이저 인그레이빙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스트랩은 블랙 폴리우레탄 스트랩을 장착했으며, 러그 안쪽까지 꽉 채운 형태라서 시계의 스포티한 인상에 기여합니다. 폴리우레탄 재질의 여느 스트랩과 달리 적당히 유연하면서도 탄성이 느껴지는 스트랩의 퀄리티도 인상적입니다. 참고로 버클은 케이스와 마찬가지로 블랙 IP 코팅 마감한 스틸 소재의 핀 버클을 적용했습니다.
프로마스터 에코 드라이브 다이버 크로노그래프 “100주년 기념 모델(Ref. CA0716-19E)” 역시 3,000피스 한정 제작되었으며, 국내 출시 가격은 668,000원입니다.
Eco-Drive Radio-Controlled "2018 New Version"
에코 드라이브 라디오 컨트롤 "2018 뉴 버전" (Ref. AT8154-82L)
마지막으로 함께 보실 시계는 올해 창립 100주년을 기념한 한정판이 아닌 일반 모델입니다. 크로노그래프와 월드타임 기능을 갖춘 기존의 베스트셀러에서 몇 가지 기능적인 수정과 함께 좀 더 스포티하게 다듬어 선보인 신제품인데요. 올 하반기 시티즌의 주력 광고 모델인 만큼 가격 대비 제품의 퀄리티가 인상적입니다.
케이스 및 브레이슬릿은 시티즌이 자랑하는 특허 소재인 슈퍼 티타늄(Super Titanium™)을 기반으로 합니다. 슈퍼 티타늄은 고순도 티타늄을 고압의 챔버에서 압착하는 과정에서 생긴 티타늄 결정들을 바탕으로 반복적인 재련을 통해 얻은 일종의 강화 티타늄 소재라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메탈 표면에 피막을 입히는 코팅 기술이 아니라 소재 자체를 변형시킨다는 점에서도 여느 브랜드와 차별화되는데요. 시티즌은 1970년 브랜드 최초의 솔리드 티타늄 케이스 시계 'X-8 크로노미터(Chronometer)'를 기점으로 티타늄 소재 개발을 가속하여, 1987년 아테사(Attesa) 라인을 통해 케이스는 물론 브레이슬릿까지 전체 풀 티타늄 소재로 제작한 시계를 발표, 2000년대 초반부터는 스틸에 비해 40% 정도 가볍고 인체친화적이며 내부식성이 뛰어난 티타늄 고유의 성질은 유지하면서 외부 스크래치에 강한 슈퍼 티타늄을 개발해 현재까지 다양한 시계들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 슈퍼 티타늄 관련 공식 영상도 함께 참고하세요.
에코 드라이브 라디오 컨트롤 신제품(Ref. AT8154-82L)은 슈퍼 티타늄에 별도로 듀라텍 TIC(Duratect TIC)로 명명한 특수 코팅 기술을 적용하여 표면 경도(비커스) 수치가 일반 스틸에 비해 약 5~6배 정도 높은 1,000~1,200Hv에 달합니다. 이는 최근 여러 브랜드서 선보이는 하이테크 세라믹에 버금가는 수치로, 지르코니아 베이스의 세라믹과 달리 큰 외부 충격에 깨지거나 마모될 위험이 없어 장기적인 내구성 면에서는 우위를 점합니다. 시계의 사이즈도 직경 42mm, 두께 10.5mm로 적당해 착용감이 좋을 수 밖에 없습니다.
메탈릭한 블루 컬러 다이얼에는 세로로 줄무늬 패턴을 새겼으며, 3시 방향에는 별도의 창으로 날짜를, 12시 방향에는 분 카운터와 함께 서머타임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인디케이터(우측)와 빛의 충전량을 확인할 수 있는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좌측)를 하나의 핸드로 표시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리고 6시 방향에는 1/20초 단위를 측정할 수 있는 핸드와 함께 우측에는 요일을 표시하고, 좌측에는 라디오 신호 수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인디케이터를 배치했습니다. 또한 9시 방향의 서브 다이얼은 24시 인디케이터로 낮/밤 시간대를 헤아릴 수 있습니다.
크라운을 1단 뺀 상태에서 크라운을 돌리면 초침으로 자신이 위치한 지역의 시각(로컬 타임)을 설정할 수 있으며, 크라운을 눌러 0점 상태로 조정하면 시분침이 자동으로 연동해 해당 지역의 시간에 맞춥니다. 그리고 초침이 정상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세팅이 완료됐음을 의미합니다. 한편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사용하지 않을 때 크라운 0단에서 상하 푸셔를 다소 길게 누르면 현재 광원의 충전량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크라운을 1단 뺀 상태에서 상단 푸셔를 누를 때마다 표준 시간과 서머타임 시간이 간편하게 전환됩니다. 이때 크라운을 다시 누르면 핸즈가 연동하며 해당 시간대로 세팅이 완료되지요. 이렇듯 크라운과 푸셔를 이용해 몇 가지 추가적인 기능들을 조정, 제어할 수 있습니다.
블랙 IP 코팅 마감한 외부 고정 베젤부에 새겨진 24개 도시명과 해당 타임존에 해당하는 +- 수치를 확인함으로써 월드타임을 동시에 헤아릴 수 있는 것도 여행 및 출장이 잦은 이들에게 매력적인 요소입니다. 매우 효율적으로 월드타임을 표시하고, 독자적인 라디오 컨트롤(Radio-Controlled) 기능을 통해 해당 지역의 시간대를 수동 혹은 자동으로 동기화할 수 있는 점은 확실히 타 브랜드와는 차별화된 시티즌만의 내공과 기술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다만 해당 타임존에 따라 라디오 대상 신호국이 제한적이고(유럽, 북미, 중국, 일본), 이 또한 수신 레벨이 원활하지 않을 때가 있기 때문에 정확성과 신호 수신/연동 속도 면에서 몇 가지 단점도 두드러집니다. 이러한 점에 아쉬움을 느끼는 분이라면 에코 드라이브 블루투스 시리즈나 더 상위 라인업인 새틀라이트 웨이브 GPS 시리즈가 이상적인 대안이 될 것입니다.
무브먼트는 일본 나가노현에 위치한 시티즌의 매뉴팩처에서 100% 자체 개발 제작한 에코 드라이브 칼리버 H800를 탑재했습니다. 기존에 있던 칼리버로 새롭지는 않지만 수년 간 비슷한 기능의 여러 제품들에 사용되었기 때문에 그만큼 충분히 검증된 안정적인 성능을 자랑합니다. 월 허용 오차 범위는 ±15초대를 유지하며, 퍼페추얼 캘린더를 지원해 2,100년 2월 28일까지(윤년 포함) 별도의 조정이 필요 없습니다. 또한 과충전 방지 기능과 함께 광원 부족시 경고음을 알리는 기능도 내재하고 있습니다. 스냅백 타입의 슈퍼 티타늄 케이스백 중앙에는 어김없이 에코 드라이브 제품임을 알 수 있는 엠블럼을 확인할 수 있으며, 100m 방수 사양을 보장해 든든하고 실용적입니다.
참고로 에코 드라이브 라디오 컨트롤 신제품(Ref. AT8154-82L)의 국내 출시가는 128만원입니다.
이쯤에서 우리는 시티즌이 올해 창립 100주년을 자축하며 내건 슬로건이 '우리는 시간을 기념한다(We Celebrate Time)'임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20세기 초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세계 시계 산업의 가장 변방에 속했던 극동 아시아의 섬나라 일본에서 일찍이 회사명처럼 ‘시티즌(시민)’을 위한 글로벌 시계 브랜드를 목표로 한 우물을 열정적으로 파온 결과 시티즌은 비단 시티즌과 캄파놀라 뿐만 아니라 스위스 시계 브랜드인 부로바, 아놀드 앤 선, 프레드릭 콘스탄트, 알피나까지 거느린 세계적인 시계 그룹으로 성장했습니다. 올해의 슬로건 ‘우리는 시간을 기념한다’는 시티즌의 이러한 넘치는 자긍심과 앞으로의 100년도 지금처럼 묵묵히 자신들의 길을 가겠다는 일종의 선언으로 봐도 틀림이 없을 것입니다. 에코 드라이브, 라디오 컨트롤, 새틀라이트 웨이브 GPS, 슈퍼 티타늄과 같은 독자적인 기술력만으로도 시티즌에 대한 평가는 지금보다 더욱 면밀하고 진지해져야 마땅하며, 스위스 고급 시계제조사들과는 시작 지점부터 달랐던 시티즌의 대중지향적이면서도 유니크한 행보와 작금의 놀라운 성취들에 우리는 더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가을경 출시된 100주년 기념 에디션과 일련의 하반기 신제품들을 통해서 시티즌의 강화된 제품력과 한 뼘 더 성장한 일면을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