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드릭 콘스탄트(Frederique Constant)는 클래식한 디자인의 합리적인 가격대의 시계를 언급할 때 거의 매번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대표적인 스위스 브랜드입니다. 1988년 피터 스타스(Peter Stas)와 알레타 스타스(Aletta Stas) 부부에 의해 창립한 이래 프레드릭 콘스탄트는 브랜드의 슬로건이 된 ‘접근 가능한 럭셔리(Accessible luxury)’를 표방하며 매우 인상적인 행보를 이어왔습니다. 올해 30주년을 맞은 여전히 젊은 브랜드이지만 15개가 넘는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보유한 어엿한 매뉴팩처로 성장했고, 2016년 합류한 母그룹 시티즌(Citizen Watch Co.)의 든든한 지원에 힘입어 앞으로의 발전이 더욱 기대되는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 슬림라인 문페이즈 매뉴팩처 베스트셀러 모델
2013년 프레드릭 콘스탄트가 런칭한 슬림라인 문페이즈(Slimline Moonphase)는 지난 5년간 명실공히 브랜드를 대표하는 베스트셀링 컬렉션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볼륨감 있으면서도 얇은 케이스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다이얼, 그리고 다이얼 한쪽에 자리한 고전적인 문페이즈 디스플레이는 슬림라인 문페이즈 시리즈를 규정하는 시그니처가 되었고, 클래식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시계애호가들로부터 즉각적인 호응을 얻었습니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런칭 초반만 하더라도 예거 르쿨트르의 마스터 울트라 씬 문을 연상시킨다 해서 혹평을 하는 이도 적지 않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러한 비교를 계기로 슬림라인 문페이즈를 향한 관심과 인지도가 오히려 급상승하는 결과로 이어진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특정 브랜드의 제품과 굳이 비교하지 않더라도 슬림라인 문페이즈 시리즈는 현대의 클래식 시계애호가들이 열망하는 요소들을 적재적소에 잘 배합해 반영하였고, 무엇보다 대중적인 문페이즈 시계 열풍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셈입니다.
- 다양한 버전으로 이어진 슬림라인 문페이즈 시리즈
슬림라인 문페이즈 시리즈의 큰 성공에 고무된 프레드릭 콘스탄트는 지난 5년 간 꾸준히 다양한 후속 모델을 이어갔습니다. 남성용 라인업의 사이즈 또한 42mm의 뒤를 이어 38.8mm가 추가됐고, 30mm 사이즈의 아담한 여성용(레이디) 모델도 출시됐습니다. 화이트, 블랙, 블루, 샴페인, 마더오브펄 등 다양한 컬러와 소재의 다이얼 베리에이션이 이어졌고, 최초의 바 인덱스에서 로만 인덱스, 다이아몬드 세팅 인덱스 버전이 추가되는 등 여러 고객층의 폭넓은 취향을 고려하는 행보를 보여줬습니다.
- 새로운 디자인의 슬림라인 문페이즈 매뉴팩처
그리고 작년 하반기에는 기존의 슬림라인 문페이즈 매뉴팩처 디자인을 살짝 변형한 후속 모델을 선보였습니다. 기존의 다이얼 6시 방향에 위치한 문페이즈 & 데이트 통합 디스플레이를 다이얼 중앙 양쪽에 각각 분할해 3시 방향에는 문페이즈 디스크를, 9시 방향에는 포인터 핸드 타입의 데이트 디스플레이를 배치한 것입니다. 크로노그래프 시계의 더블 카운터 형태를 두고 시계애호가들은 ‘부엉이’라는 애칭으로 곧잘 부르는데, 조금 예가 다르긴 하지만 새로운 슬림라인 문페이즈 매뉴팩처의 디자인도 경우에 따라서는 ‘부엉이’라는 애칭이 어울릴 것만 같습니다.
새로운 슬림라인 문페이즈 매뉴팩처는 총 3가지 버전으로 선보입니다. 전체 폴리시드 가공한 스틸 케이스에 실버 다이얼 버전(Ref. FC-702S3S6)과 로즈 골드 플레이트 마감한 스틸 케이스에 실버 다이얼 버전(Ref. FC-702V3S4), 로즈 골드 플레이트 스틸 케이스에 블랙 다이얼 버전(Ref. FC-702G3S4)이 그것입니다. 이중에서 로즈 골드 플레이트 스틸 케이스에 실버 컬러 다이얼을 적용한 모델을 타임포럼 리뷰를 통해 자세히 소개합니다.
신형 슬림라인 문페이즈 매뉴팩처는 38.8mm 사이즈로 제작되었습니다. 다이얼 6시 방향에 문페이즈와 데이트 디스플레이를 위치시킨 이전 버전의 경우 42mm 사이즈가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았다면, 아시아 국가 특히 한국에서는 유독 38.8mm 사이즈가 더 좋은 반응을 얻었던 터라 새로운 디자인의 슬림라인 문페이즈 매뉴팩처는 일단 사이즈면에서는 국내 고객들로부터 합격점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쓰리 피스 케이스 형태 및 디테일은 기존의 슬림라인 문페이즈와 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전체 폴리시드 가공한 스틸 케이스의 프로파일(측면부)은 안으로 커브가 있는 굴곡진 형태를 띠고 있고, 때문에 비교적 얇은 두께에도 특유의 볼륨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여기에 돔형의 사파이어 크리스탈이 실루엣과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고, 얇은 베젤은 시계에 한층 우아함을 더합니다. 원형의 케이스가 자칫 단조롭기 쉬운데 반해 슬림라인 문페이즈는 면밀하게 계산된 곡선미를 부여해 입체적인 느낌을 선사하며, 이러한 류의 클래식 시계치고는 다소 큰 어니언(양파) 형태의 크라운을 적용한 것도 나름대로 개성적입니다.
그리고 기존의 베스트셀러부터 이어져온 미니멀한 다이얼 디자인도 여전합니다. 그런데 기능 배열만 달라졌을 뿐인데 이전 슬림라인 문페이즈 매뉴팩처와는 완전히 다른 시계처럼 느껴집니다. 기존 디자인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조금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일명 ‘부엉이’ 형태의 새로운 다이얼 디자인을 반색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프레드릭 콘스탄트 매뉴팩처의 R&D 팀도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새로운 디자인에 반영했을 테지만요.
포인터 핸드 타입의 데이트와 문페이즈 디스플레이를 따로 분리함으로써 각각의 디스플레이가 한층 돋보이는 장점도 있습니다. 6시 방향의 서브 다이얼에 두 기능을 함께 표시했을 경우에는 데이트 핸드가 문페이즈 디스크를 가려 미감을 떨어트리거나 해당 날짜를 한눈에 파악하기 힘든 단점이 있었다면, 새로운 디스플레이 디자인은 이러한 문제를 간단히 해결한 것입니다.
케이스 컬러에 따라 다이얼의 인덱스 및 핸즈, 그리고 문페이즈 디스크의 컬러까지 통일감 있게 처리한 점도 기존의 슬림라인 문페이즈와 같은 디자인 공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아플리케 타입 바 인덱스와 리프 핸즈(둘 다 스틸 소재)는 케이스와 마찬가지로 하이 폴리시드 가공 후 로즈 골드 플레이트 마감했으며, 일반 스틸 모델의 경우 로듐 도금 마감했습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다이얼에는 브랜드 로고, 오토매틱, 스위스 메이드 영문 프린트 외 불필요한 프린트를 생략해 여백의 미를 감안했으며, 동심원 형태로 스네일 마감한 데이트 서브 다이얼과 입체감 있게 컷 아웃 가공한 문페이즈 서브 다이얼은 심플한 다이얼에 미묘한 입체감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무브먼트는 브랜드 첫 인하우스 자동 칼리버 FC-700 시리즈의 뒤를 잇는 새로운 FC-702 칼리버를 탑재했습니다(진동수 4헤르츠, 파워리저브 약 42시간). 날짜 표시 기능이 있는(다이얼면 6시 방향에 서브 다이얼 형태로 표시되는) FC-700을 베이스로 문페이즈 컴플리케이션을 추가한 FC-705에서 기어 트레인을 살짝 변형시킨 형태가 FC-702입니다. 사실 이 정도의 마이너 체인지는 타 제조사에서도 흔한 일이지만, 성공적인 FC-705 버전에서 새로운 베리에이션을 구상해 확정하기까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씨스루 형태의 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백을 통해 가격대비 알차게 꾸며진 매뉴팩처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 있으며, 전체 케이스는 30m 정도의 생활 방수를 지원합니다.
스트랩은 로즈 골드 플레이트 스틸 케이스 버전에는 매트하게 마감한 다크 브라운 컬러 앨리게이터 가죽 스트랩을, 일반 스틸 케이스 버전에는 블랙 컬러 앨리게이터 가죽 스트랩을 체결했습니다. 버클은 프레드릭 콘스탄트의 문장이 새겨진 기존의 폴딩 클라스프가 적용되어 탈착이 용이합니다.
참고로 신형 슬림라인 문페이즈 매뉴팩처의 한국 출시 가격은 로즈 골드 플레이트 스틸 케이스 두 모델(실버 or 블랙 다이얼)은 450만 원대이고, 스틸 케이스 모델(실버 다이얼)은 400만 원대입니다. 기존 슬림라인 문페이즈 매뉴팩처와 가격 차이도 미미해서 해당 라인업의 시계 구매를 희망하는 분들에겐 어떤 모델을 선택할지 즐거운 고민 하나가 추가로 생긴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