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동심을 깨우는 시계 VS 화끈한(!) 시계
올해 SIHH에서는 전혀 상반된 분위기의 시계를 만날 수 있었는데요. 한편에서는 금방이라도 동심의 세계로 데려다 줄 것만 같은 동화 같은 맑은(!) 시계를 만날 수 있었지만, 또 한편에서는 19금을 방불케 하는 끈적끈적하고 찐한(!) 시계가 은밀한 자태를 보여주었습니다.
ULYSSE NARDIN - Classic Voyeur
똑바로 쳐다보기 다소 민망한 클래식 보이어는 외관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율리스 나르당은 이 시계에 화끈하다는 의미의 ‘HOT’ Horlogerie라는 애칭을 붙였습니다. 이 시계는 부스 중에서도 밀폐된(!) 특별한 공간에서 소개되었습니다. 붉은 컬러 벽에 입술 모양을 한 빨간 벨벳 소파가 놓인 공간에서 상당히 타이트한 스커트를 입고 유혹적 자태를 보여준 여성이 맞이해주었는데요. 쇼케이스 안에서 강렬한 오라를 풍기고 있던 시계가 바로 클래식 보이어였습니다. 옆에서는 과거에 선보인 아워스트라이커 에로티카가 말 그대로 에로틱한 자태로 함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럼 클래식 보이어를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짙은 그레이 컬러 다이얼 위에 섹시하면서도 매혹적인 자케마르 모티브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정교하게 조각한 카펫과 소파가 있는 고급스러운 공간에 두 커플(플래티넘 모델의 경우 화이트 골드, 18K 핑크 골드 모델의 경우 핑크 골드 소재)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앞쪽에 있는 커플 중 남자가 자신의 일에 집중하지 않고(?) 커튼을 젖혀 뒤쪽에 있는 커플의 모습을 슬며시 바라보고 있는데요. 뒤쪽 커플은 매우 격정적인 모습이군요.
율리스 나르당은 자케마르에 일가견이 있는 브랜드 아니겠습니까? 자케마르는 단순한 오토마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리피터와 오토마톤의 움직임을 대응시켜주는 고난도 컴플리케이션입니다. 율리스 나르당의 서커스를 예로 들면 시간이 울릴 때는 원숭이가 소리에 맞춰 움직이고, 쿼터가 울릴 때는 조련사가 채찍을 휘두르고, 분이 울릴 때는 호랑이가 재주를 부리는 식입니다. 클래식 보이어에서는 리피터 버튼을 당기면 뒤쪽에 있는 여성의 다리, 그리고 남성의 팔, 몸통, 허벅지가 앞뒤로 매우 리드미컬하게(!) 움직입니다. 앞쪽 커플 중 여성은 소리에 맞춰 손을 어딘가로 뻗습니다(자세한 묘사는 차마...).
42mm 사이즈의 플래티넘 소재와 18K 핑크 골드 소재로 소개하며, 베젤에 총 3.5캐럿의 60개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버전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평상시 착용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컬렉터 아이템으로는 손색 없을 듯 합니다.
VS
VACHERON CONSTANTIN - Métiers d’Art Les Aérostiers
이제는 마음을 가라앉히는 시간을 좀 가져볼까요? 다양한 컬러의 다이얼 위에서 비행 풍선들이 하늘 위로 둥실 날아오르고 있습니다. 매우 서정적이고 동화적인 풍경입니다. 사실 인류는 역사가 시작된 이래 계속해서 하늘을 날고 싶다는 비행의 꿈을 품어 왔습니다. 그리고 18세기 후반에 최초의 ‘열기구 실험’에 성공하며 그 꿈을 이루었습니다. 초기 열기구 조종사를 프랑스어로 아에로스티어(aérostiers)라 불렀는데, 그들은 하늘을 날고 싶은 열정을 한껏 불태웠습니다.
바쉐론 콘스탄틴이 이번에 소개하는 새로운 메티에 다르 아에로스티어 컬렉션은 역사의 한 켠을 화려하게 장식한 이 꿈 같은 순간을 기리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1783년에서 1785년 사이 프랑스에서 이뤄진 역사적인 5번의 열기구 비행을 미니어처로 재현해낸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그 섬세한 디테일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던 열기구 모티브는 인그레이빙과 파운싱 장식 기법으로 완성했습니다. 파운싱 기법은 일종의 양각 효과를 얻기 위한 입체 조각 기법으로 한번 칼을 갖다 대는 순간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장인의 노련하고 섬세한 손길을 필요로 합니다. 조각 칼을 계속해서 날카롭게 다듬어가며 풍선은 물론 그 안에 타고 있는 사람과 동물 등의 작은 디테일까지 실감나게 살려냈습니다. 사실 자료 속 평면적인 열기구를 3차원 형태로 구현하는 작업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특히 최초로 진행한 열기구 실험에서는 기구 안에 양과 수탉, 오리가 타고 있었는데, 마치 살아 움직일 듯한 이 동물들의 디테일이 단연 압권입니다. 1783년 진행한 비행에서 드디어 처음으로 사람이 탑승했습니다.
금을 아름답게 조각한 인그레이빙과 파운싱 장식 기법 이외에 눈여겨봐야 할 것이 바로 에나멜링 기법입니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뛰어난 에나멜 장인들을 보유하고 있기도 한데요. 이번에는 브랜드에서는 처음으로 시도하는 플리카주르 에나멜 기법을 사용한 점이 눈길을 끕니다. 사실 플리카주르는 반클리프 아펠에서 즐겨 사용하는 기법인데, 반투명한 효과를 내 마치 스테인드글라스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덕분에 몽환적이면서도 서정적이고 시적인 장면을 연출해줍니다. 아에로스티어 컬렉션의 다이얼에서는 스카이 블루와 다크 블루, 터쿼이즈, 브라운, 버건디 컬러를 플리카주르 기법으로 반투명하게 완성해 아름다운 빛깔의 하늘을 만들어냈습니다.
40mm 사이즈에 스트랩 컬러는 각각의 다이얼과 조화를 이루는 악어가죽 스트랩을 매치했습니다. 매뉴팩처 칼리버 2460 G4/1을 탑재해 다이얼 위 왼편에서 시를, 오른편에서 분을, 다이얼 아래 왼편에서는 요일을, 오른편에서는 날짜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각각 개별 번호를 새긴 5피스 익스클루시브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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