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비밀을 품고 있는 시계, 시크릿 워치
시크릿 워치는 이름에서 풍기는 ‘비밀스러운’ 느낌도 왠지 모르게 매력적이지만, 커버를 열거나 닫는 형태로 시계를 일석이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실질적인 장점이 있습니다. 이번 VS에서는 다른 스타일의 ‘커버’를 갖춘 시크릿 워치를 비교해봅니다.
Chanel, Code Coco
샤넬이 새롭게 선보인 따끈따끈한 여성 시계를 처음 본 순간 과연 정체가 무엇일까 생각하며 잠깐 멈칫하게 됩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낯익은 잠금장치로 샤넬의 시그너처 백인 2.55 백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잠금장치입니다. 잠금장치가 세로 방향일 때는 영락없는 메탈 브레이슬릿이지만 잠금장치를 가로로 돌려 여는 순간 뒤에 숨어 있던 작은 다이얼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다이얼 위 작은 2개의 바늘이 '은밀하게' 시간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브레이슬릿이 퀼트 패턴을 품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마드모아젤 샤넬이 1955년 처음 선보인 2.55 백의 잠금장치와 퀼트 디테일. 이렇게 샤넬의 시그너처 디테일을 담고 있는 지극히 샤넬스러운 이 시계의 이름은 바로 코드 코코입니다. 뭔가 코드명을 연상시키는 네이밍도 흥미롭습니다.
보통의 시계가 스트랩이나 브레이슬릿 부분에 클래스프나 버클을 지닌 것과 달리 코드 코코는 브레이슬릿 끝부분에 직사각 형태의 구멍만 있을 뿐 잠금장치가 다이얼 전면에 자리합니다. 길게 쭉 늘어뜨린 브레이슬릿으로 손목을 한 바퀴 감아 그 직사각 구멍을 다이얼 위에 끼워 잠금장치를 채우는 방식입니다. 2.55 백과 마찬가지로 한 번의 클릭으로 매끈하게 작동하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38.1×21.5mm 사이즈의 스테인리스스틸 소재 케이스, 블랙 래커 다이얼로 샤넬 특유의 모던한 매력을 발산하며, 시계로 열어놨을 때 12시 방향 위쪽으로 단 하나의 프린세스 컷 다이아몬드가 반짝이며 미니멀함을 극대화합니다. 베젤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버전은 좀 더 우아하게, 세팅하지 않은 버전은 좀 더 시크하게 연출할 수 있습니다.
VS
Van Cleef & Arpels, Heure Marine watch
올해 반클리프 아펠은 일명 '시간을 알려주는 주얼리(Jewels that tell the time)'라 칭하는 하이 주얼리 워치 부문에서 시크릿 워치를 대거 선보였습니다. 일례로 자유로운 연에서 영감을 받은 서프 볼랑 롱 네크리스 워치의 경우 레드 카보숑을 눌러 사각 형태의 시크릿 워치 커버를 열면 한쪽 면에 거울이 자리하는데, 이 거울에 다이얼을 비춰 거울에 보이는 모습을 통해 시간을 확인하는 점이 우아하면서도 독특합니다.
또한 마치 리본 모티브의 브레이슬릿처럼 보이는 루방 시크릿 워치는 리본을 살짝 옆으로 틀면 아래 숨어 있는 작은 다이얼이 모습을 드러내며 시간을 알려줍니다. 올해 SIHH에서 억!소리 나는 이 시계를 손목에 얹어보았는데,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시계 전체에 풀 파베 세팅한 젬스톤 덕분에 화사함과 반짝임의 극치를 보여주었습니다. 화이트 골드에 라운드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버전, 핑크 골드에 핑크 사파이어를 세팅한 버전 두 가지로 선보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바다에서 영감을 얻은 하이 주얼리 컬렉션 세븐 씨즈(Seven Seas)에 속한 웨 마린 워치는 총 27.34캐럿의 슈거로프 컷 스리랑카산 블루 사파이어 2개가 단연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이 시계에는 에메랄드 카보숑을 눌러 열 수 있는, 케이스를 동그랗게 감싸고 있는 커버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커버를 열면 숨어 있는 다이얼이 드라마틱한 방식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광경이 인상적입니다. 유니크 피스로 선보이는 이 시계는 다양한 컷의 다이아몬드와 사파이어가 어우러져 마치 바닷속에 숨겨져 있는 보물 상자를 보는 것 같은 신비로운 느낌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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