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틀링 콜트 스카이레이서
고급 시계 부문에서 브라이틀링(Breitling) 만큼 개성 강한 브랜드는 찾기 쉽지 않습니다. 메이저 브랜드로는 드물게 스포츠 부문에 편중된 라인업도 그렇고, 방향성에서도 대부분의 고급 스포츠 시계 브랜드가 추구하는 것과 큰 차이를 보입니다.
고급 시계의 전제 조건이 되어버린 인하우스 무브먼트의 개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한편으로는 쿼츠 무브먼트를 탑재한 제품을 내 놓는다는 것이 이를 뒷바침하는데요. 스마트폰과 연동하는 커넥티드 시계 엑소스페이스(Exospace) B55, 이중 주파수 개인용 위치탐사 장비를 탑재한 이머전시(Emergency)모델 등의 프로페셔널 라인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한마디로 브라이틀링이 추구하는 시계는 말로만 스포츠 시계가 아닌, 실제 현장에서 뛰어난 정확성과 내구성으로 신뢰할 수 있는 '장비'로서의 시계라 할 것입니다. 몇 십년 전의 파일럿, 드라이버가 착용했던 시계 그대로의 모습이 아닌 현재의 파일럿, 현재의 모험가들을 위한 그런 시계 말입니다. 비슷한 레벨의 시계제조사 중에는 아마 오메가의 X-33 같은 시계에서도 비슷한 가치관을 볼 수 있는데요.
이런 브라이틀링만의 독특한 철학을 생각하면 올해 새롭게 선보인 콜트 스카이레이서(Colt Skyracer)의 등장은 당연한 행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브라이틀링의 콜트 컬렉션은 밀리터리 컨셉의 고성능, 효율성을 바탕으로 믿을 수 있는 필드 워치, 혹은 툴 워치로서의 포지션을 갖고 있는데요. 브라이틀링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며 합리적인 가격대에 기계식 시계를 찾는 많은 시계애호가들의 선택을 받는 컬렉션 중 하나입니다. 여기에 콜트 스카이레이서는 브라이트라이트(Breitlight®)로 불리는 신소재 케이스와 일반 쿼츠의 10배 정확도를 자랑하는 수퍼 쿼츠 무브먼트를 탑재한 모델로 콜트 컬렉션이 추구하는 진정한 필드 워치(툴 워치)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시계명 스카이레이서는 레드 불 에어 레이스(Red Bull Air race)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브라이틀링 레이싱팀의 항공기명이기도 합니다.
그럼 이제 이 새로운 개념의 시계에 대한 자세한 리뷰를 해보겠습니다.
직경 45mm의 케이스는 브라이트라이트® 소재로 경량성과 견고함을 동시에 만족시킵니다. 카본 계열의 신소재로 티타늄보다 3.3배, 스틸보다 5.8배 가벼우면서도 매우 견고하다는 것이 장점인데요. 실제로 이 시계의 무게는 스트랩을 제외한 34.20 g에 불과합니다. 긁힘, 외부 압력, 부식에 대한 뛰어난 저항성을 보이며 금속 소재가 아니기에 항자성, 항알레르기 문제 역시 완벽합니다. 표면은 마치 군용을 연상시키는 카무플라쥬 느낌의 잔 문양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며 두께는 13.15 mm입니다.
브라이틀링은 케이스의 세밀한 가공으로 명성이 높은 만큼 콜트 스카이레이서의 케이스 처리 역시 금속 케이스에 버금가는 예리함을 자랑합니다. 여기에 브라이틀링만의 라이더 탭을 가진 역회전 방지 베젤은 파일럿 워치의 명가 브라이틀링의 시그니처를 고스란히 계승합니다.
또한, 러버 몰딩 처리된 크라운은 스크류 록 기능으로 방수에 대한 안정감을 높여주고, 양면 반사 방지 코팅 처리된 사파이어 크리스탈은 파일럿 시계 특유의 선명한 가독성을 보장합니다. 크리스탈은 돌출된 베젤 가스켓으로 충격으로부터 보호받도록 디자인 되었습니다. 케이스백은 역시 브라이트라이트 소재로 4개의 스크류로 고정되었으며, 방수는 100m입니다. 필드 워치(혹은 툴 워치) 시계들이 가진 평균적인 방수 성능이라 할 수 있는데, 일상 생활은 물론 간단한 물놀이 정도는 가능한 방수 수치입니다.
탑재된 무브먼트는 브라이틀링 74로 명명된 수퍼쿼츠(SuperQuartz™) 무브먼트입니다. 일반 쿼츠보다 10배이상 정확한 이 슈퍼쿼츠는 스위스 공식 크로노미터 인증 기관인 COSC로부터 크로노미터 인증까지 획득했습니다. 온도 영향 방지 기능 및 EOL(배터리 잔량 표시) 기능이 있으며 배터리 수명은 8년입니다.
브라이틀링에서 볼케이노 블랙이라 이름붙인 다이얼은 브라이틀링의 자랑인 가독성 뛰어난 다이얼의 전통을 그대로 보여줍니다.선명한 아라빅 인덱스는 6-9-12 문자를 더 부각시키고 3시에 날짜창을 배치했습니다. 또한 24시간 표시 및 레일로드 트랙, 60분 표기까지 꼼꼼한 배치가 돋보이는데요. 이렇게 많은 정보를 배치한 다이얼임에도 복잡함 없이 깔끔함을 유지하고 있어 보기 좋습니다.
독특한 점은 12시간 메인 인덱스를 투 톤 컬러로 그림자 처리해 입체감을 주고 있는데요. 항공기 계기판을 연상시키는 레드 포인트 컬러는 서로 극명한 대비 효과와 함께 다이얼의 역동감을 부각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야광 성능은 나무랄데 없이 스포츠 시계로서의 기대치에 잘 대응하고 있습니다.
콜트 스카이레이서의 가장 독창적인 부분은 스트랩과 그 고정 방식인데요.
러버 스트랩은 뻣뻣함 없이 부드럽게 잘 제작되어 손목에 착용했을 때 매우 편안한 착용감을 줍니다. 주의 깊게 살펴 보면 스트랩에 측정단위가 표시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6시 방향 스트랩에는 1:25,000 과 1:50,000 눈금을, 12시 방향 스트랩에는 센티미터와 인치를 표시했습니다. 이 시계의 사용자가 필드에서 필요시 스트랩을 분리해 측정 도구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유용하다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혹시 모를 응급 상황까지 염두에 둔 태도는 칭찬할 부분입니다.
스트랩의 분리는 이 시계만을 위해 고안된 스트랩 탈착 시스템으로 가능합니다. 일반적인 시계에서 볼 수 있는 스프링바에 의한 고정 방식이 아니라 사진에서처럼 독특한 구조를 가진 러그와 스트랩의 디자인이 이를 가능하게 합니다.
시계를 풀어놨을 때 완벽한 고정 형태가 아니지만 시계를 착용했을 때 러그가 지렛대 역할을 해 오히려 더 케이스와 스트랩이 더 밀착되어 견고하게 착용되도록 합니다.
시각적으로 45mm 오버사이즈 시계이기에 매우 크게 보입니다만 착용시 너무나 가벼운 무게감으로 손목이 느끼는 부담감은 전무합니다.
사실 이 시계는 브라이트라이트의 가벼움과 수퍼 쿼츠의 정확성 외에 260만원대에 책정된 가격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큰 장점입니다. 물론 기계식 무브먼트가 탑재되지 않았고, 몇몇 부분에 다운그레이드의 흔적은 있습니다. 하지만 브라이틀링 정도의 브랜드에서 만나보기 힘든 가격대죠.
제품 구매시 제공되는 시계 박스는 섬유 재질입니다. 물론 이 역시 다운그레이드의 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정확성 높고 신소재가 적용된 실용적인 툴 워치라 하더라도 좀 더 고급스러운 가공에 가치 높은 브랜드의 시계를 찾는 수요는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브라이틀링 콜트 스카이레이서는 바로 그런 수요에 대한 취향 저격이 될 듯 합니다.
마지막으로 타임포럼에서 자체 제작한 동영상 리뷰도 감상해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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