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TCH IT] 독립시계제작사, 그들만의 시그니처
매년 수많은 신제품들이 쏟아져나오는 시계업계에서 올해는 메이저 브랜드의 다분히 보수적인 행보로 독립시계제작사들이 더 부각된 듯 한 해였습니다. 자금력과 인적자원에서 절대적인 열세에 놓여있는 독립시계제작사들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만의 독창성을 부각시켜야만하는 절실함이 있는데요. 너무나 진취적이어서 때론 파격적이지만, 뛰어난 상상력으로 혹은 개인의 고집스런 노력의 결과물로 탄생한 시계들을 통해 시계애호가들은 큰 즐거움을 만끽하게 됩니다. 그래서 오늘은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독립시계제작사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그들이 완성해 낸 고유의 시그니처가 담긴 시계를 올 신제품을 중심으로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사진만으로 황홀감에 빠질만 한 경험이 되길 바라며 몇몇 시계들은 시간을 어떻게 표기하는지 맞춰보는 재미도 있을 듯 합니다. 이정도의 브랜드와 그들을 구분짓는 핵심 포인트를 구별해낸다면 당신은 이제 시계애호가로서 꽤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는 의미가 될 것이며, 먼 훗날 누군가의 손목에서 이 시계들을 알아봐주는 당신은 그로부터 큰 호감을 받게될지도 모를테니까요.
HYT H4 네오
HYT H4 Neo
HYT는 유동 액체 방식으로 시간을 표시하는 손목시계를 선보이겠다는 구체적인 목표 아래 탄생한 시계제조사입니다. 고대 그리스의 물시계 클랩시드라(Clepsydra)에서 영감을 얻어 2012년 바젤월드에서 첫 컬렉션 H1을 선보이며 단숨에 고급 시계 업계의 신성으로 떠올랐는데요. HYT의 시계는 한쌍의 피스톤이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며 시를 가리키는 액체가 유동하는 식으로 작동합니다. 올해 SIHH에서는 해골 모티프의 스컬 시계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는데, 손목시계인 '스컬 액슬 로즈'와 포켓워치인 '스컬 포켓'입니다. 하지만 이번 시간에는 보다 전통적인 모습의 신제품 'H4 네오'를 통해 HYT의 시그니처를 보여주려 합니다. 튜브 형태의 관에 들어있는 형광물질은 시침 역할을 하며 6시 방향의 피스톤으로 조절합니다. 중심 상단의 서브다이얼은 분침이며 좌측에 초침 역할을 하는 휠과 우측에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가 있습니다. 그럼 이 시간은 어떻게 될까요? 바로 10시 9분 정도 되겠네요.
티타늄 케이스, 직경 51mm, HYT 전용 수동 무브먼트, 방수 50m, 15피스 한정판
MB&F HM7 아쿠아파드
MB&F HM7 Aquapod
MB&F는 창립자 막시밀리언 뷔서와 친구들이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시계란 이렇게 생겼다'는 고정관념은 MB&F에서는 철저히 부서지게 되는데요. 올해 새로움 가득한 신제품 HM7는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시계였습니다. 모델명 HM은 Horological Machine의 약자로 현재 HM8 모델까지 출시하고 있는데 HM1부터 하나같이 파격적이고 아방가르드함의 연속입니다. 해파리를 닮은 HM7는 수직 구조의 무브먼트 위로 센트럴 플라잉 투르비용이 자리하고 있고, 시와 분 인덱스는 일일이 핸드 페인팅으로 완성되었습니다. 블루 컬러의 세라믹 베젤은 다이빙 워치처럼 단방향 로테이팅 베젤을 갖추고 있지만, 그 베젤이 케이스에 부착되어 있지 않고 떠다니는 모습을 하고 있으며 좌우 대칭의 크라운 역시 이 시계의 독특함에 한 몫을 담당합니다. 반구형의 글래스와 역시 반구형태의 시간표기 방식은 이전 HM3 개구리 모델이나 HM6 모델에서도 볼 수 있는데 이렇게 하나의 커다란 반구형태로 진화한 모습은 해파리라는 이름과 완벽한 일체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간은 7시 47분을 가리키고 있네요.
티타늄 케이스, 직경 53.8mm, HM7 엔진, 방수 50m, 33피스 한정판
우르베르크 UR-210 CP
Urwerk UR-210 CP
워치메이커 펠릭스 바움가트너(Felix Baumgartner)와 디자니어 마틴 프레이(Martin Frei)에 의해 탄생한 우르베르크는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어릴적 공상과학잡지에서나 봤을 법한 느낌의 우르베르크의 시계인데요. 그들이 표방한 기계식 시계의 '뉴 웨이브' 포스트-아방가르드’ 정신은 4면에 숫자 인덱스를 프린트한 3개의 아워 모듈(새틀라이트) 세트가 다이얼 안에서 끊임없이 회전하며 하단의 분 단위 눈금을 표시한 트랙을 가리켜 시간을 표시하는 독자적인 새틀라이트(Satellite) 컴플리케이션으로 상징됩니다. UR-210 시리즈의 베리에이션 모델 중 하나인 CP 버전은 클루 드 파리(Clou De Paris)문양에 밀리터리 분위기 가득한 블랙 컬러가 인상적입니다. 이 시계 역시 과연 현재 시간이 어떻게 될까요? 그것은 바로 9시 23분입니다.
AlTiN 코팅 티타늄-스틸 케이스, 43.8mm x 53.6mm, 칼리버 UR-7.10 자동 무브먼트, 방수 30m
로맹 제롬 RJ X 동키콩
Romain Jerome RJ X DONKEY KONG
현재 중장년의 남자라면 어릴적 '오락실'에 대한 추억 한두가지는 있을텐데요. 바로 이 오락실의 비디오 게임을 모티브로 한 컬렉션을 출시하는 로맹 제롬입니다. 이번 시간에 소개할 동키콩 뿐만 아니라 스페이스 인베이더, 테트리스, 팩 맨 등의 게임 이미지를 담은 시계들은 대중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한 시그니처입니다. 게임의 원작자인 닌텐도와의 협업으로 완성된 RJ X 동키콩 모델은 1981년 탄생한 게임으로 수퍼마리오의 마리오가 처음 등장한 의미있는 게임으로 비디오 게임 특유의 픽셀 느낌과 3D 입체 형태로 구현한 디테일이 인상적입니다. 단, 게임이 된다거나 특별한 움직임이 있는 건 아니라서 조금 실망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독립시계제작사이니 가능한 위트이기도 하며, 로맹 제롬의 다양한 컬렉션 중 하나라는 것도 알아주기 바랍니다.
블랙 PVD 코팅 티타늄 케이스, 직경 46mm, RJ001-A 자동 무브먼트, 방수 30m, 81피스 한정판
MCT 시퀀셜 원 S110 에보 반타블랙
MCT Sequential One S110 Evo Vantablack
프리즘 컨셉은 다섯 개의 삼각 프리즘 모듈 세트로 시침역할을 합니다. 과거 삼각기둥이 돌아가는 모습의 광고판을 본 적이 있는 분은 쉽게 이해할 듯 한데요. 하나의 세트가 3개의 시간을 표기하므로 12시간을 표기하기 위해서는 4세트가 필요합니다. 4세트는 다이얼 중심에서 회전하며 역시 다이얼 중심의 분침과 함께 시간을 표시하는 독창적인 디스플레이 방식입니다. 바로 MTC의 대표적인 시그니처인데요. MCT(Manufacture Contemporaine du Temps)는 프랑스 출신의 엔지니어이자 국내 시계애호가들 사이에서는 해리 윈스턴의 오퍼스 11을 만든 워치메이커로 잘 알려진 데니스 기게(Denis Giguet)가 2007년 스위스 뇌샤텔에 설립한 독립 시계브랜드입니다. 쿠션 케이스의 시퀜셜 원(Sequential One)과 라운드 케이스의 시퀜셜 투(Sequential Two)로 구분되는 MCT의 대표 컬렉션은 올해 영국의 유명 조각가이자 아티스트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와의 협업으로 세계에서 가장 어두운 시계 '시퀀셜 원 - S110 에보 반타블랙'을 선보였습니다. 그리고 이 시계의 시간은 현재 5시 25분입니다. 케이스는 블랙 DLC 코팅 티타늄으로 제작했고, 아니쉬 카우어의 사인을 담고 있습니다.
블랙 DLC 코팅 티타늄 케이스, 직경 45mm, MCT-S1.0 수동 무브먼트, 방수 30m, 10피스 한정판
레상스 타입 1 스퀘어드
Ressence Type 1 Squared
시계바늘이 없이 디스크만으로 시간을 표시하는 시계를 만드는 레상스입니다. 레상스가 독자적으로 만든 곡면 궤도 시스템(Orbital Convex System)이 무브먼트 역할을 하며, 모든 모델이 디스크를 통해 디스플레이를 보여주고, 크라운이 없는 점도 매우 색다릅니다. 특히 타입 3와 타입 5는 무브먼트의 윗부분이 35ml 오일에 잠겨 있습니다. 눈에는 보이지 않는 이 오일 덕분에 다이얼을 어떤 방향에서 보든지 상관없이 최상의 가독성을 보여주는 '워터 드롭(water drop)' 효과가 나타납니다. 하지만 오늘 소개할 타입 1 "스퀘어드"는 오일로 채운 시계는 아니며, 쿠션 케이스와 통합된 인티그레이티드 러그와 교체 가능한 브레이슬릿의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은 현재 6시 55분입니다.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 직경 41mm, ROCS 1.3(Ressence Orbital Convex System), 방수 10m
크리스토프 클라레 마거리트
Chritophe Claret Marguerite
크리스토프 클라레는 자사의 첫번째 여성용 컴플리케이션 마고에 이어 올해 마거리트를 선보였습니다. 크리스토퍼 클라레는 잭팟 시계, 핀볼 시계 등 갬블 기능을 담은 컴플리케이션으로 남성용 시계에 시그니처를 완성했는데요. 남자의 마음을 알고싶어 하는 여성 특유의 로맨틱한 감성을 담은 여성용 컴플리케이션은 꽃잎을 뜯으며 나를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라고 읊조리는 여인의 행동을 시계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마거리트는 3, 6, 9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가 사라져야 모습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디스플레이에 숨어 있어, 2시 방향의 푸셔를 누르면 숫자가 사라지면서 "Il m’aime passionnément/He loves me passionately(그는 나를 열정적으로 사랑한다)"라는 의미의 메시지가 나타납니다. 이 메시지는 브랜드 웹사이트에서 원하는 언어, 원하는 문구로 변경할 수도 있습니다. 푸셔를 다시 누르면 시 인덱스가 다시 모습을 드러냅니다. 시계를 케이스백 쪽으로 돌리면 데이지 형태로 조각한 로터가 다시 한번 매력적인 자태를 보여줍니다. 꽃잎을 한 장씩 떼며 그는 '나를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읊조리는 Yes or No게임을 시계 뒤에서 할 수도 있습니다. 시계를 수평 형태로 놓은 후 살짝 흔들어주면 몇 초 후 로터가 멈추는데, 이 때 레드 하트에 가장 가까이 있는 루비가 그 대답이 Yes 혹은 No인지를 알려줍니다.
화이트 골드 케이스, 직경 42.5mm, 칼리버 MT115 자동 무브먼트, 방수 30m, 30개 한정판
피오나 크뤼거 쁘띠 셀러브레이션 스컬 '이터니티'
Fiona Kruger Petit Celebration Skull 'Eternity'
여성으로 독립 시계제작사를 만든 피오나 크뤼거은 2013년 첫 스컬 시계를 발표한 이래 오직 해골을 주제로 한 제품만 만들고 있습니다. 그만큼 디자인의 정체성을 강렬하게 드러내고 있는데요. 해골을 꺼려하는 우리나라의 정서와는 달리 서양에서는 해골을 행운의 부적처럼 인식하기에 해골을 주제로 한 패션이나 시계 제품이 별 거부감없이 수용되고 있습니다. 쁘띠 스컬 시리즈의 연작으로 올해 선보인 쁘띠 셀러브레이션 스컬 '이터니티'와 '이니그마'는 전작보다 크기를 줄이고 젬 세팅 버전과 블랙 PVD 코팅 버전으로 나뉩니다. 6가지 종류의 컬러 래커를 핸드 페인팅 방식으로 칠한 모습도 아름답지만 다이얼 외곽 및 눈두덩, 입가에 수퍼루미노바 야광 처리해 야간에서의 해골 모습을 선명하게 볼 수 있는 것도 이 시계의 매력입니다.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 34.5mm x 48mm, 기계식 자동 무브먼트, 18피스 한정판
콘스탄틴 샤이킨 조커 워치
Konstantin Chaykin Joker Watch
독특하게 러시아 출신의 독립 시계제작자 콘스탄틴 샤이킨(Konstantin Chaykin)이 올해 선보인 조커 워치입니다. 사실 조커 워치는 올해 처음 선보인 시계이기에 콘스탄틴 사야킨의 시그니처라 말하긴 좀 힘든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틈 조커 워치가 주는 인상이 강렬했다고나 할까요. 콘스탄틴 사야킨은 조커 워치 이전에 클래식한 시계들을 주로 만들어왔고 문페이즈에 창의성을 보여주긴 했으나 크게 주목받는 독립제작사는 아니었습니다. 콘스탄틴 사야킨의 조커 워치는 DC 코믹스 대표 빌런 중 하나인 조커를 시계로 가장 잘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조커의 익살스러움과 기괴함이 다 녹아있는데요. 조커의 양 눈이 다이얼 양쪽에서 시와 분을 가리키고, 조커의 트레이드마크인 찢어진 붉은 입으로는 문페이즈 디스크를 변주해 조커의 낼름거리는 듯한 혀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콘스탄틴 사야킨이 바보가 아니라면 이후 자사를 대표하는 시그니처가 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케이스백에 'Made in Russia'로 각인된 것 역시 독특함 가득합니다.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 직경 42mm, 칼리버 K07-0 자동 무브먼트, 99피스 한정판
드 베튠 DB25L '밀키 웨이'
De Bethune DB25L 'Milky Way'
드 베튠은 위에 소개한 독립제작사의 시계처럼 파격적이거나 전위적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클래식한 모습의 느낌이 더 강한 브랜드인데요. 오늘 이자리에 드 베튠을 소개하는 이유는 드 베튠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강렬하고 심오한 블루 컬러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블루 역시 아름답지만 실물 역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황홀함을 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매년 블루를 테마로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올해 역시 DB25L '밀키 웨이'를 선보였는데요. 플래티넘 케이스에 하단 측면부에 총 66개의 바게트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했습니다. 다이얼은 전체 미러 폴리시드 마감한 티타늄 바탕에 특수한 산화처리 공법을 이용해 영롱한 딥 블루 컬러를 입혔습니다. 그리고 부분 레이저 커팅 후 화이트 골드를 갈아 흩뿌리고 후처리를 통해 시계명처럼 특유의 별이 어우러진 밀키 웨이(은하수) 다이얼을 완성했습니다. 다이얼 12시 방향에 위치한 구형의 3D 문페이즈 디스플레이는 블루 산화 스틸과 플래티넘 소재로 달의 위상 변화를 매우 사실적이고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또하나의 시그너처이기도 합니다.
플래티넘 케이스, 직경 44.6mm, 칼리버 DB2105v2 수동 무브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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