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복고는 현대 사회를 리드하는 트랜드에서 늘 중요한 아젠다입니다. 패션, 음악, 디자인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이 현상은 중장년에게는 청춘의 빛나던 시절을 회상하며 정신적인 위안을 주고, 이를 경험하지 못한 신세대에게는 또다른 새로움의 발견으로 다가오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단기간의 유행으로 반복되어지는 복고의 경향성은 기계식 시계 분야에서는 어떤 도도한 흐름을 형성하는 듯 합니다. 기계식 시계가 본질적으로 클래식 혹은 아날로그에 대한 추구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일 듯 합니다.
전통적인 워치메이커 뿐만 아니라 신생 혹은 마이크로 브랜드에서도 지속적으로 과거의 빈티지를 테마로 한 모델들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래 시간에 걸쳐 축적된 자사의 아카이브를 가진 브랜드가 역시 이 분야에서는 강점을 보일 수 밖에 없을텐데요. 125년 역사의 해밀턴 역시 미국의 정서가 가미된 자사의 아카이브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복각 모델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바젤월드 2017을 통해 소개된 '인트라 매틱 68 오토 크로노(Intra-Matic 68 Auto Chrono)'를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요.
'인트라 매틱 68 오토 크로노'는 해밀턴이 1968년 선보인 크로노그래프 B 모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출시한 복각 모델입니다. 시계애호가 사이에서 '판다(Panda)'로 불리는 화이트 다이얼 + 블랙 서브다이얼의 크로노그래프 모델이 크로노그래프 A 모델로 불렸고, 반대로 블랙 다이얼 + 화이트 서브다이얼의 '역판다(혹은 리버스 판다 Reversed Panda)' 모델이 바로 크로노그래프 B 모델이었습니다.
1960년대를 전후로 당대 내로라하는 워치메이커에서 새로운 크로노그래프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던 시기이며, 오메가, 론진, 롤렉스, 브라이틀링, 태그호이어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브랜드들이 참여했던 크로노그래프의 황금기였습니다. 디자인에서도 특히 판다 스타일의 크로노그래프가 많이 출시되어 빈티지 애호가들의 주요 수집 대상이 되고 있는데요.
인트라 매틱 68 오토 크로노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복각 모델로서 갖춰야 할 오리지널 모델의 빈티지한 느낌을 잘 표현해냈다는 것입니다. 사진을 통해 비교해보면 그 유사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960~70년대 유행한 특유의 스포티하면서도 레트로한 스타일을 충실히 재현하고 있습니다.
< 1968년 크로노그래프 B 모델과 인트라 매틱 68 오토 크로노 모델 >
디테일로 들어가면 날짜창의 유무나 타키미터 스케일의 컬러 등 차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탑재 무브먼트의 성격도 다르며 완벽한 복제란 것 자체가 의미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해밀턴의 현대적인 해석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의 케이스에 직경 42mm 사이즈는 대중적으로 포용성이 높은 영역입니다. 전체적으로 폴리싱 처리된 케이스는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고 스크류 다운 크라운, 빈티지 스타일의 푸셔, 반사 방지 코팅 처리된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라스, 솔리드 타입의 케이스백이 채택되었습니다. 방수는 일상에서 안심할 영역의 100m 방수를 보장해 실용성을 높였습니다.
케이스백에는 해밀턴의 H로고를 그래픽화한 문양으로 의미를 담았으며 가장자리로 시계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둥근 보올 형태의 케이스백은 손목에 자연스럽게 밀착되어 크로노그래프 시계의 두께가 주는 부담을 상쇄합니다.
탑재된 무브먼트는 해밀턴의 자동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인 H-31입니다. ETA 7753을 베이스로 수정한 H-31은 진동수 28,800, 파워리저브 약 60시간을 보장합니다. 크로노그래프 기능의 조작감은 고급 크로노그래프 시계와 비교하면 조금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ETA 775X 계열의 크로노그래프 시계를 사용해본 유저라면 어느정도 예측이 가능할텐데요. 날짜창 조정을 위한 푸셔가 10시 방향 측면에 별도로 배치된 것 역시 이 무브먼트의 특징입니다.
돔형 다이얼은 블랙과 화이트의 조화가 돋보이는데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역판다' 컬러에다 서브 다이얼이 좌우로 대칭된 바이-컴팩스 크로노그래프(투카운터 크로노그래프)입니다. 속칭 '부엉이'로도 잘 알려져있는 형태의 크로노그래프 시계입니다. 역판다 + 부엉이의 장점은 역시 뛰어난 가독성과 시각적 안정성입니다. 이렇게 완성된 스포티함한 느낌은 크로노그래프 시계의 정체성과 완벽히 일치하게에 많은 시계애호가들이 선호할 수 밖에 없습니다.
서브 다이얼의 컬러는 화이트 혹은 아이보리 컬러의 경계에 있습니다. 이로 인해 오리지널 모델의 빈티지스러움이 잘 표현되고 있습니다. 아플리케 인덱스는 다이얼에 입체감을 불어넣고 인덱스 끝부분에 수퍼루미노바 야광처리해 야간에 시간을 읽는데 문제가 없도록 했습니다.
센터 크로노그래프 초침과 영구 분침은 돔형 다이얼을 따라 끝부분이 약간 구부러진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센터의 영구 시,분침 역시 야광처리되었습니다.
블랙 송아지 가죽 스트랩은 레이싱 컨셉의 펀칭 스타일로 제작되어 스포티한 감성에 부합합니다. 중저가 시계에 장착된 스트랩으로는 상당한 퀄리티를 보여주며 부드럽게 손목을 감싸는 느낌이 매우 뛰어납니다. 버클은 클래식한 핀 버클이 적용되었습니다.
해밀턴은 올해 공격적인 신제품 출시 행보를 보였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의 이미지를 동시에 추구하며, 실험적인 모델에서 가장 무난한 대중적 모델들을 함께 선보였는데요. 인트라 매틱 68 오토 크로노는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제품이었습니다. 이유는 역시 과거 빈티지 모델을 토대로 하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감성에도 맞는 모던함이 돋보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실용적이면서 과하지 않고 클래식함과 스포티함을 동시에 가진, 그러면서 빈티지 특유의 정감이 돋보이는 멋진 시계라 생각합니다.
이 시계은 오리지널 크로노그래프 B 모델의 출시년도를 기념하여 1,968피스 한정 제작되어 스페셜 패키지에 담겨 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