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몇 년간 오데마 피게의 신제품은 강약중강약약 같은 절묘한 페이스 조절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음향학적 관점에서 접근한 로열 오크 컨셉트 소퍼소네리를 내놓는가 하면 어떤 때는 현실적으로 살 수 있을 만한 모델을 잔뜩 보여줄 때도 있죠. 결론부터 말하면 2017년의 오데마 피게는 후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로열 오크

로열 오크 퍼페추얼 캘린더

2015년 스테인리스 스틸과 핑크 골드, 2016년 옐로우 골드 케이스로 등장했던 로열 오크 퍼페추얼 캘린더는 이번에 블랙 세라믹 케이스로 등장했습니다. 기능은 익히 알고 있는 날짜, 요일, 월, 윤년, 문 페이즈에 예전 버전에서 부활시킨 주 표시가 포함됩니다. 블랙 케이스에 어두운 슬레이트 그레이 다이얼이라 톤 다운된 환경에서 빛나는 문 페이즈가 도드라져 보이는군요. 이제는 상당히 흔해진 세라믹이지만 기법에 따른 완성도 차이는 여전합니다. 케이스에 사용한 블랙 세라믹은 마치 금속 소재처럼 폴리시, 헤어라인이 명확하게 표현되어 있어 금속 소재에 표면처리를 한 것 같은 감각입니다. 하지만 세라믹 표면을 가공한 것이 때문에 특유의 소재감으로 차별화를 이룬 점이 매력이지 싶습니다. 

로열 오크 크로노그래프

로열 오크 베리에이션의 하나로 등장한 로열 오크 크로노그래프도 2017년을 기점으로 탄생 2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로열 오크 크로노그래프는 로열 오크 오프쇼어와 자동 크로노그래프라는 공통점이 있어 서로를 구분해가며 진화했습니다. 둘은 탑재한 무브먼트가 달라 카운터 배치에서 상이한데, 시각적으로 안정된 3, 6, 9시의 트리컴팩스 배치는 로열 오크 크로노그래프의 몫이었습니다. 다이얼 디테일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화가 있었고 이번에는 9시 방향 영구초침의 크기를 나머지 두 개의 카운터보다 작게 가져가는 방식을 택했으며, 다이얼과 카운터의 색상을 달리하는 패턴을 사용했습니다. 플래티넘, 골드 스레인리스 스틸 모든 케이스 소재에 적용해 가벼운 리뉴얼이 완료했습니다. 무브먼트는 칼리버 2385로 변함없으며 방수 역시 50m로 전과 같습니다.  

로열 오크 프로스트 골드

2017년은 여성용 모델이 부각됩니다. 로열 오크 프로스트 골드도 그 하나에 해당되죠. 골드 케이스의 표면을 세공(다이아몬드 팁 해머링)해 눈이 빛을 반사하는 듯한 디테일이 시선을 빼앗습니다. 다만 사람의 손이 아니라 해머링 머신을 이용해 만들어 냈지만 수작업 못지 않습니다. 다이아몬드처럼 빛을 강렬하게 반사하는 잼세팅이 아닌 은은한 반사광이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프로스트 골드는 핑크와 화이트 골드로 선보이게 됩니다. 

로열 오크 오프쇼어 다이버

벌써 여름이 기다려지는 화려한 원색 다이얼의 로열 오크 오프쇼어 다이버입니다. 다이버 모델이 처음 등장해 몇 개의 컬러 베리에이션으로 전개했던 때가 얼마 전인 듯한데, 수많은 색상의 모델이 등장했습니다. 이번에는 작정이라도 한 듯 강렬한 배색이 인상적이군요. 

다이아몬드 아웃레이지(Outrage)

남성성이 강한 오데마 피게 답게 굳이 여성적인 주얼리 워치를 만들지 않았던 것이 먹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이아몬드 뒤덮은 펑키한 디자인의 다이아몬드 펑크를 선보인 이후, 더욱 강력하게 진화한 결과 이번에는 다이아몬드 아웃레이지도 나타났습니다. 시리즈를 더할수록 뾰족해지는데 수많은 다이아몬드로 만들어낸 분노가 느껴집니다. 아마 착용한다면 무슨 이유인지 모를 분노는 금세 사라지겠죠. 

오데마 피게는 로열 오크 프로스트 골드나 다이아몬드 아웃레이지 같은 여성용 모델이 남성용을 압도하는 2017년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 이상으로 신제품 리포트를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