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HH 2016] Parmigiani Fleurier Report
복원가로도 명성을 떨치고 있는 미셸 파르미지아니를 창립자로 두고 있는 파르미지아니 플러리에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올해 전하고자 한 메세지는 '전통적인 기계의 영혼(Traditional mechanical soul)', '과거의 현재의 연결 고리 - 복원(Link to past to current - Restoration)', '미래를 지향하는 진정한 매뉴팩처 하우스(Genuine Manufacture House for the future)'입니다. 그리하여 20주년을 기념하며 다시 한번 브랜드의 뿌리로 돌아가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실제로 신제품 프레젠테이션 현장에서도 20년간 파르미지아니가 개발한 다양한 인하우스 무브먼트들과 시계들을 마치 박물관처럼 연대기순으로 디스플레이해놓아 한 눈에 역사를 훑어볼 수 있도록 했고, 파텍필립 뮤지엄에도 있는 방아쇠를 당기면 새가 노래를 하는 더블 배럴 피스톨(pistol) 등의 흥미로운 복원 피스도 함께 전시해놓아 브랜드의DNA와 노하우를 강조했습니다.
그럼 과거와 현재, 미래가 접점을 이루고 있는 올해의 신제품을 살펴볼까요? 올해 파르미지아니의 신제품은 크게 3가지 라인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컬렉션(Collection) -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상대적으로) 다양한 타깃층을 공략하는 피스
2. 오트 올로제리(Haute Horlogerie) - 최상의 기술과 미학을 추구하는 시계
3. 피스 오브 익셉션(Piece of Exception) - 워치메이킹을 예술로 승화한 그야말로 예술적인 피스
본격적으로 신제품을 살펴보기 전에 올해 파르미지아니가 선보인 컨셉 무브먼트에 대해 먼저 소개하려고 합니다. 8년 간의 연구 개발 끝에 올해 세상의 빛을 봤습니다. 이름은 센피네(Senfine)로 'eternally(영속적으로, 영원히)'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름에서 예상하셨을 수도 있는데, 바로 긴 파워 리저브를 지닌 무브먼트입니다. 그 '길다'는 정도가 일(day) 단위가 아닌 달(month) 단위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깁니다. 70일, 즉 두 달이 넘습니다. 일 년에 와인딩해야 하는 횟수가 5회 정도 되는 거죠.
파르미지아니는 이를 통해 '미래의 시계상'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설명입니다. 그만큼 파워 리저브는 많은 워치메이커들에게 골치 아픈(!) 숙제입니다. 일전에 '당신의 드림 워치는?'이라는 주제로 워치메이커를 비롯해 시계 업계 인물들을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그 때 많이 나왔던 답변 중 하나가 바로 '영원히 멈추지 않는 시계'였다는 것도 이를 방증합니다.
사실 이 무브먼트는 이미 2014년 프로토타입이 나와 45일 파워 리저브에 성공했지만, 이후 더욱 섬세한 수정을 통해 조금씩 진화했고 드디어 올해 SIHH에서 컨셉 무브먼트로 소개가 되었습니다. .
주목해야 할 것은 배럴의 사이즈가 커지거나 개수가 늘어난 것이 아닌, 새로운 이스케이프먼트의 개발이라는 점입니다. 메인스프링, 기어 트레인, 이스케이프먼트, 이렇게 구조는 기존 시계와 동일합니다. 대신 파르미지아니는 에너지 소모가 큰 요소들을 모두 제거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특히 서로 닿는 부분을 최대한 유연하게(flexible) 만들어 마찰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였죠. 보통의 경우 밸런스 휠은 300도 가까운 진폭을 보이지만, 센피네의 진폭은 16도입니다. 기존의 전통적인 팔렛 포크가 아닌, 메뚜기 다리를 연상시키는 매우 길고 얇은 실리콘 팔렛 덕분에 가능한 것이었는데요. 이렇게 좁은 각도로 움직일 수 있게 되면서 높은 진동수, 즉 16Hz(115,200 vph)가 가능해졌습니다. 또한 빠르게 진동하며 외부에 대한 충격에도 막강해졌고요.
이 이스케이프먼트는 엔지니어이자 CSEM(Swiss Center for Electronics and Microtechnology)의 직원이었던 피에르 제네콴(Pierre Genequand)의 머리에서 아이디어가 시작되어 파르미지아니의 무브먼트를 담당하는 보셰(Vaucher) 매뉴팩처와 CSEM과의 협업을 통해 완성한 것입니다. 그들은 전통적인 밸런스 스태프와 스프링을 없애고 두 개의 유연한 블레이드 스프링으로 대체했습니다. 밸런스, 밸런스 스프링, 팔렛 포크를 실리콘 소재의 새로운 단일체 구조로 디자인하며 피봇(pivot)과의 마찰이 사라졌고, 그 결과 에너지 효율성이 극대화된 것입니다.
아직 이 센피네 프로젝트는 현재 진행 중입니다. 2016년은 온도 변화에 민감한 실리콘의 단점을 보완할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심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제 막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센피네가 보여줄 무한한 가능성을 기대해봅니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파르미지아니의 신제품들을 살펴보겠습니다.
1. 컬렉션(Collection)
톤다 1950 메테오리트(Tonda 1950 Meteorite) 스페셜 에디션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다이얼의 독특한 컬러와 질감입니다. 우주의 흔적을 머금고 있는 운석으로 장식한 블루(파르미지아니에서는 이 컬러를 블루 애비스(Blue Abyss)라 칭합니다) 다이얼이 거친 듯 하면서도 매력적인 빛을 발산합니다. 사실 운석은 바위보다 훨씬 딱딱하기 때문에 가공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광물 구조도 예측 불가능해 다양한 경험을 지닌 전문가만이 재단 가능합니다. 39m 사이즈에 오로지 시, 분, 초만을 보여주는 깔끔한 디자인의 케이스 안에는 2.6mm 두께의 자동 무브먼트 PF701이 담겨 있습니다. 중심을 벗어난 950 플래티넘 소재의 마이크로 로터가 특징입니다.
- 톤다 1950 메테오리트
2014년 파르미지아니에서 야심차게 런칭한 톤다 메트로. 뉴욕, 홍콩 등 대도시의 역동적이면서도 화려한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습니다. 남성 제품 톤다 메트로그래프는 미묘한 비대칭 러그가 특징이었고, 인하우스 무브먼트 PF 315 덕분에 슬림한 자태를 유지했습니다. 올해 새롭게 선보인 톤다 메트로그래프(Tonda Métrographe)는 애비스 블루 컬러를 입었습니다. 그런데 이 블루 컬러를 만들기까지 장인 정신과 예술적 감각이 수반된다고 합니다. 다이얼에 갈바닉 처리를 할 때의 온도가 관건이라고 하는데요. 다이얼을 수조에 넣은 후 전기 자극을 가하면 오렌지 빛에서 점점 브라운으로 바뀌다가 보랏빛에서 가지색, 그리고 블루 바이올렛에서 블루로 변한 후 애비스 블루 컬러가 나타납니다. 그 순간 수조에서 바로 꺼내지 않으면(단 2초만 지나도), 다이얼 색이 로열 블루나 그레이 컬러로 변해버린다고 합니다. 정확한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 관건이죠. 또 기존의 메트로그래프 컬렉션과 동일하게 오른쪽에는 러그를 조금 더 길게 디자인해 미묘하게 비대칭적 느낌을 줍니다. 이는 크라운을 보호한다는 실용적 측면과 함께 수려한 곡선미를 보여준다는 미적 측면도 만족시킵니다. 보통 3시와 9시에 대칭적으로 놓는 카운터를 6시와 9시 방향에 둔 점도 눈에 띕니다.
- 톤다 메트로그래프
여성이 선호하는 컴플리케이션 중 하나인 문페이즈를 탑재, 여성을 위해 선보인 톤다 메트로폴리탄 셀린(Tonda Metropolitaine Selene)입니다. 33.2mm 사이즈에 스틸 소재로 선보이며, 화이트 다이얼과 블루 애비스 컬러 다이얼을 만날 수 있습니다. 다이얼 중심의 패턴 덕분에 화려한 느낌이 배가되는 느낌입니다. 단연 돋보이는 기능은 12시 방향의 커다란 문페이즈. 6시 방향에는 스몰 세컨즈와 날짜창도 갖추고 있습니다. 가죽 스트랩과 스틸 브레이슬릿, 그리고 베젤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모델까지 다양한 선택의 폭을 제공합니다.
- 톤다 메트로폴리탄 셀린
이름 그대로 순수함이 돋보이는 톤다 1950 클래러티(Tonda 1950 Clarity)입니다. 39mm 사이즈 다이얼 위에 오로지 인덱스와 시침, 분침만이 놓여 있고 다이얼 전면과 베젤에 이르기까지 총 3.15캐럿 700개 이상의 다이아몬드를 흩뿌렸습니다. 덕분에 각도에 따라 뿜어내는 빛이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PF 701을 탑재했고, 화이트 골드와 꽃 패턴을 새긴 화이트 소가죽 스트랩과의 만남이 여성여성(!)합니다. 이것이 조금 부담스러우신 분들을 위해 패턴이 없는 스트랩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 톤다 1950 클래러티
2. 오트 올로제리(Haute Horlogerie)
톤다 크로노 아니베세(Tonda Chronor Anniversaire)입니다. 이름에 붙은 아니베세는 'anniversary'라는 의미로 브랜드 창립 20주년을 기념하는 모델입니다. 미셸 파르미지아니가 이 시계에 있어 세운 룰은 간단했습니다. 바로 '어떠한 모듈도 추가하지 않는다'였죠. 그리하여 파르미지아니에서 선보이는 완전히 통합된 첫 인티그레이티드(integrated) 크로노그래프가 탄생했습니다(사실 2014년부터 진행한 프로젝트의 결실이기도 합니다). 시간당 36,000회, 즉 5Hz의 진동수를 보여주는 수동 크로노그래프 모델로 더블 스플릿 세컨드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 톤다 크로노 아니베세
수동 무브먼트를 장착한 이유는 과거 기계식 시계의 전통성을 강조하기 위함인데, 사람이 태엽을 감아 시계의 심장을 뛰도록 하는 것이 기계식 시계를 만들어낸 워치메이커에 대한 일종의 '예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두 개의 컬럼휠을 탑재하고 있는데, 이 중 하나가 크로노그래프, 다른 하나가 스플릿 세컨드 기능을 관할하고 있습니다. 12시 방향의 커다란 라지 데이트도 시계에 개성을 부여하는 요소입니다. 무브먼트가 특히 매력적인데, 18K 골드 소재를 일일이 핸드 피니싱, 앵글링해 완성했고, 자세히 살펴보면 미셸 파르미지아니의 서명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랑푀 화이트 에나멜 다이얼과 블루 아벤츄린 다이얼, 그리고 화이트 골드와 로즈 골드 두 가지 소재로 만날 수 있습니다. 케이스 소재에 따라 25개씩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선보인다고 합니다.
반짝이는 어벤추린 글라스 다이얼 버전의 톤다 1950 투르비용 갤럭시(Tonda 1950 Tourbillon Galaxy)입니다. 톤다 1950의 첫 오트 올로제리 모델이기도 합니다. 40.2mm사이즈의 로즈 골드 케이스 위 다이아몬드가 밤하늘 별 같은 느낌도 듭니다. 7시 방향에서는 투르비용도 회전하고 있습니다. 무브먼트 두께 3.4mm, 케이스 두께 8.65mm로 얇은 두께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었는데, 이에 대한 해결책은 마이크로 로터였습니다. 보통 마이크로 로터를 탑재하는 시계의 경우 시, 분을 중심에서 벗어난 오프센터 스타일로 보여주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무래도 한정된 공간을 활용하려다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죠. 하지만 파르미지아니는 마이크로 로터 외에 배럴, 투르비용 케이지, 디스플레이 메커니즘 등의 부품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배치할지에 대해 오랜 시간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한 단계 더 나아가 디스플레이를 중앙으로 유지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인하우스 무브먼트 PF517은 0.255g에 불과한 가벼운 타티늄 투르비용 케이지를 채택했고, 또한 스크루 발란스가 아닌 유선형의 가변 관성 발란스(variable inertia balance)를 사용해 안정적인 투르비용의 작동을 도와줍니다. 오로지 5피스만 만날 수 있는 리미티드 에디션입니다.
- 톤다 1950 투르비용 갤럭시
이외에도 오트 올로제리 컬렉션에서는 블랙 머더오브펄 다이얼 위에 골드를 핸드 인그레이빙해 소나무를 표현한 유니크 피스 토릭 퀘스터 그로브(Toric Quaestor Grove, 참고로 퀘스터라는 이름이 붙으면 웨스트민스터 차임을 울릴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30초 투르비용을 탑재하고 11.88캐럿 215개 바게트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칼파 투르비용 사이클론(Kalpa Tourbillon Cyclone), 로즈 골드와 사파이어 케이스, 오픈워크 다이얼이 조우한 부가티 슈퍼 스포츠 사파이어(Bugatti Super Sport Saphir) 등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 토릭 퀘스터 그로브
- 칼파 투르비용 사이클론
- 부가티 슈퍼 스포츠 사파이어
3. 피스 오브 익셉션(Piece of Exception)
파르미지아니의 예술적인 탁상 시계는 보고 있으면 그저 경이로울 따름입니다. 이번에는 오토마톤을 품은 히폴로지아(Hippologia)를 통해 또 다른 경이로움을 선사했습니다. 아르누보 스타일로 유명한 주얼러 랄리크(Lalique)와 협업해 제작한 금빛 반짝이는 미러 글라스 소재의 탁상 시계 위로 잘 빠진(!) 말 두 마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머리와 꼬리, 말발굽 등은 은으로 제작했고, 일일이 핸드 폴리싱과 인그레이빙으로 완성한 말입니다. 더욱 놀라운 광경은 이 말이 움직이기 시작할 때 펼쳐집니다. 우선 오토마톤이 움직이기 전 공(gong)이 울립니다! 그러면 말이 달리기 시작하는데, 그 관절의 섬세한 움직임에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봤을 정도입니다(이 장면이야말로 동영상으로 감상해야 합니다!).
이 탁상 시계는 'Time Flies(시간은 흐른다)'라는 컨셉에서 영감을 가져왔습니다. 긴 시간이든 짧은 시간이든, 자신에게 우호적인 시간이든 적대적인 시간이든 시간은 흐른다는 것에서 착안했고, 그러한 시간을 "길들이겠다"는 의미를 담아 어미 말과 새끼 말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오토마톤 기능은 원하는 시간에 작동하도록 미리 세팅할 수도 있고,원할 때 직접 작동시킬 수도 있습니다.
2200개 이상의 부품으로 이뤄진 이 탁상 시계 안에는 나란히 자리한 두 개의 메커니즘이 존재하는데, 하나는 오토마톤, 또 하나는 시간 디스플레이를 관장합니다. 사이즈는 높이 300m, 너비 550mm, 폭 350mm, 무게 55kg으로 꽤 크고 무겁습니다. 오랜 시간 역사적인 피스들을 복원하고 접하며 획득한 노하우를 지닌 매뉴팩처이기 때문에 탄생할 수 있었던 피스가 아닌가 싶습니다.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디스플레이 해놓아도 전혀 손색 없는 제품이니까요.
그야말로 워치메이킹의 뿌리로 돌아가 자신들이 진짜 잘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파르미지아니의 진중함이 돋보인 제품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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