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Hot 게시글은 조회수1000 or 추천수10 or 댓글25 이상 게시물을 최근순으로 최대4개까지 출력됩니다. (타 게시판 동일)
요즘 보기 드문 시계를 차고다니는 사람으로서, 가끔씩 질문을 받곤 합니다. "왜 옛날 시계를 차고다니냐 더 멋지고 성능 빵빵한 시계도 많은데?" 라고요.
제가 백년도 더 된 골동품 시계를 차고 다니는 이유는 매우 간단합니다. 더 성능이 뛰어나고, 더 튼튼하니까요!
일부 명품 브랜드를 제외하고 오늘날에는 공장에서 수천, 수만개의 시계가 대량으로 찍어져서 나오고, 가게들마다 다양한 모델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쿼츠 무브먼트가 개발되면서 시계값도 많이 떨어졌죠. 하지만 이런 시계들은 몇년 가는걸 못봤습니다. 제가 군대시절에 찼던 카시오 전자시계도 오래전에 폐품된지 오래고, 제가 고등학교 졸업선물로 받았던 시계도 배터리 한두번 갈아끼우고 쓰다가 고장나서 수리하러 갔더니, "야 이건 수리비보다 시계 하나 새로사는게 더 싸게 먹히겠다." 라고 해서 버렸었죠.
하지만 골동품 시계는 매우 튼튼합니다. 이미 백년도 더 넘게 작동하고 있는 시계들이고, 아무리 엉망으로 망가진 무브라도 부품들이 다 금속으로 되어있으니 오버홀만 싹 한번 해주면 새것처럼 쓸 수 있지요. 다만 하루에 한번, 혹은 일주일에 한번 태엽을 감아주는 수고만 하면 될 뿐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사진속의 오스만 제국 회중시계(Zenith 제조)만 하더라도 오차도 매우 적어서 1주일에 1, 2분 정도밖에 차이나질 않아서 그리 불편함도 못 느끼고요. 그래서 저는 골동품 시계를 좋아합니다.
말하자면 현대 자본주의 체제의 "대량생산, 대량소비" 구조를 거부하는 셈이죠. :)
제가 대학원을 다니면서 프리랜서 통번역일을 하고 있는데, 터키 회사 통역 업무를 하러 갔을때 찍은 사진입니다. 자켓좀 다릴걸... 유럽에서는 아직 회중시계를 쓰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리 낯설진 않습니다. :)
P.S. 골동품 시계는 또한 경제적이기도 합니다. 생각보다 얼마 안해요. 특히 파는 사람이 자기가 파는 물건의 가치를 모를 경우에는 더 싸게 살 수도 있습니다. :) 다만 안목이 없으면 골동품을 빙자한 가짜를 비싼값에 살 수도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