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진 콘퀘스트 클래식 문페이즈
론진(Longines)을 리뷰할 때는 우선 개인적인 설렘이 앞섭니다.
평소 여러 브랜드의 시계를 접하고 리뷰할 기회가 많지만 이중에서 정작 제가 당장 구매할 수 있을 만한 가격대의 시계는 많지 않은게 현실입니다.
가격대가 또 아무리 저렴하다고 해도 시계 자체가 정말 마음에 들어야 하고, 이왕이면 브랜드의 역사나 해당 컬렉션의 가치를 두루 고려하고 싶은데
이러한 조건들을 충족시키는 브랜드와 시계를 만나기란 의외로 어렵습니다. 이런 점에서 론진의 시계들은 그 이름만으로도 일단 저를 안도하게 합니다.
특히, 모던하고 깔끔한 디자인이 특징적인 콘퀘스트 클래식(Conquest Classic)이나
컬렉션명 그대로 옛 시계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헤리티지(Heritage) 라인의 시계들은
사실 어떠한 시계를 선택하든 후회가 별로 없을 만한 종류의 시계들입니다.
이번 리뷰에서는 론진의 따끈따끈한 신제품인 콘퀘스트 클래식 문페이즈(Conquest Classic Moonphase)를 다루고자 합니다.
연초 가장 먼저 프리 바젤 뉴스로도 소개한 제품들인데요. https://www.timeforum.co.kr/NEWSNINFORMATION/11981507
기본 스틸 케이스 & 브레이슬릿(2종), 스틸/로즈 골드 콤비 케이스 & 브레이슬릿(1종),
로즈 골드 케이스 & 가죽 스트랩(2종) 이렇게 총 5가지 모델 중
국내에 가장 먼저 입고된 스틸 버전 화이트-실버 다이얼 모델(Ref. L2.798.4.72.6)을 선정했습니다.
참고로 스틸 & 로즈 골드 콤비 모델도 5월 초에 국내에 입고될 예정이라고 하네요.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 콘퀘스트 클래식 문페이즈 관련 공식 영상도 감상하시지요.
본격적인 시계 리뷰에 앞서 론진의 역사와 시그너처 컬렉션인 콘퀘스트의 등장과 발전 과정에 관한
몇 가지 사실부터 간략하게 개괄하고자 합니다(참고로 타 매체에 기고한 내용을 바탕으로 합니다).
- 스위스 상티미에에 위치한 론진의 초기(19세기 당시) 매뉴팩처 건물과 내부 모습을 담은 자료 사진.
19세기 중후반 크로노미터 회중시계로 주요 만국박람회 등을 휩쓸었던 론진은
일찍이 대량생산이 가능한 합리적인 가격대의 정밀 시계들로 세계를 누볐습니다.
1878년에는 시계제작자 알프레드 루그린이 설계한 첫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20H와
이를 탑재한 레피네 타입의 싱글 푸셔 크로노그래프 회중시계를 발표해 큰 성공을 거뒀지요.
론진의 크로노그래프 회중시계는 특히 승마, 경마와 같은 말과 관련된 경주대회에서 그 진가를 발휘했습니다.
초 단위로 정밀하게 시간을 측정할 수 있는 스톱워치 내지 크로노그래프는 당시 일반인들은 쉽게 접하기 어려운 시계였는데요.
메커니즘도 복잡해서 이를 완벽하게 기능할 수 있도록 제조하는 회사도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론진의 크로노그래프 회중시계는 유럽을 넘어 1880년대 이미 미국 뉴욕에도 상륙했습니다.
당시 열린 각종 승마대회에서 론진의 시계는 경기 관계자들은 물론 상류층 인사들의 필수품과도 같았지요.
미국에서의 큰 성공에 고무된 론진은 이 즈음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하기 위한 초석을 다지기 시작합니다.
- 19세기 중후반 세계 유수의 만국 박람회서 수상한 각종 메달들과
1874년 당시 대표 어니스트 프랑시온(창립자의 조카이기도)이 서명한 문서.
1880년 스위스 연방 지적재산권 관리사무소에 론진이라는 브랜드명을 최초로 등재한 이래,
1889년 시계브랜드로는 최초로 브랜드 로고와 날개 달린 모래시계 심볼까지 등록시키는 주도 면밀함을 보였지요.
1896년 아테네 올림픽 당시 100m 경주 공식 타임키퍼로 선정되며 각종 스포츠 경기와도 인연을 맺기 시작한 론진은
1912년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체조 페스티벌에 처음으로 전자기계식 시간측정 장비를 도입해 화제를 모았고,
1913년 새로 개발한 13.33Z 칼리버를 탑재한 첫 싱글 푸셔 크로노그래프 손목시계를 출시해 크로노그래프 손목시계로의 세대교체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이후 1936년에는 수동 크로노그래프 명기로 통하는 13ZN 칼리버와 이를 탑재한 시계를 발표했지요.
싱글 푸셔 형태가 아닌 두 개의 독립 푸셔로 각각 스타트와 스톱, 리셋을 설정할 수 있었던 해당 시계는
다이얼에 30분과 60분 카운터까지 표시해 현대적인 크로노그래프 시계의 한 전형을 완성해 보였습니다.
1945년 브랜드 최초의 오토매틱(자동) 칼리버 22A를 발표해 변화하는 시대를 예감했고,
1947년에는 또 다른 전설적인 수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30CH를 선보였습니다.
그리고 1954년 론진은 원형의 케이스에 정갈한 다이얼 디자인을 갖춘 콘퀘스트(Conquest) 컬렉션을 런칭합니다.
- 1954년 5월 세계 지적재산권 기구에 콘퀘스트의 상표 등록을 완료했다는 증서를 배경으로 한 오리지널 콘퀘스트 모델.
콘퀘스트의 탄생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브랜드 역사상 중요한 이정표로 남게 되었습니다.
우선, 콘퀘스트 이전에는 시계 이름만 들어도 혹은 그 시계의 디자인만 보고도 해당 라인업 전반을 떠올릴 수 있는 플래그십 컬렉션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전설이 된 파일럿 시계 린드버그 아워 앵글이나 기타 수많은 크로노그래프 회중시계, 손목시계들이 인기를 누리기는 했지만,
특정 컬렉션명 아래 다양한 라인업 형태로 선보인 적은 없었지요. 콘퀘스트는 이러한 점에서 브랜드 최초의 대량생산형 컬렉션이었고,
런칭 이래 현재까지 꾸준하게 여러 종류의 시계들을 선보일 수 있었던 본격 클래식 컬렉션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또한 회중시계제조사로서의 영광을 뒤로 하고 손목시계제조사로 새롭게 재도약하고자 하는
1950년대 말 당시 론진의 굳은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상징적인 컬렉션이라는 점에서 등장의 의의가 컸습니다.
론진은 콘퀘스트 라인 런칭과 동시에 그해 5월 5일 세계 지적재산권 기구(WIPO)에 콘퀘스트의 상표 등록을 완료했습니다.
이후 1967년에 발표한 최초의 하이비트 자동 시계 울트라-크론 역시 그 외형적 틀은 인기 라인으로 자리를 잡은 콘퀘스트를 기반으로 하고 있었으며,
1970~80년대 쿼츠 위기를 관통하는 동안에도 콘퀘스트는 끈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남았지요.
1983년 故 니콜라스 하이예크 회장이 이끄는 SMH(현 스와치 그룹의 전신)에 브랜드가 인수된 이후에도 콘퀘스트의 명성은 계속됐으며,
1990년대 중반까지는 주로 쿼츠 무브먼트를 탑재한 중저가 시계들이 특히나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이후 2005년 론진은 현대적인 디자인과 다양한 기능을 앞세운 새 클래식 정장용 시계 라인인 마스터(Master) 컬렉션을 대대적으로 런칭합니다.
마스터 컬렉션은 이내 큰 성공을 거두었고 론진은 이 즈음부터 복잡한 기능의 기계식 무브먼트를 탑재한 고급 라인의 생산 비중을 확대하게 됩니다.
다른 컬렉션이긴 하지만 마스터 컬렉션 역시 콘퀘스트 라인의 꾸준한 인기가 없었더라면 아마 탄생할 수 없었을 겁니다.
더불어 흥미로운 점은 마스터 컬렉션의 성공에 힘입어 역으로 콘퀘스트 라인의 재정비도 이루어졌다는 사실입니다.
- 콘퀘스트 클래식 라인의 스테디셀러인 컬럼휠 크로노그래프 모델들.
한편 기존 콘퀘스트만의 전통은 콘퀘스트 헤리티지와 콘퀘스트 클래식 라인으로 이어졌지요.
2013년 한차례 재정비를 거친 콘퀘스트 클래식 컬렉션에는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자개 다이얼의 아기자기한 여성용 시계부터
시각과 날짜 표시 기능을 갖춘 기본적인 제품군, 그리고 GMT 혹은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갖춘 다양한 기능의 모델들까지 구비돼 두루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여러분들도 공감하시겠지만, 콘퀘스트 클래식은 국내에서도 예물이나 졸업 시즌 선물용으로도 인기가 높은데요.
ETA서 론진에게만 독점 공급한 컬럼휠 방식의 자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L688를 탑재한 일련의 모델들은 베스트셀러 아이템입니다.
그리고 올해 바젤월드를 앞두고 론진은 콘퀘스트 클래식 라인에 문페이즈가 포함된 풀 캘린더 & 크로노그래프를 결합한 콘퀘스트 클래식 문페이즈 라인을 공개합니다.
콘퀘스트 클래식 문페이즈는 한편으로는 기존 인기 모델인 마스터 컬렉션 문페이즈 크로노그래프의 모던한 버전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기능적으로 완전히 독창적이거나 그간 론진에서 볼 수 없던 디자인적으로 차별화를 준 시계는 아니지만,
인지도가 높은 콘퀘스트 클래식 라인에 새로운 컴플리케이션 베리에이션을 추가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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