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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게시글은 조회수1000 or 추천수10 or 댓글25 이상 게시물을 최근순으로 최대4개까지 출력됩니다. (타 게시판 동일)한국안에 작은 터키! 잡담
앞선 글에 인테리어 이야기가 나와서 삘이 오네요 :)
개인적으로 에스닉한 인테리어를 참 좋아합니다. 어수선하지만 뭔가 전통적이고 화려하고 고전적이죠. 전공이 터키학이다보니 아무래도 하는 일도 그렇고, 학업상 터키를 자주 왔다갔다 하게 되는데 그때마다 터키 각 지방의 전통예술을 연구하고, 견학하면서 겸사겸사 컬랙션도 수집하곤 했습니다. 터키가 저같은 사람들한테는 정말 매력적인게 100% 순수하게 핸드메이드로 만든 물건들을 매우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는 점이죠. 한동안 자취를 하다가 지금은 부모님 집에 얹혀살고 있는데, 제 방 모습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방문을 열면 제일 먼저 보이는 풍경입니다. 저 벽걸이 카페트는 지금도 터키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죠. 오리엔탈리즘 화풍의 그림이 있는 벽걸이인데, '신부보쌈'(...)을 주제로 하고 있는 그림입니다.
좌측 벽면입니다. 학생이다보니 책이 많아서 사방에 책꽃이가 있는데, 어렸을때 읽던 책이나 안보는 책들 다 팔았는데도 거의 1000권 가까이 갖고있습니다. 옆에는 터키 악기들이 있는데, 제가 취미로 다르부카(Darbuka)라는 밸리댄스 음악에서 많이 연주하는 드럼을 연주합니다. 그리고 터키 전통칼도 한자루 갖고 있지요. 당연히 진검은 아닙니다. :) 칼집에는 가지안텝(Gaziantep)이라고 터키 남동부에 위치한 도시의 전통수공예인 자개장식이 되어있습니다. 제가 자개장식을 좋아해서 그 외에도 상자라든가, 액자도 자개장식이 되어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책상입니다. :) 이것만 봐도 제 종교나 취향이 어떤지, 제가 응원하는 터키 축구팀이 어디인지, 제가 흡연자인지 비흡연자인지 아실 듯 합니다 ㅋ
방 바닥은 이렇게 카페트를 깔아놨습니다. 우리나라사람들은 카페트 잘 안쓰는데, 카페트에는 굉장한 장점이 하나 있습니다. 꼬박꼬박 청소해준다는 전제하에 방안의 먼지가 전부 카페트에 들러붙기 때문에 이것만 매일매일 청소해주면 방안에 먼지가 날리지 않지요. 그리고 양털이 습기를 흡수해서 여름에는 습기가 덜 차고, 겨울에는 양털이 머금은 습기가 분출되어서 가습기가 필요 없습니다. 이 카페트들은 킬림(Kilim) 이라고 부르는 여름용 카페트인데, 보풀도 없고 바닥이 눅눅하지도 않습니다.
침대 옆에 놓은 협탁입니다. 옛날 등유램프를 몇개 가지고 있는데, 램프 불빛이 따뜻한 느낌을 주기도 하거니와 분위기 잡을때 매우 유용하게 쓰입니다ㅋ
제 방에는 배란다도 있지만 거긴 거의 책 창고로 쓰고있기 때문에 굉장히 너저분해서 공개하지 않습니다 :)
예전에 자취하던 방은 훨씬 더 예쁘게 꾸밀 수 있었는데, 방이 좁아지니까 그게 안되서 아쉽습니다. 터키 정부 장학금을 신청해 놓았는데, 만약에 잘 풀린다면 올해 터키에 갈탠데 그때가서 다시 인테리어를 시작해야 할 것 같네요...
참고로 예전 집은 이랬습니다.
P.S. 터키 각 지방에 전통적인 예술, 수공업이 남아있지만 제 집에 있는 물건들은 대부분이 가지안텝에서 왔습니다. 이 지방이 유명한게 자개장식 외에도 쿠트누(Kutnu)라고 부르는 비단+면 혼방 천(제가 테이블보로 쓰고있는거)이랑 동으로 된 몸체에 장인이 일일이 망치와 정으로 파서 무늬를 새겨 만든 각종 생활용품들이 있습니다. 모두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물건들이죠. 킬림 카페트의 경우 대부분 카이세리(한국분들 많이 가는 카파도키아 지방에 위치한 지방)산입니다. 그 외에 사프란볼루 지방의 전통집 모양으로 만든 나이트스탠드도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