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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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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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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비용으로는 14일을 작동하는 트래디셔널 14데이 투르비용을 선보이며 투르비용 역사에서 기록을 남기게 된 바쉐론 콘스탄틴이 그들의 장기인 스켈레톤 기법을 활용해 베리에이션을 선보였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오리지날 모델인 Ref. 89000과 같기 때문에 리퍼런스 넘버 역시 뒷자리 두 개가 다른 Ref. 89010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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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 89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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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켈레톤 무브먼트인 칼리버 2260SQ로 인해 대단히 복잡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분 단위의 레일웨이 인덱스가 중심을 벗어난 오프 센터의 위치를 점하고 있습니다. 다소 변칙적인 구성으로 오리지날인 Ref. 89000도 같은 구성을 하고 있는데요. 왜 이러한 방식을 취했을까에 대해서는 궁금증이 듭니다. 덕분에(?) Ref. 89000과 리뷰의 Ref. 89010 모두 약간 긴장감이 도는 다이얼로 완성되었고, 스켈레톤이면서 테두리에 약간의 다이얼을 지닌 Ref. 89010의 절개법은 좀 더 시각적인 긴장이 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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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얼 12시 방향에는 알파벳 C를 시계 반대방향으로 90도 회전시킨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가 위치합니다. 오리지날 버전에서 14DAYS와 0, 그리고 음영으로 파워리저브를 나타냈던 것과 달리 스켈레톤 버전에서는 H(High), L(Low)로 단순화 했습니다. 눈금도 간격이 단순화 되었는데요. 이것은 스켈레톤으로 표현하기 선택이지 싶습니다. 보다 가는 조각도를 사용한다면 정밀한 눈금의 표시가 가능하겠지만 굳이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복잡한 스켈레톤에서 그나마 나은 시인성을 드러내기 위함으로 보입니다. 굵고 깊은 눈금으로 단순화해야 얼마나 작동할 수 있는지 좀 더 쉽게 파악이 가능하기 때문이겠죠. 6시 방향은 바쉐론 콘스탄틴의 심벌인 말테 크로스 모양으로 만든 케이지가 위치합니다. 브릿지 방식을 애용하는 고집(?)스러운 면도 드러나는데요. 플라잉 투르비용으로 말테 크로스를 가리지 않고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으나, 워낙 브릿지의 피니싱이 빼어나 그것은 그것대로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특히 블랙 폴리싱 기법의 측면에서 보면 가끔 케이지보다 브릿지에 더 눈이 향하게 될 때도 있습니다. 물론 말테 크로스의 피시도 빼어난데요. 스크류 밸런스와 겹쳐져 색상의 대비를 이루기도 합니다. 밸런스 스터드는 제네바 인증을 받는 무브먼트 다운 전형적인 제네바 스터드지만 둥근 끝 바깥쪽을 쭉 잡아당겨 바늘처럼 뽑아내 60초에 1회전하는 케이지를 초침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줍니다. 케이지 주위의 4초가 한 조로 여러 조가 링 위에 얕게 새겨져 있는데요. 왜 5초 단위를 삭제한 방식을 택했는지 의문이 생기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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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와 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크라운과 무브먼트를 연결하는 3시 방향, 키리스 워크(Keyless work)는 아찔한 만큼 얇고 날카로운 뼈대가 인상적입니다. 케이스 백에서 보이는 브릿지 부분과 달리 다이얼에서 보이는 메인 플레이트 쪽은 좀 더 복잡하다는 인상이 드는데요.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를 비롯 레이어를 사용해 보다 입체적이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케이스 백을 보면 칼리버 2260SQ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두 개의 배럴이 드러납니다(만 두 개를 겹친 한 쌍을 나란히 배치해 실제로는 총 네 개의 배럴입니다). 배럴 역시 노출(?)을 위해 말테 크로스 모양으로 절개했고, 나머지 부분은 장식을 넣었는데요. 절개한 부분을 통해 보이는 촘촘한 메인스프링이 이주일 동안 단 한번의 와인딩도 하지 않고 지속적인 구동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다이얼에 비하면 평면적이나 스켈레톤의 매력을 느끼기 기엔 이쪽이 더 적합하지 않나 싶습니다. 한눈에 전체가 눈에 들어오면서 뼈대의 곡선이나 뼈대 표면의 가공에도 눈길이 향하는데요. 느껴지는 조각도의 움직임이 머리 속에서 그려질 만큼 날카로움과 깊이가 그려집니다. 뼈대 자체가 평면이 아닌 입체인 것 만으로 충분히 독특하지만, 그와 함께 표면은 조각도가 한번 지나간 경계로 한쪽은 일반적인 처리, 다른 한쪽은 어둡게 처리했는데요. 폴리시와 샌드 블라스트와 같은 기법을 사용해 빛의 강약과 상관없이 강제적인 입체감을 지닌 바늘과 유사한 것으로, 이것이 더해지며 전통적인 형식을 따르는 스켈레톤 무브먼트에서 보기 어려운 깊은 입체감을 불어넣게 됩니다. 이 기법은 다이얼보다 케이스 백에서 더 도드라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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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켈레톤 무브먼트 작업 과정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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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Ref. 89010을 좀 더 특별한 스켈레톤으로 만들어 주는 요소는 케이지를 고정하는 부분의 형태로, 고딕 양식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 냈습니다. 끝이 뾰족한 아치를 사용함으로 이전 건축양식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높은 높이의 건물을 지울 수 있음으로, 고딕 양식을 대표하는 특유의 아치를 녹여낸 것인데요. 케이지를 중심으로 대칭하는 브릿지가 대표적인 부분으로, 시선이 이곳을 한 번 머무른 다음에는 칼리버 2260SQ 곳곳의 기하학적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작은 기어류를 덮고 있는 부분이나 스크류가 있는 자리에서는 강렬하면서도 섬세한 힘이 느껴지기도 하며 작은 무브먼트 속에 대단히 복잡한 감정과 생동감이 숨을 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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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버 2260SQ를 손끝으로 느껴봅니다. 크라운 포지션은 다이얼에서 보시다시피 조작할 수 없는표기 기능인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를 제외하면 타임 온리입니다. 때문에 포지션 0과 1이 전부인데요. 포지션 0에서 수동 와인딩, 포지션 1에서 시간 조정을 할 수 있습니다. 크라운을 당기지 않은 포지션 0에서 크라운을 돌려봅니다. 따다닥하며 클릭이 마찰하는 느낌과 함께 탄력이 전해지고요. 크라운을 돌림에 따라 배럴의 회전도 눈에 들어옵니다. 파워리저브가 14일에 달하기 때문에 와인딩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풀 와인딩까지의 소요시간이나 감는 행위 자체가 어렵지 않습니다. 스트레스 없이 와인딩을 즐길 수 있겠고, 크라운을 한 칸 당긴 포지션 1에서 크라운을 돌려보면 바늘의 움직임이 묵직하며 뒤로 돌릴 때는 분침이 1분 단위로 이동하도록 규제되는 것이 도드라질 정도로 잘 느껴지는 게 특성이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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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의 소재는 플래티넘입니다. 인덱스를 포함한 테두리만 남기고 절개한 다이얼 색상에서 이미 소재를 짐작하실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트래디셔널 라인에서는 슬레이트 혹은 다크 그레이라고 할 수 있는 다이얼은 플래티넘 소재하고만 조합하는 공식을 따르고 있기 때문인데요. (조금 억지를 보태면 슬레이트는 각 라인에서 최상위 소재에 사용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트래디셔널에서 최상위 소재는 플래티넘이므로 조합했다고 해석할 수 있지 싶습니다) 소재가 소재인 만큼 42mm 지름의 케이스는 보기보다 훨씬 무겁습니다. 플래티넘 특유의 날카롭고 쨍한 반사광 보다는 빛의 끝을 약간 뭉툭하게 다듬어 낸 은은함을 드러냅니다. 케이스는 트래디셔널 라인의 고유한 선을 따르는데요. 직선이면 직선 그대로, 원이면 완전한 원을 그리는 선의 고유함에 가능한 한 변형을 가하지 않으려는, 음식으로 치면 소재 고유의 맛을 즐기려는 것과 비슷한 감각의 케이스입니다. 덕분에 어떤 기능을 올려도 무리 없이 소화해 낼 수 있고 또 쉽게 질리지 않기도 하죠. 이 케이스 유일의 기교를 부린 부분은 케이스 백의 코인 엣지가 아닐까 하는데요. 폴리시 가공의 케이스와 새틴 가공의 케이스 백의 경계를 짓는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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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클 역시 플래티넘 소재로 버클을 체결했을 때 말테 크로스의 절반을 드러내는 디플로이얀트 버클을 사용합니다. 디-버클인 만큼 탱 버클에 비해 부품수가 많기 때문에 무게 역시 상대적으로 더 나갈 수 밖에 없죠. 플래티넘으로 만든 디-버클은 과장을 더해 어지간한 시계 케이스에 필적하는 무게를 드러낸데요. 시계를 착용하면 그 가격만큼의 무게를 손목에 인지시키는 것 같습니다. 검정색 악어가죽 스트랩과 결합하여 다이얼, 케이스 소재의 색상과 잘 어우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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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날 모델인 Ref. 89000을 기반해 태어난 스켈레톤 워치이지만 완전히 다른 시계로 느껴질 정도로 눈을 통해 전해지는 감각은 전혀 다릅니다.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상당히 고민이 될 정도의 차이죠. 스켈레톤 워치로서의 감상이라면 뼈대를 성형하는 현대적 스켈레톤 워치가 득세하고 있는 요즘, 전통적 클래식 기법으로 완성해 오히려 더 튀어 보이는데요. 단순히 전통 기법의 계승에 그치지 않고 입체감, 건축적 양식을 녹여내 다른 차원에 도달하고 있습니다. 큰 맥락에서 본다면 메티에다르 라인에 해당하지는 않으나 메티에다르의 수공 예술과 일직선으로 닿아 있는 모델로 기계식 시계, 그 중에서도 하이엔드 워치가 가져야 하는 아름다움의 하나가 무엇인지를 몸 전체를 통해 호소하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촬영 : 2nd Round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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