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비록 형 만한 아우 없고, 스파이더맨 1만한 스파이더맨 2는 없었지만. 배트맨은 그렇지 않았고. 또 제자 미워하는 선생은 없기에, 아닌 밤 알라롱님의 글에 몇 자 덧붙여 적어봅니다. 이런걸 사람들은 원 플러스 원. 패티김 옆에 패튀김이라... 쨌든.
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우리는 언젠가 죽습니다.
'죽음.' 제가 언제나 기억하고 싶고, 삶의 모토로 주저없이 손꼽는 단어이지만. 그래도 잊어버리기 쉽고, 쉽게 기억하지 못하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언제나 죽음을 기억하는 삶... 우리가 만약 언제나 죽음을 염두하고 살 수 있다면, (그 삶이 밝은 삶이기는 힘들겠지만.) 하루하루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될 것임은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알라롱님이 해주신 '장은 폭락장에..'라는 말씀은 제게도 큰 귀감이 되었었던 말 입니다. 4년 전. 제가 막 한 두 푼 하던 시계에 감사하며 물어 물어 이 곳에 입성했을 때가 생각납니다. 그 무렵, 저는 시계도, 인생도, 아무것도 알지도 못하고. 가진것이라곤 두 주먹 뿐이 없는 한 젊은 청년일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시계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을 땐. 손바닥만한 물건에 세계가 들어 있는 것 같은 벅찬 감정을 처음으로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시계'는 저에게 시간과 기술 사이에 담긴 여러 인생들을 이야기하면서 또 다른 선생님이 되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선생님의 가르침을 따라. 진지하게 2008년 7월 주식을 투자. 8월에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했습니다.
아아.. '장은 폭락장에..'
뭔가 더욱 특별한 교훈을 기대하셨던 분들께 장난을 좀(?)쳐봤습니다만. 어쨌든 리먼브라더스가 망하던 시기에 주식에 뛰어들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때 잃어버린 돈.. 얘기는 그만하고, 우리는 계속해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야겠죠.. 제랄드 젠타도 갔습니다. 제가 좋아했던 '과학자' 조지 다니엘스도, 시계 산업의 큰 별 니콜라스 하이에크님도.. 갔습니다. 이들이 하나같이 위대하고 대단했던 이유는 - 많은 사람들이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았고, 대중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것을 해냈고, 되도 않는 것 같았던 이야기를 되도록 만들어 냈기 때문입니다.
대중들에게 Mr. Swatch라 불리며, 이슈와 혁신을 선도했던 故 니콜라스 하이에크
4년 전 그때로 다시 돌아가보겠습니다. 저는 시계라는 세계를 처음 접했던 그때 그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시계의 역사가 갈고 닦아준 나의 뒷 길 이야기. 그리고 앞에 펼쳐진 나의 길 이야기. 마지막으로 '살아있는 전설들(그 당시에는 모두들 살아계셨으니까요.)'과 함께하는 현재 이 길이 너무나도 재밌고, 살아볼만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너무나도 기뻤죠. 전설들과 함께 숨을 쉬고 한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이 말이지요. 아이폰 3, 아이폰 4 때도 그랬습니다. 잡스의 프리젠테이션에 열광하며 '저건 마케팅이 아니다. 진짜다.'라고 생각했던 기억. '아이폰은 하나의 유기체(Organic) 같아.'라고 했다가 친구들에게 앱등이 핀잔 들었었던 기억. 잡스가 세상을 떠난 그 날.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만지며 또 그렇게 생활했던 기억. 모두 지난날의 열병(熱病)처럼 저의 가슴속에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또 '산 사람은 살아야'하는 것이 삶의 진리입니다. 우리는 모두 거인의 어께 위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음을 잊어선 안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거인이 되기 위해서. 어제의 위인들은 오늘의 하루를 바쳤던 것이니까요. 그리고 우리는 이제 다시 한 번 그들을 기억합니다. 하지만 스러져간 전설만큼이나 아직도 살아있는 전설은 많습니다. 시계 마니아들의 살아있는 가슴 속 마지막 장인. 필립 듀포, 지벤 안데르센, AHCI의 공동 창립자인 폴 가버를 비롯, 쿼츠 시계의 대중화를 선도한 킨타로 핫토리 SEIKO 회장도 아직 살아있습니다. 사실 이들 '전설'들이 앞으로 또 새로운 전설을 써내려갈지 어떨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우리가 숨쉬고 있는 이 땅에서 이 전설들이 함께 살고 있고,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살아있었음을 기억한다면,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 곳이 얼마나 살아봄직한 곳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읽고 쓰고 있는 우리는. 삶과 삶이 교차하는 이 시점에서 촌음의 시간을 함께 나누고 있는 동반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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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언제나 농담반 진담반 섞인 농담으로 친구들에게 이런 말을 즐겨했었습니다. "야, 더도 말고 딱 25년 뒤에 태어났으면 좋겠어. 그때 걔들은 PCS폰이 뭔지도 모르고 첫 폰이 스마트폰일테고, 빌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는 이미 자신들과 상관 없는 위인이 되어 있을 것이고. 페라리와 람보르기니는 CEO를 바꾸고 어찌어찌 살 것이고. 우주관광은 기본이요, 외계인과의 접신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고. 석유 채광량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또 한 번 격변의 시기가 찾아올테고.. 가깝게는 북한의 미래가.. 그 때 그네들의 삶을 훨씬 더 다이나믹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라는 농담.
하지만 농담을 농담으로밖에 꺼내지 못하는.. 끝내 이루지 못할 농담이지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는 죽음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 입니다. '살아있는 것들은 모두 다 아름답다'는 세계적인 생물학 석학의 최종결론 처럼. 우리는 살아있음으로 아름답고. 현재를 살고 있음에 더욱 가치있고, 귀한 존재들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역사적인 사람들을. 우리 주변 사람들을.. 나의 지인들을. 마지막으로 자신을 기억해야 합니다. 과거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암흑 속에 자그마한 불을 밝히고 사라진 그들을 기억하며. 열심히 기대해주고, 열심히 사랑하고, 열심히 비판해야 합니다. 거인은 자신을 기억해주는 자에게.. 그 어깨를 내어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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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한다. 알은 곧 새의 세계이다.
태어나고자 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리지 않으면 안된다.
새는 신을 향하여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이다."
또 하나의 알을 깨트려 새로운 세상을 열어 준 그대들을 기억하며.
Memento mori.
-알라롱님의 컴백을 환영하며
소고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