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헨 벤징거(Jochen Benzinger) 씨는 우리에겐 크로노스위스(Chronoswiss)의 리미티드 에디션 '자이트자이헨(Zeitzeichen)'으로도 잘 알려진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인그레이빙 마스터입니다. 그는 지금도 100년도 넘은 전통 엔진턴 기기를 사용해 수공으로 기요셰 패턴의 다이얼을 만들고,
각종 무브먼트에도 일일이 수작업으로 여러 동물이나 꽃, 아르누보풍 패턴을 새겨넣는 작업을 하고 있고 이 분야의 최고 장인 대접을 받고 있지요.
이러한 요헨 벤징거 씨가 자신의 오랜 친구이자 워치메이커인 헤르만 그리브(Hermann Grieb)와 함께
독일 그라페나우에 설립한 회사가 바로 오늘 소개할 그리브 & 벤징거(Grieb & Benzinger) 되겠습니다.
- 사진 맨 좌측의 인물이 워치메이커이자 공동 설립자인 헤르만 그리브(Hermann Grieb), 맨 우측의 인물이 요헨 벤징거(Jochen Benzinger) 씨입니다.
- 사진 출처 및 그밖의 내용 참조: 그리브 & 벤징거 공식 홈페이지(http://www.grieb-benzinger.com/en/team/)
그리고 위 사진의 시계는 그리브 & 벤징거가 지난달 말에 공개한 '세인트 조지((St. George)'라는 이름의 스페셜 에디션 모델입니다.
세인트(聖) 조지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성 조지와 용'이라는 전설로도 잘 알려진 초기 기독교의 대표적인 성자(순교자)입니다.
워낙에 다양한 민담, 동화, 소설, 회화, 심지어 영화 속에도 모험담을 과장한 인물이 등장할 정도로 서구 문화권에서는 너무나 유명하지요.
유럽의 각종 교회 첨탑이나 광장 내 동상 같은 데서도 성 조지를 많이 볼 수 있으며(주로 창을 들고 용을 찔러 죽이는 모습으로), 흥미롭게도
러시아나 독일 등지에서는 수호성자(혹은 천사)로도 섬김을 받는다고 합니다. 특히 그리스 정교회쪽에서는 절대적인 신앙의 대상이 된다고.
- 시계의 무브먼트 상단 플레이트 한쪽에 말을 탄 성 조지와 그 밑에 창에 찔려 죽어가는 용의 모습이 형상화돼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법 정교하게 잘 묘사돼 있지요?! 브릿지 각 패턴은 물론, 저 성 조지와 용 모티프 역시 전부 벤징거 씨 혼자 수공으로 완성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리브 & 벤징거가 성 조지를 모티브로 한 스페셜 에디션을 왜 공개했는고 하니... 그 시의성 면에서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이들에 따르면, 지금 한창 화제가 되고 있는 러시아 소치 동계 올림픽 시즌에 맞춰 일부러 공개한 것이라고 하네요.
시계 자체는 올림픽 내지 스포츠와는 전혀 무관해 보이지만 ㅋ '성 조지'가 러시아인들이 워낙 존경하는 수호성자이기에 그 상징성을 담아
올림픽 시즌 내에 공개하기로 한 것입니다. 더불어 벤징거 시절부터 러시아 컬렉터들이 벤징거 시계의 주요 고객 중 하나였다고 하네요...
케이스백 전체 모습입니다. 무브먼트는 벤징거 씨가 예전부터 즐겨 사용해 왔던 유니타스/ETA 6498 입니다.
단, 밸런스를 전통적인 스크류 밸런스 형태로 바꾸고 전체 플래티넘 코팅 처리한 각 플레이트 상단과 밸런스 브릿지,
크라운과 라쳇휠에까지 정교한 수공 인그레이빙을 새기고 산화 블루 스크류를 사용하는 등 럭셔리하게 탈바꿈시켰지요.
케이스 직경은 43mm, 전체 18K 팔라듐계 화이트 골드를 사용해 한층 고급스러움을 더했고,
다이얼 역시 위 사진 보시다시피 골드 바탕에 수공으로 기요셰 패턴을 새겨 넣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제작된 시계는 단 7개 뿐이라고 하네요.
다른 컬렉션도 마찬가지지만 각 컬렉션별 그 수량이 극히 한정돼,
역시 시계의 가치를 아는 일부 전문 컬렉터들을 위한 시계라는 생각입니다.
성 조지 스페셜 에디션과 비슷한 시기에 공개된 여성용 모델입니다.
베젤의 다이아몬드 세팅된 모델과 일반 로즈 골드 모델 두 종류가 있네요.
그리고 작년 말에는 이러한 외계인(?) 모티프의 시계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공상과학 소설과 영화를 좋아하는 한 고객의 요청에 의해 제작된 일종의 비스포크(맞춤) 제작 시계인데,
지난 해 연말 할로윈 시즌 즈음에 일부 시계 커뮤니티서 회자되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한 E.L. 제임스의 성애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Fifty Shades of Grey)에서 착안한 듯한 제목의
'Shades of Grey' 컬렉션을 작년에 런칭해 눈길을 끌기도 했지요. 관련 내용 추가 참조: http://www.grieb-benzinger.com/en/shades-of-grey/
또한 파텍 필립(Patek Philippe)이 1890년도에 티파니 뉴욕(Tiffany New York)을 위해 한정 제작한 회중시계 속에 탑재돼 있던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 기능의 굉장히 희소한 수동 칼리버를 커스터마이징해 플래티넘 케이스에 장착한 '블루 다뉴브(Blue Danube)'라는 모델도 있었습니다.
- 관련 내용 추가 참조: http://www.grieb-benzinger.com/en/blue-danube/
- 벤징거 씨의 작업 방식을 엿볼 수 있는 관련 영상도 관심있는 분들은 한번 보시구요.
- 그밖의 상세 내용 참조: Grieb & Benzinger 공식 홈페이지(http://www.grieb-benzinger.com/en/)
- 사진 일부 출처: Grieb & Benzinger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pages/GRIEB-BENZINGER/162095420516398)
크로노스위스와의 협력 작업인 자이트자이헨으로 어느 정도 전세계 시계애호가들 사이에서도 이름을 알리게 된 요헨 벤징거 씨.
하지만 여전히 그의 작업은 일부 컬렉터나 독특한 취향을 지닌 부호들을 겨냥한 시계 업계에서도 어쩔 수 없이 비주류에 해당합니다.
그럼에도 그가 자신의 친구 워치메이커와 함께 새로운 브랜드를 통해 이런저런 프로젝트를 이어가는 모습은 너무나 보기 좋고,
또한 지금도 과거의 방식 그대로 한결같이 수공으로만 아름답고 특별한 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묘한 안도를 느낍니다...
확실한 개성과 작업 스타일을 지닌 독립 시계제작자들이 시계 업계에서 더욱 존중 받고 많은 이들에게 그들의 귀한 작업이 회자되었으면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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