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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당한 피해는 아니고 가까운 친구관련 사건인데
친구가 피해자이고, 여자이며 저보다 한살 아래입니다.
지금 30대이고 중학교부터 알던 사이이니 아주 오래 알고 지냈고요.
여자친구는 아니지만 동생으로서는 꽤 친한 편입니다.
수년전 피해자의 직장 회식자리에 직장동료의 친구라며 동갑내기 남자가 왔었다고 합니다.
당시 직장생활에 무료함을 느끼던 피해자는
이 남자의 솔깃한 제안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는 아니고 몇번 만났는데 나중에 제안이 왔었더군요.
제안이 있기 전까지는 사업관련이 아닌 친구로 접근을 해왔다고 해요.
이때는 사기꾼인줄 전혀 몰랐고요.
남자는 자기가 와인바를 운영하고 있고 펜션사업에 관심이 있다고 했는데
사람믿다가 몇번 크게 당해서 이제 믿을 수가 없는데
그간 지켜보니 너가 정직하고 아주 괜찮은 거 같다고.. 하면서
같이 일 해보지 않겠느냐..
기존 운영하는 와인바에서 매니저를 맞아달라.. 난 펜션업 + 다른 동네에 와인바 확장.. 등을 해야한다고 했다고 합니다.
참고로 피해자는 아주 생긴 것도 순진하게 생겼고 전혀 노는? 그런 애가 아닌 것이 얼굴과 말투와 행실에 다~ 보입니다.
얼굴에 나 순진해~ 라고 써 있지요. 실제로도 그렇고요.
직장내에서 먼저 힘든 일을 찾아가면서 하는 애고요.
한살위인 저에게도 늘 존대말로 대합니다.
살면서 누구에게도 피해한번 주지 않은 애입니다.
제가 피해당하기 전에 단순 이직문제인줄 알고 몇번 물어봤었습니다.
그 와인바가 어디고 몇번이나 가봤느냐, 매장은 어떠냐라고 물어보면
안 가봤다고.. 심지어 전화번호도 모르더군요.
제가 답답해서 물었죠.
"다니던 멀쩡한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곳으로 간다고 거의 결정해놓고 아무것도 본 것이 없단 말이냐."
"이제 곧 가봐야죠, 얘가 너무 바빠서 아직 같이 못 가봤어요.."
나중에 말 들어보니 1년정도 조금 안 되게 오래 연락했더군요.
천천히 먹이를 정하고 오랜 기간 사람을 홀려먹은 것입니다.
사기꾼답게 말로 홀리는 거며 행동으로 연기하는 것이 대단한가 봅니다.
과거 제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나네요.
"사기꾼이 사기꾼처럼 생겼나. 전혀 그렇지 않게 생겼으니 사기를 치지."
항상 지갑엔 수표와 현금이 빵빵하게 있었는데
왜 그렇게 돈을 가지고 다니냐고 물으면
아버지가 건축업을 하는데 그 사업을 자기가 물려받기를 싫어하므로 (자기 적성에 안 맞는다나..)
아버지가 자기를 금치산자로 만들어 모든 금융거래를 못 하게 하여
어쩔 수 없이 차명계좌를 쓰고 현금을 많이 가지고 다닌다.. 라고 했다고 합니다.
후일 사기를 위한 각본인데 피해후에 이 말 듣고 저도 정말 화냈습니다. 그런 걸 믿는 너 바보냐고..
어느날 사기꾼에게 전화가 왔대요.
새로 오픈하는 와인바에 동업자가 자기돈 가지고 자취를 감춰서
중도금인지 잔금인지 치를 급한 돈이 필요하다..
순진한 건지 미련한 건지 피해자는 (남 도와주는 것 참 좋아합니다...) 돈을 보내주었고요.
그랫더니 이중 얼마를 갚더랍니다.
또 몇일 후에 다시 돈이 급하다고.. 명절지난 후에 갚겠다.. 일단 보내달라.. 고 하여 다시 송금해 줍니다...
또 이중 일부를 얼마 후에 갚더래요.
큰 돈 가고 작은 돈 오고.. 큰 돈 가고 작은 돈 오고.. 반복..
(금치산자 핑계로 차명계좌로 송금받음)
그리고 피해자도 이쯤 되니 상당히 마음이 불안하여 좌불안석인데
아니나 다를까 연락두절이 되더랍니다.
피해금액 1억 2천만원.
이게 다 자기돈이 아니고
마이너스, 현금서비스, 지인들에게 꾸고, 부모님이 맞기신 돈 다 부어서 만들어서 줬더군요.
이후 상황이야 뻔하죠..
그냥 생지옥..
수개월간의 빚독촉에 시달림은 물론이고 몸도 마음도 완전히 폐인이 되었습니다.
통통했던 애가 반 시체가 됐습니다.
주변에서 애 자살할까봐 걱정 엄청나게 했지요..
제가 알게 된 계기는 어느날 찾아오더니 3천만원 빌려달라고 하더군요....
전 대충 이야기 듣고 얘가 큰 사기를 당했구나, 알게되었습니다. (피해자는 당시까지도 반신반의 하던 중이었습니다...)
저는 고심끝에 돈을 빌려주었고 최근 거의 다 갚아갑니다. 이자없이 원금만 갚으라 햇는데 이제 2달 남았네요..
당시 경찰서에 신고하고서 사기꾼 부모님들이 오셨대요.
아들이 집 나간지 오래이며, 대신 꼭 갚아주겠다, 정말 미안하다고...
우리도 못 본지가 수년이다...
계좌주인인 여자친구라는 사람도 왔죠. 와서 자기는 모른다고..
물론 사기꾼 부모님은 전혀 안 갚아주셨고요.
담당형사 말로는 여자친구소재를 알고있으니 그 곳을 주시하면 잡을 것이다 라고 말했다네요.
최근 5년의 시간이 지나서 이 놈이 잡혔습니다.
안 잡힐 것 같앗는데 잡혔네요.
좀 황당하게 잡혔습니다.
뻔히 예상했던 여자친구 집에서 잡혔다고 하는데 생각해보면 5년간 형사들이 뭐 했나 싶어요.. 일들이 많으니 어쩔 수 없는 것인지..
근데 알고보니 부모도 항상 연락하고 여친도 돈의 소재며 사기라는 거 다 알고있었고.. 한패인지 그냥 방관하는 것인지..
사기꾼넘은 뻔뻔하게 웃더랍니다. 여유있고요.
2천만원에 합의 보자고.. 했다네요.
형사曰 "터무니없으니 기다려라, 불리한 건 피의자다."
이후 피해자는 절반인 6천을 요구하고 가해자측은 3천까지 못 밖는 줄다리기가 이어졌죠.
합의가 안 되다가
1심 징역 1년 6월이 선고가 됐네요. (사기꾼은 1년 예상했다고 하네요.)
사기꾼은 항소했다고 해요. 뭐 형은 변동 없을거라지만 말이죠...
합의실패 -> 1심 선고 -> 항소까지 진행된 상태입니다.
3천도 이젠 안 주려는지 아무런 연락도 없고 그냥 몸으로 떼우려나 봅니다.
고가의 시계가 거래되는 타포에 이 글을 올리는 이유는 두가지입니다.
1. 이 상황에서 피해자가 할 수 잇는 것은 더이상 아무 것도 없는 것인지요? 라고 고견을 묻는 것이고
2. 절대 실물확인없이는 거래하지 마세요... 당연한 말씀 다시 한번 드리려 하는 것입니다.
피해자도 존재하지도 않는 와인바 한번이라도 확인했으면 이렇게 안 됐을테니까요...
국선변호사와 형사도 3천은 적으니 기다려라 했는데 피해자는 이제 그거라도 받을 것을 그랬다고 또 병이 드네요...
참 잡았는대도 씁쓸하네요...
타포횐님들 평생 이런 피해없이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