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얼마전에 미일 해군 합동훈련 사진에서 도로의TGV 님이 올린 덧글에서 궁금해하시는 것 같아
대표적인 이지스함 운용국인 미국과 일본 이지스함과 한국 이지스함을 한번 나름대로 비교해보는 글을 써보겠습니다.
참고로 저는 해군 작전사령부 작전참모처에서 군생활을 보냈지요. 그래서 이것저것 주워들은 것과
인터넷에서 퍼온 사진 등을 합쳐 작성해보겠습니다.
먼저 이지스함 탄생 배경에 대해 간략히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2009년 현재 알려진 스펙상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나라는 바로 '미국' 입니다.
그 미군 중에서 해군의 핵심 전력은 바로 항공모함을 중심으로 하는 항모 강습전단 (Carrier Strike Group : CSG) 이지요.
항공모함은 강력한 항공기 운용능력을 바탕으로 그 항공전력을 통한 막강한 공격력을 자랑합니다만
항공모함에서 항공전력을 제외한 함 자체적인 공격, 방어능력은 거의 '0'에 가깝습니다.
자체 방어용 무기가 약간 있습니다만 자함 지키기도 벅찬 정도이지요. 그래서 항공모함은 반드시 호위전력과 함께
다니게 됩니다. 냉전시절 미국 최대 적인 소련은 이 항공모함을 잡기 위해 만든 전술이 수상함, 대규모 항공기, 잠수함을
동원한 대규모 장거리 대함미사일 공격이었습니다. 다구리에는 장사 없다지요 스타로 치면 기습적인 '일점사' 인 셈이죠.
그래서 이 공격을 막기 위해 대공능력을 강화한 전투체계를 개발하게 되었는데 바로 이게 이지스 시스템입니다.
당시 비약적으로 발전을 시작한 전자기술을 도입해 슈퍼컴퓨터와 위상배열 레이더 (Phased Arrey Rader), 그리고
대공미사일을 비롯한 무기체계를 결합한 시스템이지요. 이 이지스 시스템을 탑재한 군함을 바로 '이지스함' 이라고 부릅니다.
구축함에 탑재하면 이지스 구축함, 순양함에 탑재하면 이지스 순양함이지요.
그래서 최초의 이지스 시스템을 탑재한 순양함이 1983년 취역을 했는데 이게 바로 '타이콘데로가' 입니다.
그런데 이 타이콘데로가는 갓 개발 완료한 이지스 시스템을 시험하는 성격의 배였습니다.
기존에 있던 순양함 선체에 이지스 시스템을 억지로 우겨넣은 형태랄까요.
위 사진이 바로 타이콘데로가급 이지스 순양함입니다. 함교(배 정면에 유리창 많은 곳) 앞면과 옆면에
팔각형 모양 판떼기가 붙은게 보일겁니다. 저게 바로 위상배열 레이더지요. 기존 레이더는 대형 안테나가
뱅뱅 돌아가는 식으로 되어 있는데 이건 레이더 소자가 저렇게 사방에 배치되어 항상 그 방향을 감시하는 형식입니다.
기존 회전식 레이더는 예를 들어 1초에 한바퀴씩 돌아간다고 하면 한 방향을 1초에 한번밖에 보지 못하는데 저렇게 레이더를
배치하면 항상 전방향을 주시할 수 있게 되지요. 또한 기존 레이더로는 탐지가 불가능한 초고속 표적 (예를 들면 탄도미사일)도
탐지할 수 있게 됩니다. 이 레이더와 슈퍼컴퓨터의 분석력이 결함하게 되니 막강한 방공 능력을 가진 군함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이 일일히 추적하지 않아도 컴퓨터가 알아서 수백개의 목표를 동시에 추적해 필요하면 우선 위협이 되는 목표부터 자동으로
요격까지 해주니까요. 어쨌든 이 타이콘데로가급 이지스 순양함으로 이지스 시스템의 가능성을 확인한 미국 해군은
다시 이지스 시스템 탑재를 위한 배를 만들기 시작했지요. 이 배가 바로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입니다.
애초부터 이지스 시스템을 염두에 두고 설계했기 때문에 이지스 시스템에 최적화 되어 있어 이지스함을 운용하는
다른 나라들도 모두 이 배의 디자인을 따라하게 됩니다. 그래서 한미일 3국이 거의 비슷한 형태를 지니게 되었지요.
자, 우선 이지스함 종주국인 미국 알레이버크급 구축함부터 보겠습니다.
위 사진이 바로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입니다. VLS(Vertical Launch System : 수직발사기) 90셀와
하픈 대함미사일 8발을 탑재하고 있지요. 이 VLS는 기존의 미사일 발사기와는 달리 함정 갑판에 묻는 형식의 미사일 발사기입니다.
이렇게 뚜껑 달린 놈들이 수직발사기로 선체의 앞과 뒤쪽에 설치를 해뒀습니다. 이 하나하나 안에 미사일이 들어가게 되지요.
기존 발사기보다 스텔스 성능이 우수하고 즉응성이 뛰어나 요즘은 거의 이런 수직발사체계로 설치하는 추세입니다.
이지스함의 주력 방공무기는 사거리 150km 가량 되는 SM-2 라는 함대공 미사일인데 이 수직발사기 안에 1발씩 들어가고
SM-2 외에 미군은 순항미사일 토마호크와 대잠미사일인 아스록을 목적에 따라 적절한 비율로 섞어 탑재합니다.
90셀이므로 90발 탑재가 가능하지요. 이 SM-2 로 대함미사일이나 항공기 등을 요격해 함대를 보호하게 됩니다.
그 외 최근에는 ESSM 이라는 신형 대공 미사일이 개발되어 배치되기 시작했는데 이 ESSM은 사거리는 SM-2 보다
짧지만(60km 가량) 작은 크기 탓에 운동성과 속력, 가속도는 훨씬 뛰어나고 무엇보다 저 수직발사기 하나에 4발을 집어넣을 수
있습니다. 중단거리에서는 더욱 효율적이라고 하네요.
기타 무장으로는 127mm 함포와 Phalanx 라는 근접방어무기를 설치합니다.
미 해군은 이 알레이버크를 계속 개량하여 몇가지 타입이 나와있습니다만 전체적인 무장에 큰 변화는 없으나
좀 더 최신의 이지스 시스템이 탑재되고 초기형에는 없던 헬기 격납고를 설치하는 등의 개량을 했습니다.
이게 비교적 신형이지요.
다음으로 일본의 이지스함입니다.
일본은 세계에서 2번째로 이지스함을 실전 배치시킨 나라지요. 구형인 공고급 4척과 신형 이지스함인 아타고급 2척이 현재 실전
배치중입니다. 아타고급은 후속함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고요.
일본 이지스함들입니다. 앞쪽에 있는 배가 신형인 아타고급 1번함 '아타고' 이고 뒤쪽에 있는 놈이 구형인 공고급 이지스함
'기리시마' 입니다. 전체적인 모습에서 큰 차이는 없지만 아타고급이 최신의 이지스 시스템이 탑재 되어 있고
(공고급은 Baseline 4, 아타고급은 한국 세종대왕함과 같은 Baseline 7.1 입니다) 외형적으로 크게 띄는 차이점은
마스트입니다. 공고급은 철골구조로 되어있는데 아타고급은 통짜로 되어있지요. 스텔스성에 더 유리합니다.
함교 앞부분에 하얀 원통이 달린게 바로 근접방어체계인 Phalanx 로 미국과 일본이 공통으로 사용합니다.
20mm 탄을 분당 4700발 정도의 속도로 뿌려 근거리에 접근한 대함미사일을 요격하는 무기지요.
두 타입 모두 전체적인 외관은 알레이버크급과 비슷합니다. 단 일본은 이걸 함대 지휘함으로 쓰기 때문에
지휘통제실 등을 설치하기 위해 함교탑에 한 층을 더 늘려서 알레이버크급에 비해 대두가 되었습니다.
미국 배와 비교해 봤을때 조금 높아보이지요.
참고로 구형함인 공고급은 MD(Missile Defence)를 위한 개장공사를 해 발당 200억이 한다는 SM-3 탄도탄 미사일 요격용
미사일이 장착되었습니다. 미국은 MD를 위해 구형인 타이콘데로가급을 개장공사했지요.
전체적인 무기 탑재는 미국 알레이버크급과 동일하나 일본은 명목상 '자위대' 이기 때문에 지상공격용 토마호크는
탑재하지 않고 SM-2와 ESSM, 아스록 등으로 탑재하고 있습니다.
신형 이지스함인 아타고 사진을 몇장 더 추가합니다.
다음은 한국 세종대왕함입니다.
일본 아타고급에 설치하는 이지스 시스템을 일본과 같이 공동구매하여 건조하기 시작한 배이지요.
(일본과 공동구매로 조금 더 저렴하게 구매했다고 합니다)
스펙상으로는 한미일 3국의 주력 이지스 구축함 중에 덩치도 제일 크고 수직발사기도 128셀로 훨씬 많습니다.
또한 미국과 일본의 이지스함은 대함미사일이 8발인 반면 한국 이지스함은 16발로 2배가 많습니다.
물론 이지스 시스템도 최신이지요. 기타 무장으로 RAM (Rolling Airframe Missile) 과 미국의 Phalanx 와 같은 역할을
하는 GoalKeeper 라는 방어무기를 달고 있습니다. 골키퍼는 20mm 탄을 사용하는 팔랑스와는 달리 30mm 탄을 사용하여
위력과 사거리 면에서 더욱 좋습니다만 탄약 적재량은 팔랑스보다 떨어집니다.
RAM은 앞에 보여줬던 이 사진에서 수직발사기 위쪽에 보이는 하얀 박스입니다.
AIM-9X 라는 대공미사일을 기본으로 개량한 대공미사일 21발이 들어가는 놈이지요. 방어 성능은 미사일인 만큼
골키퍼나 팔랑스보다 더 우위에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 구축함에는 아직 탑재하지 않았습니다.
네, 스펙상으로 보면 한미일 3국의 이지스 구축함 중 한국 구축함이 우위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 함보다 38셀이 많은 수직발사기와 8발이 더 많은 대함미사일, 그리고 RAM의 탑재, 최신 이지스 시스템 때문이지요.
이렇게 보면 한국 해군이 상당히 발전한 것 같습니다만.... 사실 조금 암울한 면이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은 이지스함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더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함정당 무장을 굳이 늘릴 필요가 없지요.
특히 미국 같은 경우에는 게이트웨이에서 질럿 찍어내듯 이지스함을 1년에 2~3척씩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보유량만도 100여척에 가깝고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렇게 대량으로 만들어 낼 수 없기 때문에 한척을 만들때
알뜰하게 모두 집어넣은 면이 있습니다. 또한 미국은 기본적인 목적인 항공모함 호위만 수행하면
공격은 항공모함에서 발진한 항공기들이 해주게 됩니다. 일본은 어쨌든 '자위대' 이기 때문에 방어 위주 무장을
탑재했고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공격에 활용을 해야하기 때문에 공격무기도 다량 탑재하게 되었습니다.
설상가상인 일도 있는데 저렇게 힘들여 만든 이지스함에 막상 무기를 탑재할 돈이 없다는 것입니다.
사실 저 이지스함 미사일 발사기의 절반이 비어있는 상태입니다. 복지와 국방을 비롯한 각종 예산이 삭감되면서
위 사진의 RAM을 봐도 21개의 칸 중에 4칸만 미사일이 들어가 있는 것이 보일겁니다. (발당 9억 정도입니다)
스펙상 성능은 최강이되, 총알이 없어 제대로 역할을 못하는 반고자 상태인 것입니다. 이는 다른 신형 구축함도
마찬가지네요.
이지스함이 3번째 타입 구축함인데 이놈은 세종대왕함 이전의 2번째 타입 구축함입니다.
SM-2 대공미사일 탑재로 이지스함과 같이 몰려다니면 좋은 콤비가 될 것 같은 놈입니다만 이 배의 발사관도
텅텅 비어있습니다. 거기다 해상작전헬기... 저것도 해상전력에 상당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미국과 일본은 이미 SH-60 이라는 고성능 해상 작전용 헬기를 보유중입니다.
우리나라는 이보다 떨어지는 Lynx/Super Lynx 를 사용중입니다만 이나마도 수량이 부족해 제대로 운용을 못하고 있지요.
특히 헬기상륙함이라는 콘셉으로 만들어진 독도함에 탑재할 헬기마저 없어 독도함은 껍데기만
다니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은 헬기 뿐 아니라 강력한 전투기와 전폭기를 보유하고 있고
일본은 헬기를 꽉꽉 채워서 다니고 있습니다.
아무리 말로만 바다가 중요하다 하면 뭐합니까? 해군에 제대로된 무기마저 주어지지 않은 채
모조리 공구리치는데 돈을 쓸어 넣는데요. 그 예산 중 극히 일부만이라도 주어진다면 상당한 도움이 되겠습니다만....
일본 해상자위대는 이미 말로만 자위대지 세계 수위를 다투는 강력한 해군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거기다 중국도 종이호랑이에서 슬슬 벗어나 비상을 준비하고 있지요. 러시아야 한번 삐끗 하긴 했습니다만
여전히 막강한 전력을 갖추고 있고요...
제 소견으로 아무리 못해도 일본의 60~70% 수준의 해군력까지는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나 건들면 내가 지더라도 너는 최소한 중상이다 할 수 있을 정도로요)
지금과 같은 추세로라면 주변국에 이리치이고 저리 치일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비교로 시작했습니다만 씁쓸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