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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39 이 름 seungbin(Seungbin@hitel.net) 날짜 2001-06-19 조회 969
제 목 똥
월요일 아침.
- 현재 장소 지하철 기차안.
- 현재 시간 8시 26분 42초.
- 현재역 청담역.
- 현재 재정 상태 주머니속에 50원.
- 현재 몸 상태 .... 똥싸기 일보직전.
- 현재 얼굴 색 ..... 푸른색
- 현재 마음 ..... 나는 하늘을 나르는 돈 많은 새가 되고 싶었다......
다음역은 강남구청이었다.
사람들이 우루루 내리고 두어명이 탔다.
난 내리는 사람들의 등을 쳐다보며 좆니게 부러워서 죽을뻔했다.
'나도 저들처럼 지금 내리고 싶다. 저들은 저렇듯 태연한얼굴들로
다 똥사러 가는중이겠지...'
기..기..기이이잉
기차는 다시 출발하고 아랫배에선 작은 미동이 일 조짐이 보였다.
다음역 학동역에 기차가 정차할때 마찰로 인해 하마트면 주저앉을뻔했다.
- 현재 얼굴 색 ..... 푸른색 - > 흰 색
문이 열리자 정말 저 세상 밖으로 뛰어나가고 싶었다.
그곳엔....변기빛 희망이 있었잖아..
'내릴까...아냐..돈이 50원밖에 없잖아.. 출근은 어떻게 해 그럼..
아..하지만 아직 남은 코스는 10여코스...어차피 이 안에서 똥을 싸
버리면 체포될테고 출근못하게 되는건 매한가지 아닌가.. 좆나이 더
럽게 출근못할바에 깔끔하게 출근못하는게 문명인으로써의 올바른 선
택 아니던가.. 그래 내리자.. 내려서 똥을 싸는거야 와하하하 신난다.
.....엇...근데....'
똥마려운 사람들의 대표적인 실책.
1차 고통이 식은후 마음의 고요함이 찾아오면 이젠 가뭄도 해결되고 주
식시장도 안정되고 물가도 안정되고 대통령도 정신차리고 모든것이 다
잘될것만 같은착각에 빠진다는것.
하지만 1차고통은 장난이었던듯 자살도 떠올리게 만들어버리는 2차고통
이 기다리고 있다는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알고 있지만 그 순간만
큼은 이상하게도 잘 까먹거나 혹은 애써 부인해보려 하게 된다.
나 역시....
- 현재 마음 .... 오...마치 똥을 3차원세계의 허공에다 싸버린것 같은
느낌이다. 살수 있다. 내리지 말자. 하하 시원하다.
앞으로 진행될 유영욱님의 모습이 안타까워 눈물이 나올지경이다 흑;
싱글벙글 웃는 유영욱님과 함께 기차는 잘 달려서 이수역까지 오게 된다.
이제 남은 코스는 5코스밖에 안된다. 하하하 승리다.
'구..구구..그..그글....뿌..지'
그제껏 주머니속에 양손을 찔러놓고 한껏 폼을 잡고 서 있던 유영욱님은
어느덧 문가에 있는 은색봉을 두손으로 추하게 잡고 서 있었다.
현재 얼굴 색 ..... 황토빛
'아..아..이건 뭔가.. 똥이..똥이..입으로 나오려고 한다..아아...'
1차고통을 떠올려보면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었다. 지금의 2차고통은
출산의 고통인들 이보다 더하랴...
출산이야 힘줘 낳으면 축복이라도 받겠지만 지금 난 역힘을 주어 분출
을 막아야하고 자칫 잘못 그것을 출산이라도 해버린다면 온갖 경멸의
시선으로 날 둘러싸고 하하 이 똥싸개 죽어라 하며 모대를 밟힐지도
몰랐다.
기차는 숭실대입구역을 향해 달리고 있었고 지난날 집에서 한쪽발을
휴지통에 올려놓고 담배를 문채 드래곤볼을 보며 평화롭게 똥 싸던
모습을 떠올리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때가 좋았어.....'
그때.. 그때였다. 지난날의 회상에 젖어 들어 문득 감성에 젖었던 순
간 나도 모르게 힘의 발란스를 놓쳐버려 방구를 끼어버리고 말았다.
그것도 엄청나게 추한 소리였다. 자칫 잘못 싸버리는 소리로 오해하기
에 딱 좋은 소리였다.
'앗....'
후회하긴 이미 늦은 타이밍 아닌가. 이미 갈피를 잡지 못한 힘의 발란
스는 연타석 방구를 쏟아냈고 난 차마 주위를 둘러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르고 만다.
게다가.....당시 내 모습이란..
지하철문에 달려있는 봉을 양손으로 꼭 붙잡고 있던 모습이었다.
다리도 약간 꼬여있었던듯했다...
아닌척 할수도 없는 현행범 자세 그대로였다.
'.....'
그 복잡던 출근길 지하철 기차 안에서 유독 나만이 굉장히 넓은 공간
을 쓰고 있었다.
이미 사람들이 슬금슬금 멀어져가고 있었다.
'하하.....'
기차안에서 여자엉덩이를 문대거나 가슴을 움켜잡은 성추행범인들
저런 시선으로 쳐다볼까... 이게 뭐 그리 추한거라고 저 시선들은
뭐란 말인가 흑..
마지못해 느껴지는 시선을 날카로운 야쿠자의 눈빛으로 제압해보려
비잉 둘러보았지만 대부분의 표정은 '쌌네..쌌어..' 였다.
남은 코스는 이제 세코스..
진퇴양난이었다.
내리기엔 너무나 아까운 코스 아닌가.
세코스만 참으면 된다.
하지만 우선 자세를 교정해야만했다. 난 지금 두손으로 은색봉을
처참한 자세로 잡고 있는 추한 모습아닌가.
'유영욱... 이런 모습을 세인들에게 보이려 세상에 태어난것인가..
용기를 내라.. 봉에서 손을 놓자.. 자.. 천천히...'
봉에서 양손을 떼어내고 한손은 주머니에 넣고 한손은 턱을 매만지며
고상한 자세로 변환했다.
'후후..됐다.. 이만하면 좀 폼 난다.'
문에 비치는 내 모습에 흐뭇한것도 잠시 그 자세는 10초를 가지 못했다.
'우..욱...'
또 다시 봉을 잡았고 사람들은 이제 고개를 흔들기까지 했다.
특히 아까까지만해도 옆에 서있던 검은색 치마를 입은 여자는 내 몸을
아래위로 계속 노골적으로 훑어댔다.
'보지말지 좀?...'
좀 흉한 표정을 지으며 힐끗 시선공격을 해줬지만 그 여자는 이미
내가 조금만 건드려도 똥을 확 싸버리는 치명적인 핸디캡을 가지고
있다는것을 아는지 무서워하지도 않는것 같았다.
"다음역은 신대방 삼거리역, 신대방 삼거리역..."
오... 그때 그 멘트는 내 귀에 신대방 변소! 신대방 변소!로 들렸다.
드디어 도착이다!
나는듯이 내렸고 회사까지 평균 3분걸리던 것을 30초안에 주파하여
사무실이 아닌 변소로 바로 달려간다.
"덜컹"
'앗........'
"똑똑...."
"똑똑"
'하하.....세상은 참........'
난 어느새 또 소변기의 단추부분 봉을 양손으로 잡고 다리를 꼬고
있다.
2001년 6월 11일 월요일의 햇빛은 유난히 똥색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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