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신소재 개발과 활용에 적극적인 리차드 밀(Richard Mille)이 이번엔 첨단 카본 소재에 도전한다는 소식입니다.
그간 티타늄, 알루미늄, 텅스텐, 사파이어 크리스탈, 하이테크 세라믹 등 다양한 소재를 자사 케이스에 적용했던 리차드 밀...
오데마 피게를 필두로 IWC의 새 인제니어(Ref. IW3224)까지... 요즘 핫한 카본(Carbon) 역시, 리차드 밀에겐 낯선 소재가 아니랍니다.
지난해 이미 5종류의 카본 케이스 시계를 발표했고, 올초에도 카본 베이스의 새로운 컴포지트 케이스를 적용한 시계를 소개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 발표된 카본 케이스 시계 중에서...
같은 RM011 에디션이지만 좌측은 일반 모델이고 우측은 30개 한정판인 'Felipe Massa Flyback Chronograph Carbon'입니다.
또 다른 카본 케이스 모델들...
흥미로운 건 이 두 시계는 카본 베이스의 컴포지트 소재인 '카본 나노튜브(Carbon nanotubes)'로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사진 좌측의 모델은 5개 리미티드 에디션인 RM 022 Carbon이고,
우측의 모델은 올초에 공개한 50개 한정 RM 59-01 '요한 블래이크(Yohan Blake)' Tourbillon 입니다.
개인적으로 요한 블래이크 투르비용의 케이스는 처음 공개됐을 때 상당히 신선했는데요.
카본 베이스이면서 어쩜 이렇게 독특한 질감과 색을 지닐 수 있는지... 참 신기했어요.(뭘 섞은 게야??)
마치 도마뱀 피부를 보는 듯한 저 뭐라 형용하기 힘든 색감과 질감을 가까이서 느껴보고 싶어요. ㅋㅋ
카본 나노튜브로 제작한 또다른 끝판왕, RM 050 Felipe Massa 입니다. 지난해 딱 10개만 한정 제작된 모델이지요.
이처럼 카본도 그 가공을 어떻게 하느냐, 혹은 다른 alloy를 무얼 더 첨가하고 빼느냐에 따라서 소재의 느낌이 변화무쌍한 모양입니다.
일례로 시계 업계에서 가장 먼저 단조된 카본(forged carbon) 케이스를 적용한 오데마 피게를 예를 들어보면,
AP식 단조 카본 케이스는 위 사진으로 보시는 것처럼 흡사 무슨 마블(대리석)의 표면을 보는 것처럼 오묘하고 불규칙적인 패턴이 인상적입니다.
반면 카본 파이버(carbon-fibre)를 얇게 찢어(?) 에폭시 수지(epoxy resin)에 담갔다가 경화시켜 고온 고압으로 프레스해서 찍어낸
IWC의 카본 케이스는 훨씬 더 패턴이 규칙적이고 카본 섬유 특유의 질감 같은 게 더욱 확연히 느껴집니다.(털처럼 삐져나올 거 같은 ㅋ)
IWC의 새 엔지니어 모델(Ref. IW322401)에는 다이얼 또한 케이스와 통일감을 주기 위해 동일한 카본 파이버로 제작했지요.
카본의 장점은 일반 스틸에 비해 무게는 1/5 정도로 가볍지만 내구성, 내부식성이 다른 소재에 비할 바 없이 뛰어나다는 점에 있습니다.
다만 제조 원가가 비싼데다 가공이 쉽지 않아 시계 가격 또한 훌쩍 뛰어오른다는 게 단점이지만요... @.@;;;
뭐 그래도 죽을 때까지 찰 시계를 생각한다면ㅋ 카본은 시계 소재로는 오늘날까지 소개된 그 어떤 소재보다 내구성은 짱입니다.
그럼 새로 선보이는 리차드 밀의 새 카본 케이스 NTPT®((North Thin Ply Technology) carbon는 기존 카본과 뭐가 다를까요??! 각설하고, 저도 잘 모릅니다. ㅋㅋ
다만 공개된 한두 개의 사진만 보고 추정할 때, 일반 카본 케이스와 달리 보시다시피 표면 질감이 흡사 나무결을 연상시킨다는 게 다릅니다.
리차드 밀 측의 공개 자료에 따르면 카본 파이버를 아주 여러 겹 층을 쌓고(대략 30 마이크론microns 두께로) 스페셜 수지를 입힌 후 특수제작한 기계에서 처리한다네요.
뭐 설명을 들어도 이런 쪽에 전공자가 아니니 잘 모르겠지만서도... 여튼 기존 카본과는 소재의 느낌부터 좀 달라서 묘한 매력이 느껴집니다.
NTPT® carbon 자체는 리차드 밀이 특허권을 갖고 있는 개발자가 아닙니다.
이미 이를 개발한 업체가 따로 있고, 해당 소재를 요트 레이싱 보트에 사용한 선례가 있으며(해당 보트가 올해 아메리카스 컵에도 출전),
F 1 경기용 스포츠카와 헬리콥터 선체에도 사용되기 위해 각 업체들과 계약을 타진 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아무래도 소재 자체가 가볍고 튼튼하기 때문이겠지요.)
리차드 밀은 이런 시점에서 개발 업체와 파트너쉽을 맺거나 아님 라이센스를 주고 케이스 제조 기술을 취득한 것으로 사료됩니다.
여튼 새 NTPT® carbon 케이스는 새로 제작되는 RM 011 카본 시리즈에 우선 적용될 계획이라고 하네요.
앞서 사진으로 소개했던 RMAC1 오토매틱 칼리버를 탑재한 플라이백 기능의 크로노그래프 시계 말입니다.
시계 브랜드들이(특히 하이엔드급 업체들이) 최근 들어 부쩍 신소재 도입에 집착(?)하다시피 하고 주기적으로 한정판 세일즈를 즐기는 것도 어찌보면,
매년 새로운 걸 보여줘야 한다는 업계의 팽팽한 분위기와 이런 분위기 속에서 도태되고 싶지 않은 업체의 자존심과 강박에서 비롯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어찌됐든 같은 무브먼트, 비슷한 스펙의 시계라고 할지라도 케이스 소재만 달라져도(다른 예로 모리스 라크로아 폰토스의 파워라이트Powerlite도),
혹은 파네라이처럼 매년 연례행사처럼 다이얼 교체놀이만 적절이 해줘도ㅋ 시계 느낌은 확 달라지니 매니아들로서는 보는 재미가 아예 없는 건 또 아닙니다.
근자의 진보된 하이테크 세라믹이나 카본, 심지어 실리콘 케이스(ex. 로저 드뷔)만 보더라도 시계 소재가 갈 수 있는 어느 한 경계를 넘었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앞으론 이보다 더한 첨단 소재들이 시계 케이스로 사용되겠지요?!^^;; 극한의 환경에서도 새 시계처럼 항상 멀쩡해 보일 시계들이 더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