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제 알티플라노 컴페티션 - 피아제 매뉴팩쳐 방문 현장 스케치
안녕하세요 타치코마입니다.
벌써 넥타이를 풀고, 반팔 셔츠를 입어도 땀이 주르르 흐르는 더운 날씨입니다. 이제 장마도 곧 시작되어 본격적인 찝찝함을 맞이해야 할텐데요,
피아제와 함께 타임포럼에서 진행하였던 '2012 알티플라노 이벤트' 의 Winner 이신 야르샤님과 함께 하였던 스위스 여정사진을 다시금 보니,
30도가 넘나드는 무더위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습니다.
피아제 알티플라노 이벤트는, 타임포럼에서 진행했던 크로노스위스 본사 방문 이벤트 이후 두번째로 기획한 이벤트였습니다.
(자세한 피아제 알티플라노 이벤트는 https://www.timeforum.co.kr/6194084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알티플라노 이벤트는 타임포럼 뿐만 아니라, 호딩키(http://www.hodinkee.com/) 에서 먼저 진행된 바가 있으며,
타임포럼에서는 2012년 12월 12일부터 2013년 1월 18일의 기간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참여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벤트의 참가 미션이 피아제의 울트라씬 기술의 결정체인 알티플라노에 대한 퀴즈를 푸는 것이었습니다.
위너에게 큰 행운이 돌아가는 만큼, 퀴즈의 난이도가 상당한 노력을 들이지 않고는 정답을 맞추기가 쉽지 않은 퀴즈들로 구성되었습니다.
그래서 정답자가 없는 경우를 걱정했지만 역시 복수의 정답자가 있었으며, 그 중 야르샤 님께서 최종 당선자로 선정되셔서, 피아제 매뉴팩쳐 방문의 행운을 잡으셨습니다.
드디어 2013년 4월 24일, 마침 바젤월드 기간에 맞추어 일정이 결정되었고 피아제 코리아의 지보경 차장님, 야르샤님, 그리고 타치코마가 스위스로 견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먼저 제네바 공항에서부터 피아제 본사에서 제공해 주신 고급 세단으로 호텔로 이동하였습니다. 호텔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미처 알지 못하고 호텔로 이동하였는데요,
제네바에서 가장 좋다고 알려진 프레지당 윌송(President Wilson) 호텔을 준비해 주셨습니다.
역에서의 접근도 좋고 레만 호수가 훤히 보이는 스타우드 계열의 6성급 호텔입니다. (구글로 위치를 검색해 보니 살벌한 요금도 표시가 되는군요)
윌송 호텔의 훌륭한 식사, 훌륭한 서비스, 뱅앤올룹슨 스마트 텔레비젼도 인상 깊지만 시계 매니아로써의 윌송 호텔의 명물은 용두형 수도꼭지 입니다. (각이 살아 있는)
계획된 일정은 아래와 같이 구성되어 있었으며 피아제의 제품철학과 기업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습니다.
2013년 4월 25일 : 제네바 피아제 부티크 방문 및 플랑 레 와트 (Plan-les-Ouates) 매뉴팩춰 방문
2013년 4월 26일 : 라코토페 (La Côte aux Fées) 매뉴팩춰 방문
첫번째 공식일정으로는 제네바 중심가에 위치한 피아제 부티크를 방문하였습니다. 1층에서는 피아제의 현행품 대부분을 볼 수 있었고, 피아제측의 배려로 마음껏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피아제의 컬렉션을 손목에 올려 볼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요, 직접 손목에 올려 두고 사진을 촬영해 보고 하니, 관심밖이었던 컬렉션들의 매력에 공감이 형성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부티크 방문 이후 몇일 간, 전혀 생각치도 않았던 폴로가 아른아른 거린다던가 말이죠)
가장 전통적인 울트라 씬 전문가인 피아제의 또 다른 주력 종목인 화려한 주얼 워치들은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습니다. 피아제는 전통적인 워치 매뉴팩춰러 이자, 전통의 쥬얼 강자입니다. 그들의 주력 종목인 화려한 쥬얼 워치를 만들기 위하여, 공간을 타협하여야 했고, 그를 위하여 얇은 무브먼트에 집중할수 밖에 없었던 환경이 피아제를 울트라 씬의 전문가로 만든 배경 중 하나입니다.
<좌로부터 알티플라노 이벤트 우승자 야르샤님, 통역사님, 피아제 부티크 본사 담당자님>
부티크 2층에는 역사 속 피아제들을 한눈에 둘러 볼수 있는 피아제 타임 갤러리가 있습니다. 제네바 여행 가실 기회가 있다면 방문 추천 드립니다.
다만 전화 예약을 하셔야 전문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역사 속 피아제는 알려진 바로 보석으로 치장한 화려한 제품이 주류를 이루었지만 지금은 더 이상 사진과 같은 느낌을 유럽인들이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보석으로 풀세팅된 시계와 매칭되는 액세서리 풀세트 들은 생산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다음 일정은 플랑 레 와트(Plan-les-Ouates) 의 피아제 매뉴팩춰 방문이었습니다. 위의 사진은 플랑 레 와트 매뉴팩쳐의 내부에서 외부를 바라본 전경입니다.
스위스 시계 제조사들의 풍광을 보면 그 작업 환경이 참 부럽습니다. 저 멀리 쥬라 산맥이 보이는군요.
피아제 플랑 레 와트 매뉴팩춰는 manual7 님의 방문기가 타임포럼에서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https://www.timeforum.co.kr/6378427
매뉴팩춰 내부로 들어가기전에 복도 투어(Corridor tour)를 했습니다. 이 공간은 최근 피아제가 경매 등을 통하여 직접 컬렉팅을 한 피아제의 유산들입니다.
그 결과물을 이렇게 전시해 두었습니다. 수 많은 시계 브랜드들이 난립하는 요즘, 과거의 유산은 시계 브랜드에겐 포기할수 없는 가치일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피아제의 과거의 생산품들은 그 이력과 피아제 내부의 보관이 잘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귀족과 부호를 위하여 생산된 유니크 피스들 혹은 극소량의 생산량을 기반으로 운영되어 왔기에
체계적인 시리얼 넘버나 레퍼런스 넘버가 없는 생산품도 부지기수 이기에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합니다.
지금이라도 피아제의 유산을 보존 하는데에 관심을 갖고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매뉴팩춰 내부 투어는 피아제의 캐롤 드 프와(Carole De Poix)님이 담당해 주셨습니다. 플랑 레 와트에서는 무브먼트를 제외한 거의 모든 공정을 소화하고 있었습니다.
보통의 하이엔드 브랜드들은 금속으로 된 브레이슬릿의 비중이 낮지만, 피아제 만큼은 금속 브레이슬릿을 상당히 많이 보유한 하이엔드 브랜드 입니다.
그에 걸맞게 플랑 레 와트 매뉴팩춰에서는 흥미로운 브레이슬릿 제작과정을 볼수 도 있었습니다. 피아제의 독특한 착용감을 선사하는 브레이슬릿은 제작과정을 지켜보니 더욱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열심히 취재중이신 야르샤님>
각 담당부서 별로 방문을 했고 부서 담당자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눌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주셨는데요, 설명이 부족하면 다른 사람을 부르거나, 직접자료를 찾거나, 실물을 가져와서 설명을 해 주는등 모든 피아제 직원들이 알티플라노 위너를 비중있게 대접해 주셨습니다.
매뉴팩춰의 내부는 이런 분위기입니다. 어찌 보면 최고의 사치재를 만들어 내는 피아제의 이미지와는 맞지 않은 소박하면서 정갈한 분위기 입니다.
하지만 공간 구석구석 직원들을 배려하는 분위기가 녹아 있었습니다. 직원들간의 분위기도 매우 가족적이었는데요, 피아제 코리아의 지보경 차장님 역시 플랑 레 와트 매뉴팩춰 직원들 사이에서 인기가 보통이 아니시더군요 :)
피아제는 고급 시계 브랜드답게 모든 케이스 소재가 금이기 때문에, 밀링머신에서 생기는 부산물 역시 금입니다. 저 부스러기들이 그냥 부스러기가 아닌 셈이죠.
부스러기는 물론, 작업장을 닦아낸 종이 타월까지 '금' 이기에 특별한 대우(?) 를 받으며 별도로 모아 집니다. 진정한 Recycle Bin 이 매뉴팩춰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회수율은 80퍼센트 수준이라고 합니다.
<우로부터 케이스 밀링머신 작업 후 치수 기반의 퀄리티를 체크하는 담당자, 통역사님, 야르샤님, 피아제 코리아 지보경 차장님>
매뉴팩춰 투어를 마친 후 Watch Product Manager 인 훈남 피에르 게리에 (Pierre Guerrier) 와 함께 피아제란 브랜드와 피아제의 제품 철학, 그리고 현재의 컬렉션을 구경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피에르는 5년 뒤에 시계 시장에서의 피아제는 파텍 이상일 것이며 그것은 그들의 기술과 정직함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군요. 2018년에 다시 한번 만날 수 있을라나요.
공식 일정이후에는 제네바의 필수 관광 코스인 레만 호수 강변을 구경하고, 피아제에서 와인과 퐁듀를 저녁식사로 준비해 주셔서 스위스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은 만끽이 아니라 만취)
유럽에서 보기 힘든 쾌청한 날씨라 그런지 아주 많은 사람들이 호숫가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만 해를 본 것은 이 날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사진은 피아제의 생가, 최초의 공장, 그리고 현재의 매뉴팩춰 모습입니다. 매뉴팩춰 역시 오랜 세월 자리를 지켜온 흔적이 역력하였고 계속 증축을 한 모습이었습니다.>
둘째 날 일정은 드디어 무브먼트를 생산하고 있는 피아제의 라코토페(La Côte-aux-Fées) 매뉴팩춰 방문 하였습니다. 라코토페는 피아제의 시작이자 현재의 피아제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역사적 장소입니다. 그야말로 새로운 역사를 써 가고 있는 피아제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 접경의 쥬라 산맥에 위치한 라코토페 지역은, 제네바에서 약 1시간 30분가량, 굽이 굽이치는 도로를 오르고야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상당수의 근무자들은 피아제가 제공하는 시설에서 거주하기도 한다는데요, 마을 자체도 작고, 피아제의 비중이 크다 보니 마을에서 마주치는 주민들 모두 친구처럼 인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라코토페 매뉴팩춰는 피아제의 인사부서장이신 이브 보르낭(Yves Bornand)께서 안내해 주셨습니다. 40년 넘게 피아제에서 일을 해오신 피아제의 산 증인이십니다. 피아제의 기업 문화에 대해서는 직원들을 가족과 같이 존중하며 제품에 대해서는 역사나 정식성을 강조했습니다. 예컨대 워치메이커들에게는 할당량이 없고 인사 평가의 요소가 아니라고 합니다. 실제로 플랑 레 와트와 라코토페에 함께 근무하고 있는 아버지와 아들을 만났습니다. 부러운 직장입니다.
피아제가 말하는 정직성은 대단한 역사와 전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후광을 마케팅에 과장하여 이용하지 않고 제품의 우수성으로 시장에서 인정받는 브랜드라는 겁니다.
매뉴팩쳐의 내부 공간은 대규모의 작업장이 아니라 소규모의 작업장이 여러개로 나뉘어 있는 형태입니다. 으리으리한 시설은 아니지만, 소박하고 정감가는 작업장 분위기였습니다. 피아제 무브먼트 조립공정의 특징은 무브먼트조립을 분업화하지 않고, 1인 책임 하에 끝까지 조립하는 형태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매뉴팩쳐들은 매거진(탄창처럼 무브먼트가 주르르 꼽히는)이라 불리우는 케이스에 이전 작업자가 작업한 무브먼트를 받아서 할당 작업을 끝내면, 다시 매거진에 넣어 다음 작업자에게 넘기는 형태를 취합니다만, 피아제의 경우는 1인 작업 하에 조립을 끝내고 케이싱 공정으로 넘긴다고 합니다.
<바젤월드에 출품되어 전시되고 있는 컨베이어 벨트 적용 워치메이커 테이블>
일례로 위와 같은 형태의 워치메이커 테이블은 분업공정화된 매뉴팩춰에서 사용하는 테이블 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검정색 유리부분의 아래쪽이 컨베이어 벨트 입니다. 즉 본격적인 자동화 공장과 같이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하여 이동되는 무브먼트에 각자의 할당된 조립 공정을 완료하고 다음작업자에게 넘기는 형태임에 비하면 피아제의 작업공정은 워치메이커가 본인의 작업에 대하여 책임과 애정을 동시에 가질수 있는 작업 방식이자, 기계식 시계의 소비자가 기대하는 작업 방식이라고 생각됩니다.
라코토페 방문을 마치고 제네바로 돌아오는 차량 안에서 지난 일정을 정리 하여보니, 비록 리슈몽(리치몬트 그룹) 산하의 브랜드이지만, 거대 기업의 느낌보다는 피아제 가문의 색채와 경영철학이 건재함을 느낄수 있어서인지 예전 보다는 피아제가 가까운 느낌의 브랜드로 느껴집니다. 다만 주얼 뿐만 아니라 워치 매뉴팩춰러로써의 입지를 다시금 확고히 하려는 피아제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유산을 활용하지 않는(못하는) 부분은 안스러울 정도로 안타까웠습니다. 지금의 시계 시장은 아무런 유산이 없어도 어떻게해든 유구한 역사가 있는 것처럼 과대 포장까지 하는 세상인데 말이죠.
아쉽게도 최근에 팩토리 방문 프로그램에서 발생한 문제로 인해 사진 촬영이 셔터마다 확인을 받아야 하는 환경이었습니다. 지금도 눈에 아른거리는 피아제의 엄청난 유니크 피스들을 사진에 담지 못한 것이 무척이나 아쉽습니다. 사진이 풍족하진 않지만, 이제 알티플라노 이벤트의 진짜 주인공이신 야르샤님께서 야르샤님만의 시각으로 피아제 팩토리 방문기를 올려 주실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2012-2013 피아제 알티플라노 컴페티션 - 피아제 팩토리 방문 이벤트의 현장 스케치를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