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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부쉐론 시계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처음에는 지라드 페라고의 무브먼트 장인이 와서 시연행사를 하는가 했는데, 그게 아니고 금번 바젤에서 발표한 Epure 라인의 소개와, Epure 라인과 같이 Art & D 의 Dick Steenman씨와 함께 만든 주얼리와치들을 소개하면서 Dick Steenman씨가 함께 와서 다이알을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Master Engraver, Dick Steenman. 본인 페이스북 계정에서 사진 훔쳐왔습니다. :)
저도 나름 무브먼트 덕후라면 덕후랄까요.. 하지만 그만큼 다이알에 대해서 잘 알거나 만드는 과정등에 큰 흥미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던지라 많은 기대를 하고 가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가서 직접 다이알을 제작하는 과정이나 그걸 직접 만드는 장인을 만나는건 제 기대 이상으로 의미있고 재미있는 일이었습니다.
먼저 테이블에서 세팅을 하고 있던 자개로 만든 포도송이.. 처음엔 자개를 동그랗게 잘라서는 하나하나 이어붙이는줄 알았습니다만, 그게 아니고 통짜 자개를 깎아서 저 모양을 만들더군요. =_=
이런 식으로 말이죠. 처음에 시연대에 가서 볼 때는 작고 동글동글한 것이어서 뭐 크게 대단한건가 싶었는데, 이렇게 직접 가까이서 보니까, 이러한 것 하나하나가 얼마나 많은 수고가 들어가고 힘든 작업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보석 세공중인 다이알. 금속 판을 직접 깎고 만든 이후에 다이아몬드를 하나하나 세팅합니다.
이건 다른 시계에 들어갈 또다른 다이아 세팅 다이알이고요.
모자라지만 접사를 해보았습니다.
이런 작업을 통해서 만들어진 시계 완성품을 보여주는 Steenman 아저씨.
안에 다이알을 들여다보면 완성된 다이알의 아름다움이 보입니다.
근데 이 시계는 특별한게, 보석 다이알 밑에는 hematite라는 검은색 크리스탈 판을 사용했는데, 완전히 거울처럼 폴리슁을 해놓았고, 또 재미있게도, 르호 (케이스의 안쪽 테두리)에도 거울처럼 폴리슁을 해놓아서 보석 다이알이 르호에 비쳐서 보이게만들었습니다. 그 때문에 시계가 실제보다 더 깊고 다이알이 커보이는 아주아주 재미있는 효과를 내고 있었습니다. 위의 사진 윗부분에서 조금 그 모습을 잡아보려 했습니다.
제가 이번 시연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이러한 작업하는 시연대를, 갤러리아 백화점 지하 입구에 설치해놓았다는 것입니다. 지하 주차장에서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볼 수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어? 이건 뭔가? 하고 와서 잠시나마 더 들여다보고 갈 수 있었죠. 실제로 관심이나 호응도 꽤 좋았다고 하고요.
이러한 부쉐론 (발음은 거의 붘헤런 같은 수준이었습니다만.. ^^;) 의 노력은 저희 타포 회원들이 감사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급시계, 특히 수십만원 수백만원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시계들이라면, 그리고 그런 시계를 좋아하고 소비하는 타포 회원들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사회 구성원들의 시각은, 저희에게 불행하게도 보통 "사치" 내지는 "과소비" "된장질" "허세" 뭐 이러한 이미지를 가지는게 보통이니까요. 그래서 많은 수의 타포 회원님들도 자신의 시계가 같이 시계를 좋아하는 사람들 이외에는 나타내보이지 않기를 바라는 면도 있고요.
왜 우리가 그런 시계를 좋아하는지, 그리고 그러한 시계에 얼마나 많은 노력과 수고가 들어가서 그러한 가격을 가지고 그것이 정당화되는지 이해하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관심이 없고 잘 모른 분야에 대해서는 그럴 수 있지요.
하지만 이러한 시연을 통해서, 고급시계가 왜 고급인가, 어떠한 노력과 장인정신이 들어가서 이러한 다이알을 만드는가. 그리고 왜 고급시계들의 가격이 현재의 가격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알게 되면, 그에 대한 시선도 조금은 누그러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에 올린 다이알의 보석세공은 Dick Steenman씨가 만드는데 3주가 걸린다고 합니다. 물론 혼자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그의 공방에는 12명의 인원이 있고, 그들이 다 함께 팀으로 일을 합니다. 최종적인 마무리와 수공에 물론 Dick 씨가 직접 하는 부분이 많기는 하지만요. 그러나 그러한 팀 워크도 이 다이알 하나를 만드는데 3주라는 시간과 정성이 쏟아져야 하는 일이라는 것이죠.
다 완성된 시계를 지나가면서 흘깃 보면, 어, 이쁘네. 하고 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어떠한 노력이 들어가서 하나의 예술품이 탄생하는지를 아는것, 그것은 중요한 일이죠.
또다른 자개판 다이알입니다. 오팔과 다이아몬드로 만든 날개들도 인상적이었고, 크리스탈을 깎아서 만든 몸통도 인상적이지만, 제게는 개인적으로 이 다이알의 뒷면이 더 감동이었습니다. 아쉽게도 사진을 찍지 않았지만, 뒷면은 모두 페를라주가 되어있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시계 다이알들은 따로 많이 손에 넣어봤고 이리저리 살펴본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다이알의 뒷면까지 마감처리를 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죠. 어차피 보이는 부분이 아닐뿐더러 마감을 한다고 기계적인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없는 부분이니까요. 하지만 이 다이알들은 뒷면마저도, 일반적인 소비자가 전혀 볼 이유도 필요도 없는 부분까지 마감처리를 해놓았습니다.
실제 보이지 않더라도,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 하더라도, 자신이 만드는 것은 모든 면이 완벽하게 만들고 싶은 장인정신이 보여주는 것이란 이런것이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또하나는 부쉐론이 이번에 가져온 Epure 라인입니다.
이번 바젤에서 발표된 부쉐론의 Epure 라인 중 뚜르비용 시계입니다.
어 근데 바젤에서 발표된건데 벌써 한국에?
바젤이 끝나자마자 가장 먼저 한국으로 왔습니다. 사진의 뚜르비용도 실물로 볼 수 있던 곳은 바젤 페어 이후에는 한국이 가장 먼저였던 것이죠. 뚜르비용 시계의 뒷편에 있는 것은 파리 방동광장의 부쉐론 샾의 모습입니다. 무브먼트 뒤를 레이저 각인으로 꾸며서 방동광장 뿐만이 아니라 하늘과 구름까지 나타낸 것이 재미있네요.
뚜르비용 뿐만이 아니라 일반 Epure 시계도 같이 왔습니다. 이 시계는 제가 찍은 사진 보다는..
이 사진들이 훨씬 더 좋은것 같네요.
크기도 38mm와 42mm로 적절한 사이즈를 고를 수 있고,
얇고 세련된 고급 정장용 시계입니다. 12시 인덱스와 용두에 있는 사파이어 까보숑도 매력적이고요.
전세계에 9월부터 판매가 되기 시작하는 이 시계들을 한국에서 먼저 볼 수 있었다는건 의미있는 일이었습니다.
Steenman 씨는 또 자신의 시계도 보여주었는데요.
본인이 직접 만든 시계입니다. 무브먼트는 GP의 무브먼트를 가져다가 썼고요. 케이스부터 다이알 핸즈까지 혼자서 작업해서 만들었다는데, 무려 "그냥 재미로" 만들었다고 하니.. 허허허 저로써는 상상이 별로 가지 않는 실력입니다.
모티브는 "바다 밑" 입니다. 아마도 다이알의 저것들은 따개비? 정도인것 같네요.
흐느적거리는듯한 핸즈 끝에는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고요,
백금으로 작업한 다이알들의 따개비 끝은 또 800도에서 구운 에나멜 처리가 되어있어서 빛깔이 참 오묘했습니다.
모티브의 통일성이랄까나요. 로터는 산호모양입니다.
이렇게 개인이 직접 착용하는 시계도 혼자서 만들어서 창의성을 보여주는 Steenman씨.
스위스 여러 시계 브랜드들과 이러한 collaboration을 진행한다고 했는데, 이번 부쉐론과 함께 보여주는 예술적인 시계들과, 지금까지는 최고의 보석 브랜드였지만 시계, 특히 남성 시계에서 앞으로 부쉐론이 보여줄 모습도 큰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