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살아서 그런지 몰라도 주변에 보면 아빠들이 요리에 관심이 많고 또 요리 실력도 뛰어난 집들이 많습니다.
저도 가끔은 주위에서 자극을 받아서 요리에 관심을 가져볼까?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서 몇 번 시도는 해 봤는데 쉽지도 않고 별로 재능도 없는 것 같은데다가 결정적으로 게으른 저의 성격탓으로 막상 실천에 옮기게 되는 것은 매우 드뭅니다.
그런데 오늘은 아주 오랜만에 제가 점심을 준비했습니다.
오늘 요리에 사용할 놈입니다.
가스 그릴입니다.
미국에서는 남자라면 누구나 그릴링을 즐기고 그릴의 달인이 되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있습니다.
실제로 주변에서 아는 사람들 집에 놀러가서 아빠들이 만든 햄버거, 핫도그, 스테이크는 물론 치킨이나 터키를 한 마리 통채로 그릴에서 익힌 것을 먹어봤는데, 다 맛있더군요.
저는 그릴 사놓고 일년에 몇 번 쓰지 않는 그릴 초보입니다. ^^;;
요즘 날씨가 너무 좋아서 올해 처음으로 밖에서 밥을 먹어볼까? 하고 봤는데, 밑의 사진에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의자들 위에 새똥도 많이 떨어져있고, 거미줄도 여기 저기 쳐있고, 상태가 안좋군요.
그래서 그냥 안에서 먹기로 합니다.
오늘의 메뉴는...
핫도그! ^^;;
햄버거도 아니고, 쏘세지 몇개... 참 초라합니다.
변명을 하자면, 애들이 핫도그를 정말 좋아합니다! ^^
사실, 원래는 삼겹살을 구으려고 했습니다.
삼겹살은 불에 직접 굽기 보다는 솥뚜껑 같은 철판 위에다가 구워야 한다고 알고 있는데, 타포에서 포스팅들을 보니 숯불 위에 직접 구우시는 분들도 계시고, 참 맛있어 보이더군요.
그래서 가스 그릴에다가 기름이 뚝뚝 떨어지는 삼겹살을 구우면 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 한 번 해보려고 했는데, 마침 whole foods에 갔더니 pork belly가 없더군요. ㅠㅠ
한국 슈퍼는 저희 집에서 너무 멀어서 포기하고, 그냥 간단하게 아이들이 좋아하는! 핫도그로 대체했습니다.
그릴 옆의 버너에서는 고구마 후라이를 기름에다가 튀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름 온도가 너무 낮았는지, 약간 망한 것 같습니다. ^^;;
몇 분 후, 핫도그 완성!
고구마 후라이도 완성! 처음에 기름 온도가 너무 낮게 시작한 것 같아서 너무 오래 튀기다가 약간 시커멓게 됬습니다. 그래도 먹을만 합니다.
소금 약간 넣고 테레비에서 본 것 처럼 이리 저리 굴려봅니다. ^^;
와이프가 흰 와인인 피노 그리지오가 먹고 싶다고 햇는데, 마침 집에 사놓은 것이 없어서 대타로 빨간 와인인 피노 누아를 땁니다. ^^;
와이프 학교 근처에 있는 프랑스와 이태리 와인만 직접 수입해서 취급하는 작은 와인 가게에서 추천해줘서 산, 정체를 알 수 없는 와인인데 맛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은 와인, 핫도그, 고구마 후라이,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미니 피클인 cornichon의 설정샷입니다.
바로 옆에서는 애들이 전쟁터를 연상시키듯이 완전 지저분하게 먹고 있어서, 테이블 가장자리 끝에 가서 찍었습니다. ^^;;
별것도 아닌 핫도그지만, 아들 녀석과 와이프가 매우 좋아하는군요.
변덕이 변화무쌍한 딸래미는, 한 입 먹더니 안 먹고 씨리얼만 먹네요. ㅠㅠ
다음에 삼겹살 굽게 되면 또 포스팅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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