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 한 분이 댓글로 드레스워치는 골드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셨다며 그것이 맞는지 물어보셨고, 다른 회원님들이 좋은 답을 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스틸소재와 복식에 관한 질문을 하신 분들께 그 댓글을 찾아보시라 하기도 불편하고, 쪽지를 받아보니 여러가지 궁금하신 것이 많은 것같아 제가 아는 것을 조금 적도록 하겠습니다.
정통 복식이라면 짙은 수트에 브라운 슈즈, 골드 드레스워치 정도는 기본이라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관련해 "스틸 시계도 드레스코드에 맞는가?" 라는 질문은 이번뿐 아니라 가끔 듣는 질문입니다.
수트와 슈즈는 색상에 따라 가격차가 나는 것이 아니라서 상관없는데, 스틸과 골드는 차이가 나기 때문에 궁금하다고 합니다.
복식에 관한 바이블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근거를 찾기란 어려운 일입니다만,
일단 100% 울이나 캐시미어 등 천연소재로 된 수트, 순면의 셔츠, 아웃솔까지 가죽으로 된천연가죽 구두 등 고급 천연소재만 입도록 약속되어 있습니다.
시계의 경우 옛날에는 부자들만의 전유물로 금소재만 사용되었고, 금시계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은으로 된 시계를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스틸이 원초적인 금속이기 때문에 스틸시계가 정통이다" 라는 반대의견을 들으셨다고도 하던데,
철 자체는 오래된 금속이나, 스테인리스 스틸은 1912년 독일에서 개발되었고, 현재의 카본이나 세라믹같은 '신소재'로 여겨졌다고 합니다.
이후 세계대전을 위해 스틸시계가 적극 사용되었고, 지금은 아주 대중적이고 베이직한 소재가 된 것입니다.*
금시계 지지론자 중 일부는 18kt 골드를 '천연소재', 스테인리스 스틸은 '합성소재' 로 보기도 하던데, 그것보다는 '고급 전통소재인 (옐로)골드' 와 '보급형 신소재인 스틸' 로 보는 것이 낫고, 골드 드레스워치를 권하는 복장코드는 하나의 약속이고 전통이라 보는 것이 맞겠습니다.
또 한가지 중요한 이유라면 '금속 알러지' 를 들 수 있는데요,
아시안 중에도 있고, 서양인들 중에서는 특히 금속알러지를 가진 사람이 많아 스틸류를 착용할 수 없다고 합니다.
잘 정제된 스테인리스 스틸은 괜찮다는 말도 있지만 금속알러지가 있는 사람들은 금 외엔 무조건 싫다고 합니다.(제 아내도 금속알러지)
이를 이유로 '스틸은 합성소재' 라는 말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가죽줄이 아닌 금속줄 시계를 정장에 착용하는 사람도 많으므로 굳이 신경쓰지 않아도 되지만, 신사의 품격을 추구하거나 서양인들과의 만남에서 좀 더 세련된 인상을 주려면 골드(스틸이라도) 드레스워치를 하나쯤 갖고있는 것도 좋겠고, 튀는 디자인은 피하는 것이 좋아보입니다.
저는 복장코드에 민감하지 않아 원래는 시계를 차고 다니지 않았고, 지금도 예거의 스틸시계를 가지고 있지만, 신경을 써야할 자리에는 아내의 큰 사이즈 금시계(원래 제 것이었으나 사용하지 않아 아내에게 넘긴)를 빌려차고 나가기도 합니다.^^
격식있는 자리라면,
1. 최선 : 골드 드레스워치
2. 차선 : 스틸 드레스워치
3. 차차선(?) : 롤렉스, 오데마같은 점잖은 금속줄시계
4. 주의 : 위블로, 로얄오크 어프셔, 파네라이 등 (튀고 싶지 않다면...)
그러나, 복장에 신경쓰는 분이 아니라면 평소 양복입고 출근할 때는 카시오 전자시계도 상관 없습니다.
*스틸 시계가 전쟁을 계기로 확산되었다는 것은 전쟁관련 다큐멘터리에서 본 내용인데, 어느정도 일리이 있긴 하나 "전쟁이 시계확산의 큰 이유가 되었다" 라고 볼 수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제 추측으로는 값싼 스틸시계의 보급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되었다는 것이 더 맞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