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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소재 측면에서는 조금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합금 기술의 발달은 헤어스프링이나 태엽, 무브먼트를 구성하는 작은 부품들에도 내자성, 강성, 견고성과 내마모성등을 새롭게 부여하고 있으며 이로부터 혁신적이면서도 신뢰도 높은 새로운 무브먼트가 등장하기도 합니다.(가장 비근한 예로는 아콰테라에 탑재된 내자 무브먼트가 있겠군요Cal 8508 https://www.timeforum.co.kr/index.php?mid=NEWSNINFORMATION&document_srl=6470824&page=1)
그리고 이런 움직임은 케이스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데요. 한동안 세라믹 컴파운드나 텅스텐, 티타늄같은 소재는 물론 잘륨이나 탄탈륨같은 희귀금속을 사용하기도 한 시계업계에 최근 몇년간 조용히 불고 있는 바람은 브론즈 케이스인데 역시 이런 움직임의 대표적인 시계는 역시 2011년 SIHH에서 파네라이가 발표한 PAM382(통칭 : 브론조)입니다. 1000개라는 한정 수량, 47밀리의 큼직한 1950케이스등과 어울려 빈티지한 멋이 일품인 시계라고 알려져 있고 실제로 착용한 사진도 종종 올라오지요. Bronzo라는 명칭은 Bronze의 이탈리아어라고 합니다. 한번 실물부터 보시죠.
실제로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파티나가 생기기 시작한 시계의 사진
동합금에서 파티나가 생기는 건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진은 유독 멋지게 표현이 되었네요. 자연광하에서 찍은 사진이니 이 색이 아마 처음의 사진과는 달리 실제 색감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382의 또다른 사진들이 이른바 브론즈 쇼크를 불러 일으킵니다.
카리브해에서 휴가를 열흘 정도 보내고 왔다는 한 유저의 사진인데 보시다시피 타이타닉에서 건져올린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바닷물에 담그지 않고 정상적으로 생활하면 이런 모습이라고 합니다만.. 만불 넘는 시계를 특히 다이버 시계라고 하는 녀석을 집에서만 차려고 지르는 사람이 또 어디 있겠느냔 말입니다.(그런 사람이 진정한 파네리스티..)
참담한 파티나를 보면서 우리는 이 시계가 1000개 한정판이라는 사실, 파티나는 브론즈 시계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는 사실, 대를 이어가면서 쓰려면 역시 브론즈 보다는 금이나 플래티넘으로 만든 시계를 사야한다는 진실을 깨달으며 브론즈 시계란 도대체 무엇이길래..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습니다.
최근 타포 빈티지 게시판에 쿨맨님이 올리신 올리비에 워치의 소재 논쟁(https://www.timeforum.co.kr/index.php?mid=brand_VintageETC&document_srl=6676191&page=1)과 기존에 타포 파네라이 포럼에 올라왔던 충격의 브론조 사진(https://www.timeforum.co.kr/index.php?_filter=search&mid=brand_Panerai&search_target=title&search_keyword=%EB%B8%8C%EB%A1%A0%EC%A1%B0&document_srl=3708474&page=1에서 비롯된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나름대로 조사한 바를 간략하게 풀어볼까 합니다. 재미있으셨으면 좋겠네요. ^^
2012년 2월경, Watchuseek에 올라온 브론즈리콜 쓰레드(http://forums.watchuseek.com/f74/helson-benarus-bronze-recall-644688.html) 를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마이크로브랜드 다이버중에 꽤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두 브랜드 Helson과 Benarus가 자사 브론즈 워치에 대한 리콜을 단행했습니다. 관련해서 논쟁과 덧글과 이런 저런 이야기가 많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소비자를 생각한 적절하고 빠른 대응이란 쪽으로 가닥이 잡혔습니다.
이 리콜의 원인이 된것은 기존에 만든 시계 케이스가 원래 쓰기로 했던 CuSn8(인청동)이 아니라 황동에 가까운 구리합금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소재를 공급하는 업자가 원래 요구와 달리 쌓여있는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다른 제품을 공급했고 이를 뒤늦게 알아차린 워치메이커가 리콜을 단행한 것이죠. 이유야 어찌됐건 책임있는 행동을 했고 당연히 했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언급되는 단어를 보다보면 구리(Copper), 청동(Bronze), 인청동(CuSn8), 황동(Brass)에 알미늄청동(Aluminium Bronze)까지 다양합니다. 시계 하나를 만드는데 화학이나 주기율표까지 공부해야 되는가 싶지만 우리에겐 네이버 지식백과가 있으니 최대한 간략하게 소재에 대한 설명과 현재 시계에 사용되는 사례, 그리고 왜 소재 논쟁이 벌어지는지까지 살펴볼까 합니다.
우선 모든 것의 출발점이 되는 것은 구리입니다. 구리(Copper)는 Cu라고 표기하며 구리 화합물의 가장 기본이 되는 금속입니다.
보시다시피 붉은 색조를 띠고 있으며 열과 전기를 은(Silver) 다음으로 잘 전달하므로 다양한 분야에 쓰이고 전성(펴지는 성질)이 좋아 가공이 쉽습니다. 습기를 머금은 공기중에 산화하면 녹청(綠靑: Patina)이 생기는 특징이 있는데요. 가열하면 검게 변하고 단독으로 쓰이려면 무르기 때문에 다른 금속이나 원소와 화합하여 합금을 만들어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보통 내구성, 내부식성, 내마모성등을 강화하기 위한 합금이라고 합니다. 자연에서 얻어내기 쉽고 제련(광물에서 뽑아내는 방법)이 쉬워 인류는 석기시대 이후로 동기 시대를 맞았다가 너무 무른 성질때문에 바로 청동기 시대를 맞았다고 하죠. 브론즈(Bronze)가 바로 청동입니다.
청동의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전사가 쓰던 투구도 청동이었고..
청동으로 만든 조각품도 있으며
거슬러 올라가면 이런 유물도 있죠. 역사 시간에 졸던 사라이라도 청동기 시대에 이어 철기 시대가 온다는 건 알고 있을겁니다. 청동은 구리에 주석을 가해서 만들어집니다. 과거에 대포의 포신을 만들던 재료라 해서 포금이라고도 하고 당금이라고도 했는데 그러면 최근의 브론즈워치는 청동시계냐?? 하실수도 있겠지만 최근에는 구리합금(Copper Alloy) 전체를 Bronze로 칭한다고 하니 브론즈워치는 구리 합금을 소재로 사용한 시계의 통칭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과거에야 최첨단의 소재였지만 지금 저런 소재로 물건을 만든다는 건 말도 안될뿐더러 저 무시무시한 녹을 보세요. 인체에도 유해한 성분이니.. 시계로는 더더욱 쓸수가 없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과학이 발전하면서 등장한 소재는 1520년경에 발명된 황동(Brass) 입니다. 황동은 구리에 주석대신 아연을 합금하여 만든 소재입니다. 1520년에 아연이 발견된 이후로 황동도 비로소 발명되었죠. 황동 합금에서 구리의 양이 많으면 붉고 무른 성질을 가지고 아연의 비율이 늘어가면서 노란색을 띄는것과 동시에 강성, 경성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건재의 쇠장식이나 문손잡이를 만드는 재료가 보통 구리와 아연이 6:4로 섞인 사륙황동, 과거에 신쭈라고 부르던 소재가 아닌가 싶습니다. 10원짜리 동전에 쓰인 것도 이런 황동 종류라고 하네요.
황동으로 만든 탁상 시계도 있고..
요즘에는 이런 빈티지 느낌의 샤워헤드로도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이른바 스팀펑크풍의 물건을 만들때 사용되는 대표적인 소재가 아닐까 싶네요. 그리고 위에 언급한 파네라이 382를 비롯해서 브론즈 시계를 만들때 사용되는 재료가 CuSn8이라고 표기되는 인청동입니다.
인청동(Phosphor Bronze)은 청동에 탈산 가공을 할때 인을 사용한 합금입니다. (전문가가 아니니..더 깊이 묻지는 말아주세요.-_-;;) 청동의 특성을 보유하면서 강성과 경성을 높이고 미세한 가공에 필요한 소재의 물성을 확보하기 위해 통상 주석을 5%내외로 합금한다고 하니 구리의 특성이 더 강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가공되고 있는 장면을 보면 얼핏 핑크 골드나 레드 골드같은 느낌이 듭니다. 저런 느낌이 들어야 인청동(Cusn8)이 쓰였다고 볼수 있는것이죠.
그런데.. 이런 케이스나
이런 시계 착샷을 소재의 이해없이 보면 다 같은 브론즈인데.. 라고 생각하지 이게 황동에 가까운 합금인지 아니면 인청동인지 알리가 없습니다. 더군다나 파네라이가 인청동으로 만들었다고 하니 그게 좋아서 따라한 것인지(아무려면.. 천하의 파네라이가 선택한 소재인데.. 라는 생각이라면 걔네를 너무 높게 평가한..실수가 아닐까..마..그런 생각이..) 인청동이라는 소재가 특수하게 훨씬 좋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아닌이상 판별하기 어렵죠. 더군다나 인청동이라고 해도 합금의 비율에 따라 물성은 천차 만별일 것입니다.
더군다나 이렇게 파티나가 생겨버리기 시작하면 구리합금족은 대부분 비슷비슷해집니다. 녹이 생기지 않는 스테인리스 스틸이나 귀금속을 제외하고 도찐개찐이라는 얘기죠. 스뎅이 시계 소재의 대세인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겁니다. 물론 최근에야 아이스하든드 스틸이나 코팅 처리를 통해 경도와 강도를 강화한 신소재도 있습니다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브론즈 워치 리콜 사태에서 베나루스는 따로 찾아보지 않았지만 Helson은 소재가 상이한 해당 모델(시리얼 690번 이하)의 전체에 대해 케이스 교체를 단행해준 모양입니다. 이유야 어쨌든.. 애초에 팔기로 한 제품과 스펙이 다르다면 당연히 했어야 하는 일이지요. 그 전후 비교 사진이 여기 있습니다. (사진은 베나루스 모델밖에는 없네요)
왼쪽이 원래 만들어졌어야 할 인청동 케이스, 오른쪽이 잘 못 생산된 합금 케이스인가 보군요. 이렇게 보니 확연하게 차이를 알겠습니다. 좀 극단적인 비교가 될수도 있겠지만 인청동이 확실히 구리의 특성이 강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이 글을 맺으면서 생각해보게 되는 부분은 최근의 브론즈 시계 열풍이랄까.. 마이크로 브랜드 다이버들이 브론즈 시계를 만드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점입니다. 전술했다시피 구리 합금은 산화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방금 받아도 10년된듯 하고 10년 지나면 100년 된듯한 시계가 브론즈 시계란 말이죠. 은은하게 녹이 피어나는게 멋스럽다..고 할수도 있지만 아끼는 셔츠에 퍼런 녹이 묻어도 허허허 웃을 대인배가 몇이나 됩니까?? ㅎㅎ 시계라면 역시 스테인리스가 갑이고 돈이 좀 있으면 금이나 플래티넘이 짱이란 말이죠. 관리도 쉽고.
그런데 우습게도 이런 저조차 브론즈 시계를 하나 질렀습니다.
자꾸 우려먹는 할리오스의 트로픽 B라는 모델이죠. 그런데 이 친구는 또 인청동이 아니라 알미늄 브론즈입니다. 알미늄 브론즈는 브론즈라고 쓰이긴 하지만 주석이 포함되지 않고 알미늄이 들어간 구리합금(Bronze)입니다. 내식성, 내마모성도 우수할뿐만 아니라 강도와 경도도 좋아서 선박의 프로펠러로 쓰인다고 하네요.
비록 이런 간지는 아니지만.. 선박에 쓰이는 소재로 시계를 만든다니.. 왠지 느낌이 좀 다르고 간지도 날것 같은 그런 이해할 수 없는 지름신이 내린다고 할까요? 파티나가 어떻게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인청동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적고 색깔도 황동보다는 살짝 밝을것 같기도 하고 그런 기대감이 듭니다. 귀찮은 거 싫어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오히려 인청동이나 황동보다 더 좋은 소재가 아닐까 싶은데 이것 역시 받아보고 차봐야 아는 일이겠지요. (그러니까... 왜 지른건지는 저도 모릅니다. 그냥 사고 싶어서..?? 묻지 마세요. 흑.ㅜ.ㅜ)
이처럼 사람들이 브론즈라는 소재에 대해 매력을 느끼고 궁금해 하는 한 다양한 브랜드에서는 이런 브론즈 시계들을 많이 만들어낼 것 같습니다.
남들과 같은 소재로 만든 시계보다는 좀 까탈스러워도 나만의 시계를 가지고 싶다는 욕구와 아울러 기계식 시계가 확립되었던 그 시대의 소재를 경험해 보고 싶다는 회귀 본능 같은 것도 분명 있을거구요.
보통은 이런 산업용품의 소재로 쓰이는 구리합금(Bronze)이 당분간은 인기를 끌 것 같다는 이야기로 결론을 냅니다.
그것이(돈냄새 맡는데 귀신인..) 소비자의 호응에 민감한 파네라이가 2013년 컬렉션에 507을 aka Wrongzo or Pronzo) 출시한 이유이기도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파네라이 닉네임에 대한 게시물은 타포 파네라이 포럼의 라이프고즈온님의 멋진 글을 읽어보세요. https://www.timeforum.co.kr/index.php?mid=brand_Panerai&document_srl=6664812&page=1)
요 몇년새 유행중인 브론즈 케이스 워치에 대해 짧은 지식으로 간략하게 알아봤는데 재미있으셨는지 모르겠네요. 이제 지갑을 열고 겸허하게 하나 지르실 순서입니다. 저처럼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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