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Greubel Forsey
다소 불우했던 5살 어린 시절, 유리를 잘라서 개미들을 위한 집을 만들어주면서 그의 작은 작품 활동이 시작됐다는군요.
못머리 위에 집도 얹고 바트 심슨도 얹습니다. 소재는 곰인형의 털이나 나일론 태그 등 주변에 있는 다양한 소재로 만듭니다.
1/4mm 크기의 작품도 있다고 합니다. 그건 공기 중에 떠다니는 섬유질 먼지를 모아서 만들었다고 하네요.
금반지를 긁거나 옷이나 공기 중 먼지를 긁어 만드니 재료비가 거의 들지 않는...^^ 대신 작품 하나 제작에 5~7주 걸린다고 합니다.
그뤼벨 포시의 부스에도 근작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저기 보이는 조그만 것이 작품입니다.
바늘귀에 앉아 있는<팔콘>...급조한 똑딱이 카메라를 현미경에 대고 찍었는데 그래도 찍혔네요.
시계로 돌아가면 아트 피스 1 에는 배가 들어가 있습니다.
예전에 스테판 그뤼벨에게 '역사상 당신이 존경하는 시계 제작자가 누구인가?'를 물어본 적이 있는데 해상 시계를 개발한 조지 해리슨이라고 대답한 적이 있습니다.
원래 사람 얼굴을 넣는 것으로 구상한 것 같은데 배를 넣었네요. 배는 이미 윌라드 위간이 만든 작품이기도 합니다. 2009년 테드 강의의 마지막에 그 배가 나옵니다.
24k 금으로 만들었고 깃발은 금조각, 배의 로프들은 풀 줄기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영국 버밍험 출신이고 2009년에 한 테드 강의를 봤을까요? 같은 영국인인 스티븐 포시가 눈여겨 본 모양입니다.
4년 전인 2009년에 만나 스위스 라쇼드퐁에 있는 본사를 직접 방문하며 시계 안에 작은 조각을 넣는 방법을 함께 구상했습니다.
시계는 부스에 전시가 되어 있었는데요. 스케치처럼 크라운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만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ㅜ ㅜ
윌라드 위건은 '최고의 것들은 항상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라는 명제에서 시작했다는데 왠지 시계와 잘 어울립니다.
작가를 바꿀 것인지, 아니면 그와 계속 아트 피스를 만들 것인지 아트 피스 2, 아트 피스 3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다른 신제품 시계들을 볼까요? 기존 시계에서 소재를 바꾸거나 단순화 시킨 것을 소개했습니다.
화이트 골드 소재로 단 6개 소개했습니다. 기울어진 2개의 밸런스 스프링 외에 나머지 다이얼은 매끈합니다.
기울어진 밸런스휠을 보면 방식은 다르지만 로저 드뷔의 이번 신제품 엑스칼리버 콰터가 떠오르지 않나요?
2011년 국제 크로노메트리 경쟁 부분에서 수상한 시계인데 골드 소재에서 티타늄으로 바꿨습니다. 훨씬~ 가벼워졌습니다.
쿼트러플 투르비용 시크릿은 레드 골드 소재로 8개만 제작했습니다.
시그니처와 같았던 투르비용을 전면에는 싹 감춘 다이얼입니다. 그뤼벨 포시는 보여야 멋인 것 같은 데 말입니다.
이미 타임포럼 뉴스로 소개한 바 있는 그뤼벨 포시 최초의 GMT는 레드 골드 소재로 내놓았습니다. 플래티넘 버전은 이미 품절!
33개 한정 생산한 모델인데 파란 다이얼이 눈에 확 띕니다.
그리고 그뤼벨 포시는 새로운 소식을 알려왔습니다. 바로 'Le Garde Temps, Naissance d'une Montre' 이란 조직을 만든 겁니다.
Grade는 프랑스어로 수호자란 의미지만 Le Garde-Temps이 되면 항해용 크로노미터, 고성능 정밀 시계를 의미합니다.
뒤의 부제는 시계의 탄생이란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그뤼벨 포시를 만든 로버트 그뤼벨, 스티븐 포시, 그리고 필립 듀포 옹께서 합세하셨습니다.
프레젠테이션의 슬라이드에 명시한 단어가 재미있습니다. 'The Actors'!
이 조직의 역할은 전통적인 시계 기술이 사라지지 않도록 미래의 시계 제작자들에게 전수하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의 활동을 보여주는 공간도 만들었습니다. www.legardtemps-nm.org라는 블로그에서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 블로그는 스위스에서 필자로 활동하는 니콜라스 마이에쇼(Nicolas Maillechort)가 올리고 있는데
업데이트가 아주 활발하지는 않지만 1월 15일 이후로 30일에 SIHH에서의 모습을 올렸습니다.
아직 한국에 소개되지 않는 브랜드, 가격이 너무 높아서 쉽게 접근하기도 어려운 브랜드입니다.
'왜 가격이 비싼데 정확하지 않은가?' 전자 기기처럼 가격 대비 고성능이 반드시 비례해야한다는 절대적인 잣대를 가진 사람이라면
어제 모 일간지 기자가 쓴 기사처럼 태****급 시계의 오차에도 놀라며 울분을 참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시계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기계식 시계의 몇 백년 전통을 이어가며 진화를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 그뤼벨 포시와 같은 브랜드가 있어서 흥미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