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으로 옮겨온 이후의 국립 중앙 박물관에 가본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없었습니다. 지난 화요일에 마침 이촌동에서 약속이 있어 늦은 점심을 먹고 사무실 들어오려다 소화도 시킬겸 중앙 박물관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점심을 먹은 곳은 떡볶이가 유명하다는 이촌 떡볶이.
크지 않은 분식집인데 사람이 참 많더군요.유명한 집이라고..
라볶이를 시켰습니다. 5천원이나 받길래 비싼데 맛도 없으면 어쩌나 싶었더랬지요. 떡은 밀떡이네요. 탄력이 좋습니다. 첫맛은 밍밍한데 먹을수록 맛이 깔끔하니 좋습니다. 고추장이나 고춧가루를 질좋은 것으로 쓰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해장에도 좋은것 같은 묘한 느낌. 음..그리 아깝지는 않습니다만.. 튀김이라도 하나 넣어주지.
이촌역에서 바로 박물관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개통되어 이동이 편해졌습니다. 무빙워크도 있네요.
벽면에는 이렇게 박물관을 대표하는 여러가지 소장품들이 라이팅으로 표현됩니다. 찾아보니 이 통로는 이노디자인의 김영세 대표가 담당했다고.
밖으로 나옵니다. 처음 보는 국립 중앙박물관. 관람객이 참 많네요. 평일 오후인데 어린 학생들과 부모들로 아주 바글바글합니다.
오벨리스크를 연상시키는 이 기둥은 노출 콘크리트 마감이네요. 이제는 하도 많이 보는 소재라 좀 식상하면서 혹시 여기 설계도 안도 다다오가?? 라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만 일본인에게 설계를 맡겼을리가 없지요. ㅎㅎㅎ
뭔가 황량한 겨울 날씨와 어울리는 공간입니다.
널찍한 광장을 지나 박물관 건물로 향합니다.
/꽤나 포스가 있는 건물이네요. 건축가는 정림 건축의 박승홍씨라고 합니다. 95년에 설계자를 선정하고 2005년에 마무리하고 완공했다고. 10년간의 대역사입니다. 박승홍씨 인터뷰를 찾아봤는데 설계전에 영주 부석사에 갔다가 많은 모티브를 얻었다고 합니다.
전체적으로 성벽이 연상되는 건물의 외관입니다.
이 광경을 보고 저는 감탄했어요. 사진으로는 잘 표현이 안되는데 저 뚫린 공간으로 남산과 솟아있는 남산타워가 보이는 조망이 정말 절묘합니다. 뭐랄까..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고 할까요. 마치 하나의 그림을 보는 느낌이 듭니다. 공간을 잘라내어 화폭을 만드는 이런 솜씨라니요.
전체적인 박물관의 배치도입니다. 건축가가 가장 역점을 두었다고 하는 부분은 거울못과 열린 광장인데 거울못은 겨울이라 꽁꽁 얼어붙었지만 열린 광장에서 보는 뷰는 정말 굉장합니다. 꼭 한번 직접 가보셔야 할 이유가 됩니다.
기획 전시실은 돈을 내야 하는 모양이니 오늘은 그냥 상설 전시만 보려구요.
많은 사람들이 신기한듯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아.. 정말 볼수록 대단해요.
상설 전시관입니다. 박물관은 아무래도 채광과 유물의 보전에 많은 생각을 두고 설계를 해야하겠지요. 하지만 외양도 상당히 모던하면서 건축물 자체로도 인상적입니다.
잘려진 단면이 아니라 열린광장 끄트머리에서 바라본 뷰는 다소 산만합니다. 르 코르뷔지에가 스위스 레만 호숫가에 어머니를 위해 작은 집을 지을때 집의 구석 구석을 잘라서 가장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게끔 했다는 이야기는 건축을 좋아하는 분들께는 잘 알려진 이야기겠습니다만 그런 아이디어를 이렇게 거대한 공공건축물에 도입한 것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이 스칩니다.
마치 아침 드라마에 등장하는 고부간의 갈등같은 이 장면은 사실 가위바위보를 하며 계단을 오르는 훈훈한 모습
국립극장의 이름이 용이군요.
남산타워의 반대편에는 아파트의 군락이 보입니다. 서울 어디를 가나 피하기 힘든 뷰죠.
손녀를 데리고 오셨는지 할아버지가 주위를 바라보며 뭔가 한참을 설명해 주시고 손녀는 그걸 또 열심히 듣고 있습니다. 보기 좋은 조손지간이더군요. (역시 딸이야..)
이 유리는 언제 어떻게 닦는지가 상당히 궁금해졌습니다.
사이좋게 집으로 가는 조손지간으 따라 저도 전시실로 내려가봅니다.
반대편에는 도서관과 기획 전시실이 있는 모양이네요. 근데 높은 층의 창문에 뭔가 문양이 보입니다.
깨알같이 창호문을 데코레이션 했네요. 음.. 섬세합니다.
유리 전시를 하고 있군요.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애들이 좋아할듯한 주제.
무료입니다. 무료.. 참 반가운 말이네요.
전시관 내부로 들어옵니다. 높은 층고와 아주 밝은 채광이 좋군요. 밝은 날도 흐린 날도 나름대로의 운치가 있겠습니다.
유에프오가 내려오는가 싶은 채광창.
하루로는 다 보기 힘들 것 같기도 하고 산책길이니.. 핵심적으로 볼 섹션을 선택해야 합니다.
3층을 골랐습니다. 나머지는 다음 기회에..
일단 기념품 가게부터 둘러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물론이고 외국인들에게도 좋은 기념품을 구매할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화려한 신라시대의 금관 복각부터 도기류, 간단한 소품들 까지 볼거리도 많고 가격대도 다양합니다. 사진을 못찍게 하는 바람에 디테일한 상품과 가격은 없습니다만 충분히 구경할만 합니다.
내부는 요런 풍경
본격적으로 구경하러 갑니다. 얼마전에 다녀온 캐널 가든이 생각나는 디자인이군요.
걷다보면.. 복도에는 이렇게 복각한듯한 비석이나 석탑들이 있습니다.
유리 전시회를 둘러봅니다. 아이들은 여기서만 하루를 보낼 수도 있겠어요. 친절하게 유리의 역사와 제조 방법, 지역별 특성들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그 머나먼 옛날에 이런걸 만들었다니..
새나 동물의 모양을 본딴 목걸이 장식
유리 그릇들
얼굴모양을 한 장식병들
세공이 들어간 화려한 유리 그릇
역시 유리 장신구들, 핵심은 3층이니까.. 휙휙 건너뛰고 3층으로올라갑니다.
그래도 조선관을 대표하시는 이분께는 인사를 드리고 가야지요. 조선을 건국하신 지진희 태조 이성계의 어진입니다. 예전에 관상을 공부했던 전력으로 잠시 살펴보면 기골이 장대한 무인의 체격이시고 귀가 아주 복스럽게 생기셨네요. 작지만 예리한 눈빛은 쏘아보는 걸로 사람 하나쯤 쉽게 죽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코와 입술 모양으로 미뤄 짐작컨대 자기 주장이 강하고 돈 새나갈일 없이 아주 알뜰하셨을듯...(응???)
도깨비 문양 장식 기와입니다. 왠지 일본에서나 쓸 것 같은데 우리나라라네요. 재미있어서 한장.
3층의 초입에서 만난 조각입니다. 인도는 성애의 나라예요. 시크하게 여자의 치마끈을 푸는 남자가 보입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여자는 남자가 얼마나 좋은지 정신을 못차리고 있군요. 인도 최고의 인기남일듯.
교과서에서나 배웠던 간다라 미술품입니다. 제목은 보살. 네.. 부처가 되기전의 석가모니를 나타낸 조각이라네요.
콧수염을 시크하게 기르신 이분은 미륵불. 어딘가 좀 언밸런스 하죠? ㅎㅎ
아주 잘생기셨네요. 영화배우 같습니다. 간다라 미술의 특징은 고등학교때 배운 것 같은데 당연히 지금은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하...
청동으로 만든 팔바티상입니다. 팔바티는 우마라고도 불리우며 힌두교의 3대신중 하나인 시바의 아내이기도 하죠. 신이지만 구체적인 인격을 가진 화신이라..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이 됩니다. 잘 알지는 못하지만 힌두교는 3억 3천의 신이 있다할 정도의 다신교입니다. 하지만 그 신들의 근원적인 존재는 브라만이라 불리우는 하나의 존재라고도 합니다. 브라만이 생성(브라흐마)-유지(비슈누)-파괴(시바)의 속성을 가진 3대신으로 나타나고 유일신이라 할 수 있는 브라만의 3대 속성에 결합하는 각각의 배우자인 여신들이 존재하고 그 사이에서 나온 자녀들이 또 신이 되며 사물이나 동물과 연관된 신들도 있습니다. 참 복잡한 종교죠. 그러므로 시바나 팔바티를 부르는 이름도 참 다양합니다.
팔바티상의 옆모습입니다. 얼굴 모양이 참 독특하지 않나요?? 아무래도 조각이나 동상에는 그당시의 인종적 특성이 반영된다고 생각하는터라 고대의 조각에서 당시 사람들의 생김새를 읽어보려는 엉뚱한 생각도 해봅니다.
조각들에는 이렇게 자세한 설명이 되어 있어서.. 제가 아는체 하는 건 다 저 설명을 열심히 읽은 덕입니다. ㅎㅎ
마찬가지로 시바와 팔바티의 부부 조각상. 곁들여 조각된 인물들은 역시 다 중요한 신들입니다.
이런 조각들을 볼때마다 그 에로틱한 표현력도 표현력이지만 이걸 그 옛날에 돌로 깎은 석공 얼굴이 보고 싶어집니다.
역시 시바와 팔바티 부부 조각상. 가운데에 있던 자녀의 조각은 사라졌다고 하네요.
시바는 파괴신답게 오른손에 시크하게 손도끼를 들고 있습니다. 시바는 파괴의 신인 동시에 길상과 축하를 나타내는 신이기도 하고 요가, 음악, 학문, 무용등의 수호신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복잡한 개성의 신이죠. 요즘 여자들이 열광하는 나쁜 남자의 면모를 모두 갖췄다... 마 이렇게 생각합니다.
반면에 팔바티는.... 음... 훌륭한 몸매를 갖추고 있군요. 저렇게 잘나가는 남편을 거느리고 사는것만 봐도 팔바티 여신의 위대함을 알 수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남편은 아내의 부속물 같은 거 아닐까요?? 시바도 집안에서는 팔바티한테 쩔쩔매고 살았을거라는데 500원 겁니다.
위의 두부부가 결혼해서 낳은 자녀가 바로 이 가네샤입니다. 힌두교에서는 인기가 좋은 신이라고 하네요.
또 하나의 신 커플. 비슈누와 그의 부인 락슈미입니다. 비슈누는 말 그대로 유지와 조화를 나타내는 신이구요. 굳이 따지자면 좋은 신이죠. 딱봐도 착한 남자 같이 생겼습니다.
그의 아내 락슈미. 시대가 달라지면서 조각에 표현되는 인물의 묘사도 달라집니다.
게임 캐릭터같이 생긴 이분은 문수보살이십니다. 오른팔에 치켜든 것은 호신용 무기가 아니라 진리의 칼로 무지의 장막을 단칼에 잘라내어 절대적인 진리를 드러낼 준비를 하시는 중이라고. 형이상학적인 개념의 구체적 표상이군요. 깨달음 직전의 긴장감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이분은 부처님은 아니고.. 종교적 스승을 일컫는 마하싯다 중에서도 위대했던 비루파라는 마하싯다의 상이랍니다.
이분이야 딱봐도 부처님이시죠. 항마 촉지인을 짓고 계십니다.
상당히 관능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 분은 관음 보살이시랍니다. 음.. 좀 난감하네요. 과거의 종교는 상당히 에로틱합니다.
복잡한 인을 엮고 계신 이 분은 비로자나불
옆모습.
딱봐도 이분은 지장보살이시네요. 일본의 도로변에 많이 보이는 지장보살상과 정말 비슷합니다.
우리나라로 넘어와서.. 부처님
부처님과 아미타불
관음 보살
공작왕을 열심히 본 독자라면 익숙하실 금강저. 저 끝의 발톱수에 따라 독고, 삼고, 오고저로 나뉜답니다. 이걸 실제로 무기로 사용한 것은 아니고 종교 의식에서 귀신이나 마귀를 쫓는 상징적인 법구라는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물론.. 저걸로 한대 맞으면 금새 저승행 티켓을 받을수도 있겠습니다만.
과거의 섬세한 금속공예 기술이 보이는 석탑 모형
이건 뭔지 아실까요?? ^^ 정답은 나중에.. 알려드리기로 하지요. 명칭은 여의라고 합니다.
금강저와 비슷한 용도로 쓰이는 금강령
물가풍경무늬 정병입니다. 금속제병에 은상감을 입혔네요. 고려시대의 작품이라는데 섬세하기가 대박입니다.
풍경이 잘보이게 한장 더
휴대용 부처님들
화려한 관장식. 상당한 고위직의 관이었나 봐요.
포도 동자무늬 주전자와 받침. 아무래도 술병이지 싶습니다. 포도주 담으면 좋겠네요.
시가있는 고려 청자입니다. 상당히 좋은 시인데.. 직접 가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대충 대충 정리하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긴 글이 되어버리네요. 본것만 대충 정리해도 이정도인데.. 제대로 보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짐작이 가실겁니다. 애들 데리고 나들이 왔다 생각하시고 그냥 틈틈히 보는수밖에는 없을듯.
이번 주말에는 박물관 나들이 어떠신가요?? 좋은 주말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