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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 2871 2013.01.24 13:59

점심 먹고 마침 좋아하는 케이크 가게가 근처라 케이크에 커피 한잔 하려고 잠깐 들렀습니다. 강남 구청 근처인데 스위츠플래닛이라는 조그만 가게예요.

 

20130124_125726.jpg

 

아메리카노 한잔에 평소부터 먹고 싶었던 순백(純白)이라는 이름의 치즈 케이크를 시켰습니다. 보통은 케이크 시트로 스폰지 케이크를 쓰는데 이 케이크는 아마 치즈 수플레를 썼나 보네요. 과하지 않고 은은하면서도 부드러운 치즈 향이 좋았습니다. 사이 사이에 신선한 생크림을 넣고 위에도 정성스레 데코레이션을 했는데 굳이 따지자면 치즈 수플레에 생크림 얹어 먹는것과 뭐가 다르냐 싶지만.. 완성도가 제법 뛰어나서 좋았습니다.

 

혼자서 유유자적 하다가 옆자리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크길래 뭔 소린가 들어봤더니 이번 정부 인선과 지방에 갈수록 비리가 많아지고 심해진다부터.. 정경유착이며 고등학생들 설문조사를 했더니 10억만 주면 범죄를 저지를 용의가 있다는 비율이 40%를 넘었다는 이야기까지. 결론은 이민가고 싶다. 이민가려고 해도 돈이 있어야 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신세 한탄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나라가 망해가고 교육은 이미 망했다는 내용이라고 생각했어요.

 

곰곰히 생각을 해봅니다. 과연 10억이 생기면 범죄를 저지르고 감옥에서 한 5년쯤 살다올 수 있을까?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까? 그게 가능은 할까?

 

요즘 고등학생들은 무슨 생각으로 절반에 가까운 비율이 그걸 선택할까? 그 비율은 어디서 조사한 것이고 과연 믿을만한 것일까? 등등

 

아직 어린 우리 아이는 또 어떻게 교육시켜야 하며 요즘 세상에 정의라던가 애국이라던가 휴머니즘이라던가 도덕률을 똑바로 가르치는 것은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해봤어요.

 

자라나는 세대가 보고 배운 것은 그 윗세대들의 생각과 행동, 그로 인한 결과들입니다. 만약 저위에 옮긴 이야기가 사실이고 설문에 답한 고등학생들의 40%가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범죄를 저질러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지금 이 시대가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가르치고 있는 현상이 그것에 부합한다는 이야기라고 해석이 되네요. 그런데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라가 망해가니 이민 가자는 결과로 결론이 난다면 흉악해져가는 범죄를 피해 안전한 나라로 도피하고 싶다는 일종의 회피는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그와 반대로.. 저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가 느낀 건 역시 어린 아이들이라 철도 없고 생각도 짧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당장 10억이 생기는 일이라면 그건 보통 일이 아니겠지요. 살인 청부나 테러라고 해도 그정도 돈을 주지는 않을겁니다. 만약 정말로 10억을 주겠다고 하고 의뢰한 범죄가 있다면 평생을 감옥에서 썩거나 본인의 목숨마저 위험한 일일 가능성이 높은데 그걸 그냥 하겠다고 한다는 것 자체가 인생을 만만하게 보고 너무 쉽게 생각한다는 것이겠지요.

 

돈도 좋지만 위험한 일에 끼면 스스로가 위험해진다는 교훈을 군대에나 가서 배워오지 않을까 싶어요. 저라면.. 그냥 소소하게 벌어서 맘편하게 사는 쪽을 택하겠습니다.(굳이 결심하지 않아 이미 그렇게 살고 있다는...-_-;;)

 

달콤한 케이크를 먹었지만 뒷맛은 쌉쌀한 커피같은 오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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