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간사이 여행기의 마지막입니다. 분량 조절을 잘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사진도 적고 쓸 이야기도 별로 없네요. 하하하.
지난번에 너무 무리하게 진도를 뺀 후유증입니다. 뒤에 남아있는 사진 분량을 보고 썼어야 하는건데 뭐.. 어차피 하일라이트는 다 지났고 오늘은 몇장 안되는 사진중에 쇼핑하고 간사이 공항에서 밥먹은 내용이 전부입니다. 맘 편하게 읽어주시지요.
아이를 데리고 가던 아니면 혼자 여행을 하던 여행에서 제일 귀찮은 건 짐싸고 푸는 겁니다. 되도록이면 간단하게 떠나는게 좋은데 아이를 데리고 가면 짐이 이것저것 많아지죠. 이번에는 기내용 트렁크 하나에 배낭 하나, 그리고 유모차만으로 버텼습니다. 여행의 말미에는 꼬질꼬질해졌지만 중간 중간 호텔방에서 빨아 입히고 하니 버틸만 하더군요. 여름이라면 배낭 하나로 충분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어쨌든.. 아침에 일어나 짐을 꾸립니다.
아침으로는 어제 군고구마 샀던 슈퍼에서 샀던 사과를 먹습니다. 색깔이 아주 먹음직스럽네요. 근데 손으로 쪼개도 쪼개질 정도로 과육이 무릅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대충 태이랑 나눠 먹습니다.
편의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푸딩인데요. 저는 좋아하는데 태이는 별로인 모양입니다. 저만 먹습니다. 대충 허기만 때우고 비행기 타러 가기전에 난바역에 있는 다카시마야라는 고급 백화점에 들릅니다. 도시락도 하나 사고 뭔가 안사면 안될 것 같은 일본 술도 한병 사려고 말이죠. 도시락은 800엔이 조금 넘는 호화 도시락을 골랐구요. (태이 입맛 맞춰서..) 저의 목적인 주류 코너를 훑어 봅니다.
시음을 할 수 있는 일종의 이벤트를 하고 있군요. 어차피 사케에 대해 깊은 지식이 없으니 마셔보고 괜찮다 싶으면 한병 사려고 들렀습니다. 확실히 백화점에 입점해서 팔 정도면 담당자가 이미 시음을 하고 걸렀다는 얘기겠지요. 마셔보니 부드럽고 향도 풍부합니다. 뭐라고 읽는지도 모르겠다 싶은 메이커의 청주를 한병 삽니다.
병도 참 이쁘죠? 소매가 2310엔입니다. 특이한 병모양에 걸맞게 한정판이라고 하네요. 게다가 얘는 원주입니다. 원주란 물을 섞지 않고 술에서 바로 걸러낸 원액 상태의 술을 말하는데 여기다가 물을 섞어 보통 13-14도 정도로 도수를 맞춘다고 하네요. 원주는 20도 가까이 되는데 얘는 19도 정도. 소주에 버금가는 도수에도 불구하고 맛과 향은 질좋은 사케의 그것입니다. 목넘김도 아주 부드럽구요. 입안에 퍼지는 향도 훌륭합니다. 나중에 회먹는 자리가 있으면 곁들이려고 보관중인데.. 도수가 높으면 보관성도 당연히 좋아집니다. 쉽게 변질되지 않겠지요. 뿌듯한 맘으로 공항으로 갑니다. 공항에 도착해서 어디선가 들은대로 식당가로 향합니다.
층별로 이렇게 먹거리가 많습니다. 아까 사둔 도시락이 처치곤란이 되는 순간이네요. 이럴줄 알았으면 공항에서 배를 채울건데 도시락은 왜 샀나요? ㅎㅎㅎ
그동안 한번도 시도해보지 못한 초밥집으로 들어갑니다. 이집 시스템이 좀 특이하군요.
심지어 한국어로 제공되는 메뉴가 있습니다. 터치식으로 메뉴를 고르면 배로 배달이 되는 시스템입니다.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겠네요.
아이들 동반한 가족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돌아가는 초밥을 먹어도 되구요.
기본적으로는 회전 초밥집과 다르지 않습니다만..
저 위에 레일을 보시면 뭔가가 오고 있는게 보입니다.
이렇게 유람선 모양의 배가 주문한 음식을 테이블까지 배달해 주는 시스템인것이죠. 이게 꽤 재미있습니다. 접시를 내렸으면 불이 들어와 있는 버튼을 눌러서 배를 다시 보내줘야 합니다.
먹어볼까요? 이건 제껍니다. 성게알, 고등어, 오징어
이건 태이꺼구요. 새우튀김으로 초밥을 만들었습니다.
돼지고기를 얹은 초밥도 있네요. 이건 별로 안좋아해서 제가 후루룩..
새우튀김 초밥은 너무 잘먹어서 하나 더 시켰습니다. 이정도면 밥으로 반공기쯤 될테니.. 배고플 걱정은 안해도 되겠습니다. 이집은 아이들 메뉴가 따로 있기도 하고 가격대별로 메뉴를 고를수도 있습니다. 새우튀김 초밥은 한접시에 100엔 정도였던 걸로 기억이 되네요. 아이들 동반한 가족들에게 딱 좋은 집입니다.
근데.. 아까 백화점에서 산 도시락도 아직 남았단 말이죠. 800엔이 넘는 호화 도시락인데... 쩝
태이는 이미 배가 찼구요. 어쩔수 없이 제가 먹어치웁니다. 공항 의자에 앉아서 도시락을 꾸역꾸역 먹자니.. 왠지 기분이 묘합니다. 초밥을 덜 먹고 배를 남겼습니다만.. 차라리 초밥을 좀 더 먹을 걸 하는 후회가 밀려옵니다. 간사이에서 출국하시는 분들은 공항 음식점이 메뉴도 다양하고 값도 시내랑 다르지 않으니 공항에서 드세요. (인천 공항처럼 비싸고 먹을것도 없고.. 그러지 않습니다. 부럽...) 배가 부른 상태인데도..도시락은 먹을만하군요.
출국 신고 마치고 공항안으로 들어옵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휴게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네요. 태이도 여기서 잠시 놀라고 풀어놓습니다. 요즘 부쩍 블럭에 재미붙인 태이군.
정체 모를 물건을 만들고 있습니다. 한참을 이렇게 놀다가..비행기 시간이 되서 떠나려는데
카운터를 지키던 일본 아주머니가 태이한테 색종이로 접은 시계를 하나 주시는군요. 그래서 부자간에 크로스샷 한번 찍어봤습니다. 여행갈때면 언제나 차고 다니는 저의 지샥. 그리고 이른 나이에 벌써부터 시계맛을 알아버린 태이의 색종이 시계. ㅎㅎㅎ
한국에 돌아오니 내리자마자 뺨을 때리는 매서운 겨울바람이 위도차이를 느끼게 합니다. 차도 안가지고 갔기 때문에 공항버스타고 잠실 와서 다시 좌석버스를 타고 집앞까지 옵니다. 6박 7일의 여정동안 간간이 안부 전화를 했는데 그간 태이가 꿈에도 보였다며 호들갑스럽게 반기는 어머니와 아버지. 자식 걱정보다는 손자가 보고 싶어서 병나시기 직전이셨나 봅니다. ㅎㅎㅎ 서럽...
아무튼 이렇게 긴가 민가 했던 6박 7일간의 여정이 모두 정리되었습니다. 때때로 힘들기도 하고 이걸 내가 왜 시작했나 싶기도 했는데 다녀와서 보니 추억으로 남는 장면도 많고 그동안 건성건성 바라보던 아이를 오랜시간 진지하게 바라보며 신기해한적도 많았습니다. 다녀와서 시간이 지난 지금 보면 태이도 좀 많이 경험하고 큰 것 같구요. 아빠랑 어디 가는 걸 이제는 아주 쉽게 생각하고 좀 더 친밀해진 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얻은 게 더 많은 여행이 아니었나 싶어요.
다음에는 태이, 태후 데리고 좀 더 멀리 가는 여행을 한번 계획해 봐야 겠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구요. 어떻게 애만 데리고 여행을 가냐고 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해보시면 별 거 아닙니다. ^^ 요즘 일밤에서 아빠 어디가? 라는 프로그램도 하던데 이제는 아빠들도 좀 더 아이들이랑 친하게 지내는 시대가 도래하지 않았나 싶어요. 세상의 모든 아빠들, 화이팅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