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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on456 932  공감:4 2013.01.14 13:08

저의 첫 시계는 4~5살 때 받은 빨간 천 스트랩의 뽀빠이가 그려진 시계였습니다.

가지고 놀던 장난감 시계가 없어져 울고 있었는데, 영문을 모른 아버지께서 데려가 사 주셨습니다.

진열대 앞에 서서 시계를 골랐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데, 장난감 시계의 눈높이에 있던 제 마음엔 드는 시계가 없어 아버지의 취향대로 샀던 것 같습니다.

시계가 없어졌다니까 뭔지 모르고 진짜 시계를 사 주신 것인데 저는 그것이 장난감인지 진짜인지도 몰랐습니다.

그날 아버지는 집에 돌아와 어머니께 잔소리를 엄청 들으셨지요.

 

제가 가지고 싶어 산 첫 시계는 국민학교 때 샀던 5만원짜리 카시오 게임 시계였습니다.

80년대 유행하던 아이템이어서 기억하는 분들이 계실 것 같습니다.

중고등학교 때는 한창 유행하던  스와치 시계를 여러개 모았고, 세이코 아니면 카시오의 다이버 시계도 차고 다녔습니다.

다른 친구들에 비해 어렸을 적부터 시계를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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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였던 것 같은데, 어머니께서 시계 예절을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수업할 때나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는 시계를 절대 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회의를 할 때 시계를 보는 사람은 일에서 성공할 수 없다며 시간을 보고 싶어도 참고, 정 시간을 봐야 한다면 화장실에 가서 보는 편을 택하라 하셨습니다.

이것이 식사예절이나 업무태도에 관한 에티켓인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대화나 회의중에 시계를 들여다보다가 한소리 듣는 경우를 목격한 적도 있고, 제가 보기에도 좋지는 않은 것 같아 웬만하면 다른 사람과 있을 때 시계를 들여다보지 않으려 합니다.

 

그러다 보니 어디서나 벽시계가 잘 보이는 위치에 앉는 것을 선호하게 되었고, 그런 습관이 생기다보니 손목시계를 볼 일이 별로 없습니다.

차에도 시계가 있고, 중요한 약속이 있을 때는 핸드폰 시계를 확인하고(정확하니까), 컴퓨터에도 시계가 보이고, 책상에는 탁상시계가 있고..결국 손목시계는 장식용처럼 이용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손목시계를 볼 때도 많지만 다른 대체물도 충분히 있다는 것이지요.

 

 

이런 습관은 시계를 선택할 때 기계적 정확성을 별달리 고려하지 않는 제 성향에 영향을 줬던 것 같습니다.

저는 고가의 시계를 고를 때 외관, 브랜드의 신뢰도와 현실 세계에서의 인기도를 우선시하고, 무브먼트에 대한 부분들은 크게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독립제작 시계라면 무브를 중요시하겠지만, 신뢰할만한 브랜드라면 무브먼트가 어느 정도 이상은 될 테니까요...

그러나 10년 전 프랭크뮬러가 한창 인기를 끌 때 하나 구입했던 이후로는 유행을 타는 제품은 가급적 멀리해야 되겠다는 생각은 합니다.

단순한 시계 구입자에 불과한 저에게는 아무리 좋은 평가를 받더라도 독립제작자의 시계보다는 규모가 큰 브랜드의 제품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상하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저는 오차도 생길 수 있고, 문제들도 간혹 생길 수 있는 편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큰 결함이 아닌 이상에는 '사람이 한 일이니 그럴 수도 있다' 는 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편이거든요.(다만 어렵지 않게 고칠 수는 있어야겠죠^^;;)

시대에 뒤떨어진 과거의 유물에 돈을 쏟아붓는다는 비난에 대해서도 발끈하지 않습니다...오히려 어느 정도 수긍하지요.

그렇지만 과거의 유물이라기보다는 '과거 전통의 계승' 이라는 그럴듯한 표현이 더 좋습니다.

 

 

시계가 아닌 패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멋진' 시계를 고려할 것이고, 그 중 특히 복식의 전통을 중시하는 신사라면 '클래식한' 드레스워치를 찾을텐데..이런 사람을 보고 "시계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비싸면 좋은 줄 안다"는 비난은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멋쟁이들에게 시계란 '감각의 표현' 이기도 하며, 신사들에게 시계란 '클래식 복식의 일부' 이기도 하니까요..

 

시계란 기계적 측면보다 감성적 측면이 더 중시되는 물건이며, 핸드폰이나 전자시계에 비해 시간을 보는 기능에 있어 나을 것이 없는 고가의 하이엔드 시계를 산다는 것은 다분히 감성적인 행동이라 생각합니다.

시계 회사들의 광고를 보면 기능이 아닌 감성에 호소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 일 것입니다..(기능은 별달리 호소할 길이 없으니...)

 

지금까지 저는 매니아로서가 아니라 신사(가 되고싶은 1인)로서 시계를 구입해 왔고, 제 주위 사람들도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타포 활동을 하면서 기계적인 측면에도 눈을 돌리게 되어 시계를 보는 재미가 더 커졌습니다만..그래도 역시 시계는 제게 '뒤쪽부터 들여다볼 대상' 이 아닌 '앞모습이 마음에 들어야하는 대상' 입니다.

시계는 그 자체로 너무 아름답기 때문에 저는 기꺼이 '중요한 무브를 간과하는 호갱님' 이 될 용의가 있습니다!

 

내부를 너무 많이 알게 되면 시계의 아름다움을 간과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더이상의 관심을 가지지 않는 '매니아가 되지 못하는 사람' 도 타포에는 필요하겠죠?^^;;

 

 

p.s. 기계적 부분들에 관심이 많고, 무브의 우열(?) 등을 따지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마음은 없습니다.

다만 선택하는 기준이 다른 것 뿐이고, 저와 같은 취향과 기준을 가지는 것도 나쁠것 없다는 이유에서 끄적여 봤습니다~ㅎㅎ

 

 

대표적인 호갱님의 시계로 마무리합니다.

힘찬 한 주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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