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증이 나서 한국의 은행 금고에 넣어두고 온 브레게 3137이 생각나는 밤입니다.
10여년 전 휴가차 집에 들렀을 때 아버지가 새로 사신 것을 보고는 마음에 들어 슬쩍 차고 해외로 날아가버렸던...그리고 아버지는 밖에서 분실하신 것으로 오해하고 속을 썩이셨던...나름의 스토리가 있는 시계입니다.
그러다 재작년인가 멈춰버렸는데, 오버홀 비용이 100만원이 넘고 3개월 이상 걸린다 하여 그냥 금고에 넣고 재워버렸습니다.^^;;
지금은 오버홀 비용이 더 올랐겠네요...ㅠㅠ
브레게에 대해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는 바로 '절대시계' 라고도 불리는 마리 앙뜨와네뜨의 시계입니다.
이 시계를 소유하려면 브레게를 인수하는 수밖에 없으며, 그 존재만으로도 브레게는 절대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의 시계입니다.
저는 빅5라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하나의 마케팅 포지션에 불과하다고 보는데...무브 기술도 없고 중간에 망했던 브랜드라는 이유로 퇴출을 요구하는 분들이 많지요.(뚜르비용을 비롯한 복잡시계들을 보고도 기술력이란 말이 나오는지는 의문...)
그러나 빅5에서 브레게를 밀어내고 싶어하는 안티팬들도 이 시계 앞에선 별다른 말이 없습니다.
절대시계를 손목에 올릴 수는 없지만, 브레게는 18세기의 회중시계들을 현대적으로 되살려내고 있습니다.
라 트래디션이 그렇고, 3137, 3337 등 많은 시계들이 있지만, 브레게 책자에도 나오는 대표적인 회중시계로 No.5 라는 것이 있습니다.
3137의 조상이고, 7137로 이어지고 있는 멋진 스토리를 가진 대표적 시계 중 하나이지요.
제가 가진 3137은 이 시계를 계승한 것으로 6시 방향의 스몰세컨즈가 데이트로 바뀐 것과 달님의 얼굴 위아래가 바뀐 것 외에는 거의 같습니다.
멋지고 균형있는 앞모습과 함께 아름다운 뒷면 역시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36mm 였던 사이즈가 39mm 로 커지면서 7137이라는 새 번호로 나왔고, 약간의 변형이 생겼습니다.
기울어있던 문페이즈 창이 똑바로 놓였고, 파워리저브 게이지의 각도도 살짝 바뀌었습니다.
No.5와 거의 똑같은 페이스의 3137에 비해 많이 달라졌지요..
다만 신모델임에도 국내 리테일이 3137에 비해 천만원 정도 내린 4천만원 초중반으로 정해졌다는 장점이 있고, 뒷면이 밋밋해졌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왼쪽이 3137, 우측이 7137인데...크기는 다르지만 배치가 달라진 것은 아시겠죠?
구형인 3137의 다이얼 배치가 원본과 같습니다.
뒷면은 조금 더 변화가 큽니다.
여전히 아름답고 세련되게 변하긴 했지만, 구형의 예술성은 사라졌습니다.
아직은 3137과 7137이 함께 나오고 있는데, 앞으로 3137은 사라질 것 같습니다.
20년 정도는 나올텐데 7137이 어느정도 인기를 끌지 모르겠지만...시간이 조금 지나면 7137이 좋게 보일 것 같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에 7137도 생각을 했었지만 똑같은 모델 2개는 별로여서 7887로 선택했는데, 아쉬움이 남기도 합니다.
옛날 것을 두고두고 우려먹는 지루한 브랜드라는 평도 있고, 복각에 불과한 사기성 브랜드라며 빅5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는 말도 있지만 안티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매력도 강하다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현실은 빅5중 매출 2위입니다.^^
(작년인지 재작년인지..갤러리아 백화점 명품시계부문 매출 1위, 현대백화점 2위 이기도 하다네요...)
어차피 제가 브레게 주주도 아니고, 시계를 되팔 것도 아니니..매출이 높던말던 빅5라 인정을 받던 말던 별 상관이 없긴 하지만요..다만 AS를 고려하여 망하는건 곤란...^^;;
이상 욕을 먹어 왠지 더 즐거운 브레게의 감상이었습니다.(전 변태는 아닙니다!)
사진 크기도 들쭉날쭉에 퍼온 사진들을 섞어놓아 죄송한 마음이며, 새로 득템한 시계샷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ㅠㅠ
브레게의 진수는 뚜르비용이지만, 라트래디션이나 조폭달님 문페이즈 역시 저렴한(게다가 아름다운) 아이콘이니...아주 만족스럽습니다.
남은 주말 잘 보내시고, 좋은 한 주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