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퍼스로의 여행, 여섯번째
오퍼스5에 대한 글을 끝내고 너무 뜸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뭐랄까, 시리즈는 계속 써야 될텐데 맥이 빠졌다랄까요. 오퍼스 시리즈는 분명 막시밀리안 뷔세의 사직 이후로 이야깃 거리가 많이 줄어든 느낌이 듭니다. 바라보는 방향이 달라졌다고 할지, 그냥 옛 명성에 기대어 뭔가를 자꾸 하려는 느낌이랄지. 하지만 썩어도 준치요, 부자가 망해도 삼대가 간다는 얘기도 있지 않습니까?? 이번에는 막스 뷔세의 사직 이후 새로운 시대의 첫번째 오퍼스인 오퍼스6를 한번 파봅시다.
[오퍼스6의 위엄]
아무런 정보없이 시계를 바라보면 이것이 오퍼스 시리즈라는 생각이 퍼뜩 들기는 힘들겁니다. 짝수에는 뚜르비용이라는 공식도 있는만큼 뚜르비용이 있는 것 같습니다만 그 모양이 괴이하고 12시 방향의 해리 윈스턴, 3시방향의 용두 아래로 이어지는 제작자의 각인이 없다면 오퍼스 시리즈라기 보다는 그냥 해리 윈스턴 시계인가 싶겠네요. 가장 중요한 디자인 큐였던 러그의 형태가 바뀐게 큰 원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른 러그를 채택했으면 디자인이 살지 않았을까 싶었던 오퍼스5에서도 버리지 못했던 세개의 대문짝 러그를 버린 거죠. (대신에 용두쪽으로 소심하게 옮겼습니다.)
막스 뷔세의 후임이라는 무거운 자리를 기대반 우려반(사실 기대보다는 말아먹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더 컸겠습니다만..)의 시선을 받으며 맡은 사람은 Hamdi Chatti 입니다.
[명품 브랜드가 좋은 된장남 함디 챠티]
피아제에서 업력을 시작한 그는 해리 윈스턴에서도 계속 일했으며 2009년에는 몽블랑, 2010년에는 루이 뷔통의 시계 담당으로 자리를 휙휙 옮깁니다. 시계 붐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이후에 럭셔리 브랜드에서 너도 나도 뛰어든 명품 시계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자신의 몸값을 높여온 것으로 보이는데 아마도 다음 자리는 샤넬이 아닐까 싶군요.(아니면 디올이던가..) 생긴것만 봐도 돈 깨나 있는 명품 사업가 처럼 보이니 그런 쪽에서 어필을 하기 좋게 생기기도 했습니다.
막스 뷔세의 후광이랄지 아우라가 지나치게 강하다 싶었던 오퍼스 시리즈를 처음 맡은 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스피드~!!! 가 아니라 시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전임자는 그 이름도 찬란한 막스 뷔세, 게다가 친구도 많아.. 머릿속에 든 아이디어도 많은것 같아... 근데 새로 맡은 이 자리는 책임감도 책임감이지만.. 6개월안에 결과물 내고 바젤페어에 출품을 해야돼. 못하면 ㅄ이라고 놀릴지도 몰라. 역시 막스 뷔세가 짱이라고 막 그러겠지?? '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오가며 잠도 안오고 다크 서클은 늘어만 갔을 겁니다.(아, 또 소설을 쓰고 있.....-_-;;)
그런 와중에 함디 차티가 떠올린 것은 2004년에 바젤페어에서 자신의 브랜드로 충격을 몰고온 듀엣, 그뤼벨과 포지였습니다.
[꺼꾸리와 장다리, 그뤼벨과 포지]
로베르 그뤼벨과 스테판 포지는 프랑스와 영국의 합작 듀오입니다. 왼쪽의 둥글한 사람이 그뤼벨, 오른쪽의 다소 고딕스타일로 생긴 사람이 예상대로 영국인인 포지죠. 그뤼벨이 국시공을 거쳐 합류한 르노에파피 공방에서 둘은 만났습니다. 각자 자신의 공방을 운영하다가 2001년부터 함께 일하기 시작했고 2004년에는 자신들의 이름을 딴 그뤼벨포지의 첫번째 시계를 내놓게 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위키피디아 링크를..http://en.wikipedia.org/wiki/Greubel_Forsey, 그들의 홈피는 http://www.greubelforsey.com/default.asp)
사족 : 르노에파피 공방이라는 이름은 상당히 익숙하실 겁니다. 비에니 할터의 오퍼스3가 가지고 있던 트러블 슈팅을 해준 곳이 르노에파피죠. 지금은 오데마피게 르노에파피라고 사명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들이 2004년 바젤에 발표한 것이 더블 뚜르비용 시스템입니다. 중력에 의해 발생하는 오차를 상쇄하기 위해 밸런스휠 케이지 자체를 회전시키는 뚜르비용 기술은 시계의 아버지 브레게가 발표한 기술이므로 매우 오래된 클래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기술이 과연 얼마나 필수적인 기술인가는 사실 의문이 제기될 수 밖에 없는 것이 소재의 한계와 포지션 오차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브레게 시절에야 혁신적인 시간 오차 상쇄 기술입니다만.. 회중시계가 아닌 손목시계가 대부분인 현대에는 밸런스휠 스프링의 소재를 개발한다던가.. 이런 저런 다른 기술들로 시간 오차는 보정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크로노미터 경진대회에 출품된 시계의 역사를 일별해도 뚜르비용을 채택한 시계는 기억이 안납니다.(제가 모르는 분야라 이렇게 막 던지는데.. 고수들께서 댓글로 첨삭 지도해 주시리라 믿어봅니다.) 암튼..
그러므로.. 뚜르비용은 어쩌면 보는 이의 시각적 즐거움과 시계 자체의 희소성을 올리기 위한 일종의 설탕? 사탕?박기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관점이지만 말입니다. 물론 이러한 시각이야 하이엔드에서는 너도 나도 뚜르비용을 채택하는 요즘에야 들게된 자각이기도 합니다만.. 왠지 뚜르비용하면 허세라는 생각이 든다고 할까요. 그래서 왠만한 뚜르비용에는 눈이 잘 안갑니다. (게다가 뚜르비용은 충격에 약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뤼벨 포지의 뚜르비용은 이너케이지가 1분에 1회전하면서 아우터가 4분에 1회전하는 시스템으로 기존 뚜르비용 시스템의 중력 오차 상쇄기능을 더욱 업그레이드 시킨 모델인데다가 그 정확성이 정말 끝내준다고 하더군요. 이너 케이지의 동축을 30도 기울인 저 시스템은 더블투르비용30(DT30)으로 명명되었습니다. 뚜르비용의 대가라면 앙트완 프레지우소가 짱먹는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이 매니악한 듀오의 등장에 기가 막히기도 했을것 같습니다. 2차원에서 놀던 뚜르비용을 3차원으로 도약시킨 셈이니까요. 이 듀오의 등장 이후 다른 브랜드에서도 다축 뚜르비용과 멀티 뚜르비용등이 등장하며 뚜르비용의 세계에도 군웅할거가 시작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초복잡 뚜르비용 하면 아직도 그뤼벨 포지의 이름이 기세등등합니다.
어쨌거나 아직은 브랜드의 기반이 약했던 이 듀오와 함디 챠티는 오퍼스6를 만들기로 합의를 봅니다.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계기가 될테니 말이죠. 그리하여..2006년 바젤에서는 앞에 언급한 오퍼스6가 데뷔를 합니다.
간단하게 살펴보자면 일단 시간과 분을 표시하는 창은 1시 방향에 따로 떨어져 있군요. 빨간 포인터가 시와 분을 가리킵니다. 왼쪽에는 초를 가리키는 세컨 포인터가 있구요. 돌아가는 디스크가 초를 나타냅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왼쪽 아래부분을 커다랗게 차지하고 있는 뚜르비용 케이지인데 이너케이지와 아우터 케이지가 동시에 움직이는 모습은 참으로 박력이 있을것 같은 느낌입니다. 어쩌면 이 시계는 시간을 확인하기 보다는 저 힘차게 돌아가는 뚜르비용을 쳐다보고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지 모른다는 말을 체험하기 위한 시계가 아닌가 싶네요.
용두를 감싸고 있는 크라운 가드는 러그에서 사라진 해리윈스턴 유전자를 보완하기 위한 소심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각인된 해리윈스턴과 그뤼벨포지의 이름은 두 브랜드가 손잡은 오퍼스 시리즈의 정체성을 나타내고 있구요. 언뜻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여섯번째 오퍼스를 나타내는 디자인 큐도 다이얼에 분명히 새겨져 있습니다.
요렇게 보면 좀 자세히 보이시나요? 숫자 6이?? 무슨 숨은 그림 찾기같기도 합니다만.. 어쨌거나 재미있는 아이디어군요. 다이얼의 입체감을 살리기 위한 아이디어는 오퍼스2에서도 도입되었던 디자인입니다만 오퍼스6에 와서는 어쩔수없이 채택할 수밖에 없는 불가분의 디자인이 되었습니다. 굉장히 입체적인 이 시계의 다이얼을 보면 레이어가 4단으로 나뉜 것을 볼 수 있네요. 뚜르비용이 위치한 하단, 아우터케이지가 위치한 2단, 세컨포인터가 위치한 3단, 그리고 아워미닛 포인터가 위치한 4단입니다. 층층이 수직으로 늘어선 시계의 레이어를 보는 것도 장관이지만 거기에 유광과 무광이 적절히 섞이고 시원한 블루칼라가 마침표를 찍습니다. 팽이처럼 입체적으로 돌아가는 뚜르비용을 보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겠지만 입체적인 배치를 보는 즐거움도 무시하기 힘듭니다.
그런 깊이감이 조금 더 잘 드러나 있는 사진이 이 사진이군요.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했는지, 참 대단한 듀오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이 몇시 몇분인지는 이 시계를 찬 사람에게는 그닥 중요한 문제는 아닐겁니다. 이쯤에서 테크니컬 디테일을 짚고 넘어갑니다.
별로 특별한 내용은 없습니다. 한정판으로 여섯개만 제작된 오퍼스6는 여섯번째라는 상징적인 의미에서 갯수 제한을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오퍼스5는 백개였죠) 지금까지의 내용을 짚어봤을때 저런 특수한 뚜르비용을 탑재한 시계의 제작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을 거라.. 어쩔 수 없이 여섯개만 만들자..고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당시에도 약속한 오퍼스3는 아직 문제 해결을 하지도 못하고 있었으니(그래서 선금내고 산다는 사람들에게 양치기 소년 노릇을 매년 해야 했고 말이죠..) 그런 선례를 또 만들기는 싫었을겁니다.
그뤼벨포지는 현재 65명의 인원으로 일년에 약 110개정도의 시계를 생산해 낸다고 합니다. 이름이 알려진 하이엔드 브랜드 중에서도 별로 많은 양은 아닙니다. 그만큼 제작에 어려움이 있다고 보여지고 그만큼만 팔아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다는 얘기가 아닐까 싶네요. 실제로 그뤼벨포지의 시계들은 엔트리가 따로 없이 대략 50만불 언저리의 가격이 아닌가 싶어요. 평생 한번이라도 주변에서 구경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ㅎㅎㅎ
시계 구조에 대해 아는게 별로 없는 터라 자세하게 설명하기엔 어려움이 있습니다만 이 시계를 자세히 들여다 보시면 뚜르비용 케이지와 연결된 기어의 윤열이 보이지 않는게 또 신기합니다. 뭐랄까.. 저 혼자 돌아가는 팽이를 보는 느낌이랄까요. 하루종일 보고 있으라고 해도 볼 수 있을만큼 재미있는 시계가 아닐까 합니다. 장난감 치고는 너무 비싸고 구하기 힘든다는게 문제지만 말이죠.
뒤뚜껑을 보시면.. 솔리드백 구조이고 해리 윈스턴과 그뤼벨포지의 각인이 있고 한정판의 각인이 있군요. 이 모델은 프로토타입으로 개발된 녀석이라 번호가 0번입니다. 이 모델을 직접 착용해보고 리뷰를 쓴 것은 각자가 찾아보시죠. ㅎㅎㅎ 검색 한방에 아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대략적으로 요약하자면.. 제가 위에 쓴 내용과 다르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호의적으로 마무리를 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시계의 문법에서는 많이 벗어난 작품이긴 합니다만 혁신적인 느낌을 주기에는 2퍼센트 부족합니다. 이미 2004 바젤에서 돌풍을 일으킨 그뤼벨 포지의 시계를 어찌보면 재구성한 물건이란 말이죠. 독립 시계 제작자와 해리 윈스턴의 유전자를 섞어서 뭔가를 만들어낸다~!! 라는게 오퍼스 시리즈의 목표였는데 오퍼스6에서는 그뤼벨 포지의 냄새만 진하게 느껴지고 해리윈스턴의 유전자는 온데 간데 없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오퍼스 시리즈와 막스 뷔세를 동일시하는 그런 최면에 걸려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막시밀리안 뷔세라면 이런 오퍼스를 만들지 않았을거야? 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뾰족한 묘수가 나오지 않고 똑같은 작품을 만들어 냈을지도 모르지요. 아마 그뤼벨 포지의 오퍼스6조차도 그가 그려놓고 나간 로드맵의 일부일지도 모르고 말이죠. 그렇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그가 MB&F에서 만들어 낸 일련의 HM시리즈가 눈에 밟힙니다. ㅎㅎㅎ
그뤼벨 포지는 뚜르비용의 마에스트로요 끝판왕이라고 불리울만 합니다. IP2 (Invention Piece2)로 명명된 이 시계에서는 쿼드러플 뚜르비용이라는 기술이 채택되었습니다. 더블 뚜르비용으로 모자라서 뚜르비용 4개를 돌리는 거지요. 각각이 돌아가며 시간의 정확성을 높이는데 일조합니다. 참고로 IP가 붙은 작품들은 그들이 개발한 3개의 뚜르비용 원천기술인 1. 더블뚜르비용 30도 2. 쿼드러플 뚜르비용 3. 24초 뚜르비용의 각각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기념비 성격의 시계들입니다. 이 브랜드가 추구하는 바가 어떤 방향인지를 뚜렷이 보여주는 작품들이죠. 이들은 뚜르비용을 통해 시간의 정확성을 극한까지 맞출 수 있는 시계를 만들고 있고 그를 위해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복잡한 뚜르비용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이 추구하는 하이엔드 컴플리케이션이란 시간의 정확성에 촛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죠.
디테일이 정말 예술입니다.
천문학적인 시계 가격도 왠지 조금 수긍이 가지요.
솜털만큼 가벼운 저 뚜르비용의 가공 기술은 한숨만 나올 뿐입니다.
순서가 조금 바뀐감이 있습니다만.. 이 녀석이 DT30이라는 기술이 탑재된 IP1입니다. 그런데 보시다시피 깊이감은 오퍼스6와 달리 그렇게 입체감이 살아있지는 않네요. 전체적으로 베젤에서 다이얼까지의 깊이감이 상당하긴 하지만 오퍼스6와는 좀 다른 느낌입니다. 아마도 입체감있는 레이어 디자인은 그뤼벨포지의 기술과 해리 윈스턴의 새로운 책임자인 함디 챠티가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낸 결과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몽블랑으로 자리를 옮긴후에 발표된 작품들에서도 이런 입체감 있는 다이얼 기술이 사용된 걸 보면 말입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해리 윈스턴 고유의 느낌이랄까, 뭔가 사치스러운 품격 같은 건 여전히 부족해 보입니다만..
이 시계는 IP3의 시제품입니다. 총 11개가 생산된 IP3의 원천 기술은 24초 뚜르비용인데요. 통상적으로 1분에 1회전하는 뚜르비용에 비해 시간 정확도의 향상은 물론 중력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25도 기울어져서 자유 자재로 움직이는 아주 가벼운 질량의 뚜르비용 케이지를 채택했습니다. 뚜르비용이 돌아가는 속도도 엄청나게 빠르지만 기울기를 가지고 시계의 포지션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환하는 뚜르비용이라는 것은 상상만 해도 재미있네요.
이 역시 24초 뚜르비용을 채택하고 있는 Contemporain 이라는 시계구요. 왠지 오퍼스6와 가장 비슷한 칼라와 다이얼의 분할을 보여주는 느낌이네요. 그뤼벨 포지의 시계가 거의 비대칭 형태를 채택하고 있는데 반해 전통적인 시계 모양을 채택하고 있는 점도 이채롭습니다.
그리고 올해 발표된 이 시계는 티타늄으로 돌아가는 지구본을 입체로 표현했습니다. 궁극의 월드타이머라고 할만하네요. 왠만한 재벌이라 하더라도 이 시계를 선뜻 사기는 힘이 들 정도의 가격이기 때문에 주위에서 구경할 일은 절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겠습니다. 이런 시계를 차고 다니는 친구가 한명이라도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ㅎㅎ
이 시계 역시 가장 최신의 기술인 24초 뚜르비용을 채택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기존에 존재하던 세컨타임존을 표시하는 기능과 지구본상에 있는 각 대륙의 낮과 밤을 표시하는 기능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뒷면에는 24개 도시의 현재 시간과 섬머타임까지를 나타내는 기능까지 가지고 있으니 다국적 기업의 오너라면 하나쯤 탐을 낼만한 물건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드네요. 문제는 역시 가격이랄까요?? ^^
막시밀리안 뷔세가 기획하고 만들어낸 오퍼스시리즈는 펠릭스 바움가트너의 오퍼스5를 마지막으로 시즌1의 막을 내렸습니다. 그가 만들어낸 것은 시계가 단순히 실용적이고 정확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정교하고 복잡한 기술이 담긴 예술품, 혹은 장난감, 혹은 유희로써의 기계라는 이미지였지요. 이건 파텍필립을 비롯한 시계의 명문가들이 가는 길과는 아주 상당히 다른 길입니다. 그 이후로 우르베르크나 비에니할터나 크리스토프 클라레가 만들어낸 복잡 시계들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독립 시계 장인들의 전성기가 도래했습니다. 그리고 뷔세 자신도 MB&F로 이런 아방가르드 워치의 전성기에 일익을 담당했지요.
그가 없는 빈자리를 채운 함디 챠티는 뷔세가 만들어 놓은 로드맵을 가지고 그렸는지 아니면 독자적인 그의 기획만으로 그랬는지 확실치는 않지만 오퍼스6로 시리즈의 시즌2를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뭔가 2프로 부족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고 지금까지 발표된 오퍼스중에 가장 적은 생산량과 가장 복잡한 뚜르비용 기술을 들고 나와도 뭔가가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래서 후계자의 자리는 늘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늘 전관과 비교를 당해야 하는 숙명이니까요.
냉정한 시각으로 보자면 오퍼스6는 주어진 시간을 가지고 뽑아낼 수 있는 가장 최선의 결과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전의 오퍼스가 보여주었던 충격이나 두근거림, 앞으로의 기대감같은 면에서는 아무래도 범작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모범생이 잘 써낸 답안이지만 거기에 보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마성이 부족한 느낌, 그게 오퍼스6가 가진 미덕이자 한계가 아닐가 싶네요. 오퍼스7에서는 이 흐름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하는지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겠습니다.
부족한 글에.. 고수 여러분들의 가열찬 첨삭 지도를 부탁드리며.. 편안한 일요일 밤이 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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