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퍼스로의 여행, 다섯번째_2
주말은 잘들 보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약속대로 이번에는 오퍼스5와 관련된 두번째 꼭지입니다. 전편을 마무리 하면서 이번에는 오퍼스 프로젝트를 총괄하던 막시밀리안 뷔세가 해리윈스턴을 사직한 이유, 그리고 MB&F를 창업하게 된 배경을 한번 파헤쳐보겠다고 말씀드렸지요. 큰 기대를 하고 계실 분도 계시겠지만 사실 팩트를 바탕으로 한 르포타쥬는 현실적으로 쓸수도 없고 쓰기도 어렵다는 것을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
이번 편에 펼쳐질 이야기는 그동안 오퍼스 프로젝트에 관련된 내용들을 쭈욱 써오면서 느꼈던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니 사실 소설이라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나중에 '내가 어디서 봤는데 오퍼스 시리즈에는 이러이러한 이야기가 있더라..'라고 인용하셔도 그 후폭풍을 제가 감당할 수는 없어요. 그냥 재미삼아 읽어주시길. 그리고.. 관련된 내용에 저보다 해박하고 자세한 정보를 알고 계시는 분은 댓글로 첨언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 부분이 핵심일수도 있겠네요. 저도 공부삼아 쓰는 시리즈니까요. ㅎㅎ)
1998년 해리윈스턴에 입사한 막시밀리안 뷔세는 3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오퍼스 시리즈를 런칭합니다. 등장한 첫해부터 스타급 독립시계제작자인 프랑소와 폴 주른과의 협업은 물론이요 이어지는 작품이 발표될때마다 업계의 반응은 뜨거웠지요. 그리고 오퍼스 시리즈의 분기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오퍼스 5에 이릅니다. 그런 일련의 과정을 보며 저는 막시밀리안 뷔세라는 인물에 대한 흥미랄까, 이해가 조금씩 깊어지는 느낌이 들더군요.
MB&F 홈페이지(http://www.mbandf.com/) 에 가보시면 볼 수 있는 약력입니다. 이 짧지만 간단한 약력을 통해, 그리고 그간 그가 보여준 행보들을 통해 지금 제가 쓰고있는 이글의 뼈대가 만들어진거죠. 행간에 숨어있는 뜻이랄까 의미를 제 나름대로 지금부터 해석해 봅니다.
세상에는 여러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몇 안되는 천재야말로 지휘자가 되는거라고 저는 일찌감치 생각을 했는데요. 지휘자(Maestro)는 악기 하나하나의 음을 듣고 조율하고 템포와 강약을 조절할 줄 알아야 명지휘자 소리를 들을 수 있을겁니다. 곡에 대한 엄정한 스스로의 해석도 중요하지만 그걸 단원들 각각에게 전달하고 조율하고 때로는 강압적으로 때로는 흥을 돋우며 컨트롤할 줄 알아야 하겠지요. 그런 측면에서 생각해 볼때 막시밀리안 뷔세는 세계의 명지휘자 반열에 올려놓아도 부족함이 없는 인물이 아닐까 합니다.
위에 언급한 엠비엔에프 홈페이지에 가시면 볼 수 있는 그의 친구들입니다.(아, 친구 참 많다...-_-;;) 각 작품마다 협력해준 친구들의 프로필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뒤로 갈수록 많아지죠. 어떤 종류의 예술이던지 이름이 알려지고 재능이 뛰어난 예술가들은 본질적으로 독고다이 근성이 강합니다. 자기 혼자 원맨 플레이를 하려는 기질이 강하죠. 그런데 이렇게 많은 친구들을 만나고 그들의 협력을 얻고 자신의 비전 안으로 끌어들여서 그들이 재능을 발휘하게끔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언급했던 모든 시계 장인들과 함께라면 더욱 그러한 일이죠. 그들 대부분이 자기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가지고 자신의 직원들을 데리고 일을 합니다만 만약 비에니 할터에게 크리스토프 클라레와 함께 일을 하라거나 펠릭스 바움가트너에게 앙뜨완 프레지우소랑 함께 일을 하라고 한다면 고개를 설레 설레 흔들겁니다. 각자의 이미지와 비전이 다르니까요. 고흐와 루벤스에게 같이 작품을 그리라는 요구나 다름없습니다.
하지만, 막시밀리안 뷔세는 언뜻 무리하게 보이는 해리윈스턴의 요구를 충실히 수용했고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루었지요. 오퍼스 시리즈를 다섯개나 만들면서도 늘 혁신적인 새로운 작품으로 시장에 반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애시당초 AHCI의 독립시계 장인들과 돈독한 친분이 없었다면 그리고 HW의 유전자와 카비노티에 각각의 유전자를 조율할수 있는 안목이나 비전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기도 했을겁니다. 이 시기에 그와 인연을 맺은 인물들은 아방가르드워치라는 새로운 시대의 조류를 반영하는 대표적인 아이콘들이 되는데 여기서 막시밀리안 뷔세의 선구안 혹은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랄까 비전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드디어 다섯번째 오퍼스가 시장에 나왔습니다.
전편에서도 설명을 했습니다만.. 작동 방식이나 디스플레이에 있어서는 무척이나 혁신적이고 근사한 작품입니다.
하지만 해리 윈스턴의 영향력 아래에서 만들어야 했기때문에 디자인은 어쩔수 없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을겁니다. 위 아래의 저 상징적인 해리윈스턴 스타일의 러그를 채용한다면 디자인을 개선할 여지란 사실상 없습니다. 샤프한 디자인 엣지를 가진다기 보다는 HW와 URWERK의 유전자가 다소 뭉툭하게 뒤섞인 퓨전이 될 수밖에 없었겠지요. 그래서 오퍼스5는 돈이 제법 있고 아방가르드 시계를 갈망했던(혹은 HW의 브랜드 네임과 오퍼스라는 상징적인 아이콘을 기대했던..) 아저씨들에게 어울리는 그런 시계가 되었다라고 폄하될 소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 비싼 조약돌...)
같은 아이디어를 가지고도 우르베르크의 고유한 디자인이 입혀지면 이런 시계가 됩니다.
이런 시계도 되지요. 그리고 이런 시계들은.. 손목에 올려놓으면 오퍼스와는 또다른 느낌이 됩니다.
보수적이고 뭔가 부유해보이는 그런 이미지보다는 진정으로 아방가르드하고 미래적인 디자인의 시계, 아니 기계(들뢰즈 가타리가 정의한 기계와 연관을 지을수도 있을..)를 손목에 두르는거죠. 시계가 자체적으로 어떤 아이콘(희소성, 부유함, 귀족, 상류층)이기 보다는 이 시계를 선택한 사람의 안목이라던가 취향을 극대화 시키면서 그사람 자체를 변화시켜주게되는 것입니다. 좀 더 시계와 일체감을 형성하게 된다고 할까요? 오퍼스5를 시장에 내놓고 막시밀리안 뷔세는 아마도 두가지 생각을 마음속에 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펠릭스의 뛰어난 재능 덕분에 오퍼스 5는 그나마 괜찮은 작품이 되었지만 제약이 없는 상태에서의 나라면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원하는 시계, 미래의 시계는 더이상 HW에는 없어. 내가 원하는 시계를 자유롭게 만들고 싶어!!"
흔히들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욕망이라고 합니다. 식욕이나 성욕같은 단순한 충동을 넘어서면 자기 자신의 꿈이나 이상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사람이죠. 그런 측면에서 볼때 시계 업계에서 많은 이들과 돈독한 친분을 맺고 시계의 미래에 대한 안목과 비전, 그리고 시계를 하나의 예술품(혹은 장난감)으로 승화시키려던 막시밀리안 뷔세의 꿈은 자연스레 해리윈스턴과의 관계를 접고 자기 자신의 브랜드를 만드는 쪽으로 마음을 굳히게 했을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가 만든 막시밀리안 뷔세와 친구들은 만드는 작품마다 시장의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이끌어 냅니다.(작품 각각에 대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이미 포럼에 소개도 많이 되었고.. 홈페이지에 가시면 작품 하나 하나에 정말로 디테일한 설명이 있으니까요. 시간 되실때 한번 보세요.)
HM1
다양한 버전으로 제작된 HM2
이런 버전도 있구요.
알랭 실버스타인이 참여한 이런 버전도 있습니다.
HM3 Rebel
HM3 Frog
HM3 Frog 버전중에서 퓨리스트프로를 위해 제작한 한정판. 초콜렛 개구리입니다. 특별히 퓨리스트프로에 공헌도가 높은 회원들에게 판매가 되었다고 하네요. 무척이나 비싼 개구리입니다. 시계 동호회를 위해 이런 식의 애정과 성의를 보이는데서 MB&F의 진정성이 느껴집니다.(나쁘게 말하자면.. 친분 마케팅이라고 생각할 수 도 있겠지만요.ㅎㅎ)
HM3를 보석브랜드 부세론과 협업해서 제작한 부엉이도 있습니다. 첫눈에 보고 반했어요. 우리 와이프 손목에 올려주려면 대체 얼마를 벌어야 하는걸까요? ㅎㅎㅎ
정말로 사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와이프 손목에 올려주고 싶습니다.
쥬얼리 머신이라는 이름이 각인되어 있네요.
그중에서도 가장 아방가르드하다.. 싶은 녀석은 역시 HM4 썬더볼트입니다. 이 정도까지 오면 이게 시계인지 장난감인지 미사일이 발사되는 007의 특수 장비인지 헷갈릴 지경이네요.
썬더볼트중에서도 이 녀석은 전세계 하나뿐인 온리워치로 제작되었습니다. 매년 온리워치 경매에 한점씩 출품되는 작품이죠. (온리워치경매는 근이영양증 아동들을 치료하기 위한 국제기금에서 주관하는 경매입니다. 매년 모나코에서 열리죠. 검색해보시면 다양한 정보가 있습니다.)
플라잉 팬더라는 작품이랍니다. 이 시계는 해가 갈수록 가격이 뛰지 않을까 싶네요. 무척이나 귀엽고 재미있는 시계입니다.
HM4중에서 더블뚜르비용을 탑재한 모델도 있습니다. 이런 모델을 보면 우주공간을 날아가는 전투기의 모습이 자연스레 연상되죠. 이게 다 스타워즈 때문입니다. 스타워즈를 보고 자란 세대가 기발한 상상력으로 이런 시계를 만들어냅니다.
극소수의 부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도락이기도 하구요.
스스로의 취향과 안목을 극단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도구이기도 하지요.
재미있게도 가장 최근에 만들어낸 작품은 과거의 유산을 계승한다는 의미에서 레거시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는데요. 생김새도 생김새지만..
측면에서 보면 육분의를 본딴 파워리저브 표시기라던가.. 앞쪽에 위치시켜 움직임을 그대로 볼 수 있는 밸런스휠, 마치 부엉이를 연상시키는 전반적인 모양새등이 예사롭지 않은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더욱더 아방가르드한 시계를 기대했던 MB&F의 팬들은 적잖이 실망을 했을 거 같습니다.
무브먼트의 대가로 유명한 장 프랑소와 모종의 서명이 들어간 무브먼트. 이분 이름도 요즘 화제작 여기저기에 보이죠.
실제로 보면 어떤 감흥일지 궁금해지는 모델이고.. 과연 우주선 썬더볼트 다음에 마치 대항해시대의 나침반같은 이 시계가 나온 맥락은 무엇인지 의아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마에스트로의 머릿속은 본인만이 알 수 있는 거겠지요. 제 생각에는 극한의 아방가르드도 좋지만 시계 본연의 자세와 가치는 무엇인가를 잠시 고민하는 시기에 나온 과도기적 작품은 아닐지 생각해봅니다. 넘버2, 3가 계속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볼 재미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
오퍼스5를 마감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당대의 천재라고 불리우던, 불리우고 있는 인물들은 이제 각자의 역량이 정점에 달한 성숙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는 또 새로운 영웅의 등장을 불러오기 마련이지요. 앞으로의 시계 업계의 판도와 핫이슈를 지켜보는 것은 참으로 흥미진진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역량이 성숙기에 달한 영웅들의 미래를 지켜보는 것과 마찬가지 맥락에서 말이죠.
객관적인 자료보다는 주관적인 해석이 많았던 꼭지였는데 재미있게 보셨는지 모르겠네요. 좀 더 자세한 정보나 의견이 있으신 분들은 댓글로 의견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럼.. 오퍼스6으로 돌아올것을 기약하며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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