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퍼스로의 여행_두번째
이번에는 2002년 바젤에서 공개된 오퍼스2를 다뤄볼 시간입니다. 시작과 끝은 항상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이번 꼭지의 시작은 전편의 말미와 관련이 있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제가 달아뒀던 링크를 원문 그대로 꼼꼼하게 보신 분이 있으신지 모르겠지만 그 인터뷰는 퓨리스트쪽과 막시밀리안 부세가 오퍼스2가 공개된 이후에 가진 인터뷰입니다. 당연히 오푸스2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언급되어 있는데요.
저는 그 인터뷰를 읽으면서 몇가지 의문이 생기더라구요. 그래서 오퍼스2에 대한 이번 포스팅은 그 사소하지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의문에 대한 나름대로의 미스터리물이라고 생각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소설이라는 얘깁니다. ㅎㅎ)
2002년, 기억에 생생한 월드컵이 한국과 일본에서 공동개최된 해입니다.
듣도보도 못한 아가씨가 연예인의 길을 밞기 시작한 해이기도 하군요. 아마 요즘 세대들에게는 잊혀졌을지도 모르지만 미나라는 이름은 한때 검색어의 상위권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섹시아이콘이었는데 지금은 뭐하나 모르겠네요.
어쨌거나 2002년 바젤페어에서는 오퍼스2가 공개되었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려해도 당시 바젤 상황을 전하는 기사조차 찾기 힘든걸 보면 기계식 시계에 대한 자료와 정보가 갖춰지기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구글링을 해봐도 썩 맘에 드는 기사는 없네요. 어쨌거나 전년도보다 조금 참가업체는 줄어들고 규모는 살짝 커진채로 바젤페어가 시작되었습니다. (자세한 바젤페어 2002의 풍경은 유명한 NHK의 다큐멘터리 : 독립시계사들의 소우주에 잘 그려지고 있습니다. 흥미있으신 분들은 찾아보세요.^^)
오퍼스2의 주인공은 바로 이 아저씨 앙트완 프레지우소입니다. 시계 제작자라기 보다는 얼치기 영화배우같은 모습인데요. 언뜻보면 영화배우 오웬 윌슨을 닮기도 했네요. 사실 이분은 시계 매니아들에게는 꽤나 유명한 인물이기도 하고 그만큼 욕을 먹는 분이기도 합니다. 아마 시계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입문자라면 한번쯤은 보았을 NHK 다큐멘터리에 나온 적이 있거든요. 네, 필립 듀포옹과 나란히 주인공으로 등장하신 분인죠. 거기에 오퍼스2의 제작과정도 공개가 됩니다.
필립 듀포옹이 철저한 장인 정신의 소유자로 비춰질때 앙트완 프레지우소는 조금은 경박한(?) 천재 시계 장인으로 비춰진 느낌이 드는 이 다큐멘터리가(대놓고 신의 손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만..) 아마도 한사람을 신격화하고 한사람을 날라리로 만든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된것은 국내의 관련 기사를 찾아보다가 발견한 댓글때문인데요. 듀포옹 앞뒤에서 다이아 박아대던 천박한 프레지우소 때문에 짜증이 났다는 댓글이 있더라구요. 흠.. 거참..
하나 하나 수작업으로 가공되는 심플리시티는 이 다큐멘터리 이후로 일본에서의 입도선매가 이어졌다고 하지요. 듀포옹의 인터뷰에 따르면 만들어지지도 않은 시계에 선금까지 내고 줄을 선 일본인이 한둘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역시 방송은 영웅을 만드는데는 뭐가 있습니다. 저 철저한 앵글라쥐와 금속 가공의 끝장을 보여주는 디테일을 보면 집이라도 팔아서 심플리시티를 사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들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 시계를 뙇하고 손목에 얹는다고 인생이 두배쯤 행복해질까요?? 실제로도 우아한 드레스 워치인 심플리시티의 크기는 현행의 빅워치 트렌드에 비하면 상당히 작은 축에 속합니다. 실제로 얹어보지도 않고 질러댄 일본인들은 아마도 필립 듀포에게서 자신들이 극한까지 추구하는 장인 정신에 동조한 것은 아닐지, 그래서 그렇게 인기가 높았던 것 아닐지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얹어보고 질러라는 시계 매니아들에게는 꼭 필요한 명언이지요..)
서론이 너무 기네요. 아무튼 해리 윈스턴의 오퍼스2를 제작하기로 한 앙트완 프레지우소. 여기서 첫번째 의문이 생깁니다. 이전에도 해리 윈스턴과 작업을 하며 이런 저런 트러블 슈팅과 시계 납품을 해왔던 앙트완 프레지우소를 두고 왜 로날드 윈스턴은 막시밀리안 부세를 영입해서 오퍼스 프로젝트를 맡겼을까요??
두번째로.. 왜 막시밀리안 부세는 오퍼스2를 첫번째로 내보내지 않고 프랑소와 폴 주른의 작품을 오퍼스의 첫번째 시리즈로 넘버링 했던 걸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 질문이 뭔 소리인지 이해가 되십니까?? ^^
이제 겨우 두번째 꼭지를 쓰고 있는 오퍼스 시리즈입니다만.. 보면 볼수록 앙트완 프레지우소는 아마 국내 시계팬들에게 생각보다 과소평가되고 있는 장인인듯 합니다. 그렇게 된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아마도 그의 이런 시계들 때문이겠지요.
이른바 설탕범벅이라 불리우는 다이아몬드 세팅의 화려한 시계들 말입니다. 시계의 본질과는 관계도 없이 다이아 세팅으로 터무니없는 가격을 받아 먹는 사기꾼같은 이미지가 앙트완 프레지우소에게는 조금 덧씌워져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런 시계들만 만드는 사람은 아닌데요.
그는 이런 시계도 만들었구요..(운석을 사용해서 만든 메테오 시리즈인것 같습니다만..)
이렇게 클래식한 포켓워치는 물론이고..
요렇게 혁신적인 시계도 만들줄 아는 장인입니다.
뚜르비용이 세개나 들어간 이 작품도 앙트완 프레지우소의 작품입니다. 이정도면 가히 다방면의 재능과 기술을 가진 천재라는 생각이 드시지 않습니까?? 다이아 세팅으로 돈을 버는 시계 제작자라는 건 아마도 오명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제가 언급한 시계들에서 어떤 공통점을 찾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왠지 모르게 그의 작품에서 천재의 광기라든가, 빛나는 불꽃보다는 왠지 트렌드에 쉽게 따라가는 실용주의자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게다가 어떤 사연인지.. 디자인 감각도 뭔가 조금 구리구요. 그런 그가 만든 오퍼스2는 그런 면에서 볼때 꽤나 잘 조율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퍼스2는 두개의 버전으로 발표되었습니다. 후면부에 퍼페츄얼 캘린더가 들어간 이 버전이 11개 제작되었구요.
110시간의 파워리저브가 장착된 이런 버전도 역시 11개 제작되었지요. 다이아가 세팅된 특별한 버전이 하나 더 있다고 하는데.. 그건 사진을 못구하겠네요.
다큐멘터리에 등장한 스타더스트 뚜르비용을 지칭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이건 앙트완 프레지우소의 작품이니.. 역시 아리까리. 혹시 아시는 분은 이미지를 좀 올려주시고 설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퍼스2는 38밀리의 다소 작은듯 싶은 크기입니다. 해리 윈스턴 홈페이지에 있는 사진보다 이 사진이 훨씬 시계의 본질을 잘 표현하고 있는 사진이 아닌가 싶은데요. 보시다 시피 번쩍이는 광채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전체 플래티넘으로 제작되고 다이얼에 입체적으로 새겨진 인그레이빙이 시계를 보다 화려하게 치장하고 있습니다. 따로 보석을 박지 않아도 시계 자체가 이미 하나의 반짝이는 보석같은 느낌입니다.
장담컨데 이 시계를 차고 다닌다면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겁니다.비록 시간을 제대로 읽기에는 힘들겠지만 이 시계에는 해리 윈스턴이라는 보석 판매상이 지켜온, 가지고 있는 화려한 이미지와 판타지 같은것이 모두 집약되어 있는 느낌입니다. 앙트완 프레지우소가 직접 밝히고 있다시피 모티브 자체를 뉴욕의 핍스 애비뉴에 있는 해리 윈스턴 매장의 현관에서 따올 정도니까요. 그리고 해리 윈스턴의 색깔이라고 하는 플래티넘과 블루 스크류가 전면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정도면 해리 윈스턴 그 자체를 나타내는 시계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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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제가 던진 두가지의 질문을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첫번째, 왜 앙트완 프레지우소가 아니라 막시밀리안 부세가 오퍼스라는 거함의 키를 쥐게 되었는가? 두번째, 왜 오퍼스2는 오퍼스1이 아닌가?? 라는 질문 말이죠.
물론 순서적으로 폴 주른의 프로젝트가 빨랐고 프레지우소의 프로젝트가 두번째였을 가능성이 제일 크지만 상징적인 의미로라도 오퍼스2가 1이 될 가능성은 있었을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부러 그렇게 하지 않았을거라는 생각도 드네요.
짧은 시간의 자료 조사와 생각이지만 로널드 윈스턴은 생각보다 시계에 대한 나름대로의 확고한 자기 세계가 있는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해리 윈스턴에서 만들었던 그리고 만들고 있는 시계들의 라인업을 봐도 평범한 시계 애호가라면 선택하지 않았을 루트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오퍼스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주어진 한계내에서 최고의 결과물을 뽑아내는 규격화된 천재인 앙트완 프레지우소보다는 보다 대국적인 견지에서 프로젝트 전체를 총괄하고 새로운 결과물을 뽑아낼 인재로 막시밀리안 부세를 발탁했고 어디를 봐도 해리 윈스턴 그 자체라고 할만한 그의 작품을 시리즈의 첫번째가 아니라 두번째에 배치했으니 말입니다.
[앙트완 프레지우소의 타임튜브 : 디스플레이 방식이 독특합니다.]
[가장 최근작이라 할만한 그랜드 뚜르비용 스포츠 : 이걸 차고 운동을 할수는 없겠지요..]
위의 두 작품을 봐도 앙트완 프레지우소는 분명 천재라고 불리울만한 뛰어난 시계 장인입니다. 그가 걸어온 길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마땅한 천재의 길인것 같고 그는 한번도 실패를 해본적이 없는 사람이기도 한것 같습니다. 하지만 혀를 내두를만큼 감탄사가 나오지는 않습니다.그건 그가 선구자가 아니라 항상 한발자국 뒤를 밟기때문인 것 같습니다. 막시밀리안 부세가 인터뷰에서 프랑소와 폴 주른을 루이 아브라함 브레게의 후계자라고 평하면서 앙트완 프레지우소에 대해서는 그만한 찬사가 없는것도 그런 가정에 조금 무게를 더합니다.
또한 오푸스2의 무브먼트는 크리스토퍼 클라레의 작품입니다.
[어딘지 살짝 괴짜같은 느낌이 드는 아저씨네요]
시계로 블랙잭을 하겠다는 발상을 할만큼 엉뚱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오푸스2를 만든 장인으로 앙트완 프레지우소가 각광받는만큼 이 아저씨도 언급이 되어야할텐데 세상은 역시 잘난 사람에게 관대한 것 같습니다. 화면발 받는 사람이 영광을 독차지하는게 이 바닥인거죠. ㅎㅎㅎ 크리스토프 클라레는 오퍼스 시리즈를 엮어가다 보면 다시 만날 이름이니 그때 다시 파보기로 하구요...
마지막은 역시 이 사진으로 마무리를 해야겠네요. 오퍼스2를 차고 환하게 웃고 있는 프레지우소 아저씨 뒤로 오퍼스 시리즈의 괴작이라 할만한 오퍼스3의 제작자가 될 비에니 할터가 보입니다. 어떻게 보면 참 재미있는 장면이 아닌가 싶네요. 아마도 많은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 오퍼스로의 세번째 여행이 아닐까 싶습니다.
많은 사진과 이야기는 이 링크를 참고했습니다. 더 자세한 리뷰와 이미지를 보고 싶으신 분은 원문으로 한번 읽어보세요.
http://mob.watchprosite.com/show-forumpost.classic/fi-15/pi-4865353/ti-738288/s-0/
아, 그리고 서두에도 언급했지만... 추정이 가득한 소설일수도 있는 두번째 꼭지였습니다. 다른 견해나 이야기를 가지고 계신 분들의 가열찬 댓글은 저의 공부에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미리 감사드리겠습니다. ^^ (애정이 가득한 추천에도 감사드리구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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