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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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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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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하나를 오래 차지 못하는 고약한 성미 탓에 단 한번도 오버홀을 해야 할 만큼의 기간을 함께했던 시계가 없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참 대단하지 않습니까!!!) 최근 들어 아들에게 물려줄 시계 하나는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참을성을 가지고 있지만 솔직히 얼마나 갈지 장담은 못하겠군요. 시계 1000개를 사고 팔았다는 섬나라의 시계 컬럼니스트에 비하면 그야말로 세발의 피지만, 제가 샀다가 팔았다가 했던 것 중 그나마 2년 정도를 버틴 시계가 있습니다. 그 정도 기간을 매일같이 착용하다 보면 시계를 차고 있는지 어떤지를 망각할 만큼 일부가 되어 버립니다. 또 익숙해진 만큼 무심해진다고 할까요? 그런 와중에도 시계의 존재(?)를 새삼 느낄 때는 11월처럼 한 달이 30일인 달을 지나 12월을 지날 때 입니다. 날짜를 새로 맞춰주지 않으면 하루가 어긋난 채로 계속 다녀야 하니까요. 사실 일년에 몇 번 정도 이런 성찰(??)의 기회를 가진다는 건 나쁘진 않습니다. 하지만 인간에겐 묘한 구석이 있어서 이 꼴을 못 보는 부류가 있는데, 그로 인해 만들어진 게 퍼페츄얼 캘린더입니다. (설마 이걸 진지하게 받아들이신다면 개그를 다큐로 보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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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에마틱 퍼페츄얼 캘린더


시계가 멈추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1년 내내 단 한번의 날짜 조정이 필요하지 않는 완전무결함을 원한다면 단연 퍼페츄얼 캘린더입니다. 최근에는 퍼페츄얼 캘린더도 기능에 따라 몇 가지로 분류가 가능하게 되었는데, 메커니즘의 복잡함이나 편의성을 떠나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크다고 보는 메커니즘입니다. 여기서 애뉴얼 캘린더는 2%의 부족함과 타협하는 대신 돈을 아낄 수 있는 대단히 매력적인 기능입니다. 4년에 한번 오는 윤년에 의해 한 달의 길이가 달라지는 2월의 마지막 날에만 단 한번 날짜를 바꿔주면 되니까요. 아주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대신 다른 시계를 하나 더 살 수도 있습니다. 퍼페츄얼 캘린더를 살 계획이었다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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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 캡틴 윈저 (애뉴얼 캘린더)


세미 컴플리케이션에 속하는 애뉴얼 캘린더(파텍 필립의 경우는 컴플리케이션으로 분류합니다만)는 이런 장점 때문에 최근 들어 많은 모델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컴플리케이션을 구분되는 모델을 만들지 않는 (혹은 많이 만들지 않는) 롤렉스나 오메가도 스카이 드웰러와 드 빌 애뉴얼 캘린더를 내놓았고, 컴플리케이션을 보유하고 있는 파르미지아니나 컴플리케이션에 도전 의사를 내비치는 제니스에서도 캡틴 윈저로 애뉴얼 캘린더를 최근 선보인 바 있습니다. 메이커에 따라 다르겠지만 퍼페츄얼 캘린더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간결한 형태이고, 특히 캡틴 윈저는 율리스 나르덴의 두뇌였던(지금도 조언을 하고 있지만) 루드비히 오크슬린이 MIH 워치에서 고안한 애뉴얼 캘린더 메커니즘을 사용하여 극도로 간결한 매커니즘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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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에의 경우 일찍이 퍼페츄얼 캘린더를 선보인바 있습니다만, 애뉴얼 캘린더는 비교적 최근인 2010년에 공개되었습니다. 작소니아 애뉴얼 캘린더는 랑에마틱 퍼페츄얼 캘린더와 유사한 다이얼배치를 이루고 있습니다. 랑에마틱 퍼페츄얼은 초기 랑에를 이끌던 랑에마틱 최후의 생존자 입니다. 자동 무브먼트 라인인 랑에마틱과 작소니아 라인을 통합하면서 랑에마틱 라인은 퍼페츄얼 캘린더를 제외하면 사실상 사라졌고, 현재는 작소니아를 통해 수동과 자동의 기본적인 모델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흐름으로 보면 작소니아 애뉴얼 캘린더의 기능이나 구성은 아무래도 랑에마틱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할 수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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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얼은 트리컴팩스 구성의 크로노그래프와 유사합니다. 12시 방향의 빅 데이트, 3시 방향 월 표시, 6시 방향 문 페이즈와 스몰 세컨드, 9시 방향에는 요일이라는 배치를 이루고 있습니다. 애뉴얼 캘린더만 단독적으로 보았다면 모를까 랑에마틱 퍼페츄얼 캘린더를 본 뒤라면 고급스러움의 차이가 없지 않아 있습니다. 기능에서 우월한 퍼페츄얼 캘린더가 좀 더 고급스러워 보여야 하는 게 합당하겠고, 기능에 맞춰 어필하고 하는 포인트가 다른 게 맞습니다. 애뉴얼 캘린더에 24시간 표시나 당연히 없는 윤년 표시가 없어 허전한 탓일까요? 케이스 지름은 둘 다 38.5mm로 같고 두께에서는 크게 상이하지 않기 때문에 케이스의 풍채에서 느껴지는 부분은 아닐 듯 한데요. 상대적으로 고급스러움이 약하다는 건 이도 저도 이유가 아니라면 하위 기능이라는 심리적인 부분에서 발단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야 퍼페츄얼 캘린더를 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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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랑에마틱을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는데, 무브먼트인 칼리버 L085.1은 랑에마틱 퍼페츄얼 캘린더와 동일한 베이스 무브먼트를 사용하며 물론 자동입니다. 자동을 사용하는 이유는 이런 데이트 메커니즘에 수동보다 더 적합한 방식이라서가 아닐까 합니다. 초기 랑에는 위 이미지처럼 마이크로 로터와 풀 로터의 중간 사이즈 정도되는 로터를 단 자동 무브먼트로 랑에마틱을 구성합니다. 현재는 풀 로터 자동 무브먼트의 개발 완료에 따라 랑에마틱에 사용된 무브먼트의 입지가 대폭 줄어들어 있는데요. 저먼 실버로 만든 무브먼트와 21k 골드, 플래티넘을 사용한 로터. 특히 남성적인 폰트로 렐리프 가공한 로터의 표면이 인상적입니다. 이 무브먼트(과거 랑에마틱 라인)의 가장 특징적인 요소는 작스--마트(Sax-O-Mat)로 제로 리셋되는 초침입니다. 크라운을 당기면 초침이 자동적으로 0으로 되돌아가는 메커니즘으로 랑에에 의해 처음 소개되었고 여러 메이커가 답습하게 됩니다. 역시 애뉴얼 캘린더에서도 크라운을 당김과 동시에 초침이 0으로 돌아가고 이 덕분에 시간을 더욱 정확하게 조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수동 무브먼트에서 볼 수 있는 루비, 골드 샤톤, 블루 스크류의 조합을 볼 수 게 좀 아쉽지만, 프리스프렁 방식으로의 교체 없이 스크류 밸런스가 유지되고 있는 점이 개인적으로는 맘에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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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측면에는 각 기능을 조작하기 위한 오목한 푸시 버튼이 숨어 있습니다. 측면 오른쪽이 월이고 3개의 버튼이 왼쪽에 있습니다. 위가 일, 중간이 요일, 아래가 문 페이즈 입니다. 푸시 버튼을 누를 때 느낌이 대단히 인상적입니다. 버튼의 깊이 감이 있는데다가 각 버튼이 비교적 일정합니다. 누를 때의 감촉도 매끈하고 정확합니다. 이런 형태의 푸시 버튼이 있는 모델이 한 두개가 아니라 어떤 모델이라고 특정할 수 없지만, 눌러졌는지 아닌지 알기 어려운 모호한 깊이감이나 반응을 보이는 것과는 확실히 비교되는 부분입니다. 솔직히 푸시 버튼 단 하나만으로도 랑에를 하이엔드라고 할 수 있는 정도의 완성도 입니다.


크라운은 푸시 버튼으로 기능을 모두 분산시켰기 때문에 역시 기능은 수동 감기와 시간 조정입니다. 크라운 포지션은 0 1이며 크라운을 돌려보면 저항이 느껴지진 않지만 묵직한 느낌이며 또 쫀쫀한 반응도 함께 감지됩니다. 포지션 1에서는 시간을 조정하게 되며 크라운은 매끈하게 돌며 또 움직이는 대로 바늘이 잘 따라옵니다. 다토그래프의 리뷰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묵직하면서 정확한 반응을 보여주는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느낌 그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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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뉴얼 캘린더이기 때문에 날짜 조정을 해봤습니다. 4 30일에서 5월로 넘어가는 과정을 크라운으로 조작해 봤는데요. 4 30일의 자정을 지나도록 크라운을 돌리면 31일이 잠시 표시되나 곧 점프하고 1일을 표시하게 됩니다. 물론 요일은 점프를 하지 않고 다음날의 요일로 표시되고요. 궁금한 건 아무래도 2월이라 2월에 맞춰놓고 조작을 해봤습니다. 마찬가지로 날짜를 2 28일로 두고 크라운으로 분침을 돌리는 방식을 계속해보면 보통의 데이트 메커니즘처럼 29, 30, 31일을 모두 표시하게 됩니다. 이 때 날짜와 요일과 문 페이즈가 연동되어 함께 변경되므로, 3 1일에 맞춰 세팅하는 시간이 좀 길어질 것 같습니다. 문 페이즈의 경우 한 칸 한 칸의 차이가 눈에 띄게 다른 게 아니라 번거롭기도 하고요. 이처럼 크라운으로 시침을 돌리는 조작을 하면 모든 정보가 연동되어 움직이지만, 케이스 측면의 푸시 버튼으로 조작하면 날짜는 월하고만 연동이 되므로 세팅이 뒤틀리더라도 바로 잡는 게 어렵지 않습니다만. (조작 순서를 숙지할 필요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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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는 스퀘어 케이스인 카바레(Caberet)을 제외하면 랑에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는, 유광, 헤어라인의 무광, 유광의 샌드위치 형태로 측면에서 확인됩니다. 케이스 디자인에서는 작소니아나 다른 라운드 케이스에 비해 크게 다른 점은 없는데, 러그의 가로 폭이 강조된 것은 눈에 띄는군요. 그로 인해 좀 더 강한 인상이 드는데, 기능만큼 러그의 폭도 늘어나는 건 아닐까 하고도 생각됩니다. 다이얼은 실버이나 조명에서 따라 변화가 큽니다. 직사광선 아래에서는 빛을 반사하면서 꽤 밝은 색을 띄고, 실내의 노란색 조명을 받으면 다이얼도 그에 따라 유사하게 변화합니다. 실버 다이얼 위에 대비되는 블루 핸즈가 청량감 있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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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다토그래프 업/다운의 리뷰에서 스트랩에 대한 불만 아닌 불만을 말씀 드린 바 있습니다. 고급스러움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는데, 광택이 없는 다토그래프 업/다운에 비해 새미매트 정도의 광택이 있습니다. 이로 인해 고급감이 제법 상승했고, 다이얼의 컬러와도 매치가 좋습니다. 라운드 컷(이라고 하기엔 각이 진)으로 만들어 졌고, 스트랩 측면까지 덮은 롤링 엣지 기법으로 손이 더 가는 방식이지만 스트랩에 대해서는 저는 여전히 2% 아쉬운 점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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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처럼(?) 큰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애뉴얼 캘린더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리뷰의 랑에 작소니아 애뉴얼 캘린더나 파텍 필립 애뉴얼 캘린더 정도라면 더할 나위 없을 만큼의 만족감을 누릴 수 있겠죠. 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애뉴얼 캘린더가 있으면 쳐다보지 않을 것 같은 퍼페츄얼 캘린더에 더 큰 관심이 생기고 욕심이 더 커지게 되기도 합니다. 애뉴얼 캘린더를 만든 이유가 퍼페츄얼 캘린더를 사게 만들기 위한 떡밥이 아닐까 하는 망상도 해보게 되는데요. 기계식 시계에서 합리성을 운운하는 게 늘 맘 편하지는 않지만, 선택을 앞두고 있다면 애뉴얼 캘린더의 합리성이냐 퍼페츄얼 캘린더의 완벽함 사이에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선택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촬영은 Picus_K님이 진행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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