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빈 말톤 쿠션 M119
'MARVIN'이라는 이름은 저에게도 낯선 이름입니다. 빈티지 무브먼트를 다룬 기사에서 사진으로 본 기억이 나고 크로노스위스의 시리우스 컬렉션을 통해 선보인 NOS 무브먼트가 마빈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 크로노스위스의 마빈 NOS 무브먼트에 대해서는 타임포럼 TF 클래식에 건무님이 포스팅한
'Chronoswiss Kaliber C. 112 for Regulateur 24' (https://www.timeforum.co.kr/2961395)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리뷰를 계기로 마빈 웹사이트의 공식 정보나 개인적인 조사를 통해 알아 본 마빈의 역사는 꽤나 규모가 있었던 시계 메이커였던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마빈의 1850년 쌍띠미에를 기반으로 'Marc' 와 'Emmanuel Didisheim' 형제에 의해 탄생했습니다. 하지만 마빈이란 이름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두 형제의 아들 대인 1893년의 일이며, 이때 마빈 브랜드가 공식적으로 등록됩니다. 이듬해 그들은 스위스 시계 제조업의 중심 라쇼드퐁(La Chaux-de-Fonds)으로 공장을 옮기고 본격적인 마빈 시계의 전성기를 만들어 나가기 시작하는데, 한 때 마빈은 라쇼드퐁 지역에서 가장 큰 시계 공장을 보유하고 300명이 넘는 인력을 고용하고 있었습니다. KLM, Air France 같은 항공 회사는 물론 2차세계대전에서 프랑스가 독일에 항복하기 전 까지 프랑스군에 공식 납품했습니다. 또한, 메이드 인 스위스 시계로 미국 시장에서 성공한 브랜드들이 많은데 마빈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Ferrari, Chevrolet, Mercedes, Fiat 같은 자동차 회사와의 제휴와 더불어 전설적인 F-1 레이서 Sterling Moss, Juan Manuel Fangio, Alberto Ascari 의 후원을 통한 모터 스포츠 마케팅으로 명성을 쌓아 갔으며, 마릴린 몬로, 체 게바라의 시계로도 이름을 알렸습니다.
< 모터 레이싱을 테마로 한 마빈 광고와 마빈 시계를 착용한 체 게바라 >
하지만 70년대 쿼츠 쇼크를 이기지 못하고 명멸한 브랜드로 빈티지 시계 마니아들에게 기억되는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최근 기계식 시계의 폭발적인 성장에 힘입어 다시 부활의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는 중입니다.
기계식 시계의 부흥에 뒤늦게 동참한 마빈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잊혀진 인지도를 되살리는 작업과 함께 자신의 컬렉션이 대중에게 어필할 아이코닉 디자인을 만드는 것인데, 과거의 모터 레이싱 경험을 토대로 현재 유명 모터 레이서인 '세바스티앙 로브(Sevastien Loeb)'와의 협업을 통해 레이싱 제품의 출시 및 이를 통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한편, Sebastien Perrt, Jean-Francois Ruchonnet 같은 유명 디자이너의 영입을 통해 마빈만의 독창적인 제품을 만드는데 힘쓰고 있습니다.
신생 브랜드로서 다른 브랜드에 비해 컬렉션이 단출하지만 다양한 소비자의 욕구와 취향에 최대한 맞추려는 노력이 엿보입니다. 'Urban Chic' 이란 컨셉 하에 모던하고 심플한 디자인을 기본으로 넓은 다이얼과 큰 인덱스를 통한 높은 가독성, 호환이 가능한 여러 가죽 스트랩, 기계식 무브먼트와 쿼츠를 동시에 적용 등이 특징입니다. 또한 마빈 시계 만의 식별 코드라는 것을 만들었는데 전 컬렉션의 8시 인덱스를 특징화 한 'Red 8', 케이스에 새겨진 창립자의 이니셜 마크 'M&E D', 붉은색의 부드러운 가죽 밴드 역시 마빈 시계 만의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려는 고민의 산물일 것입니다.
오늘 리뷰해 볼 마빈의 '말톤 쿠션 M119'는 마빈에서 대표 얼굴로 밀고 있는 모델이기 때문에 이 제품을 통해 마빈 시계의 특징과 어필 포인트를 집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정확한 모델명은 'MARVIN MALTON 160 COLLECTION M119.13.94.67' 입니다. 동일한 케이스에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모델(M118), 오토매틱 데이트 모델(M119), 리미티드 에디션(M120), 쿼츠 크로노그래프(M120), 쿼츠 데이트(M121)로 분류됩니다.
이 모델을 접하면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광고 포스터였습니다.
제품의 독특한 진초록(카키) 색상 과 매치되는 개구리 왕자를 등장시킨 것도 재기발랄해 보입니다만 그 아래 광고 카피 'Don't Kiss This Page' 역시 함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개구리처럼 보잘 것 없지만 언젠가 멋진 왕자가 될 것이라는 마빈의 의지를 담았다고나 할까요? ^^
42X42mm의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는 라운드형 케이스보다 확실히 더 커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큼지막한 인덱스가 잘 어울립니다. 시원스런 직선형 디자인에 부드러운 곡선이 공존하며 투박해 보이면서도 폴리싱과 새틴 가공의 섬세한 케이스 피니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조금의 여백도 허락하지 않으려는 듯 화려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면을 만들어 풍부한 볼륨감을 자랑합니다.
기본적으로 상중하 3부분으로 나뉜 멀티 케이스이며 아랫 부분은 케이스백을 겸하고 있습니다.
2층 구조의 러그를 비롯한 많은 면의 모서리 부분들은 부드럽게 잘 가공되어 피부를 찌르거나 하는 일은 없습니다. 다이얼 쪽에는 무반사 코팅 처리된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래스가, 씨스루백 쪽에는 미네랄 글래스가 적용되어 있습니다. 방수 성능은 50m 입니다.
독특한 것은 크라운 양면에 위치한 크라운 가드입니다. 마치 크로노그래프 푸셔 버튼처럼 보이는데 실제로 크로노그래프 모델에서 푸셔 버튼이 위치하는 자리입니다.
크라운이 새겨진(?) 크라운은 8각의 볼트처럼 느껴집니다. 매끈하게 폴링싱 가공된 크라운은 기어 모양의 크라운과 비교해 작동에 불편함은 없습니다. 다만 크라운을 뽑을 때 조금 힘든 점이 있고 1단과 2단의 구분이 명확치가 않습니다. 0단에서는 수동 감기 기능을, 1단에서는 날짜 조정을, 2단에서는 시간 조정을 합니다.
크라운 반대편에는 마빈의 창립자인 두 형제의 이니셜 마크 'M&E D'가 새겨져 있습니다. 마빈 시계의 식별 코드 중 하나입니다.
측면에서 본 모습입니다. 짧은 러그에서 스트랩으로 연결되는 라인도 무리 없이 자연스러운 연결감을 보여줍니다.
씨스루 타입의 케이스백을 통해 보이는 무브먼트는 셀리타 SW200 입니다.
26석, 38시간 파워리저브의 성능을 갖고 있습니다. 로터 외에는 이렇다 할 코스메틱 작업이 없는 무브먼트입니다. 비슷한 가격대의 시계에서 이보다 더 좋은 코스메틱 작업을 한 시계도 있지만 그렇다고 너무 실망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럭셔리 패션 브랜드에서 나온 시계들 중에서는 가격이 3~4배 더 비쌉에도 이정도 피니싱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카키 색상의 와플 다이얼은 빛이 강한 곳에서는 선명한 초록색으로 보이며 그늘이나 실내에서는 검정색에 가깝게 보입니다. 볼드한 아라비안 인덱스와 3일창은 넓은 다이얼의 공간을 효율적으로 잘 메우고 있습니다. 시 인덱스를 둘러 싼 화이트 트랙과 24시간 마크는 없었다면 휑 할 뻔 했습니다.
가장자리 로흐 부분의 분 인덱스 역시 조금의 공허함을 용납 못하는 듯 알차 보입니다. 그리고 8시 부근의 꺼꾸로 마킹된 빨간색 40 마크는 앞에 언근함 마빈 시계의 인식 코드 중 하나입니다. 마빈 시계가 왜 'Red 8'에 의미를 두는지는 공식적으로 명확한 설명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시침과 분침은 가운데 심을 넣어 입체감을 살렸고 수퍼 루미노바 야광 처리를 했습니다.
스트랩 사이즈는 22/22mm 입니다. 일자형 스트랩에 펀칭 문양은 스포티하면서 빈티지스런 느낌을 줍니다. 스트랩은 엔트리급 시계 브랜드 중에서 가장 좋은 품질을 보여주고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색상도 잘 나왔고 질감이 매우 부드럽고 좋습니다. 시계에서 흔히 간과하기 쉬운 스트랩의 가치를 마빈은 잘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줄질을 해본 타임포럼 회원이라면 스트랩 하나 바꿨을 뿐인데 천만원짜리 시계가 순식간에 5백만원 짜리처럼 보인다는 것을 잘 아실 겁니다.
뒷면에 강렬한 붉은색은 앞면의 진초록색과 극한 대비효과를 주며 강렬한 인상을 주는데 광고 포스터 속에 나온 개구리가 연상되어 마치 무당개구리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트랩은 교체가 용이하도록 한 스프링 핀을 채용했습니다. 대놓고 줄질을 권장하는 모습입니다. 앞으로 다양한 스트랩을 출시하겠다는 의지일까요? 정품 스트랩이 아니더라도 22mm 사이즈의 스트랩을 구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직선적이면서도 모서리가 잘 가공된 버클은 쿠션 케이스와 잘 매치되고 있습니다. 단순한 인그레이빙 마크 보다는 더 볼륨감이 있습니다.
착용샷입니다.
42mm 사이즈는 그럭저럭 제 손목이 소화해 낼 만 합니다.
쿠션 케이스만 보면 왠지 줄질을 욕구가 넘치는데 아무래도 파네라이의 영향인 것 같습니다. 파네라이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좀 더 저렴한 파네라이의 대체품을 찾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마빈 말톤 쿠션 컬렉션도 그 자리를 노릴 만 해 보입니다. 이 모델의 가격은 142만원이며 쿼츠 무브먼트가 들어가 모델은 좀 더 저렴합니다. 가격을 생각하면 무브먼트 피니싱은 평균 수준이며, 여력을 케이스와 다이얼, 스트랩에 집중한 것으로 보입니다. 독특한 디자인과 색감으로 패셔너블한 느낌을 주는데 기계식 시계의 입문자는 물론 좀 더 저렴한 비용으로 줄질의 즐거움을 원하는 사람이거나, 편하게 착용할 세컨드 워치나 필드워치를 찾는 사람이라면 한번 노려볼 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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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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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헤드
2012.11.01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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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76
2012.11.02 15:34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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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신공
2012.11.08 20:00
가격대비 괜찮은 시계 같네여..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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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mm
2012.11.30 13:41
생소하지만 좋은 시계같네요...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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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케
2012.12.19 12:36
파네라이 인줄 알고 들어왔는데 리뷰 읽다보니 급 관심이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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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장
2013.01.03 18:30
필드와치로 착용이 좋을듯 하네요. 멋진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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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 킴
2013.01.04 19:40
해석 잘하시네요. -
수비
2013.01.07 14:13
심플한 듯 하면서도 이쁜제품 이군요ㅎㅎ -
milklotion
2013.03.02 13:52
적절한가격대의 좋은시계가 요즘 많이 나오네요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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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hunter
2013.04.10 22:37
체게바라가 마빈을 찼었네요^^ 시계도 좋지만 게바라 사진 참 반갑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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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ozium
2013.10.29 00:23
리뷰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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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쵸
2014.01.17 15:54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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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로이
2014.01.26 17:10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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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fresh
2014.07.12 03:37
좋은 리뷰 잘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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눕스눕
2014.07.22 20:28
한번쯤 차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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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지돌
2014.07.24 21:17
사각스타일의 시계가 웬지 끌리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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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nkMC
2014.10.09 04:14
흥미로운 마빈 모델이군요 리뷰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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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팅레이
2015.03.21 06:40
마빈 쿠션케이스를 응원합니다 ㅋㅋㅋ 45mm 사이즈도 나와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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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jinn
2015.06.08 20:21
궁금했던 브랜드인데 역사가 꽤 기네요.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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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드
2015.09.24 17:47
오 ! 체게바라가 이 시계도 착용 했었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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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os
2018.05.05 17:47
이 매력적인 시계가 국내에 언제쯤 다시 런칭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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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황제
2018.11.13 09:38
케이스쉐입이 굉장히 독창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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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스
2019.01.02 09:00
파네가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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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2019.11.11 00:05
재밌는 시계네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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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1999
2021.01.29 22:48
멋진 리뷰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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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진 초록색이 딱 제가 좋아하는 색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