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위블로 빅뱅을 사용한 경험을 나누고자 합니다 Highend
저는 세 개의 위블로 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위블로라는 브랜드가 아직 LVMH에 편입되기 이전이며 잘 알려지지 않았던 2000년대 중반(2005년으로 기억합니다) 디자인만 보고 첫 위블로 시계를 구입했고,
근래들어 제 것 하나, 아내의 것 하나를 더 구입했습니다.
아내의 시계는 쿼츠 모델인데 구입한지 2년도 되지 않아 멈춰버리는 사고가 발생하여 AS에 들어갔고, 새로운 제 시계 역시 크로노 기능이 불안정한 것 같아 겸사겸사 함께 보낸 상태입니다.
원래 오늘까지는 도착했어야 하는데..정말 미안하다며 일주일 정도 더 기다리라고 합니다...물론 아주 친절하게요~
얼마전 위블로의 대여용 시계가 포럼에 올라왔던데, 저는 우편으로 보냈기 때문에 그 시계를 받지는 못해서 아쉽습니다.
위블로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이 많아서 오랜 사용자인 제가 몇 자 적어보려 합니다.
어쩌면 제가 한국인 최초의 빅뱅 구매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고 ^^;; 적어도 초기 구입자 중 한 명에 장기 사용중이므로 느낌을 잘 설명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시계를 애지중지하는 얌전한 사용자는 아닙니다.
서랍에 그냥 넣어두고, 와인더를 사용하지 않으며, 때로 아이가 가지고 놀게 두기도 하는 보통보다 약간 막 다룬다 할 수 있는 사용자임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1. 스틸/세라믹 모델
자유게시판 '빅뱅의 목욕' 에 등장했던 요트클럽 투이가 한정판입니다.
2005년인가...구입당시 리테일가 $10,000 정도였고, 잘 안 팔려서 상당한 할인을 받았습니다.
스틸 몸통에 세라믹 베젤로 빅뱅의 대표 모델이지요
많은 분들이 '빅뱅은 약하다'라고 하시는데 수영, 사우나, 온천 등을 함께 즐겼지만 아무 이상없이 잘 가고 있습니다.
LVMH 편입 이전의 모델이 내구성이 강하다는 의견도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편입 이후 신소재의 개발로 무게가 상당히 가벼워졌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이 시계는 다음에 설명할 골드 모델과 무게가 크게 차이나지 않는 정도이니까요...골드 제품이지만 경량화를 이루었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고무밴드 역시 끈적임이나 갈라짐 없이 오랫동안 좋은 품질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일반 고무보다 10배 부드럽다는 말까지 있는데 그정도는 아닌 것 같고...
특별한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고, 내구성이 상당하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1) 그런데 세라믹 베젤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베젤 테두리가 손톱을 정리하는 줄처럼 생겼습니다.
실제 손톱을 갈면 아주 잘 갈립니다.
반팔을 입을 때는 괜찮지만 셔츠와 함께 착용을 하게 되면 소매 끝부분이 서서히 갈려서 결국 소매끝이 너덜너덜해집니다.
그리고 세라믹이라서 스크래치에 강하긴 하나 100%는 아니며, 염려와 달리 오랫동안 깨지지 않고 잘 유지되고 있습니다.
2) 다음으로는 케이스의 모서리 부분이 많이 날카로운 편이어서 긁힐 위험이 있습니다.
시계 사진의 모서리를 빨간색과 녹색으로 표시했는데, 두 부분 모두 상당히 날카롭습니다.
요즘 모델들은 녹색 부분에 있어 개선을 이루었지만, 빨간 부분은 여전히 날카로워서 아이가 있는 경우 조심해야 합니다.
디자인상으로는 '각이 잡혀' 좋게 보이지만, 약간의 위험은 감수해야 합니다.
3) 마지막으로 용두가 문제가 됩니다.
사용하다보면 적응이 되긴 하는데, 처음에는 용두가 손을 찍어누르는 압박이 심하게 느껴졌습니다.
경량화된 최근 모델에서는 그럴 염려가 덜하겠지만, 용두가 톱니처럼 생겼고 케이스의 디자인 자체가 손등에 용두의 압박이 있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민감하신 분들은 싫어하실 것 같습니다.
저도 용두의 압박때문에 가끔 오른손에 착용하기도 합니다.
4) 아..하나 더 있군요...
크로노 기능이 약한 것 같습니다.
크로노 버튼이 뻑뻑한 감도 있고, 큰 충격이 아니었는데도 망가져서 한 번 수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다시 불안정한 감을 보여 크로노는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몇년 전 해외의 시계 포럼에서 저와 같은 문제를 지적한 사람들이 몇 있었던 것으로 볼 때 크로노는 별로인 것 같습니다.
2. 골드모델
골드 모델임에도 그다지 무겁지 않습니다.
물론 골드 브레이슬릿이 아닌 이상에야 무게의 압박이 크진 않겠지만, 스틸 모델을 사용하면서 느낀 무게감이 있어 망설였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막상 착용해보니 그다지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았고, 경량화된 소재들을 함께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무게는 170g이 조금 넘습니다.
AP ROO나 브라이틀링 등 사이즈가 비슷한 금통의 무게가 어떤지 몰라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손목에 올렸을 때 '의외로 가볍다'는 느낌입니다.
골드의 묵직함을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단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저로서는 너무 무거운 것보다는 가벼운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일반 스틸 시계정도로 심히 가볍지는 않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색상은 사진처럼 빨갛지는 않고, 옐로골드와 로즈골드 중간톤의 느낌이랄까...하여튼 사진보다는 덜 붉습니다.
골드나 스틸 베젤은 세라믹과 달리 옆면을 매끈하게 처리해놨기 때문에 셔츠 소매의 마모 염려 없이 정장에도 착용 가능합니다.
골드 모델을 선택하신다면 되도록 골드베젤 모델로 선택하시길 권해드립니다.
무광의 골드(브러쉬드)여서 골드의 반짝임을 좋아하시는 분께는 아쉬울 수 있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블링합니다.
무광이어서 스크래치가 눈에 덜 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다만 예전 모델과 같이 일부를(위 스틸모델 사진의 녹색 부분) 유광 처리했으면 더 예뻤을 것 같습니다.
앞서 말한 모서리의 날카로움은 약간 개선이 된 듯 하지만, 소재의 차이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고...그래도 조심할 필요가 있는 디자인입니다.
스틸 모델을 오랫동안 착용해왔기 때문에 용두의 압박에는 둔감해졌으나, 용두의 톱니와 케이스 디자인이 그대로이니 처음 사용하시는 분들은 압박에 익숙해지는 기간을 가지셔야 할 것입니다.
3. 쿼츠모델(38mm)
바게트 다이아가 부착되어 있어 엄청난 가격의 압박이 있긴 하지만 아름다운 시계입니다.
리테일가가 스틸에 설탕가루가 뿌려진 제품의 4배 가격이어서 망설였지만, 상상 이상의 할인을 해 주어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초침의 색상은 사진과 같은 빨간색 외에도 노란색, 파란색, 보라색, 은색 등 여러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쿼츠 모델이니만큼 솔리드백으로 되어있고 남성용과 달리 가벼운데, 물론 크기가 작아 그렇기도 하겠지만 무브의 영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다이얼 부분이 약간 작은듯 하지만, 38mm의 사이즈때문에 남성이 차고 다녀도 무방한 느낌입니다.
논크로노에 쿼츠 모델이지만 남성용 44mm 빅뱅과 같은 느낌이며, 모서리의 날카로움과 용두의 압박 역시 동일합니다.
무브먼트는 AP 로얄오크나 노틸러스 모두 여성용은 쿼츠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무브먼트를 지적하며 가격에 거품이 있다는 비난은...적어도 여성용에 있어서는 적용되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다른 하이엔드들도 쿼츠를 쓰니까요.
지금까지 제가 사용해왔던 위블로 모델들을 대~충 정리해 보았습니다.
가격에 거품이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만족도가 아주 높은 제품임은 확실하다 생각합니다.
특히 여성용의 경우 위에서도 말했지만 AP나 파텍 역시 쿼츠를 사용하므로 무브먼트에 대해 비난받을 이유도 없겠습니다.
요즘은 $15,000~22,000 정도의 엔트리급 모델에 스틸이 아닌 세라믹, 카본, 티타늄 등 다양한 소재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한정판들을 양산하는 것은 맘에 들지 않지만,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임으로 해서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은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다른 분이 사진을 몇 번 올리신 에어로뱅같은 경우 스켈레톤 다이얼에 어두운 색감이 아주 매력적입니다.
한국에 부띡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되도록 큰 매장에 가셔서 손목에 얹어보시면 유혹을 이겨내기 힘드실 것입니다.
위블로에 대해 부정적인 마음을 가진 분이라 해도 적어도 세컨 워치로는 받아들이실 수 있을 것입니다.
7년간 위블로를 사용한 초기 구매자로서 빅뱅에 대한 우려들 중 상당 부분...특히 내구성에 대한 우려는 단지 기우일 뿐이라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단점들은 분명 존재하지만 어느 시계나 단점은 있을 것이니 다른 장점들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위블로의 현재 행보를 보며 로얄오크나 노틸러스를 타겟으로 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가격에서만 따라간다는 비아냥도 있지만, 다양한 소재들을 도입하며 무브들을 개발해나가는 것을 보면 한정판들을 양산하며 광고에만 치중하는 브랜드라 치부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어느 자료에서 보니 광고비도 의외로 많이 쓰지 않더군요)
물론 AP의 카피캣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롭긴 힘들겠지만요...
그리고...무엇보다 위블로의 친절과 서비스는 탁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