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처음 인사드립니다.
요번 여름, 브레이슬릿 시계 구매를 계획했습니다.
평소에 시계에 관심이 많지 않았던 지라
여러분들과는 다른 상식선에서 건강한 사고를 갖고 살고 있었죠.
20대 중반으로 패션에 관심이 많던터라 이세이 미야케의 디자이너 시계들에 눈똑 들이면서
클럽가면 젊은이들이 차고 있는 불가리 티솟 오리스 태그 등의 시계들에 환멸을 느끼고 있었죠.
어느정도 패션스타일이 정해진데다 드레스코드가 부드러운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지라
시계가 일부로 묻어나길 바랬지 시계로 남들의 시선이 가는걸 최대한 조심한 탓에
형들에게 조언을 구해보았지요 (헤헤;;)
한분을 괜찮다고 하셨고 또다른 분은 너 그런류의 시계들 많이 있는데 왜 또 사려고 하냐고 쏘아대셨죠
그러면서 저를 시계매장으로 데리고 가더군요
가는 길에 차안에서 무난하게 이쁜 타임워커가 신입사원들에게 인기가 많다느니, 요새는 빅프레임이 대세라느니
글라슈테가 투박한만큼 멋진시계라느니 하는 신조어들을 남발했고 저는 그냥 흘려들었습니다.
그리고 매장에 도착해 여러가지를 차보았죠
첫날은 그렇게 에르메스 느낌나는 몽블랑 스타 콜렉션을 차보고 맘에 들어하면서 돌아왔답니다.
그날 제 손목이 아주 얇다는걸 알았고 오토매틱 와치가 뭔지 처음 접하게 됐답니다.
남자에게 있어 시계의 상징성을 알게됐고,
당췌 납득이 가지 않았던 수백수천만원대의 가격이 왜 붙게 되는지 슬슬 이해하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시작된 어마어마한 량의 리서치
원래 하나에 빠지만 끝까지 닿고 보는 성격이라 적당히란 없었고 결국 가격은 중요하지 않게 되어버렸죠.
끝내는 예물시계 사기 전에 죽이는거 사놓지 못하면, 결혼하고는 영영 떳떳하게 못살꺼라는 합리화까지 성사시키며
전세계 시계 포럼과 영화장면들을 섭렵했고, 뉴욕에 몇일 여행을 다녀와 직접 시계방을 체험한 이후로 추진력이 배에 달했지요.
브로드애로우 > REVERSO DUO > IWC마크XV > 폴뚜기3714 > 마스터 컨트롤 뉴브레이슬릿 > TAG링크(망할 인셉션) > 그린밀가우스
순으로 마음을 주거니 받거니 하고 시름에 앓고 있었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마스터 컨트롤과 실랭이를 펼쳤는데
SS를 사기엔 로즈골드가 너무 걸려서 도무지 저질러지지가 않더라고요.
결국 단정한 알람시계로 결정을 내렸고 잘 어울리고 유행을 탈거 같지 않아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제 해방이네요! 시계보다 중요한 세상으로 이제 다시 시선을 옮겨야 겠네요.
십여년동안 거쳐야할 여정을 단번에 끊어버린거 같기도해 속시원하면서도 불행하다는 마음이 공존 합니다.
이제 앞으로 십년 후 오데마 로얄오크 사기 전까진 예전처럼 시계는 모르고 살아야 겠네요. ㅎㅎ
마지막 착샷은 해외 포럼에서 옮겨온 거랍니다. 쇼핑을 하는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 한방이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