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드미랄스 컵 크로노그래프 44 센트로 모노푸셔
한번 보면 잘 잊혀지지 않은 독특한 열쇠가 로고가 재미있는 코룸은 라인업도 재미있습니다. 평범한 모델이 별로 없다고 해야 할까요. 기다란 바게트 모양의 무브먼트를 담은 골든 브리지 라인. 빈티지 라인에는 그 자체로 가치가 높은 미국의 20달러 금화 더블 이글로 만든 코인 워치도 있습니다. (요즘 금값이 비싸서 가치가 더 올라간 듯 합니다. 금만 따져도 코인 워치는 기본(?)은 하죠) 요즘 코인 워치는 잘 만들지 않기 때문에 눈에 띄는 시계죠. 빈티지 라인의 다른 시계로 튜브 모양 케이스의 골든 튜브나 차이니즈 햇(Hat)으로 이름 붙은 시계도 있는데, 이것은 위에서 내려다 본 모자 모양에서 기인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들 시계는 코룸이 옛날에 만들었던 것을 리메이크 했다고 할 수 있겠군요. 나머지 하나가 어드미랄스 컵(Admiral’s Cup) 라인으로 사실상 코룸의 중심 라인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시그널 플래그
어드미랄스 컵은 1957년 시작된 요트 레이스 입니다. 2년에 한번 홀수 년도에 개최되었고 나름 역사도 있지만, 2000년대 들어서 존속이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2005년 대회 취소가 된 이후 별 다른 움직임이나 소식이 없습니다. 코룸은 어드미랄스 컵을 위해 1960년에 스퀘어 케이스의 시계를 만들고 지금은 라인의 하나로 자리잡게 되었지만, 대회가 열리지 않다 보니 이름이 좀 무색해졌죠. 아무래도 요트로 이미지를 잡고 있는 라인이다 보니 다른 요트 레이스인 어메리카 컵에 출전하는 팀을 후원하는 상황입니다.
12각형은 어드미랄스 컵(이하 에이컵) 디자인의 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케이스, 베젤, 다이얼에 사파이어 크리스탈로 만든 글라스까지 12각형으로 되어 있습니다. 글라스까지 12각형으로 만들어서 확실히 각진 느낌을 줍니다. 만약 글라스가 동그란 모양이었다면 강렬한(?) 12각형의 이미지가 약해졌겠죠. 그 다음 포인트는 시간 인덱스로 다이얼 바깥쪽 경사진 로흐에 위치한 시그널 플래그가 1,2,3,4…같은 숫자를 의미합니다. 이 알록달록한 플래그 인덱스가 어드미랄스 컵의 매력이자 디자인의 특색으로 단지 이것이 맘에 들어서 에이컵을 산 사람을 본적이 있습니다. 에이컵 센트로 모노푸셔는 올 블랙 컨셉이라 인덱스가 모노톤입니다. 그래서 이 부분이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올 블랙으로 가면서 얻은 게 있다면 잃어버린 매력도 있다고 봐야겠죠. 야광까지 검정색으로 다이얼은 검정이 지배하지만 빨간색이 사용되면서 포인트가 되어 줍니다. 지름 44mm의 에이컵 센트로 모노푸셔는 빨간색을 썼고 48mm의 기능이 같은 다른 배리에이션은 노란색을 사용합니다. 지름의 차이가 분명하지만 헷갈린다면 먼저 색깔을 확인해 보면 될 것 같군요.
크로노그래프 모델이지만 다이얼도 구성도 그렇고 심플함을 보여주려고 한 것 같습니다. 3시 방향에 날짜, 9시 방향에 영구초침이 있습니다. 카운터는 일단 찾을 수 없군요. 의도적인 기능 수정인데 12시간 카운터는 그다지 쓸 일이 없다고 보고 삭제했고, 60분 카운터가 하나 있습니다. 카운터 창이라면 9시 방향에 하나 밖에 없는데 어디 있을까요? 크로노그래프 바늘 아래에 숨겨져(?)있습니다. 올 블랙에 가깝다 보니 검정으로 처리한 카운터 바늘은 은폐, 엄폐(?)가 잘 되죠. 이미지는 의도적으로 스플릿 세컨드처럼 연출했지만, 크로노그래프 바늘이 한 바퀴 돌면 아래에 있는 카운터가 한 칸씩 움직입니다. 크로노그래프를 작동하지 않으면 크로노그래프라고 보지 않을 수도 있을 겁니다. 작동하지 않으면 애써 만든 로고를 가리고 있는 것만 빼면요. 에이컵의 다이얼은 기본적으로 복잡하고 그게 제 맛(?)입니다. 크로노그래프와 결합하면 이것이 가중되는데요. 어떤 사람에겐 매력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번잡하게 보일 수도 있죠. 에이컵 센트로 모노푸셔는 후자를 위한 모델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이얼도 그렇지만 케이스에서도 가능한 한 심플한 형태로 가기 위해서 모노푸셔 방식을 사용한 것 같습니다. 모노푸셔는 버튼 하나로 크로노그래프의 기능을 모두 제어 하는데, 스타트/스톱 버튼이 리셋까지 겸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스톱->다시 스타트-> 다시 스톱과 같은 조작은 불가능하고 무조건 스타트->스톱에서 무조건 리셋으로 이어집니다. 이런 불편함이 있음에도 모노푸셔를 선택한 이유는 앞에서 말한 대로 입니다. 2시 방향에 뒤집어 놓은 트리거처럼 살짝 돌출된 것이 푸시 버튼으로 디자인도 시각적인 돌출을 피하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무브먼트는 라 쥬 페레가 공급을 한 칼리버 CO961입니다. 베이스는 ETA의 칼리버 7750 일테고요. 이것을 모노푸셔로 바꾸고 기능도 수정을 한 셈이죠. 푸시 버튼을 눌러보면 캠 방식의 7750의 특성이 드러납니다. 이를테면 스타트 시와 스톱 시 압력 차이가 분명합니다. 많이 경험하셨을 거라 생각되지만, 압력 차이라는 스타트 시의 푸시 버튼과 스톱 시의 푸시 버튼이 기능으로 연결되는 깊이의 차이랄까요. 스타트 시가 한 푸시 버튼을 눌렀을 때 70% 지점이라면 스톱 시는 한 30~40%정도로 더 깊어지는 건데 캠 방식의 크로노그래프라 볼 수 있는 특징입니다. 물론 이게 나쁘다는 건 아니고요. 모노푸셔라 리셋시의 조작이 어떨가 궁금해 지는데요. 리셋을 할 때에는 스톱시보다 훨씬 더 깊은 위치에서 반응합니다. 푸시버튼이 완전히 속으로 들어갔다고 싶을 때 리셋이 되는데 처음이라면 조금 당황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반응이면 일부러 모노푸셔로 가지 않아도 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48mm의 배리에이션은 일반적인 투 버튼 방식이고요) 조작은 스크류 다운 크라운을 풀고 포지션 0에서 와인딩, 포지션 1에서 날짜조정, 포지션 2에서 시간 조정으로 다른 7750과 비교해 큰 차이는 없습니다. 시간 조정시 바눌의 움직임이 헐겁거나 그런 거슬리는 부분은 없고 무난합니다. 시스루 백으로 봤을 때는 수정과 삭제가 있어 기본형 7750과 비교했을 때 비어있거나 사라진 부분이 발견되는 것을 빼면 큰 특이점은 없습니다. 이미지에서 보듯 보석수를 표시하는 부분을 바꾼 흔적을 찾을 수는 있습니다. (기본 ETA 7750이 25석이죠. 칼리버 CO961은 28석입니다) 피니싱은 무난하나 매크로 렌즈를 가져다 대면 덜 다듬은 부분이 드러나는군요.
케이스는 기본적으로 티타늄에 블랙 PVD처리를 했고, 질감이 다른 베젤은 딱딱한 러버 소재입니다. 덕분에 44mm 케이스임에도 가벼운 편입니다. 또 러버 밴드를 사용한 부분도 이유가 될 것 이고요. 러버 밴드의 가공이 멋진데요. 각이 진 케이스와 베젤의 라인에 딱 맞춰져 일체감을 살렸습니다. 러버 밴드 안쪽에는 통기와 미끄러움 방지를 위한 처리가 되어 있습니다. D버클은 케이스와 달리 스테인리스스틸이고 착용시 보이는 부분만 블랙처리를 했습니다. 버클 방식에 의해 러버 밴드를 잘라내도 되지 않는 것은 좋습니다.
요트가 테마인 모델이 몇 개 있죠. IWC의 포르투기즈 요트 클럽, 파르미지아니의 펄씽, 롤렉스의 요트마스터I&II, 요트팀인 팀 알링기를 위한 시계가 여러메이커에서 나왔고 나오고 있고요. 그러한 시계들이 경쟁 모델이 될 텐데, 요트가 아무래도 대중적인 취미나 스포츠는 아니다 보니 요트 워치를 사는 사람의 타겟도 조금 위쪽이라고 봐야 할 테고요. 이런 모델과 비교하면 천 만원이 조금 넘는 가격은 메리트가 있다고 봐야 하지만, 유사 가격대로 본다면 우선순위에서 앞에 서지 못할 확률이 높습니다. 라 쥬 페레가 수정을 했다고는 하지만 베이스 무브먼트에서 크게 매력을 느끼기 어렵고, 올 블랙이 취향을 많이 타는 편이니까요. 에이컵 센트로 모노푸셔나 코룸 브랜드의 성격을 본다면 조금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기본적으로 매일 착용하는 시계로서는 개성이 모두 강합니다. 시계 컬렉팅에 순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의 패턴으로 본다면 무난한 시계가 몇 개 있고 코룸은 더 다음에 더해지면 참 좋은 타입이죠. 그런 관점으로서는 매력이 있는 브랜드고 매력이 있는 시계가 아닐까 합니다.
사진촬영은 Picus-K님이 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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